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 황지현 슬로모잉크 대표

    w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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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3.01조회수 1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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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사로잡은 콤비 부부



    결혼과 동시에 이탈리아 베로나에 정착한 황지현 대표는 「뮤지엄」 디렉터로 활약하는 남편의 모습에 늘 감명을 받았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가 어깨너머 배운 실력으로 밤낮을 꼬박 새 30가지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패션의 출발이다. 통일된 주제는 없었지만 ‘내가 정말 입고 싶은 옷’을 만들었다는 그의 첫 컬렉션이 「히든포레스트마켓」이라는 라벨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그날 베로나의 33㎡ 남짓한 작은 가게에는 한국인이 만든 옷을 사기 위해 긴 줄이 섰다.

    여성복 「히든포레스트마켓」과 「늘(NEUL)」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는 황지현 · 조성준 슬로모잉크 대표는 14년 차 부부이자 든든한 동료다. 스치기만 해도 굳건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잉꼬 콤비플레이어는 이탈리아 현지에 「히든포레스트마켓」 매장 5곳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1호점 베로나를 시작으로 볼로냐, 파르마, 밀라노, 피렌체까지 확장해 나갔다.



    「히든포레스트마켓」 이탈리아 5개점 전개

    쌔고 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번번이 유럽에만 나가면 현지화에 실패하는 것에 비해 「히든포레스트마켓」은 오히려 시작이 수월했다. 신상품이 들어온다고만 하면 주민들이 줄을 서서 구매했다. 이탈리아는 명품 아니면 SPA, 극과극 현상이 뚜렷한 나라다.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던 현지 고객은 가성비와 독특한 디자인을 갖춘 이들의 작품에 지갑을 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황 대표는 “첫 컬렉션은 그저 제가 입고 싶은 스타일을 만들어보자는 의지 하나로 시작했어요. 평소에 즐겨 입던 루즈핏 코트, 재킷, 팬츠류가 전부였지만 단골 고객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그때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 작은 소도시에 루즈핏 옷은 생소했어요. 매장에 온 손님 모두가 ‘새롭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두 부부의 디자인 철학도 중도를 지켰다. 이 부부는 심플한 실루엣에 색다른 재료로 위트를 주는 작업을 즐긴다.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짚어낸다. 이 때문에 시즌마다 재고율은 5~10% 미만이다.

    줄 세우기 진풍경, 이탈리아 고객 사로잡아

    2014년부터 아내의 일을 돕기 시작한 조 대표는 “2년 전 한국에 브랜드 진출을 결정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이탈리아 현지 매니저들과 어떤 방향으로 소통해 나가야 할지를요. 저희는 데일리 리포트를 활용해요. 매일마다 매니저들은 30분씩 시간을 내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해요. 어떤 스타일, 어떤 관광객, 어떤 상품이 가장 관심이 높았는지 구체적으로 풀이해 보내주죠. 저희는 그 정보를 토대로 상품을 만들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현재 「히든포레스트마켓」의 모든 생산은 한국에서 이뤄진다. 이탈리아와 한국 공장을 이원화해 생산해 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대부분의 한국생산으로 인해 얼마 전에는 정부에서 주는 ‘우수 수출중소기업’ 상도 받았다. 타지의 땅에서 자랑스럽게 K-패션을 알리는 애국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1년에 600~900SKU를 생산하고 있으며 오는 F/W시즌부터는 남성복 라인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홀세일을 통해 독일 · 스웨덴 · 스페인으로의 수출 비즈니스에도 박차를 가한다. 여기에 론칭 2년차 여성 캐주얼 「늘」까지 힘을 보탰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늘」 런던서 명품 대접

    「늘」은 기본 40만~80만원대의 하이엔드 캐주얼로 20~40대까지 다양한 남녀 고객을 겨냥한다. 커머셜한 아이템을 「히든포레스트마켓」이 담당한다면 「늘」은 보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스타일을 지향한다. 「늘」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영국 유명 셀렉트숍 ‘굿후드’에 들어가는 유일한 한국 브랜드로서 이곳에서 「꼼데가르송」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유명 스타일리스트와 유명인사들은 「늘」의 옷을 사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조 대표는 “「늘」은 순수하게 우리가 디자이너로서 보여주고 싶은 브랜드였어요. 세일즈도 제가 직접 해외에 나가서 합니다. 현재 거래하고 있는 바이어는 45곳 정도예요. 지금까지 숨 가쁘게 매장 확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만 매진했어요. 올해는 국내 유통을 안정화하고 이탈리아 현지에는 프랜차이즈 팀을 구성, 건강하고 탄탄한 회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들려줬다.

    1년 전 일본에서 론칭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레드캐빈」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반기에는 도쿄 인근 도시 가마쿠라에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을 오픈한다. 이 정도면 이탈리아 작은 도시 베로나에서 옷을 팔기 시작한 부부의 출발은 우연이 아니라 ‘업’이었음이 분명하다.

    Profile
    조성준·황지현 슬로모잉크 대표


    조성준 대표 학력 · 경력
    · 2004년 유럽디자인대학 IED(Istituto Europeo di Design)졸업
    · 2005~2008년 「모스키노」 남성시니어 디자이너
    · 2008~2010년 「지안프랑코페레」 남성복 디렉터
    · 2011~2014년 「뮤지엄(Museum)」 CD
    · 2014년~現 「히든포레스트마켓」 「늘」 대표 겸 CD

    황지현 대표 경력
    · 2003년 실내건축기사 활동
    · 2011년~現 「히든포레스트마켓」 「늘」 대표

    **패션비즈 2018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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