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 엠케이트렌드 대표
    균형감 갖춘 변화 + 소통의 파워 CEO

    whlee
    |
    17.07.17조회수 1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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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손에는 농구공을, 한 손에는 골프공을?! 쉽지 않은 균형감이다. 그가 미소를 띠며 들어 보인 공 사이즈는 육안으로 봐도 어마어마한 차이다. 이 둘의 서로 다른 차이를 극복하고 최적의 비즈니스를 구사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20년 넘게 국내 토종 캐주얼 기업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는 패션 전문가 엠케이트렌드의 김문환 대표다.

    1년에 20회 이상의 해외 출장을 무리 없이 소화함은 물론 유창한 영어로 세계 여러 곳을 누비며 비즈니스를 스마트하게 마무리 짓는 김 대표. 60대의 나이에도 슬림한 셔츠와 곤색 정장을 누구보다 멋스럽게 소화하는 그에게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제는 한 기업의 간판으로서 언제나 단정한 맵시와 예리한 눈빛, 센스 있는 감각을 잃지 않는 그는 패션계의 원조 ‘얼리어답터’로 불린다.

    “참 재미있죠? 「NBA」와 「LPGA골프웨어」 이 둘을 동시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희는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패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상품력과 마케팅이에요. 이 둘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때도 기본 네트워크에 새로운 콘텐츠를 빌드업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기본기’라는 핵심 베이스를 갖추고 새로운 키워드를 더해 나가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이 두 브랜드는 서로 다르지만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됩니다.”



    「TBJ」 ~ 「LPGA골프웨어」 성공, 도전의 사나이
    그가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게 된 것은 올해 초로 지난해 한세실업과 성공적인 M&A를 거친 이후다. 오너십이 교체되면서 내부적인 공백이 있을 법도 했지만 다행히 작년 엠케이트렌드의 매출은 3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이상 신장했다. 「TBJ」 「버커루」 「앤듀」 등 기존 캐주얼의 꾸준한 상승과 「NBA」 「LPGA골프웨어」라는 라이선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멀티비즈니스의 선례를 이끌었다. 한 복종만 하기도 어려운 시장에서 캐주얼과 스포츠를 동시에 잡아낸 요인은 바로 소통과 끝없는 변화다.

    그는 ‘성실함이 최고의 무기’라는 자신의 슬로건을 토대로 업무, 취미, 공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정글 같은 패션 업계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약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양 손목에는 스마트워치와 가죽시계가 자리하고 있다. ‘OLD & NEW’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는 기업의 특색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됐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라이선스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어요. 정착화하기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잘된다 싶으면 다른 기업에서 빼앗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요. 보통 라이선스 사업권을 따오려면 현지 본사와 국내 기업 사이에 에이전시가 끼는데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제치고 다이렉트로 비즈니스를 전개했죠. 채널이 간소화되니까 상호 간의 이해도 훨씬 쉬워지고 스피드도 높아졌어요.”

    「NBA」 美 본사와 직계약 체결, 소통이 무기
    그가 라이선스 사업에 관심을 가진 건 현대자동차와 미국 포드사의 OEM 사례 때문이다. 기술력이 미흡하던 현대자동차가 포드사의 양분을 흡수해 자신만의 모델을 탄생시킨 것에서 귀감을 얻었다. 패션도 해외 브랜드만의 한 발 앞선 트렌드, 인테리어와 같은 내부 시스템 노하우를 잘만 접목한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현재 엠케이트렌드의 효자 브랜드로 불리는 「NBA」도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미국 본사를 몇 번이나 방문해 한국 시장에 의문을 품은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본사 측은 몇 날 며칠을 고생해 만들어 간 PT 자료를 보고 그에게 확실한 신뢰를 가졌고 결국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 현재 「NBA」는 국내를 넘어 중국에서도 100개 매장을 돌파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본사 측에서 직접 콘셉트를 제공하거나 디자인을 해 주는 게 아니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NBA」의 DNA를 활용해 우리 식대로 재해석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본사 측에서 우리에게 중국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도 빠르고 확실한 커뮤니케이션 덕분입니다. 저를 비롯한 회사 직원 모두가 메일, 전화를 이용해 즉각적인 회신을 주고 있어요. 믿음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된 거죠.”



    상품력 + 마케팅 탄탄한 기본기에 새로운 틀을
    기업의 단단한 토대가 된 「TBJ」 「버커루」 「앤듀」의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NBA」의 탄생 또한 이 세 브랜드가 국내를 대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길게는 20년, 짧게는 10년 넘게 각자의 영역에서 꾸준한 유통망과 매출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

    그가 국내 패션업계에서 가장 아쉽다고 말하는 건 ‘브랜드가 사라지는 일’이다. 신규 브랜드에만 올인하다가 기존 브랜드의 탄력을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RFID 시스템 도입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작전 중 하나였다. 물류와 판매, 관리가 유동적으로 이뤄져야 사업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불문과를 나왔지만 영어, 테크놀로지 사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첫 직장인 전자회사에서도 영어를 사용하는 부서에 들어갔어요. 미국 실리콘밸리 지사에서 4년간 일했을 때는 나름 유명한 코리안맨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아시아인이 신기하기도 하고 나름 영어도 잘하니 미국 친구들이 관심을 가졌죠. 부품, 바잉 쪽을 맡아서 일했지만 이때 가장 크게 배운 건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풀어 나가는 노하우였어요.”

    직접 배우고 익힌 시장 경험, 비즈니스 KEY로
    1994년 도매 시장에서 출발한 ‘티비제이’ 또한 해외생산을 맡기 위해 합류했다. MK트렌드 창업자이자 현재 2대 주주로 등재된 김상택 회장과 김상훈 사장과의 끈끈한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각자 맡은 영역이 달랐기에 서로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홍콩으로 날아가 발주, 통역을 담당했다. 한여름에는 한 가지 스타일의 반바지를 30만장 이상 발주하고 3개월 넘게 소매상에게 팔았다. 5000원에 제작해서 8000원에 판 상품들은 봉고차가 쓰러질 정도로 세 트럭을 채웠다.

    “1996년이었을 거예요. 그때는 지하철 한 칸에 TBJ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최소 5명은 있었어요. 무릎까지 오는 5부 바지였는데 우리는 그걸 버뮤다 바지라고 불렀죠. 이후 치노 팬츠, 청바지까지 어마어마하게 팔려 나갔어요. 이런 시기를 겪다 IMF가 터지고 나서 ‘더 베스트 진’을 모토로 한 「TBJ」를 정식 론칭했죠. 대리점을 토대로 백화점 이지캐주얼 조닝의 시작을 함께했네요.”

    3년간의 시장 생활은 머리로만 배운 지식보다 훨씬 큰 값어치를 남겼다. 몸소 배우고 익힌 시장 경험이 브랜드 운영에 최고의 보약이 된 셈이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율을 내야만 했던 그 격동의 시기가 지금의 엠케이트렌드를 있게 했다.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듯이 내부적으로 하드웨어, ERP, RFID까지 지속적인 시스템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현장과 소비자 변화 예의주시, 변화의 첫 걸음
    물론 20년 이상 달려오면서 고비도 있었다. 그는 ‘시장은 항상 상대적이다’라는 이론을 항상 명심한다. 7년 전 아웃도어 시장이 붐을 일으키면서 점퍼류가 강하던 브랜드 강점이 희미해졌다. 10~20대 고객의 이탈 현상이 가속되던 시기에는 해외 SPA가 치고 들어왔다. 인수합병 이전 정리한 편집숍 ‘케이엠플레이’도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체질을 개선해 나간 것이 큰 역할을 했어요.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기존 브랜드를 변화시키고 잘 만져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은 보여 줄 것이 더 이상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20년, 30년 된 브랜드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그 가능성을 위해 지속보다는 계속 점프 업하려는 움직임을 이어 나가야 합니다.”

    오랜 시간 끊임없이 뜀박질해 왔을 그에게 현재 가장 몰두하는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LPGA골프웨어」의 안착이라고 말했다. 5개 브랜드 중 가장 막내이자 캐주얼만 맡던 기업의 과감한 도전인 「LPGA골프웨어」는 현재 백화점과 상설점 위주로 활동 중이다. 입었을 때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소재, 패턴, 컬러 등 다각도의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LPGA골프웨어」 패션 + 기능 갖춘 톱 브랜드로
    이월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상설가에서 신규 브랜드가 주목받기란 쉽지 않은 일. 이에 김 대표는 직접 점주 간담회에 참석하고 신규 매장 전국 순회에 나섰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보완점을 찾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데이터보다는 실질적으로 매장에 가서 매니저, 점주의 소리를 듣고 난 뒤 결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

    “「LPGA골프웨어」의 경우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브랜드예요. 아직 론칭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고요. 사업부 자체도 어찌 보면 외인부대이기 때문에 사업부장, 디자인팀과 회의를 자주 하죠. 디자인실장은 아예 매일 내려와 달라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업부를 제 방 옆으로 옮기려 해요. 과연 좋아할까요, 싫어할까요.(하하)”

    올해로 그는 직장생활 35년을 맞았다. 오는 11월에는 서울대학교 문헌지식 최고위 과정을 수료한다. 회사 업무만 들여다봐도 빠듯할 듯한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틈을 내 공부에 매진한다. 서울경제신문에 칼럼도 연재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공부하는 게 제일 즐거웠다’고 말하는 그의 얘기는 현실과 약간 동떨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라이선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브랜드를 20년 넘게 꾸준하게 롤링시키고 있는 그의 수완은 바로 끝없는 탐구에서 나온 게 아닐까? 2시간 남짓 걸린 인터뷰 막바지에는 일상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타이탄의 도구들’을 꼽았다. 성공한 글로벌 CEO 200명을 분석한 이 책은 ‘CEO 김문환’을 한 번 더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많고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엠케이트렌드의 빛나는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패션비즈 2017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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