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 BTS는 언제쯤 나오나?
    트렌드 쫓기 급급, 소재 연구 부재

    hyohyo
    |
    22.01.07조회수 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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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패션계에도 BTS와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지옥’이 연타로 흥행에 성공하고 BTS 멤버들은 개인 SNS를 개설한 지 하루만에 전원 1600만명의 팔로워를 줄 세우는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K-콘텐츠의 맹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K-트렌드 물살을 타고 패션과 디자이너의 글로벌화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해외 컬렉션 데뷔와 쇼룸을 통한 장 단위의 홀세일 판매, 국내 언론에서만 시끌벅적하게 이슈화될 뿐 대중적 인지도와 영향력은 한참 미치지 못하는 허울뿐인 내수용 반짝스타가 아닌 태생적으로 글로벌을 겨냥해 롱런할 수 있는 스타 디자이너가 필요한 시점이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와 같은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인 정욱준 준지 CD는 이에 대해 “K-패션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막상 눈에 띄는 디자이너가 없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후배 디자이너 중에는 우리 세대와 달리 해외 유학파도 많다. 세계적으로도 국내 문화 산업에 관심도가 높은 만큼 시기 또한 적절한 데 비해 후배들이 국내 시장에 만족하고 더 큰 무대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서울패션위크, 정상급 디자이너 ‘졸업’으로 위축

    이에 대한 후배 세대의 변도 있다. 한 컬렉션 브랜드 디자이너는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그나마 연간 2회씩 브랜드를 선보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졌다”라고 말한다. 이어 “서울컬렉션을 대표하던 스타급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오피셜 쇼에 유치하지 못하며 이런 문제점이 더욱 배가됐다”라고 토로한다.

    2016년과 2017년 울마크 프라이즈 아시아 지역대회에서 남성복 부문 우승을 차지하고 2018년에 진행된 2019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우승해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한현민 디자이너. 그는 “처음 해외 컬렉션은 텐소울에 선정돼 서울시의 지원으로 시작했지만 후속 컬렉션은 투자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쇼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5~6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패션 브랜드에 있어 쇼는 한 번이라도 멈추면 한 번도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역시 서울컬렉션을 ‘졸업’한 고태용 디자이너는 뉴욕과 홍콩에서 컬렉션을 꾸리고 지난 2019년에는 서울패션위크의 오피셜 쇼가 아닌 오프 쇼를 진행하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고 디자이너는 “2013년 처음 정부 지원을 받아 뉴욕을 통해 해외 쇼에 섰다. 하지만 이후의 해외 진출은 모두 비욘드클로젯의 수익으로 투자한 것이다. 정부 지원만 기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브랜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결국 디자이너다. 본인이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정부지원사업, 10명에 10억 분산? 집중 투자해야

    실제로 신진 등용문인 서울패션위크에서 성과를 내고 초기에 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과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시에서는 매년 10명의 잠재력 있는 디자이너를 선정해 해외 쇼룸 진출 등을 돕는데 10명에게 할당된 1년 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

    파리나 밀라노 등 주류 무대에 서기 위해 한 시즌에 드는 비용이 2억~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 브랜드에 수년간 투자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명유석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이하 CFDK) 회장은 “글로벌 SPA ‘자라’와 ‘H&M’의 디자인실에 한국인의 비율이 각각 65%와 60%라고 한다. 그런데 왜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국내 디자이너는 찾아보기 힘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BTS가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에이전트와 전담팀,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본력과 마인드가 장착되지 않으면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1970년대 일본은 ‘이세이미야케’ ‘겐조’ ‘꼼데가르송’ 등의 해외 진출을 일본 정부 차원에서 국가 산업으로 지원했다.

    또 지금의 ‘안나수이’ ‘쥬시꾸띄르’는 기업이 5000억 이상의 예산을 투자해 장기간에 걸쳐 컬렉션을 진행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없이 개천에서 용 나길 기다리는 양상이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리스펙트↓기업 투자 줄어

    ‘민주킴’의 김민주 디자이너는 지난 2018년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서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글로벌 패션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렇게 실력을 인정받은 그조차도 현재는 약 3억원의 우승상금으로 컬렉션을 지속하고 있어 국내에서의 투자 제안은 없었음을 암시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패션산업은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물 먹는 하마’ 같은 존재다. 국내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삼성물산과 ‘준지’의 만남도 지속적인 투자와 디자이너 개인의 글로벌 성과에 비해 비즈니스적으로는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JYP’나 ‘럭키슈에뜨’와 같은 대기업 자본과 개인 디자이너의 만남은 결국 디렉터가 브랜드를 떠나는 수순을 밟기도 했다.

    소재 · 생산 ~ 마케팅, 국내 실력파 전문가 힘 모아야

    현재의 패션 벤처 양상은 내수 시장을 겨냥한 저가형 브랜드에 투자가 몰리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중견 디자이너는 “MZ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톰브라운의 스웨터 생산 단가가 얼마나 할까? 170만원에 판매할지, 또는 온라인에서 4만9000원에 판매할지는 브랜드와 디자이너에 대한 헤리티지에서 결정된다.

    아티스트로서 디자이너에 대한 리스펙트가 사라지고 찍어 파는 의류만이 양산되는 것은 결국 제 살 깎아 먹기이고 지속가능성이 전혀 없는 비즈니스로 전락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한다.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아카이빙은 결코 개인의 역량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컬렉션을 지속할 수 있는 지구력은 결국 자본력과 크리에이티브에서 나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민관협은 물론 매스컴까지도 힘을 합쳐야 한다. 모든 문화 사업의 끝에 패션이 온다는 말이 있다. K-팝 아티스트와 영상 미디어가 획기적으로 닦아놓은 길에 이제 패션 디자이너들이 바통을 받아 이어갈 때가 됐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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