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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ㅣ젠아웃도어 대표
이종훈ㅣ젠아웃도어 대표
백패킹 전문 '제로그램' 친환경 아웃도어 선구자로
Tuesday, Dec. 13, 2022 |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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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상품 시리즈로 ‘두 골프’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낸 ‘엘로드’, 남성복과 컬처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펼쳐 론칭 4년 만에 600억원을 찍은 ‘커스텀멜로우’, 800억원의 판매고로 롱패딩 시대를 연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까지…. 이종훈 젠아웃도어 대표의 30년 경력 속에는 패션시장을 놀라게 한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에는 백패킹 전문 브랜드 ‘제로그램’이다.
일부 마니아만 아는 10년 된 용품 전문 브랜드를 선택한 그의 행보에 의아함을 갖는 이들은 많았지만, 그가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경량성을 의미하던 ‘0g’을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 ‘0(zero)’에 도전한다는 것으로 브랜드 범위를 확장해 본격 행보에 나서면서 의문은 모두 해소됐다.
지난 3월 어패럴 라인을 추가하고 ‘세이브 얼스 세이브 어스(SAVE EARTH SAVE US)’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온 제로그램은 경량 텐트 브랜드가 아닌 지속가능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아직 작은 브랜드라 올해 20개 매장에서 70억원, 내년 40개점에서 200억원을 목표로 하지만,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친환경 아웃도어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는 절대 작지 않다.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환경 관심 커져
2020년 6월 합류해 어패럴 라인을 론칭하기까지 브랜드의 면면을 살핀 이 대표는 제로그램의 기본 DNA가 좋다는 판단하에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왔다. 직전 직장에서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을 맡아 아웃도어 시장을 경험한 그가 주목한 부문은 ‘친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의 확산’이었다. 가족들이 있는 제주와 일터인 서울을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제주 바다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구온난화와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이 제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옷은 소비재이니 어쩔 수 없이 쓰고 버려야 한다면 의류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전 세계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의 30%가 폐기된 의류에서 나옵니다. 트렌드에 따라 옷을 사서 입고 빠르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예요. 트렌드로서 아웃도어 시장의 흐름으로만 친환경을 논할 것이 아니라 오염을 줄이는 방식으로 상품에 접근하고 싶었어요. 제로그램이라는 브랜드가 그 행보를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은 방법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양오염 포커싱 ‘폐그물’ 재활용부터 시작
어패럴 라인을 론칭하며 첫선을 보인 오프라인 매장 계산대 뒤에 설치한 ‘폐그물 월’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나타낸다. 부산 기장 바다에서 폐그물을 수거하는 전문 연구소와 손잡고 폐그물이나 폐섬유를 재활용해 의류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폐그물 월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첫 시즌에는 우선 상품 라인을 구성해 선보이는 데 공을 들였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는 재활용 소재 적용을 시작했고 현재는 전체 상품의 40%에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5년 안에 재활용 소재 사용 비중을 전체의 8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특히 폐기되는 섬유 제품을 분해해 소재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기 전에 우선 D2C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도 친환경 브랜드로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활동이었다. 이 대표는 “와디즈 등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선주문은 가장 친환경적인 유통 형태 중 하나입니다. 예약을 받아 상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재고가 없고, 불필요한 물류 이동이 없어 친환경 유통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죠”라고 설명한다.
소재 · 상품 · 유통 전방위 선순환 프로세스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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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전략을 모아 구사해 본 것이 바로 2021년 9월 와디즈 ‘에이쉘터’ 텐트 펀딩이다. 제로그램의 베스트 상품 재고를 리사이클 원단으로 재탄생시켜 만든 이 텐트는 약 300명에게서 펀딩을 받아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방식은 지난 4월 경량 백팩, 지난 5월 트레킹화 첫 제작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특히 트레킹화는 7일 동안 100만원 목표로 시작했는데 3332만원 펀딩 금액으로 목표치 대비 3331% 달성률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유니크하고 가성비 좋은 상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선보이면서, 최종적으로는 자체 펀딩 플랫폼을 구축해 제로그램과 결이 같은 브랜드들과 연대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대표가 소비자와 함께하는 친환경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강조하는 제로그램의 키워드는 세 가지다. 경량, 에코 플랜 B(소비하면서 실천하는 친환경이라는 의미), 연대감이다. 이 대표는 이 중 연대감을 강조한다. “환경적인 고민은 나눌수록 해결 방법이 효과적이다. 환경문제를 널리 알려 공감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꾸준히 늘린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커진다”라는 것.
제로그램 키워드 ‘경량, 에코 플랜B, 연대감’
무조건적인 연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코드에 제로그램의 철학을 담아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제공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산호 백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제주 바다의 현실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로스트 블루’다.
이 캠페인은 지난 5월 부산 앞바다로 시선을 옮겨 두 번째 다큐를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기장 앞바다에서 수거한 폐그물망을 재활용해 만든 캠핑용 폴딩박스나 폐원단을 재활용해 만든 플로깅백 등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면서 제로그램의 철학에 동참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소비자와 자주 하는 활동 중에 플로깅이 있는데,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한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한 후 인증샷을 올려 플로깅에 대한 인지도와 환경 관련 인식을 전파하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 2021년 기준 매출 30억원인 작은 브랜드지만, 이 대표의 청사진은 절대 작지 않다.
이미 젠아웃도어에 영입돼 브랜드 리뉴얼을 구상하던 시기에 제로그램재팬을 세워 글로벌 확장의 기반을 다져놨다. 그는 “친환경 가치에 한국의 문화와 패션을 더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싶다. 5년 전부터 일본에서 용품 중심 세일즈를 이어오고 있었는데,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법인을 세우고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홍콩과 대만에서도 제로그램을 주문한다”라며 “우선은 ‘한국의 파타고니아’를 꿈꾼다. 국내 브랜드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젊은 소비자들이 가치를 공유하며 소비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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