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R&D’ 투자 절실!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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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2.16조회수 9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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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한미약품(회장 임성기)이 7조5000억원 잭팟을 터트리며 큰 화제를 낳은 가운데 패션 등 소비재산업의 ‘R&D(연구 개발, research and development)’가 강조되고 있다.
    제약 아이템으로 글로벌 마켓을 장악한 한미약품과 함께 ‘빵’으로 프랑스 역수출에 성공한 SPC(회장 서영인)와 ‘화장품’으로 전체 매출 5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이 의류 패션과 같은 소비재 산업이기 때문이다.
    약과 빵, 화장품 아이템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 기업들은 글로벌 SPA 등 해외 브랜드의 파워에 밀려 침체해 있는 국내 토종 패션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랜드, 세계 최대 글로벌 R&D 센터 기대
    ‘의식주휴미락’을 내세우며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 마켓에 도전하는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의 사례는 고무적이다. 지난 11월11일 중국의 광군절(솔로데이) 하루 동안 이랜드(회장 박성수)는 31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놀라움을 안겨 줬다. 중국 매출 1조원을 앞두고 있는 이랜드그룹은 패션 아이템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18년 세계 최대 패션 글로벌 R&D 센터를 짓는다고 밝혀 더욱 기대하게 한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 내 그룹 10개 계열사의 연구소가 들어서는 것. ‘이랜드 글로벌 R&D 센터’는 지상 10층~지하 5층의 연면적 25만㎡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의 패션 연구소와 패션 박물관, 첨단 F&B 연구소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이곳은 패션 종합연구센터 및 세계 최대 패션 박물관과 글로벌 F&B 연구센터로 ‘세계 최고의 패션 체험 관광 명소’를 지향한다. 특히 패션 기획 연구소, 디자인 연구소, 첨단 섬유 소재 연구소, 생산 전략 연구소, 잡화 디자인 연구소로 구성한다. 상품 기획부터 소재 개발, 디자인, 생산 전 라인에 걸쳐 패션산업의 모든 과정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분명히 한국 패션사업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7조5000억 & ‘코리아 빵’ 역수출 성과
    이랜드가 2018년 완공하게 될 R&D 센터뿐 아니라 연구 개발은 꾸준해야 한다. 한미약품, SPC, 아모레 등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R&D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 왔다는 점이다. 즉 연구소가 있다. 한미약품은 15년간 9000억원을 투자했고 적자일 때도 투자 규모를 축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최근 7조5000억원의 신약 수출이라는 성과를 이뤄 냈다.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는 업계 최초로 식품 연구소를 세웠다. 단팥과 크림이 함께 들어간 일명 ‘코리아 빵’인 ‘코팡(copan)’은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여성 5200명의 피부 연구를 진행했으며 ‘아시안 뷰티 연구소’를 세워 15개 도시의 기온, 강수량까지 분석했다.
    그렇다면 패션기업들은 어떠한가? 국내 패션 대기업인 삼성물산에서 일찍이 삼성패션연구소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삼성디자인넷(www.samsungdesign.net)’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만 남아 있다. 아모레의 ‘아시안 뷰티 연구소’ 같은 ‘아시안 패션 연구소’가 삼성이 해야 할 역할 아닐까!

    ‘아시안 뷰티 연구소’ 같은 패션 연구소 필요
    패션 아이템 특성상 대부분 중소 전문기업인 패션기업들의 R&D 운영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상품기획실과 디자인실이 존재하지만 연구 개발이라는 본연의 기능은 거의 부재하다. 패션계에 끊이지 않는 ‘카피’ 논쟁과 ‘라벨갈이’의 만연은 R&D 기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답습되는 것이다.
    특히 브랜드를 론칭하고 자체 기획 디자인하는 패션기업에는 ‘디자인실’이 필수적으로 구성되는 점을 활용해 ‘기업 부설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하지만, 명칭만 ‘연구소’일 뿐 실질적인 ‘R&D’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박용현 www.koita.or.kr)에 등록을 요청한 기업 부설 연구소는 최근 10여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물론 패션 디자인뿐 아니라 R&D에 투자해야 하는 수많은 산업군을 포함한 숫자이겠지만 최근 패션기업들 역시 ‘디자인실’의 이름을 ‘디자인 연구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부설 디자인 연구소’ 제 기능 해야
    디자인 연구소로 인가를 받으면 미래창조과학부의 명의로 ‘기초 연구 진흥 및 기술 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러 가지 세제 및 관세, 병특, R&D 자금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세제 혜택은 25%로 크다.
    보통 디자인실에 5~10명이 근무하는 패션기업의 경우 4년제 의상학과 디자이너 출신 5명 기준으로 봐도 이들을 모두 연구원으로 등록하고 1년간 인건비(최소 연봉 3000만원) 1억5000만원에 샘플비 및 기타 등등의 디자인실 운영비로 연구비 5000만원을 지출했다면 법인세에서 최소 5000만원의 금액을 감면받게 된다. 개인사업자의 경우도 종합소득세에서 감면 혜택이 있다.
    물론 디자인실이 있는 모두가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적·물적 요건이 성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왕 설립한 ‘디자인 연구소’는 그 의도에 맞게 소재 패턴 디자인 등 글로벌 경쟁력 있게 활용해야 하며, 패션사업의 핵심인 R&D 투자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콘셉트·아이템에 집중하는 연구 개발 필수
    최근 소비재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3사의 두 번째 공통점은 불모의 해외 시장을 개척해 냈다는 점이다. 바게트의 본고장 프랑스에 한국 빵을 역수출한 SPC가 파리에 연 ‘파리바게뜨샤틀레점’에서는 매일 700개가 넘는 바게트가 판매된다.
    한미약품이 올 들어 수출 계약을 맺은 사노피, 릴리, 베링거인겔하임은 각각 세계 4위, 12위, 15위의 정상급 제약 회사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헤라’ 같은 프리미엄 화장품은 물론 ‘마몽드’ ‘라네즈’ 등은 전 세계 여성들이 애용하고 있다.
    세 번째는 전문성 있는 오너가 한 영역에 집중했다는 공통점이다.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의 신약 기술 수출을 기록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글로벌 사업에서 연평균 5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바게트의 본고장 프랑스에 한국 빵을 역수출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집념’으로 전문가형 디테일 경영을 하며 ‘한 우물’을 파서 성공했다.

    SPC 등 전문성있는 오너, 한 영역에 집중
    이랜드그룹 CMO 출신으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인 차송일 굿앤브랜드 대표는 “패션산업에서도 한 영역(콘셉트, 아이템)에 집중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하면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자신만의 브랜드 콘셉트에 충실하고 소재 등 연구 개발에 집중해 글로벌 소비자들의 필요를 채워 준다면, 그리고 우리만의 주특기인 속도와 한류를 활용할 수 있다면 패션산업도 이 3사 이상의 큰 성과를 이뤄 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마케팅은 한 영역을 선택해서 집요하게 연구하고 세계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특히 패션은 강소기업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한미약품과 SPC, 아모레퍼시픽의 기업가 정신과 행동력에서 벤치마킹할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신규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가 정신은 물론 수익 창출을 하면서도 R&D로 존경받으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패션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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