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D ‘라이프Biz’로 한판승부!
    라이프컬처그룹 도전...상상 DNA와 43년 내공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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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4.16조회수 1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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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화와 패션에 이어 라이프스타일까지. DFD라이프컬처그룹은 구체적인 미래를 그리기보다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그때 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하겠다’고 말한다. 현재 사람들은 제조보다 가치에 집중한다고 판단,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DFD라이프컬처그룹(대표 박근식 이하 DFD)이 ‘라이프Biz’에 43년 내공을 쏟아 붓는다. 패션에서 라이프컬처 그룹으로 변모한 이들은 ‘라이프Biz’를 ‘시장에 얽매이지 않는 비즈니스’로 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DFD만의 라이프 비즈니스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이 기업의 가장 최신 프로젝트이자 DFD의 DNA가 가장 잘 반영된 공간 「나인블럭(9 BLOCK)」을 찾았다. 「나인블럭」 경기도 가평점에서 만난 용준식 DFD라이프컬처그룹 부회장은 “저희가 하는 일들은 답이 없습니다. 시장을 저버리지는 못하지만, 시장에 얽매이진 않거든요. 좀 생뚱맞나요? 시장을 크게 끌어안겠다는 뜻입니다. 이제 시작이라 설계는 안 돼 있어요. 그날 그날 사업 과정에서 느끼고 판단되는 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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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지만 시장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나인블럭」의 넓은 공간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드러난다. 널찍한 공간과 높은 천장, 드문드문 배치된 테이블, 물건과 물건 사이의 여백에서 DFD가 ‘효율’보다 ‘감성’에 초점을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당장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사람들의 시간을 사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람들이 모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여백에서 드러난 프리미엄 라이프

    DFD는 3년 전 사명을 DFD디자인그룹에서 DFD라이프컬처 그룹으로 변경했다. ‘더 이상 패션회사의 정체성을 갖고 움직이지 않겠다’는 대내외적인 공표다. DFD는 이제 사람들이 제조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람들은 삶을 즐기고 싶어하며,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라이프 비즈니스’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인블럭」을 시작했다.

    용 부회장은 “이제 기업이 제안하고 주입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고객이 취하는 시대인 거죠. 똑똑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이 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속에서 어떻게 같이 호흡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하고요.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삶을 즐기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부터 삶의 질을 무엇으로 높일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게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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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고민 끝에 DFD의 구성원들이 내린 라이프 비즈니스의 방향은 크게 ‘프리미엄’과 ‘자유로움’이다. ‘살면서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지금 시대에 정의할 수 있는 ‘라이프’라는 것이다. 전에는 소비를 틀에 맞췄다면 지금은 더 편하게, 매뉴얼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소비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공유하고,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취미 • 컬렉션 등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람들의 소비 성향을 짚었다.

    「나인블럭」 가평점 전년대비 50% 성장

    DFD는 ‘프리미엄’과 ‘자유로움’을 구체적으로 ‘새로움과 익숙함의 공존’ ‘업사이틀링’ 그리고 ‘커피를 매개로 한 라이프’로 표현했다. 폐허가 된 공장 건물을 재생하고,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콘텐츠에 DFD의 시각을 담는다. DFD는 그 매개로 ‘커피’를 선택했고 커피를 중심으로 여러 카테고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담는다.

    「나인블럭」은 경기도를 중심으로 현재 총 9개점을 오픈했는데, 가평점의 경우 3년 간 전년대비 50% 이상 성장하는 등 입소문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매년 방문객이 크게 증가했다. 구성은 지역 특색과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줬다. 가평점은 리조트 공간 ‘더스테이힐링파크’ 내에 위치한 만큼 지하로 스파가 연결돼 있다.

    ‘서종점’의 경우는 아티스트들이 많은 지역 특성상 갤러리 ‘아트 스페이스’를 강화해 구성했고, 파주점은 여러 가치 중심의 스몰 브랜드를 모은 큐레이션 스토어 ‘모션나인’을 갖췄다. 여러 영역이 함께 있어 생뚱맞을 수 있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서로 어울려 묘한 느낌을 받는다. 아예 새롭지도,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은 DFD식의 라이프 비즈니스다. 「나인블럭」의 블럭은 콘텐츠, 나인은 10점을 기준으로 다 채우지 않음을 의미한다. 비움으로 느껴지는 나인블럭의 공간감과, 멈추지 않고 채워 가겠다는 DFD의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넥스트 스텝 ‘나인블럭WE’로 잇는다

    용 부회장은 “답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답을 향해서 노력하는 기업의 정체성을 담은 거죠. 채워야 하지만 동시에 완벽히 채울 수는 없는, DFD는 그렇게 계속 채워 가는 기업입니다. 그 과정에서 창조적인 콘텐츠가 나오는 거고요. DFD만의 라이프스타일 DNA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나인블럭」에 이어 지난해에는 숙박과 리조트, 스파, 테라피 수목원 등 힐링과 자연을 결합한 ‘더스테이힐링파크’를 선보인 DFD. 그 다음 스텝은 4월 중순에 김포에 오픈하는 3305㎡(1000평) 규모의 ‘나인블럭WE’다. 방직 공장을 재생한 공간을 재생해 아트를 담는 플랫폼으로 변화시켰다. 문화와 소비자의 접점이 되는 공간이다. 여기에 바비큐 업체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F&B를 더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공간을 보여줄 예정이다.

    DFD는 「나인블럭」과 ‘더스테이힐링파크’ ‘나인블럭WE’를 통해 의(衣) 식(食) 주(住)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휴(休) 미(美) 락(樂)을 공유하는 기업으로 도약한다. 현재 사람들이 제조보다 가치에 집중한다고 판단,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DFD만의 시각을 담은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패션 ~ 라이프스타일, 43년간 동시대 컬처 리딩

    DFD의 「나인블럭」은 DFD가 43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은 노하우의 집약체다. 그동안 경험으로 축적한 감각과 에너지가 계속 큰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됐다. DFD의 도전하는 DNA는 창업주인 박근식 회장으로부터 시작된다. 1970년대 명동거리에서 시작한 「소다」는 여러 제화 브랜드 중에서 더욱 유니크한 디자인과 항상 변화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내세워 왔다. 1990년대 「소다」의 대표적 시그니처 로퍼가 학생들의 수요와 맞닿아 폭발적인 판매고를 달성하면서 국내 대표 제화 브랜드로 성장했다.

    2000년대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일본과 이탈리아, 파리 등지에서 수입화를 들여와 선보였다. 수입화는 「소다」와 함께 구성하다 단독매장으로 성장시켰고, 캐주얼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열광하는 소비트렌드에 맞춰 슈즈SPA를 콘셉트로 한 「슈스파」를 론칭했다. 유니크한 컬러감의 골프웨어 「보그너」, 남성패션 「커터앤벅」과 「BOB」로 패션사업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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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콘텐츠사업부’ 뉴 맵 중심에 서다

    제화와 패션 카테고리로 수많은 변화와 테스트를 거친 DFD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공간 플랫폼 사업을 그리기 시작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수익 구조의 개선을 위해 백화점 중심 유통을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독자적인 공간과 플랫폼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박 회장은 ‘뉴콘텐츠사업부’라는 부서를 만들어 구체적으로 그 맵을 펼쳤다.

    AK백화점 여성복 바이어 출신인 한기능 전무를 중심으로, 부서의 95%를 유통과 패션 등 여러 필드에서 경력을 쌓은 외부 인력으로 충원했다. 외부 인력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인 제화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박 회장은 뉴콘텐츠사업부를 직속 부서로 관리하며 비전을 나눴다. 이들은 8년 동안 ‘달아울렛’과 「슈스파」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갖가지 시행착오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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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아울렛은 현재 「나인블럭」 광주점 자리에 있던 직장인 타깃 아울렛이다.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쇼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슈스파」는 잡화SPA를 콘셉트로 기획했지만, 잡화만을 가지고 SPA를 시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DFD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비즈니스, 특히 공간과 콘셉트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DFD 코어 = ‘경험 & 흐르는 에너지’

    용 부회장은 「나인블럭」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시작을 할 수 있는 것도 지난 43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의 결과라고 말한다. DFD의 진짜 코어는 43년의 시간 속에서 쌓은 경험과 감각, 이를 바탕으로 계속 도전하고 상상하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도전하고 상상하는 DNA는 임원진으로부터 시작해 구성원들에게도 그대로 흐른다. 용 부회장은 “구성원 모두가 상상을 합니다. 공간을 만들면 그 공간에서 우리도 상상하고, 직원들한테도 공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방향성이나 동기를 제안합니다. 그렇게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길을 그리는 거고요”라고 말한다.

    이러한 업무 방식은 시간이 걸리고 당장은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아도, 곧 그룹의 내공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이 직접 경험하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역량이 길러지고, 자신감이 쌓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기업 내에 상상과 도전하는 DNA가 흐르고, 이러한 흐름 속에 있기에 멈추지 않고 자발적으로 계속 새로운 것을 내놓는다.



    틀 없는 삶 & 소통에서 핵심 나와

    용 부회장은 “말단 직원부터 대표까지 모두 같은 자리 그 안에서 어떤 생각지 못한 것을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DFD는 회장부터 부회장도 필드에서 함께 일하며 임직원들과 하루에 몇 시간씩 소통하며 비전을 공유한다.

    그는 “우리가 그 구성원이 돼야 같이 호흡할 수 있듯이 우리부터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대표부터 사원들까지 모두 같은 자리에서 의사소통을 하고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핵심이 나옵니다. 우리는 항상 길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성을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게 정답이겠죠”라고 말한다. 그 다음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흐름의 구성원으로 살며 그때그때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찾겠다는 DFD. 이 기업의 코어는 기업에 내재된, 끊임없이 도전하고 상상하는 에너지다.

    ■ mini interview 한기능 l DFD그룹 뉴콘텐츠사업부 전무



    “ DFD의 ‘라이프biz’ DNA 구축할 것”

    “라이프스타일 프로젝트는 인내심이 필요한 사업이다. 보통 브랜드를 론칭하면 3년 안에 승부를 보려 하는데, 라이프스타일과 공간에 대한 비지니스는 대체로 그렇지 않다.

    뚜렷한 매출 성과가 나지 않는 시간들을 견뎌야 하고, 계속 투자하며 소비자 취향에 맞춰 쫓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이 없으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빛을 볼 수 없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계속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인 상태와 의지가 뒷받침되느냐의 문제다.

    DFD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그 스텝을 몸으로 익혀 왔고,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내공을 길렀
    다. DFD는 이러한 연습을 거쳐 지금도 시행착오 중에 있고, DFD그룹만의 라이프스타일 DNA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 패션비즈 2019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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