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브랜드들, 회복 과연?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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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7.02조회수 17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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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속 M&A 확대, 他업종 인수도 늘어~

    패션업계에 M&A 사례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물로 내놓거나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며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새로운 경영진을 만나 변화를 모색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조명했다.






    패션기업 데코앤이부터 여성복 「앤클라인」과 「피에르가르뎅」, 잡화 「엘칸토」,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모던하우스」까지 주인 바뀐 브랜드들이 실적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 주인을 만나면서 새로운 투자를 받아 유통망을 넓히거나 조직을 탄탄하게 다져 성공적인 M&A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목표다.

    패션업계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현재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업체들도 많아진 상태라 앞으로 크고 작은 M&A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회사나 브랜드는 늘어나는 데 반해 적당한 인수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M&A 컨설팅 전문가는 “불경기 속에 나오는 매물은 대부분 경영실적이 바닥을 치고 오너가 더 이상 끌고 갈 여력이 없어 헐값이라도 팔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인수가가 좋게 나와도 부실기업을 떠안는다는 부담감 때문에 사실상 M&A가 성사되기는 어렵다”면서 “오히려 호경기일 때 상호 윈윈하는 M&A가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모펀드부터 IT~건설회사, 패션 접목 뉴비즈를


    그래서인지 패션기업(또는 브랜드)이 동업계에서 인수자를 찾지 못해 사모펀드나 이업종과 만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M&A가 성사된 브랜드들의 행보가 그렇다. 지난 3월 데코앤이를 인수했던 키위미디어그룹은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에게 매각됐다. 이 계약으로 전 대표는 데코앤이 지분 5.9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으며 현재 이 회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작년 8월 데코앤이를 100억원(지분 6.83%)에 인수했던 키위미디어그룹은 7개월 만에 주식을 매각한 케이스다. 전제완 대표는 앞으로 패션과 IT, 콘텐츠 서비스가 융합된 패션테인먼트로 사업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싸이월드는 데코앤이를 통해 코스닥 우회상장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전 대표는 데코앤이와 싸이월드가 공동사업으로 개인 맞춤형 뉴스 서비스 ‘큐(QUE)’의 아이폰(Ios형)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큐’를 기반으로 향후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 미디어 커머스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라 패션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어떻게 키워 나갈지 관심을 모은다.


    데코앤이,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최대주주로


    데코앤이는 여성복 「데코」 「아나카프리」 「나인식스뉴욕」 그리고 프리미엄 진 「씨위」 편집숍 ‘캐시스토어’를 전개하고 있으며 현재 전 브랜드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재정비를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시장 내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재영실업(대표 최영환)의 「피에르가르뎅」은 코스닥 상장업체인 케이디건설(대표 안태일)이 인수자로 나서면서 극적으로 M&A가 이뤄졌다. 지난해 6월 부도처리된 이 회사는 7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으나 12월에 파산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러나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디건설이 뒤늦게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곧바로 패션기업의 오랜 경험이 있는 최영환 대표가 CEO로 합류, 브랜드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이디건설과 극적 M&A 성사, 재영실업 새출발


    신성통상, 슈페리어 등을 거치며 주로 골프웨어에서 활약했던 최 대표는 숙녀복 경험은 부족하지만 브랜드 매출을 키우거나 리뉴얼해 좋은 성과를 거뒀던 이력이 있어 「피에르가르뎅」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피에르가르뎅」은 백화점 15개점, 아울렛 10개점, 대리점과 직영점 10개점 등으로 총 35개점을 전개하고 있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은산글로벌(대표 김홍선)은 성창인터패션에서 전개해 온 여성복 「앤클라인」과 「메케나」를 작년 12월1일자로 인수했다. 성창의 여성의류사업부를 인수한 이 회사는 청주 에버세이브 쇼핑몰을 운영하는 은산유통(대표 정인걸)이 패션사업을 위해 신규로 설립된 곳이다.


    은산유통 품에 안긴 「앤클라인」 변화 최소화


    「앤클라인」은 백화점 중심으로 80여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커리어 조닝에서 고정고객층이 탄탄한 편이라 회사가 바뀐 상태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 가고 있다. 김홍선 대표는 인수되기 직전에 여성의류사업부 부사장으로 영입된 인물로 여성복 시장의 노하우를 갖고 있어 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신규에 가까운 컨템포러리 여성복 「메케나」는 에이지를 약간 높여 3040 커리어우먼을 공략한다. 원브랜드 매장 개념이 아닌 편집형 브랜드로 탈바꿈하면서 신상품 출고가 빨라졌으며 트렌드에 맞게 변화해 차별화를 꾀한다.

    「메케나」는 지난해 대백아울렛과 송도 트리플스트리트점 등 2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올 상반기에는 마리오아울렛 구로점, 대구백화점, 모다아울렛 순천과 진주 그리고 청주에 위치한 에버세이브 등 모두 7개점으로 유통망을 가져간다. 하반기에는 7~8개점 정도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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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K 만난 「모던하우스」, 3년 내 1조 브랜드!


    이랜드그룹의 구조조정이 숨가쁘게 이뤄진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모던하우스」의 매각이었다. 작년 5월 MBK파트너스는 7000억원에 「모던하우스」와 「버터」를 M&A해 현재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상태다. MBK파트너스는 신규 법인 엠에이치앤코(대표 오상흔)를 설립해 전개하고 있다.

    오상흔 대표에 이어 김정호 부사장 등 이랜드 출신들이 경영진에 합류한 가운데 「모던하우스」와 「버터」의 모든 조직이 그대로 흡수됐기 때문에 상품기획 면에서 혼선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영업 부문은 한층 강화해 매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점이 주목된다.

    인수 당시 52개점이었던 「모던하우스」는 현재(6월 중순 기준) 68개점, 13개점이었던 「버터」는 25개점으로 불과 1여년 만에 급격히 유통망을 확장했다. 기존에는 이랜드리테일의 뉴코아를 중심으로 전개해 왔다면, 주인이 바뀐 후에는 백화점 • 복합쇼핑몰 • 대형마트까지 채널을 다각화했으며 앞으로 자사 온라인몰도 활성화해 O2O 서비스를 실현할 예정이다.


    이랜드 SK-케이프증권에 「엘칸토」 지분 70% 팔아


    연매출 3000억원으로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왔던 「모던하우스」는 3년 내 1조원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MBK파트너스는 네파와 홈플러스에 이어 「모던하우스」까지 품에 안으면서 패션유통업계에 큰손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계속해서 인수할 기업이나 브랜드를 물색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이랜드그룹의 별도 법인으로 운영했던 「엘칸토」도 작년 8월 SK증권-케이프투자증권PE에 지분 70%를 405억원에 매각했다. 이혁주 대표 등 「엘칸토」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유지된 가운데 매출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2011년 기업회생절차 중이던 「엘칸토」를 인수해 자사 유통망을 비롯한 영업채널을 확대해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왔다.

    「엘칸토」는 앞으로 중저가 슈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기존에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던 기성화 비중을 줄이는 대신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맞춤 수제화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안하면서 매출에 탄력을 받고 있다.


    **패션비즈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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