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패션 · 유통 선순환 해법은?⑥
    디지털 경영↑ “정확해야 산다”

    김숙경 발행인
    |
    18.02.01조회수 1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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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을 넘어선 어큐레이트 패션(Accurate Fashion)이다.” 연매출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자라」가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변에 확장 오픈한 자라리테일코리아(사장 이봉진)의 「자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이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1700㎡의 두 배 규모인 3400㎡로 문을 연 이곳은 영업면적 2271㎡의 넓디넓은 판매 공간에 직원 수는 점장 포함 80명이 전부다. 이들이 주 2회 입고되는 신상품의 입출고뿐만 아니라 판매 및 반품 처리, 재고 관리, 고객 응대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있다.

    실평수 10평(33㎡) 남짓한 판매 공간에 점장 포함 3명이 투입되는 국내 패션매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70배나 규모가 큰 이곳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명 이상이 투입돼야 함에도 20명이나 적은 수의 인원으로 이러한 일들을 척척 해내고 있다. 과연 어떤 비법이 있는 것일까?

    「자라」 패스트패션 뛰어 넘어 어큐레이트 패션을

    핵심은 RFID*에 있다. 옷이나 액세서리 등 모든 아이템에 붙어 있는 RFID 칩은 해당 아이템의 컬러, 사이즈, 위치, 판매량 등 모든 정보가 저장돼 있다. 원피스가 한 장 팔리면 5층 재고관리실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해 똑같은 사이즈의 동일 디자인 옷을 바로 채워 놓을 수 있다.

    강남점처럼 3300㎡(1000평) 넘는 매장에 가득 쌓여 있는 재고 물량 실사도 한 사람의 인력이 반나절이면 거뜬히 해낸다. RFID 리더기를 손에 들고 매장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모든 상품 정보가 한꺼번에 읽혀 중앙 컴퓨터로 보내지고, 이를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디텍스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시스템과 온 · 오프라인 옴니채널, 빅데이터 분석 기술도 고객이 뭘 원하는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이테크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정확한 패션을 지향하는 「자라」의 슬로건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최첨단 물류 · RFID · AI 강화 → 정확한 패션 구현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패스트리테일링 역시 디지털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유니클로시티도쿄(UNIQLO CITY TOKYO)’로 명명한 6층 규모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디지털 사회 변화에 최적화된 패션기업으로의 변신했다.

    이곳은 한 층 면적만 해도 1만6500㎡(약 5000평)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최첨단 물류센터와 사옥이 한데 붙어 있다. 1~4층과 5층의 절반에서 인공지능(AI) 등 IT 기술의 최첨단 물류센터가 가동된다. 5층의 나머지 절반에는 진열과 오퍼레이션 기능을 하는 장소, 테스트와 수정을 위한 가상 점포를 배치했다.

    6층에는 1000명이 한 층에 근무하는 칸막이 없는 오피스를 배치해 직원 간 교류도 늘고 일체감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부서 배치도 기존의 기획부, 영업부, 마케팅부 등 각 부서로 나뉘는 릴레이 방식이 아니라 제품 카테고리별로 팀을 만들어 MD, 기획, 생산, 마케팅, 영업, IT 등이 연동되는 조직으로 변경했다.

    「유니클로」 Digital Consumer Retail 컴퍼니로 진화

    제품을 만드는 방식도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정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AI 등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요구를 실시간에 가까운 형태로 상품에 반영하는 등 공급망의 스피드화를 도모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와 「아마존」의 스피드 배송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지금까지의 제조소매업을 ‘정보제조소매업(DIGITAL CONSUMER RETAIL COMPANY)’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의 비전이 이곳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최첨단 디지털 경영을 펼치는 가운데 국내 패션기업들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디지털 경영에 가장 앞장서 있는 곳으로 알려진 한세엠케이의 김문환 대표는 “패션산업은 상품기획은 물론 물류와 재고 싸움이 치열한 곳이다. 그럼에도 국내 패션 환경은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상품 관리 시스템은 세계적인 브랜드 대비 크게 못 미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제 디지털 비즈니스는 국내 패션 브랜드에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얼리어답터로 알려진 김 대표의 디지털 수용 마인드가 적극 반영된 결과일까? 한세엠케이는 RFID 칩과 자동 분류 PAS 시스템을 활용해 연간 800만장에 달하는 상품의 정확하고 신속한 자산 관리와 공간 최적화, 판매 로스 최소화를 이뤄 내고 있다.

    한세엠케이, RFID PAS 야머 등 디지털경영 ‘속속’

    이 회사는 2014년 RFID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상품 검수 시간이 25배 이상 단축됐다. 입고부터 출고, 반품을 아우르는 박스 1개당 검수 시간은 180초에서 7초로 줄었다. 항상 10%대에 그쳤던 입고 검수율 또한 100%로 완벽해졌다. 인건비도 확 줄었다. RFID 도입 전에는 8명이 했던 일을 이제는 1명이 처리한다. 실시간 재고 위치 파악과 빠른 고객 응대 서비스가 가능해진 점도 특징이다. 이는 매출, 상품력 확대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기업용 소셜네트워크인 ‘야머(YAMMER)’를 통해 전 직원이 PC, 모바일로 연결돼 있어 모든 업무를 공개하고 주요 업무와 자료, 정보를 공유해 높은 업무 효율을 자랑한다.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망을 함께 운영해 본사의 주요 사항을 더 쉽고 빠르게 공유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ERP 시스템을 올해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버전업을 계획하고 있다.

    한세엠케이처럼 국내 패션기업들도 디지털 경영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3D 프린팅 기술로 신발 맞춤 제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신발끈 자동 묶기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다. 자동화된 생산과 공급 과정, 자동화 물류 시스템은 기본 덕목이 됐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시스템의 연동, 소비자 성향 분석 기술 등 앞으로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과 함께 패션시장의 모습도 변해 가야만 한다. 속도가 최고의 경쟁력이던 시대를 뛰어넘어 이제 효율 경영을 펼쳐야 한다. 비효율을 제거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내 패션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패션비즈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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