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 「갭」 VS 「자라」 한판 승부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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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7.06조회수 15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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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 브랜드는 비싸다’라는 고정관념을 깬 「갭」과 「자라」.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의 등장은 국내 아동복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가격은 내셔널 브랜드 수준이면서 방대한 스타일과 디자인, 스피드, 브랜드 인지도 등을 확보하고 단기간에 소비자들을 휘몰아 가고 있다.

    「자라」보다 1년 앞서 국내에 정식 진출한 「갭」은 키즈만 별도의 유통망을 전개하면서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반면에 「자라」는 키즈를 독립시키지 않고 사이즈가 되는 매장에서 함께 선보이면서 「자라」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끌어 나가고 있다.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의 「갭」과 유러피언 빈티지 「자라」 가운데 키즈 배틀에서는 과연 누가 강자로 떠오를까.

    아직까지는 「갭」이 앞선다. 일단 신세계를 등에 업고 초반부터 본점 강남점 등에 대형숍을 오픈해 여러 국내 브랜드를 기죽였다. 매장을 열었다 하면 월 2억~3억원을 올리는 매출은 아동PC 전체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숫자로 기록되고 있다. 평당 효율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갭」과 다른 노선을 걷는 「자라」는 현재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 결국 「자라」를 입는 여성 마니아층이 남성과 아동으로 퍼진다는 계산 아래 고객 스스로가 움직이길 바라는 눈치다.

    실용성 「갭」, 트렌드 「자라」 각각 앞서

    「갭」은 0~14세, 「자라」는 2~14세를 타깃으로 한다. 「자라」 역시 신생아 라인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갭」의 경우 0~24개월 베이비 라인이 22%로 비중있게 전개되며, 매출도 상당하다. 「갭키즈」 측은 “국내 브랜드에 없는 우주복 스타일, 내복 개념이 아닌 외출복 디자인이 인기가 높다”면서 “앞으로 베이비 라인의 물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브랜드 모두 매출은 토들러가 이끌고 있다. 「갭」은 남아와 여아의 판매율이 거의 비슷한 반면에 「자라」는 여아 판매율이 높다. 가격은 「자라」가 조금 저렴하다. 티셔츠의 경우 「갭」은 2만7000~3만9000원이며 「자라」는 9000~2만2000원, 원피스의 경우 「갭」은 5만5000~9만9000원이며 「자라」는 4만9000~5만9000원이다. 「갭」은 전통적인 아메리칸 스타일로 티셔츠 카고팬츠 데님 등을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한다. 디자인은 심플하며, 컬러는 톤다운돼 세련된 느낌을 준다.

    「자라」는 트렌디한 캐주얼로 시즌별 유행 아이템을 제안한다. 아동복 같지 않은 디자인과 컬러감이 특징이며, ‘자라다운 스타일’로 승부하고 있다.





    「갭」 오픈했다 하면 월 2억~3억 거뜬

    국내 소비자 사이에는 「갭」이 더 친숙하다. 베이직한 상품 구성, 실용적이고 활동적인 디자인 등이 선호하는 이유다. 반면에 「자라」는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주로 「자라우먼」을 입는 엄마들이 아이와 맞춰 입는 경우가 많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이 전개하는 「갭키즈」는 지난 2007년 8월 국내에 선보인 이후 빠른 속도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첫 시즌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237.6㎡)과 본점(234.3㎡)에 오픈하면서 월평균 2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유지해 왔다. 올해에만 신세계 센텀시티점, 대백플라자, 현대 목동점 등 3곳을 추가했다. 또 하반기에 경방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현대 신촌점 등을 예정하고 있다.

    목동점은 국내 최초의 성인과 아동을 통합한 콤보숍으로서 594㎡ 규모를 자랑한다. 앞으로 이같은 콤보숍을 2~3개 추가할 예정으로 타임스퀘어가 여기에 속한다. 「갭」에서 키즈&베이비 라인을 맡고 있는 배민정 과장은 “이제까지 성인과 아동이 각각 별개의 영업을 펼쳤으나 이번 콤보숍을 계기로 함께 전개했다. 아동의 경우 백화점 아동 PC 면적 한계로 유통망 확장에도 한계가 있어 콤보숍 같은 유통망을 필요로 했다. 뉴본에서부터 토들러 키즈 성인 남녀 캐주얼 등이 한곳에 어우러져 가족 단위 고객의 유입이 많아 매출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목동점의 경우 지난 5월 월매출 5억원을 기록했다.

    「갭키즈」는 181.5~198㎡ 규모로 규정짓고 있어 백화점 측과 상호 조율 없이는 볼륨화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베이비와 키즈를 각각 독립시켜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다양한 유통 환경에서 적응 능력을 검토중이다. 「갭키즈」는 오는 2013년까지 총 35개 매장에서 연매출 600억원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자라」 우먼에서 맨·키즈로 매출 확대

    자라리테일코리아(대표 이봉진)가 전개하는 「자라키즈」는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엠플라자점 2층에 문을 열면서 출발을 알린 데 이어 올해 2월 대구 동성로점 2층에 매장을 추가했다. 또 분당점에는 지난 5월 고객요청에 의해 키즈 섹션을 마련했다. 명동점은 186.10㎡, 동성로점은 202.4㎡ 규모다. 「자라」 성인복과 마찬가지로 매주 두 차례 스페인에서 도착하는 신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전세계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빠르게 만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자라우먼」 섹션에서의 최신 유행 제품을 「자라걸」에서도 접할 수 있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코디하기에 좋다.

    남아와 여아 모두 2~14세를 타깃으로 하며, 핫 & 트렌드 디자인과 캐주얼 및 베이직 3개 테마로 상품이 전개되고 있다. 의류뿐 아니라 모자 벨트 스카프 등 액세서리와 신발 등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풀 코디네이션 착장이 가능하다. 올해 「자라」는 10개 정도 매장을 확보하고 그 가운데 키즈는 1개 점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8월 전라도 광주점 신규 오픈 시 키즈 매장을 추가한다. 「자라」 스페인 본사 측에서 통합 숍 외에 유통 전개를 불허하고 있으며, 우먼 맨 키즈를 하나의 「자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규모가 되는 숍에 한해 키즈가 선보일 전망이다. 「자라키즈」는 앞으로 한국 아동복 시장에서 디자인과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도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자라」의 홍보 담당 백아름 팀장은 “키즈만 별개로 보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영업 계획은 없다”면서 “매장 사이즈 및 상권 등 조건만 맞으면 되도록 우먼 맨 키즈를 전부 갖춘 매장을 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갭」이나 「자라」 모두 전 라인을 갖추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 「갭」은 의류를 중심으로 양말 신발 모자 등 연계되는 액세서리류만 판매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아동 침구류를 비롯해 유모차와 각종 발육기, 심지어 유아교육 시리즈 등이 토털화돼 있다. 「자라」 역시 베이비 라인이 배제돼 있으며, 스타일 수도 꽉 채워져 있지 않다.

    이미 글로벌 브랜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국내 매장에서 100%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국내 구매보다 온라인이나 해외 구입을 더 선호하고 있다. 한국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오리지널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누가 더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가격 체감까지 맞춰 주느냐가 대결에서 승리하는 최후의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스기사1 =================================================================================================
    INTERVIEW with Consumer
    글로벌 브랜드와 친숙한 소비자 3명을 만났다. 모두 해외 경험이 많고 패션을 추종하는 워킹 맘으로, 자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갭」과 「자라」를 즐겨 입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옷까지 입히게 됐다고. 실소비자로서 두 브랜드의 냉정한 평가를 의뢰했다.

    1. 「갭」이나 「자라」는 주로 어디서 구매하는가.




    김정효: 영국이나 미국 출장이 자주 있다. 갈 때마다 반드시 매장에 들러 구매한다.
    정여진: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구매를 자주 한다.
    양은영: 국내에서는 백화점이지만 주로 해외여행 때 구입한다.

    2. 구매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김정효: 「갭」이나 「자라」를 보면 한국 브랜드의 거품이 느껴진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동경도 있어 내 아이가 입었을 때 자부심, 선물할 때의 만족도가 높다.
    정여진: 국내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싸고 선택의 폭이 넓다. 또 우리나라 브랜드는 컬러 채도가 높아 좀 유치해 보이는데, 해외 브랜드는 톤다운된 컬러와 심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양은영: 디자인이 세련되고 아이들이 입기에 편하다. 해외에서 살 때 가격이 너무 좋았다.

    3. 「갭키즈」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김정효: 한마디로 저렴하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세련된 맛이 있다. 늘 같은 디자인인 것 같지만 항상 변화가 있다. 결정적으로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고, 입었을 때 아이가 편안해한다.
    정여진: 가격 경쟁력이 가장 좋고 디자인이 다양해 매장에 갈 때마다 구매하고 싶은 아이템이 생긴다.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돼 있고 풀 코디네이션 착장도 마음에 든다.
    양은영: 애들 옷을 살 때 주로 편안함에 맞추는데, 편안하면서 디자인도 예쁘다. 한국에서는 고급 브랜드로 알려져 있어 프라이드가 생긴다.

    4. 「갭키즈」의 단점은 무엇인가.
    김정효: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교환이 안 되는 점이 불만족스럽다.
    정여진: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것 같다.
    양은영: 미국에 비해 국내에서 구입할 때 가격이 비싸다.

    5. 「자라키즈」의 강점은 무엇인가.
    김정효: 「자라」 성인 라인을 축소시킨 느낌이어서 성장의 느낌이 들게 한다. 외출할 때 나들이옷으로 입히면 ‘멋쟁이’라는 소리를 꼭 듣는다.
    정여진: 성인 「자라」와 마찬가지로 컬러감이 독특하다. 국내 브랜드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양은영: 디자인이 트렌디하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브랜드다.

    6. 「자라키즈」의 단점은 무엇인가.
    김정효: 세탁하기 힘든 제품들이 있다. 세탁소에 맡기자니 아깝고, 일일이 손빨래를 하려니 한두 벌도 아니고 너무 힘들다.
    정여진: 사이즈가 국내와 달라서 사 놓고도 제대로 못 입힌 적이 있다.
    양은영: 멋스러운 만큼 편안함에서는 떨어지는 것 같다.

    7. 「갭」과 「자라」 가운데 선호하는 브랜드와 이유는.
    김정효: 「갭」이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데 벌써 어른 옷을 입고 지낸다면 재미없을 것 같다.
    정여진: 어느 한쪽을 선호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달라진다. 「갭」은 국내 매장도 여러 곳에 있고, 온라인 쇼핑도 편리해서 좋다. 「갭」 사이트에 들어가면 「올드네이비」 등 다른 브랜드와 함께 있어 구매가 편한 것도 장점이다. 「자라」는 특이한 디자인과 패턴 등을 차별화해 우리 아이가 입었을 때 특별해 보인다.
    양은영: 「갭」이다. 아들만 셋이다 보니 편안하고 활동적인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 본다.

    8. 「갭」 「자라」 외에 선호하는 해외 브랜드가 있다면.
    김정효: 「짐보리」를 좋아한다. 「갭」에서는 볼 수 없는 알록달록한 색상이 좋다. 특히 딸이 있는 집은 머리부터 발끝으로 「짐보리」로 코디하면 인형 같더라. 딸을 낳으면 「몬순」 「로라예슐리」 「까샤렐」 「오일릴리」를 입히고 싶다.
    정여진: 「올드네이비」 「칠드런플레이스」 「보든」 「H&M」 등.
    양은영: 캐주얼하면서도 격식이 있어 보이는 「폴로」를 좋아한다. 어느 자리에서나 입어도 잘 어울린다.

    박스기사2 ===================================================================================================

    「유니클로」 키즈 라인 매출도 쏠쏠~
    일본의 「유니클로」가 국내에 런칭한 건 지난 2005년 9월이다. 키즈 라인은 2여 년이 지난 2007년 12월에 첫선을 보였다. 현재 서울 명동점과 롯데마트 월드점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유통망 추가 계획은 없다. 아직 키즈 라인은 시장 테스트 단계로, 몇 개 매장에서만 시범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고객 반응에 따라 차후 전략이 나올 전망이다. 「유니클로」는 무엇보다 착한 가격이 최대 강점이다. 올해 여름 시즌용으로 출시해 히트한 아이템인 메시 소재로 만든 V네크 라인의 스포티한 티셔츠는 1만원이다. 흡한속건 기능의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한 이 제품은 국내 여타 브랜드와 가격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성인 의류와 마찬가지로 「유니클로」 키즈 라인 역시 베이직한 디자인과 하이 퀄리티, 리즈너블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품은 토들러(110, 120)가 20%, 키즈(130, 140)가 60%, 주니어(150)가 30% 비중으로 전개된다. 남아와 여아 비율은 6 대 4로 남아가 조금 높다. 아이템은 팬츠 티셔츠 스커트 등이 메인 상품이며, 모두 1만원부터 시작한다. 이 밖에 원피스가 14만9000원, 재킷 및 점퍼가 19만9000원부터 각각 나와 있다.
    「유니클로」는 앞으로 패밀리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 정착할 방침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즐기는 브랜드로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유니클로」가 총 23개점에서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운데 키즈는 2개점에서 7억원을 올렸다. 올해 「유니클로」는 총 27개점에서 1800억원을 목표하고 있으며, 키즈 라인은 2개점에서 1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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