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낫, 마크곤잘레스, 이벳필드, Lee…
    스트리트 악동 배럴즈, 기업가치 1조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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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7조회수 26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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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부터 상승곡선을 타더니, 올해 결국 930억원이라는 매출 목표를 목전에 두고 있는 배럴즈(대표 윤형석)가 스트리트 신(SCENE)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다양한 이종산업과의 끊임없는 컬래버레이션과 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공략한 오프라인 유통 확장과 라이선스 사업에 대한 확실한 노하우 등이 배럴즈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으로 꼽힌다.

    배럴즈의 역사는 공식적으로는 2008년부터 시작됐지만, 회사 기반과 틀을 닦은 윤형석 대표는 대학교 2학년 때인 2001년부터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업을 했던 이가 바로 무신사 조만호 대표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유통과 브랜드의 대표로서 서로에게 큰 시너지를 주며 비즈니스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다.

    윤형석 대표는 배럴즈의 성장에 대해 “2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온 것 같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멀티숍과 중고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오픈하는 등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이렇게 한 우물만 팠기에 더 다양한 데이터가 쌓였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올해 930억 매출 예상, 마곤 상승세 한몫

    배럴즈는 2008년 자체 브랜드 스트리트 캐주얼 ‘커버낫’ 론칭 이후 5년간 연매출이 10억원 미만이었다. 이들이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대중성’에 무게를 두고 1020세대 고객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2018년 280억원가량으로 점프업했다. 꾸준한 브랜드 헤리티지를 키워 나가고, 온라인 캐주얼의 홍수 속에서 좋은 퀄리티에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이들은 브랜드가 로열티만으로 살아남는 시대는 지났다고 판단해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춰 바뀔 수 있는 확장성을 커버낫 DNA에 심었다. 커버낫이 지난 3년간 수많은 이종산업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것도 이 전략에 대한 일환이다. 남들보다 앞서서 진입한 오프라인 유통 확장 역시 ‘신의 한 수’였다.

    커버낫은 아울렛과 대형몰, 신세계 강남점 등 오프라인 중에서도 고객이 끊임없이 몰릴 수 있는 곳으로만 차근차근 유통망을 넓혔다. 2018년 12개였던 오프라인 스토어는 현재 17개로 늘어났으며 신세계 강남점과 스타필드 고양점 등에서 조닝 가운데 톱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17개의 탄탄한 오프라인망은 온라인으로 한계를 느끼는 다른 스트리트 캐주얼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반기에는 유통망 3곳을 더 오픈할 예정이며 내년까지 30개 오프라인 유통을 목표로 한다.



    오프라인 유통 선점, 온라인 한계 극복

    2018년 연매출 30억원도 채 되지 않던 ‘마크곤잘레스’ 역시 올해 단일로 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크곤잘레스의 성공 요인은 △공격적인 버스셸터 마케팅 △마크곤잘레스라는 아티스트 DNA를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으로 풀어낸 것 △무신사와 쇼케이스 협업 등으로 꼽힌다. 에인절 로고를 활용한 시원한 그래픽으로 1020세대 고객을 확실히 잡은 것이 주효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탄탄하게 구축한 콘텐츠 홍보와 S사이즈 확충은 주력 유통인 무신사와 함께 화력을 일으켜 1020세대 고객은 물론 여성 고객 유입을 대폭 끌어올렸다. 마크곤잘레스는 고유의 시그니처 에인절 로고를 통해 다양한 그래픽을 베리에이션하고 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잡혀 있기 때문에 어떤 컬래버레이션과도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렇듯 배럴즈는 라이선스 브랜드의 확장을 ‘스텝 바이 스텝’ 전략으로 성공시키고 있다. 소비자를 먼저 설득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설득을 당한 다음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얹어 마케팅 콘텐츠로 활용하며 리스크를 줄인다.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무조건적으로 예뻐 보이는 상품 이 두 가지 철칙이 일단 기본이다.



    데님 브랜드 ‘리’ 론칭, 스텝 바이 스텝 전략

    브랜드의 외형 확장은 상품 확대와 유통 확대 두 가지로 크게 나뉘는데, 상품 확대는 이렇게 고객의 취향에 맞춰서 차근차근 진행하고 유통 확대는 초반에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를 확실하게 잡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온라인을 선점하고 나면 오프라인에 대한 니즈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연구하는 팀원 마인드셋이 배럴즈의 중요한 키다.

    마크곤잘레스, 이벳필드, 프룻오브더룸 등 수많은 라이선스 브랜드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배럴즈는 올해 12월 미국 진 브랜드 ‘리(Lee)’를 국내에 공식 전개한다. 그간 병행수입으로 전개해 온 리가 공식적으로 국내에 라이선스 브랜드로 진출하는 셈이다. 리 사업부장은 네이버라인프렌즈 출신 곽진일 차장이 맡아 진행하지만 상품에 대한 A TO Z는 윤 대표가 직접 컨트롤한다. 리 라이선스 계약은 우선 5년간 맺었다.

    리는 단순한 데님 브랜드를 넘어 1020세대에게는 새로운 브랜딩을 심어주고, 30대에게는 잊힌 향수를 다시 추억하게 하는 레트로 브랜딩으로 다가간다. 각 타깃 소비자층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콘텐츠를 세운 다음 리의 아이덴티티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정식 론칭은 12월이지만 맛보기로 F/W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다. 주력 유통은 무신사이며 오프라인 유통은 차근차근 늘린다.

    조직 변화 과도기, 2023년 주식 상장 계획

    새로운 조직 세팅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조직 개편을 통해 급물살을 탔다. 브랜드 상품기획 부장으로 F&F 엠엘비 출신 변대호 부장이 자리했고, 디스커버리 출신 임승인 차장이 소싱과 생산을 맡는다. 변 부장은 앞으로 사업부장(브랜드매니저, BM)의 형태로 마크곤잘레스와 이벳필드를 담당한다.

    커버낫은 브랜드 론칭 초반부터 함께하며 10년간 배럴즈에 몸담았던 최상원 차장이 사업부장 역할을 맡게 됐다. 윤 대표의 디렉터 역할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앞으로는 윤 대표가 브랜드의 기획과 디자인을 모두 관장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 내는 경영 CEO로 무게추를 이동한다. 많은 인재가 배럴즈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내부 조직을 세밀화한다.

    윤 대표는 “오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1조로 만드는 게 목표다. 해마다 브랜드를 늘려나가며 성장할 계획을 지니고 있다. 신선한 재료를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요리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배럴즈 역시 어떤 브랜드를 가져다 줘도 우리만의 식으로 맛있게 요리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컴퍼니가 되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기업가치 1조 겨냥, 브랜드 지속 확장 예정

    2008년 5명의 직원에서 시작한 커버낫이 국내 대표 스트리트 캐주얼로 자리잡고, 라이선스 사업의 원초가 된 2001년 멀티 온라인 편집숍 ‘비타이트’가 진화해 현재의 배럴즈까지 온 것처럼 이 회사는 지금까지 끊임없는 변화를 거듭해 왔다.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수많은 제도권 컴퍼니들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배럴즈의 성장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스트리트와 온라인 업계의 정석이 되고 있다. 배럴즈가 걸어온 지난 20년의 길은 단순히 이 회사가 온라인의 힘을 업고 성장했다고 판단할 수 없게 하는 지표다. 이들은 분명 지금의 성공신화를 넘어 또 다른 목표를 통해 부단히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공하는 컴퍼니의 바른 자세다.





    interview with 윤형석 l 배럴즈 대표
    “가변성 지닌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패션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 시작점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대학생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그 당시 멀티숍 비즈니스에 눈을 빨리 떴다. 이때 유학생 친구한테 온라인 멀티숍 사이트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슈프림과 나이키 한정판 등을 모은 멀티 플랫폼 ‘올스트릿’을 오픈해 8년가량 운영했다. 그 당시는 이커머스가 걸음마 시절이었고, 이때 무신사의 조만호 대표도 프리챌에서 비슷한 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관심사가 비슷하고 서로 시작한 시기와 플레이 그라운드가 같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조 대표와는 지금까지 플랫폼-브랜드 간 가장 효율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서로 탐구하고 연구한 비즈니스 파트너 사이다. 나는 플랫폼 사업에서 콘텐츠 메이커로 변화한 셈이지만, 조 대표는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무신사에 잘 팔릴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 좋은 품질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무신사는 이를 잘 활용해 홍보해 주기 때문에 서로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은 사업이다. 우리 브랜드가 잘 팔려야지만, 무신사와의 관계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심플하고 쿨한 관계다.”

    -20년 전 이커머스를 시작한 동기는.

    “올스트릿을 8년간 운영했고, 중간에 ‘비타이트’라는 셀렉숍으로 명칭을 바꿨다. 비슷한 시기에 중고 프리미엄 제품을 모으는 현재의 중고 거래 마켓 ‘라운드업’도 론칭해 운영했다. 10년도 훨씬 전의 중고 시장은 우리가 직접 고객을 방문해 물건을 일일이 모으는 방법밖에 없어서 애로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라운드업을 통해 여러 브랜드의 진가품을 확인하는 눈높이를 길렀고, 브랜드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졌다.”

    -브랜드 사업은 언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온라인 멀티숍을 운영하면서 3년 정도 일본에서 체류했다. 이때 도쿄 빈티지숍의 성지인 코엔지 부근에 살면서 수많은 브랜드를 경험했다. 일본은 빈티지와 스트리트 의류에 대해서는 그 당시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웠고 이는 배럴즈 회사 운영의 자양분이 됐다. 더 이상 멀티숍이 아닌 내 ‘브랜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대는 중고 · 빈티지 · 수입 등 다양한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바쳤다면, 30대부터는 자체 브랜드 기획과 유통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12년 전 10억원에서 올해의 성과까지, 성장속도 비결은.

    “20년간 패션계에서 한 우물만 판 노하우가 축적된 게 지금의 자리에 온 것 같다. 나는 디렉터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아직까지 모든 브랜드의 기획과 최종 컨펌을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 그간 다양한 브랜드의 디스트리뷰터 역할을 해 오며 실패도 많았지만, 그에 대한 경험치를 쌓았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한 로열티만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확장성’을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한다. 커버낫, 이벳필드, 마크곤잘레스, 리(Lee)까지 우리가 전개하는 모든 브랜드는 이 가변성을 분명히 지니고 있다.”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직원들한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일방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역으로 소비자에게 설득을 당한 다음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얹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를 국내 고객의 입맛에 맞게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늘 새로워야 한다. 나 윤형석이라는 사람이 TPO에 맞게 옷을 바꿔가면서 입어도 나 자신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브랜드 역시 다른 색을 얹어도 아이덴티티의 핵심은 놓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마다 고객을 세분화해 차별화를 둔다. 커버낫과 마크곤잘레스의 경우에는 1020세대를 확실하게 잡는 게 목표였고, 올해 론칭하는 리의 경우에는 보다 정밀한 타깃 설정이 필요할 것 같다.”

    -최근 배럴즈 내부 인원 교체가 많았다. 이유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최근 1년이 가장 격변의 시기였던 것 같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늘 생기는 것이 인력에 대한 이슈인데, 현재를 배럴즈라는 회사가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각 브랜드의 기획과 디자인의 시작과 끝을 내가 관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각 브랜드의 사업부장에게 힘을 실어 주고, 나는 이들을 끌어내고 키워 갈 수 있는 경영의 길로 접어들어야만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느낀다. 2023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

    -수많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애쓰는 기업문화에 대해 말해 달라.

    “CEO의 입장에서 기업문화는 늘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배럴즈는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고객 돈으로 디자이너 개인의 자아실현을 하지 말자는 게 원칙이다. 디자이너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패션은 한계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아이템을 최우선으로 삼고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연구한다. 브랜드는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 등 배럴즈의 다음이 궁금하다.

    “올해 12월 회사가 처음 시작됐던 마포 서교동에 사옥을 지어 귀환한다. 새로운 터닝업이 시작될 것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스텝 바이 스텝 전략으로 천천히 성장해 왔다. 깜깜한 방 안에서 어디가 천장이고, 어디가 바닥인지 찬찬히 짚어 보면서 사업을 키워 왔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다. 국내 알루미늄 회사가 캠핑 브랜드 헬리녹스를 키워낸 것처럼 기술력이 살아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평소의 취미는 무엇인가.

    “책읽기와 서핑을 좋아하고 위스키를 마시고 모으는 일을 매우 즐긴다. 배럴즈의 사명 역시 술을 숙성시키는 ‘오크통’에서 따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안겨 주는 회사가 되라고. 근데 이 사명 역시 오해의 소지가 많아서 이번 사옥 이동과 동시에 바꿀 예정이다. 올해 12월은 리(Lee)의 공식 론칭, 사옥 이동, 사명 변경 등 많은 이슈가 몰릴 것 같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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