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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패잡_패션과 공간 >
박진희 l 콜롬비아대 교수
박진희 l 콜롬비아대 교수
‘건강한 삶’을 위한 도시 공간 재조명
Thursday, Feb. 25, 2021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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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생애에서 올해만큼 숨죽이고 맞은 새해가 없었다. 세계의 모든 곳에서 동시에 벌어졌던 코로나19 3차 유행에 뉴욕의 타임스퀘어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도, 상하이의 동방명주, 보신각의 제야의 종소리도 모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만큼 적막했다.
그에 반해 다들 하릴없이 휴대폰만 뒤적거리며 한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쏟아낼 거라는 새해 인사 이메일과 문자는 다른 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간단히 새해 인사를 던지기에는 힘든 시간의 무게가 무기력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이 공동의 충격적인 경험은 당분간 이러한 크기로 반복되지 않으리라 예상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엄청난 연대감이 생기게 됐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아무리 애를 써도 전쟁을 겪은 세대의 멘탈리티를 이해하기 힘들듯이 이번의 충격에서 같이 혼돈하고 절망하고 다시 희망을 갖는 공통의 경험은 전쟁세대의 그것과 가히 상응할 만하다하겠다.
주목할 만한 것은 1차 · 2차대전 전쟁영화가 전쟁 후에 나왔다면 팬데믹 영화는 팬데믹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미 직간접 체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시민들의 협조적인 행동을 만들어내는 것은 힘들었고 피해는 충격적으로 많은 비극을 낳았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삶에 대한 가치를 획기적인 속도로 재정립하게 만들 것이고 그것이 가시적으로 건축공간과 도시공간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퍼블릭 스페이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퍼블릭 스페이스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 광장과 공원을 들 수 있다. 광장은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거대한 스케일의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도시의 중심에 반드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며 광장은 더이상 공공재로 느껴지지 않는다. 빌딩으로 이뤄진 가장자리에 늘어선 소매상점들은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훑게 되는 쇼윈도에 의존하는 구매 행태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광장의 생명력은 인파에서 온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광장은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추운 딱딱한 바닥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공원은 자연적인 요소에 의하여 사람들의 집합이 작은 그룹으로 형성되기 더 쉽다.
또 광장과 달리 공원은 사람들을 더 움직이게 한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정적인 행동도 나무그늘 밑의 벤치나 풀밭에 돗자리 위에서 이뤄져서 안전한 거리의 영역 안에서 이뤄진다.
흑사병이 돌고 나서 하수도 시스템이 개발되고 스페인 독감 후에 용도에 따른 조닝(Zoning)이 생기고 건물 사이에 충분한 빛과 공기가 순환하게끔 거리의 넓이에 대한 법규가 생겼다. 고밀도, 고효율의 극대화가 절대불변의 가치였던 도시 건설에서 건강한 삶을 위한 도시의 형태에 대한 가치로 새롭게 재정립돼 또 한 번의 뚜렷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을 동시대에 맞이하고 있다.
■ profile
•에스에스디 대표
•콜럼비아 대학교 겸임교수
•뉴욕시립대학 초빙석좌교수
•시카고 공과대학 모겐스턴췌어 교수
•서울시 공공건축가
•뉴욕건축가협회상 심사의원장
•하버드 건축 대학원 석사
•서울대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학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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