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시마무라, 「뱅뱅」 주목

    bkp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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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3.07조회수 16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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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처럼 화려하지도, 「TBJ」만큼 정교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현재 내셔널 캐주얼 브랜드 중에서 매출 볼륨이 가장 큰 브랜드는 40년을 쉼 없이 달려온 ‘철마(鐵馬)’ 「뱅뱅」의 몫이었다. 뱅뱅어패럴(대표 권종열)에서 전개하는 이 브랜드는 지난해 210개 매장에서 20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뱅뱅」이 달성한 2000억원의 의미는 단순한 브랜드의 볼륨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IMF 이후 무려 13년 만에 다시 20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대단한 오뚝이 정신으로 일궈낸 또 하나의 드라마이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과거 전국 250개점에서 매출 2000억원을 거뒀던 이 브랜드는 외환위기 당시 점포가 한꺼번에 100개 이상 이탈하고 매출이 400억원으로 1/5토막 나는 ‘대참사(?)’를 겪었다. 리런칭 브랜드를 포함해 2000억원대 이상 외형의 브랜드가 500억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다시 2000억원대로 회복한 경우는 국내 패션 역사상 「뱅뱅」이 유일하다.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뱅뱅」이라는 브랜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가다. 국내 패션기업 모두가 원하는 시대를 리드할 만한 상품력이나 막강한 기획력이 아닌, 철저한 사전작업과 브랜드의 기초체력이 밑바탕 된 결과다. 단기간 안에 승부를 내 엄청난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을 성공으로 인식하는 지금의 세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을 택했고, 그 결과 13년간 눈에 띄지 않지만 매년 조금씩이나마 끊임없이 성장하며 오늘날의 결과를 가져왔다.




    IMF시절 400억 참사 이후 ‘대반전’

    라서 이 브랜드의 매출상승곡선의 기울기는 여타 브랜드에 비해 가파르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국내에서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 중에서 「뱅뱅」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브랜드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비교는 무의미하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심지어 캐주얼 조닝에서조차 경쟁관계로 보는 브랜드가 없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한 「뱅뱅」. 그러나 당대 캐주얼 톱클래스의 외형을 보유한 이 브랜드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리 멀지 않은 나라 일본에서 「뱅뱅」이 13년 동안 보인 매출상승곡선의 기울기를 공유하는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
    이 브랜드의 이름은 SPA 내지 패션전문점으로 불리는 「시마무라(Shimamura)」로 일본 내에서 단일 브랜드 매출로는 「유니클로」에 이어 2번째로 큰 볼륨을 형성한다. 지난 2009년 1139개점에서 4060억엔(약 5조4404억원)을 달성한 이 브랜드는 지난해 1200개점에서 4400억엔(약 5조896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일본 패션기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년 2월 결산, 6월 발표). 2위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시마무라」는 전반적으로 「유니클로」에 비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거의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무리수를 던지며 엄청난 성장을 거듭한 「유니클로」에 비해 화려하다고 할 수 없는 존재감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조금씩이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시마무라」는 「유니클로」보다 내구력이 강한 브랜드로 인식된다. 상당수의 패션관계자는 지난 20년간 경기침체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 열도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남을 브랜드로 「시마무라」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다.


    직영점만 72개 확보, 국내 최다 기록

    론 「뱅뱅」을 「시마무라」에 직접적으로 견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수, 소득수준, 생활 정서에서 비롯된 패션시장 규모 자체가 판이하고 브랜드별로 시스템과 점포수, 기획 스타일수, 상권 개발상황 역시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나라별 격차를 인정하고 브랜드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서로 닮은 DNA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두 브랜드를 지탱하는 ‘척추’는 유통이다. 지난해 12월 1200호점인 도쿄 우라다역점을 오픈한 「시마무라」는 기본적으로 직영체제로 움직인다.
    「뱅뱅」은 국내에서 최다 직영점을 보유한 브랜드로 210개점 중 1/3인 72개점을 본사에서 직접 컨트롤한다. 중요한 것은 직영점의 개수가 아닌 그 목적에 있다. 「시마무라」는 유통경비 비율을 21%로 유지한다. 이는 일본 패션업계를 비롯한 전문점 최저수준이다. 이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초창기부터 도후쿠 지방이나 후쿠시마현, 나가노현 등 주로 지방권을 중심으로 출점 전략을 폈다. 도심이 아닌 부도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도시를 타깃으로 출점한 「유니클로」와 부딪칠 일이 없었으며 사실상 경쟁브랜드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 출점전략으로 인한 문제점이 없진 않았다.




    20% 중반대 유통경비지출, 국내 최저

    가장 큰 문제는 면적당 매출에 있어 일본 소매업계 기준으로 1/3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션계를 기준으로 해도 영업효율은 절반 이하다. 그러나 본사의 정보력과 시스템, 물류망 규모로 업계 최저 경비지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시마무라」가 가진 내구력의 비결이다. 상품 배송에 있어서는 일본 전국 7개의 물류센터를 두고 진행한다. 기본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일본에서 「시마무라」의 본사 배송비는 일반 택배비의 1/4도 되지 않는다. 또한 전국 어디든 1~2일이면 도착한다.
    이러한 ‘마른 걸레 쥐어짜기’ 전략으로 8%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8%는 초저가 브랜드에 기대할 수 있는 최대의 영업이익률로 인식된다(하이패션의 최대 기대치는 20%, 일례로 2003년 한섬). 「뱅뱅」도 이 부분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 이 브랜드는 유통수수료와 중간관리 수수료의 총합이 37%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본다(3년 전까지는 35%였다). 보통 국내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수수료 35~38%와 중간관리 수수료 12~15%를 합쳐 평균 유통경비가 50%에 이르는 상황이 허다한데 「뱅뱅」은 이러한 상황을 철저히 피한다. 따라서 빅3 백화점의 입점은 단 1개점도 없다.


    유통 + 중간관리 수수료, 37% 미만

    통수수료 37% 이하를 기준으로 매장을 출점할 때 국내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통채널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직영점을 포함한 가두점, 대형마트, 아울렛이다. 현재 「뱅뱅」은 가두점과 대형마트에 주로 매장이 포진돼 있으며 올해부터 아울렛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홈쇼핑에서 적지 않게 재미를 보고 있는데 현재 이 홈쇼핑 채널의 수수료는 40% 수준이다. 이 경우 37%를 넘지만 이 40% 안에는 배송비용과 기타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대리점 마진은 국내 업계 최저수준인 30%다. 국내 일부 A급 가두상권에서 40% 이상의 마진과 매출, 인테리어 보장 등을 요구하는 대리점주가 존재하는데 「뱅뱅」은 이러한 상황을 배제한다. 종합적으로 「뱅뱅」에서 지출하는 유통경비는 20% 중반대다. 국내 브랜드 평균이 40% 초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15% 이상 낮은 지출이다. 물류에 있어서는 캐주얼 조닝에서 「뱅뱅」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다. 본사 전체인력 250명 중 물류부문에 속한 인원만 110명이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 여주에 3만9700m²(약 1만2000평)의 물류센터를 완공하면서 한층 더 여유를 가지게 됐다. 기본적으로 「뱅뱅」은 수도권은 직영배송, 지방권은 택배발송을 원칙으로 한다. 배송경비는 관리비와 인건비로 나눠지는데 아웃소싱에 전담하는 것보다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본사에서 컨트롤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수도권은 익일배송, 지방권이라도 이틀이면 배송이 완료된다.




    직영 배송방식, 수도권은 익일 도착

    통에서 발생하는 지출이 현저히 낮다면 그 브랜드에 기대할 수 있는 첫번째 경쟁력은 저렴한 상품가격대다. 일본 패션계의 평균 상품 마크업은 40%인 데 비해 「시마무라」는 30%로 유지하면서 가격은 20% 이상 낮게 책정한다. 이것이 「유니클로」보다 「시마무라」가 더욱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비결이다. 「유니클로」의 가격대를 100으로 본다면 「시마무라」의 가격대는 70~80선에서 책정된다. 2000년대 이후 「뱅뱅」에 일어났던 극적인 변화는 직영점 확보와 함께 위탁제를 구사하면서 초저가를 지향했다는 점이다. IMF 이전 반사입제(사입 후 100% 반품처리)를 고수했던 이 브랜드는 이 제도의 한계점을 느끼고 100% 위탁제로 돌아섰다.
    「뱅뱅」으로서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현실과 타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상품가격대에도 변화를 줬는데 중가에서 초저가로 가격대를 대폭 낮추면서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캐주얼 업계의 평균가격대에서 절반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신상품이 출시되자마자 50% 세일이라는 파격적인 수를 던졌다. 가령 다른 브랜드에서 2만원짜리 티셔츠를 출시한다면 「뱅뱅」은 2만원의 태그가를 적용하되 실제 가격은 1만원으로 판매했던 것이다. 이는 이후 캐주얼 조닝에서 1+1 전략 등으로 변형돼갔다. 또한 「뱅뱅」은 기본적으로 재고를 소진하는 특정매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국 직영 매장에서 2년차 상품까지 취급한다.


    신상품도 50% 세일 적용, 초저가 전략

    한 대리점의 당기 시즌 상품의 반품절차도 시즌 종료 후 즉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을상품의 경우 이듬해 5월 중 수거한다. 3년차 이상 재고는 재고전담업체로 전량 넘긴다. 이 같은 독특한 시스템으로 재고수량문제를 해결하고 50% 세일가 적용과 1~2년차 재고상품의 조합으로 초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이 이미지는 최근 홈쇼핑에서도 전달하고 있다. 주마다 5편씩 방송되는 홈쇼핑에서 세트판매를 독려하고 남은 재고는 전국매장에서 소화된다. 「시마무라」와 「뱅뱅」은 인사정책에서도 상당히 닮았다. 단적으로 부문별 스페셜리스트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를 중시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시마무라」는 이 제너럴리스트 전략을 극단적으로 구사하는데 전체 인력 중 과반수를 시급제 아르바이트로 충당한다. 패션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채용한다는 사실보다 일반인이 업무를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물샐 틈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시마무라」에서 가장 특징적인 포지션은 컨트롤러(Controller)와 바이어(Buyer)다. 컨트롤러 제도는 1984년 「시마무라」가 50개 매장을 넘어서자 구축했다. 컨트롤러는 모든 점포의 재고관리와 매장 간의 이동 등 매장운영에 관련된 총체적인 현장작업을 지시하는 본사요원이다. 일반적으로 슈퍼바이저의 역할과 비슷하지만 컨트롤러와 바이어가 하나의 상품품목에 대응해 각각 2명씩, 총 4명이 한 팀을 이루고 암수한몸이 돼 움직인다는 점이 차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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