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꽉 잡은 리테일 Biz 주자들
    스테이블스토어 아날로그샵 카울란…

    hyo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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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8.20조회수 2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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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숍 시대는 지났다? ‘원더플레이스’ ‘에이랜드’ ‘어라운드더코너’ 등 전국구 오프라인 편집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약하던 플레이어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주도권을 온라인 플랫폼에 넘겨줬다. 반면 지방 권역에서 1~3개 스토어를 운영하는 소규모 주자들은 여전히 지역 MZ세대의 패션 경험 공간으로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자체 온라인 채널까지 구축하며 팬덤을 양성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스트리트 패션이나 럭셔리 수입 패션 등 스트림(stream) 컬처를 소개하며 한 획을 그은 셀렉트숍이 탄생한 데 이어 2010년대는 그야말로 편집의 시대였다. 패션기업이나 브랜드에서는 저마다 편집 매장을 꾸미며 브랜드 비즈니스에서 리테일 비즈니스 시대로 진화했다. 2006년 등장한 ‘에이랜드’와 ‘원더플레이스’를 필두로 리테일 비즈니스가 본격화돼 소규모 자본을 가진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실력파들은 생존에 성공했다.

    이들은 한국형 편집숍 비즈니스의 대표 모델로 △위탁 운영을 통한 출점 가속화 △매장 중심의 매니저제 시스템 △점포별 효율적인 MD 배치로 승승장구해 왔으나 코로나19라는 복병과 오프라인에만 집중된 영업 비중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특히 편집과 큐레이션의 기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며 급격한 쇠퇴를 맞았다.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등 대형 플레이어 쇠퇴

    이와 대비되게 서울과 수도권 이외의 거점 도시에서 토종 패션 스토어로 등장한 지역 편집숍들이 큰 등락 없이 롱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소규모 비즈니스의 특성상 위탁보다는 홀세일 비중이 현격히 높다는 것이다. 재고 부담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 수 있지만 오히려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소규모로 바잉해 숍의 다양성을 높이고 신중한 바잉으로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

    10년 이상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기에 단골 형성에도 용이하고 이로 인한 상품 소진율도 매우 높다. 매장 매니저가 모두 관여하기 힘든 MD, 영업, 재고 관리, 고객 응대 등을 모두 담당하는 철저한 오너십 경영도 이들만이 질곡의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경쟁력이 됐다. 여기에 리테일 비즈니스에 노하우를 녹여낸 PB와 온라인 스토어 구축까지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대구의 ‘스테이블스토어’는 한때 대구뿐 아니라 울산까지 4개의 매장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온라인 자사몰을 통해 전국구 확대와 함께 현대백화점 대구점 6층 영캐주얼층과 동성로의 가두점 2곳으로 대구 지역 안에서만 집중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미국 캐주얼 스타일 수입 빈티지숍 ‘맥과이어’를 운영하던 김명동 대표가 지난 2013년 7월 남성 스트리트 편집숍으로 오픈한 이곳은 2개 매장에서만 연매출 20억을 올리고 있다.



    스테이블스토어, 대구 2개 매장서 20억 매출

    21년 전 영남대 토목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명동 대표는 21세에 학교를 자퇴하고 대구 교동시장 앞에 빈티지 패션숍을 오픈해 대구 시내까지 진출해 3개 매장으로 확대하며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대구와 부산에 있는 일본 빈티지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 · 프로모션해 7~8군데에 납품까지 하면서 청바지 아이템만 한 달에 2000장씩 판매하며 패션 비즈니스를 경험했다.

    이어 직접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2년간 패턴학원을 다니며 휴식기를 가진 그는 2013년 수입과 국내 브랜드의 상품을 편집한 스테이블스토어를 오픈했다. 다시 가게를 오픈한 지 2~3년 만에 자금이 돌자 자체 브랜드 ‘비헤비어(BEHEAVYER)’를 론칭했다. 현재 전체 스테이블스토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 PB에서 나오고 있어 수익성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단순히 매장 방문객뿐 아니라 비헤비어는 자사몰을 통해 전국구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으며 무신사와 29CM에도 입점했다.

    이 외에도 일본의 가방 브랜드 ‘호보’, 미국 등산화 브랜드 ‘프론티어USA’ 등은 전국에서도 수입 유통하는 곳이 극히 소수라서 단독 브랜드와 같은 위상을 갖는다. 모든 상품을 전량 사입하기에 월요일마다 온라인팀원 2명과 매장 직원 3명이 참석하는 MD회의를 통해 주별로 바잉 방향성을 설정하는 등 유연한 MD력이 이곳만의 차별화 강점이다. 특히 오픈 멤버로 지금까지 함께하는 최준열 실장은 스테이블스토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100% 사입 + PB ‘비헤비어’ 매출 50% 견인

    동성로 안테나숍은 1층과 2층에 각 27평과 54평 규모로 운영하고 있으며 오픈 초기의 ‘남성스럽고 미국 냄새가 나는 브랜드’ 중심에서 지난해부터 여성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까지 구성하며 소비층 확대에 나섰다. 카펫, 컵, 화병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판매 겸 디스플레이했고 실제로 ‘헤이(HEY)’ 등 리빙 브랜드의 반응이 좋다.

    김명동 스테이블스토어 대표는 “남성 소비자들은 대체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패션 정보를 얻는다. 이 때문에 매장으로 직접 옷을 입어보러 오기보다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가 이뤄지는 편이다. 반면 여성 소비자들은 충성 고객이 많아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6층 영캐주얼 조닝에 위치한 매장은 남성 의류를 캐주얼하게 풀어낸다. 본점에 비해 가격대가 높지 않은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보아스컴퍼니(대표 변경현)의 ‘플라넷비’는 10년 업력의 셀렉트숍이다. 국내 유수의 온라인 브랜드가 ‘가장 MD 구성이 명확하다’라고 칭찬하는 숍이 바로 이곳이다. 변경현 대표는 ‘나이키’를 강남과 이태원 등지에서 다수 매장을 운영하다 지난 2013년 자신의 패션 감성을 담은 플라넷비를 론칭했다.

    플라넷비, 서울 강남 → 부산 사업 거점 이동

    플라넷비는 국내 온라인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의 비중이 5:5 정도로 다채로운 아이템 구성이 특징이다. ‘오베이’ ‘칼하트’ 등 글로벌 스트리트 브랜드와 ‘아이엠낫휴먼비잉’ ‘네스티팜’ ‘로맨틱크라운’ 등 아이덴티티가 살아 있는 국내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10~40대까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있는 마니아가 주고객이다.

    매장 안에 들어가면 각기 다른 40여 가지의 브랜드가 본연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독특한 콘셉트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을 메인으로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이와 어울리는 아이템을 조화롭게 매치한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아이엠낫휴먼비잉’에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잡화 브랜드를 함께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브랜드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들의 강점은 백화점에서도 통했다. 현재 ‘플라넷비’는 부산 가두점을 제외하면 AK&홍대와 수원점에서 전개하고 있다. 과거 7개까지 백화점 숍인숍을 운영한 경력을 바탕으로 임팩트 있는 공간 활용과 물량 확보, 통일성 있는 브랜드 콘셉트 등의 노하우를 통해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아날로그샵, 브랜드 BIZ~대리점 영업 확대

    최인식 플라넷비 영업 팀장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 브랜드와 상품 선정을 신중하게 하고 있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춘 브랜드를 선호한다. 수입과 국내 브랜드의 비중을 적절히 맞춰 10~30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쇼핑 공간을 만든다. 3년 동안 핸들링한 백화점 운영도 우리만의 노하우로 안정적인 매출을 이끌어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전 중구 은행동에 200m 거리에 1호점과 2호점 가두 매장을 운영하는 남성 편집숍 ‘아날로그샵’(대표 장영주)은 전주 완산구 객사동에도 매장을 오픈하며 권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가성비에 가치를 더한다’라는 슬로건으로 장영주 대표가 기본템을 제작해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 판매를 시작해 오프라인숍을 꾸렸고, 이후 자체 상품에 ‘ANG’라는 브랜딩을 더해 브랜드 비즈니스와 일부 스트리트 감성 브랜드를 셀렉트해 구성하고 있다.

    자체 제작 라인인 ANG은 초기 스웻셔츠 등 아이템에서 시작해 현재는 데님 진과 캐시미어 니트류까지 카테고리를 확대했으며, 핸드메이드 레더 액세서리와 스니커즈류 등 품목을 넓혀 가고 있다. 셀렉트하는 브랜드는 ANG 상품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스트리트 감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현재는 ‘P-31’ ‘라퍼지스토어’ ‘브라운브레스’ 등의 상품을 바잉한다. 공교롭게도 이들 브랜드는 모두 무신사 내에서도 랭킹 상위를 차지해 대전 지역의 오프라인 테스트숍으로도 통한다.



    당일 배송 온라인몰, 오프라인 단골 유입

    본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 1호점은 우드 인테리어로 빈티지한 느낌을 살렸다면 지난해 8월 신규 오픈한 대전 2호점은 1~2층 연면적 100평 규모에 외관에서부터 노출 콘크리트 아웃테리어로 콘셉트를 잡았다. 각 매장에는 장 대표와 베테랑 매니저가 상주해 남성들의 패션 상담과 각자의 개성에 맞는 코디를 추천해줘 단골을 확보했다. 전주점도 아날로그샵의 오랜 단골 고객이 직접 숍을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프랜차이즈화한 것이다.

    대전을 기반으로 전주까지 오프라인 사업을 확대한 것과 함께 온라인 채널에도 집중한다. 아날로그샵의 공식 온라인스토어는 셀렉트 브랜드는 입점하지 않고 자체 제작 브랜드인 ANG의 상품만을 취급해 일반 모노 브랜드 자사몰처럼 꾸몄다. 특히 브랜드 자사몰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당일 배송 서비스를 운영해 오프라인 고객까지 온라인으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아날로그샵은 브랜드 비즈니스와 리테일 비즈니스의 중간 형태를 띠며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한다. 입점 파트너인 브라운브레스가 제주도에 가두 대리점을 오픈하며 대전과 전북 지역의 단일 브랜드 대리점 사업을 시작한다. 브라운브레스의 오프라인 확충 계획과 조율하며 매장 위치와 오픈 시기 등을 논의 중이다.

    카울란, 지역 기반 브랜드 유치로 MD 차별화

    강원도 춘천시 명동의 1020세대 영 캐주얼 편집숍 ‘카울란(대표 박민혁)’은 지난 2012년 오픈해 한 차례 매장을 확장 이전하며 춘천의 유일한 지역 영 캐주얼 셀렉트숍으로 사랑받고 있다. 30평대의 아기자기한 매장에는 9~10개의 브랜드와 춘천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상품을 편집해 구성했다.

    오픈 초기에는 박민혁 대표가 직접 ‘브라운브레스’와 ‘위캔더스’ 등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바잉했다면 지금은 10년 이상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위탁과 사입의 비중을 반반으로 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정규 유통 채널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카울란이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이 근방에서 ‘옷 좀 입는다’는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카울란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만 구입하는 고객도 많다고. 교환, 환불, A/S를 숍이 운영하는 한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메리트를 느끼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가 작다 보니 고객 충성도도 높고 숍에 대한 신뢰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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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0세대 여성 소비자 공략, 매출 3~4배 늘어

    숍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입점 브랜드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고, 박 대표 역시 단골 고객이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론칭한 ‘스케이프스랜드’에 판로를 제공하기 위해 전시와 판매 공간을 내주기도 했다. 박 대표가 직접 캡슐 형식의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브랜딩을 하기보다 스폿 발매의 성격이 강하다.

    3년 전 매장을 이전하며 어둡고 남성적인 인테리어를 화이트톤으로 바꿔 적극적으로 여성 소비층을 끌어들여 연매출이 3~4배 느는 성과를 냈다. 오는 하반기에는 잠시 운영 중단한 온라인몰도 리뉴얼 오픈해 온라인 매출까지도 기대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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