[2017 패션시장 총정리 ③] 상품~업종 간 보더리스 시대
    경계 허물고 ‘취향 저격’에 집중!

    곽선미 기자
    |
    17.11.13조회수 7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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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해 패션업계에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경계’가 무색해졌다. 복종은 당연하고 성별(gender)부터 연령(age), 사이즈는 물론 이업종 간 협업까지 넓은 영역이 ‘동기화’된 듯 다양한 ‘보더리스(borderless)’ 현상이 일어났다. 소비자와 브랜드(판매자) 간의 경계도 흐려져 개인 SNS를 활용한 판매자와 구매자가 더욱 많아졌고,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의 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마켓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역시 ‘애슬레저 붐’이 한몫했다. 아이템에서는 상반기 패션 전 복종에서 트랙 팬츠와 저지, 트레이닝 세트류, 라이프스타일 운동복 등의 상품이 인기를 얻었다. 후디와 맨투맨 등 스포티 아이템도 힙합 등 스트리트 컬처와 맞물려 많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재작년부터 ‘니트’ 운동화로 인기를 얻은 스포츠 운동화 제작 기법도 ‘삭스(socks)’ 형태로 업그레이드돼 운동화, 스니커즈, 굽을 단 구두 형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여성복 조닝에서는 한섬(대표 김형종)의 「시스템」 「톰보이」 「잇미샤」 등 전통적(?)인 브랜드들이 ‘애슬레저’ 라인과 복종 내 스윔웨어 라인 등을 구성해 선보였다. 「시스템」의 ‘시스템 2’는 전년 대비 총 31개 모델로 스타일 수를 50% 확대했고, 「스튜디오톰보이」는 스윔웨어 전문 브랜드 「오프닝(5pening)」과 협업해 스윔웨어와 워터 액세서리 라인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시스템」 등 애슬레저 라인 매출 반응 후끈

    비와이제이(대표 김영근)의 신규 브랜드 「로라로라」는 데일리웨어부터 워터스포츠, 헬스웨어 등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특화 라인을 구성해 론칭 2달 만에 소진율 60%를 달성했다. 캐주얼 중에서는 멀티넥스(대표 이민경)의 「널디」와 같은 신진 브랜드들이 컬러풀한 트랙 팬츠 & 저지, 트레이닝복 세트로 인기 연예인부터 일반인에게 모두 사랑받으며 품절대란을 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스포츠 브랜드 역시 「카파」 「엄브로」 「르꼬끄스포르티브」 등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에 강한 브랜드들이 자체 클래식 로고와 ‘사이드 라인’을 강조한 집업 저지, 트랙 팬츠 세트로 상반기 매출에 활력을 더했다.

    애슬레저 붐이 한층 강화되면서 올해 스포츠 분야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의 ‘퍼포먼스’ 라인을 중심으로 ‘운동하는 여성’ ‘땀 흘리는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기존에 남성은 강인한 모습을, 여성은 운동 중에도 아름다운 모습을 제안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사회 전반에 부는 페미니즘 열풍과 맞물려 스포츠를 시작으로 패션업계에 ‘젠더리스’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 트렌드는 ‘오버사이즈’의 인기와 함께 전 복종에서 패셔너블하게 풀이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일조했다.



    젠더리스 대세로! 매니시 룩 & 오버 핏 절정

    스포츠가 ‘강인한 여성’ ‘프로페셔널한 여성’ 이미지를 강조하며 퍼포먼스 아이템으로 승부했다면 여성복에서는 ‘셋업물’, 특히 위아래 패턴과 컬러를 맞춘 팬츠와 재킷으로 매니시한 룩이 강세였다. 대표적으로 대현(대표 신현균 · 신윤건)의 「주크」는 리뉴얼 이후 이번 F/W시즌 ‘주크이즘’으로 매니시 무드를 선보였다. 남성복을 입은 듯한 실루엣의 아우터와 팬츠 아이템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육수현 디자이너의 브랜드 「아에르」 역시 넓은 어깨의 슈트 세트와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초도물량을 완판하며 화제를 모았다.

    남성들의 트렌드는 또 다르다. 여성복 브랜드의 슬림한 실루엣의 아이템을 착용하는가 하면 오버사이즈 핏의 여성복이나 캐주얼 브랜드의 아우터나 상의류를 입는 등 비교적 ‘부드럽고’ ‘귀여운’ 방향으로 젠더리스 트렌드를 공유했다. 전반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무색한 아이템과 컬러, 핏이 패션시장을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성복 강자 「보브」의 스트리트 무드 라인 ‘#VX’는 물론 보이시 무드의 「스튜디오톰보이」, 캐주얼 「아더에러」의 남녀 공용 스웻 셔츠 등이 소비자 성별에 관계없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물론 발 빠른 온라인 브랜드들은 젠더가 모호한 상품을 선보여 매출고를 올리기도 했다. 「YAN13」 「리유니크」 등 셔츠를 주력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들은 베이직한 컬러, 부드러운 소재, 오버핏 사이즈를 무기로 남녀 소비자 모두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수 있는 상의류를 판매하며 온라인 셀렉트숍에서 매출 상위를 유지하기도 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노앙」은 베이직 아이템에 과장된 오버사이즈를 스타일리시하게 적용해 젠더리스의 인기를 주도했다.



    4050 영 마인드 소비력, ‘에이지리스’ 무드 강화

    ‘에이지리스’ 무드도 강했다. 소비력이 있는 40~50대들이 ‘영 마인드’로 무장하면서 트렌드와 패션을 즐기는 데 적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10~30대보다 35~55세 소비자가 더 높은 매출력과 아이템 구매 빈도를 기록했고, 여성복 역시 신규 「래트바이티」 등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골든레이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나이에 상관없이 20~50대가 스타일리시하고 고급스럽게 입을 수 있는 패션을 제안하는 무드로 변화했다.

    올해는 ‘이업종 콜래보레이션’의 붐이 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 브랜드와 F&B 브랜드, 패션기업과 엔터테인먼트기업, 여성복 브랜드와 코스메틱 브랜드, 아웃도어기업과 가전 & 전자업체 등 다채로운 협업의 향연이 펼쳐졌다. 겹치는 소비자를 공유하기 위해, 서로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혹은 기술과 정보 공유 등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을 더하는 재미있는 작업들이 이어졌다.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역시 F&B 관련 브랜드와의 협업이다. 생각지도 못한 협업으로 소비자는 물론 관계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스포츠에서는 「휠라」가 ‘오리지날레 라인’을 활용해 ‘메로나’ 등 빙과 브랜드, ‘펩시’ ‘마운틴듀’ 등 탄산음료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상품을 선보여 1020세대의 선풍적인 지지를 얻었다. 「질바이질스튜어트」는 롯데제과의 ‘빠다코코낫’ ‘마가렛트’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선보였고, 디자이너 계한희의 「KYE」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과 협업한 컬렉션을 제안해 이슈 브랜드로 떠올랐다.



    메로나 · 펩시 · 배달의민족 등 패션 아이템 변신

    이들은 주로 각자의 로고가 갖고 있는 클래식한 매력을 공유하며 영 소비자에게는 참신함과 재미(fun)로 접근하고, 기존의 20~30대 소비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으로 사랑받았다. 「휠라」는 콜래보레이션에 특히 열의를 보였는데, 하반기에는 코레일 서울본부와 손잡고 ‘내일로 티켓’을 발매해 기차 여행을 떠나려는 20대 소비자들을 겨냥한 ‘휠라 청춘 패스포트’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블랙야크」와 「코오롱스포츠」는 사물인터넷(IoT) 상품 구현을 위한 기술 공유를 위해 각각 LG전자, KT와 협력을 시작했다. 지난 9월 업무제휴 협약을 맺은 「블랙야크」와 LG전자는 ‘엣지다운’ 시리즈와 ‘트롬스타일러’ 등 양사의 대표 상품을 연동한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고, 앞으로도 공동 상품 개발은 물론 협업 마케팅을 이어 가기로 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KT와 공동 개발한 ‘해상안전 & 산악안전 IoT 재킷’을 가지고 올해 초 이동통신산업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 나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 전 복종에서 유례없는 ‘보더리스’ 현상이 진행된 것은 점차 둔화하는 소비시장에서 지속적인 소비층이 될 수 있는 영 소비자 혹은 신규 소비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이 크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비브랜드, 복종, 나이, 젠더에 구분을 두지 않고 자신에게 재밌고 즐겁고 가치 있는 물품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보다 신선하기 위해, 새로운 면모로 임팩트를 주기 위해, 노후한 이미지를 리프레시하기 위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각의 목적은 다르지만 자신들의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백화점 관리형 PC 구분, “더 이상 의미 없다”

    반면 업계 내 전반적인 보더리스 분위기에도 대형 유통만큼은 아직도 경직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여성, 남성, 캐주얼, 스포츠 등 백화점 관리 편의 위주의 PC 구분을 지속해 조닝을 뛰어넘거나 새로운 복종, 이업종과 협업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곤란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타 복종 혹은 타 업종과 협업을 진행했을 때 주로 자체 SNS채널과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린다. 소비 역시 온라인에서 주로 일어난다. 백화점은 실제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에 좋은 장소긴 하지만 협업한 브랜드의 복종이 다를 경우 담당 바이어의 눈치를 보게 되기 십상이다. 백화점이라는 유통이 주는 강력한 마케팅 효과도 거의 사라진 지금 소비자와 브랜드들의 변화에 앞서 유통 구조부터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한 관계자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 볼 때다.■


    **패션비즈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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