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 축 백화점 진퇴양난!

    김숙경 발행인
    |
    15.10.28조회수 7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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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패션유통의 중심 축이던 백화점산업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백화점을 찾는 내점고객 수가 뚝 떨어진 가운데 주말에도 매장이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불과 5년 전만 해도 쇼핑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닐 정도로 백화점 안팎이 사람들로 북적였다면, 지금은 판매사원 숫자가 내점고객 수를 능가할 정도로 백화점 안이 썰렁함 그 자체다. 그 많던 백화점 고객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왜 백화점엘 가요? 합리적인 구매가 아니잖아요. 백화점에서 파는 옷을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사면 할인쿠폰에 무이자 할부까지 해서 훨씬 경제적으로 살 수 있어요. 제 친구들도 대부분 백화점에는 정기세일 때만 방문해요. 평소에는 아울렛을 즐겨 찾아요.”(20대 소비자 답변)
    “금융위기를 겪고 글로벌 SPA가 유입되고 온라인과 모바일이 활성화된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확 바뀌었어요. 똑똑해진 셈이죠. 가치구매에 대한 눈높이가 확실하게 생긴 소비자들에게 백화점은 더 이상 합리적인 소비 장소가 아닙니다.”(30대 소비자 답변)
    “백화점에서 파는 옷값이 비싼 건 디자인이나 소재 퀄리티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백화점이 35% 넘는 판매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 웬만한 소비자들은 다 알아요. 한 때 ‘상생경영’ ‘상생협력’ 등이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했으니까요. 정당하지 않아요.”(40대 소비자 답변)

    백화점 이용 고객 급락, 아울렛 온라인 선호
    백화점에 가지 않는 이유를 묻자 소비자들은 세대별로 약간씩 표현의 차이만 있을뿐 이구동성으로 백화점이 더 이상 매력적인 쇼핑 장소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백화점에서 파는 상품이 대부분 비싸고, 그렇게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알고 있는 것이 지금 소비자들의 눈높이다.
    그래서일까? 백화점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통계청 조사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시장 규모는 2013년 29조8020억원에서 2014년 29조3220억원 규모로 줄었다. 올해도 시장 규모 축소는 벗어날 수 없는 흐름이다. 작년 상반기 백화점 실적이 14조6050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올해는 14조1440억원으로 신장률이 3.2% 하락했고, 하반기 흐름에도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이른바 빅3 백화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7조9081억원으로 지난해 7조9116억원 대비 외형상 매출은 1%만 하락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 5108억원에서 올해는 3051억원으로 무려 41%나 추락한 것.



    백화점 시장 규모 2013년 정점 찍고 하락세
    신세계백화점 역시 매출은 작년 상반기 7376억원에서 올해는 7276억원으로 1%만 떨어졌지만 영업이익은 885억원에서 838억원으로 5% 역신장했다. 3사 중에서 현대백화점만 김포아울렛 디큐브시티점 등 공격적인 점 확산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5540억원에서 올해 5609억원으로 전년대비 1.2%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1324억원에서 올해 1186억원으로 10% 떨어졌다.
    빅3가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역시 작년보다 결코 나쁘면 나빴지 더 좋은 기미가 없는 만큼 더 큰 마이너스 실적이 예상된다. 한때 무소불위하던 백화점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과연 백화점들은 지금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최근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주요 점포의 판매수수료를 각각 1%씩 인상한다는 공문을 패션기업에 보내 공분을 샀다. 백화점의 실적 부진을 고스란히 패션업체에 떠넘기겠다는 그야말로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패션업체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일까?

    롯데백화점 상반기 영업이익 전년대비 41%↓
    빅3 백화점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롯데백화점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9%로 한 자릿수지만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각각 11.5%, 21%로 여전히 두 자릿수의 높은 이익률을 실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백화점 실적 하락의 부담을 입점 영세 협력업체들에 고스란히 돌린다면 과연 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미 몇몇 패션기업은 백화점 영업을 포기했다. 홈쇼핑과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면서 턴어라운드를 실현한 브랜드들도 생겨났다.
    백화점 등쌀에 못 이겨 내셔널 브랜드들이 속속 떠난다면 과연 백화점은 무엇으로 그 드넓은 하드웨어를 채우려고 하는 것일까? 수입 명품과 글로벌 SPA 위주로 자리를 내주고 난 뒤 돌아온 결과물은 낮은 수수료에 따른 영업이익률 하락이라는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것도 학습했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백화점의 경영방식이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자체 콘텐츠 확보, 진정한 상생구조 짜야
    “소비자들이 백화점에 가지 않아요. 쇼핑몰과 아울렛 등 대체 유통채널도 즐비하고 온라인과 모바일, 홈쇼핑 등을 통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가 백화점을 찾지 않는데, 패션업체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백화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성장기에는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백화점에 매장을 냈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효율이 없으면 매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죠. 이제부터 백화점 스스로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든지, 패션업체들이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5개 브랜드로 구성된 카테고리에 15명의 판매사원이 따로 근무하는 특정매입 구조를 백화점이 45% 수수료로 직접 운영하면서 인력풀을 10명 정도로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존 매출이 유지되기만 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안이지 않을까요?”
    백화점의 고비용 구조를 낮추고 1인당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묻자 곳곳에서 아이디어가 답지한다. 이제 백화점은 국내 패션 브랜드들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패션 브랜드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백화점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백화점 이탈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쪽만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1인당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만 한국 패션산업의 미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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