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소미 l 디엘컴퍼니 대표
    역사적 · 인문학적 관점의 ‘모피 경제학’

    dhlrh
    |
    22.06.07조회수 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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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피는 고대부터 인류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으며, 중세를 거치면서 신분을 상징하는 요소로 사용됐다. 19세기에 이르러 의류 전체가 모피로 이뤄진 형태의 코트가 만들어졌고, 20세기 이후 모피 의류 디자인은 패션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그것도 가장 럭셔리한 소재로 전 세계 1세대 쿠튀르 하우스에 부와 명예를 안겨 줬다. 모피 소재의 ‘희귀성’과 특화된 방법으로만 가능한 ‘생산성’은 곧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됐다. 이는 다시 패션산업의 강력한 자립과 자금력, 자긍심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모피 소멸 시대에 살고 있다. 재착장 운동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공존을 전제로 타협해야 한다. 학문적으로 정리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MBA 과정에서는 모든 것에 경제학적 가치를 매기고 그것을 비즈니스화한다. 이는 다양한 방면에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문학 강의와도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면 특정 꽃의 경제학, 특정 약재의 경제학, 심지어 그 꽃과 약재가 오갔던 길은 최고의 무역거점이 되니 경제학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그 꽃 재배자와 그 약재 상인이 살아 있지 않아도 우린 그 제품들이 가졌던 당시의 경제 가치를 학문화하며 논하고 있다. 그것을 현대 시장경제에 대입하기도 한다.

    인류와 가장 오래 함께한 모피를 입었던 시대를 인문학적 열린 눈으로 바라보면 역사 속 또 하나의 경제학적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피 의류 착용이 신분과 연관이 됐던 유럽에서 착용된 모피 의류 디자인을 보면 답이 나온다. 신분이 확인된 인물이 그려진 회화 속에는 착용하고 있는 모피 의류 디자인, 소재, 실루엣 등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이는 곧 그 시대의 경제다.

    그 이유는 첫째, 모피는 고대부터 인류에게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파라오와 사제들만 착용하는 등의 종교적인 가치가 있다. 둘째, 중세 시대 이후에는 특별한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권력자와 종교 지도자의 특성으로 특정 동물의 모피는 힘과 경제 법칙에 따라 선택된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사회적 가치를 지녔다. 이는 현대 왕실 유지 국가의 대관식 등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피의 역사성이다. 9〜13세기 사마르칸트에서 러시아를 거쳐 만주에 이르는 모피 길, 16세기 후반에 늘어난 모피 수요로 검은담비를 찾아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공략했다. 그 후 중국 청나라가 알래스카까지 공략해 가며 모피 전쟁을 할 정도로 중요한 경제 활동이자 영역확장의 동기가 됐다. 정점은 1580년대 영국 찰스 1세 때 상류사회 사람들은 반드시 비버 모피 모자를 써야 한다는 포고령으로 이어졌고 1574년 영국 튜터 왕조가 ‘영국 복장 규정’을 통해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입을 수 있는 모피의 종류를 규정할 만큼 지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가 모피무역의 중심지로 상인들은 모피 상인 길드를 만들어 스칸디나비아, 북부 독일, 러시아 등의 사냥꾼들에게서 대량으로 모피를 사들여 유럽 각 나라에 공급했다. 유럽의 비버 대유행으로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비버를 찾아 북미를 개척하게 되면서 모피는 유럽의 서쪽과 신대륙을 개척하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원동력이 됐다. 감성적 모피 소멸 운동을 따르는 것이 아닌 역사적 · 인류학적 자료 내에서 모피의 경제학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


    ■ PROFILE
    학력
    •(현) 동덕여자대학교 패션전문대학원 박사과정재학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동덕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학사

    경력
    •(현) 디애소미 모피 수석 디자이너
    •(현) (사)아시아 시니어모델협회 이사
    •(현) 청운대학교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현) 항주백부리복식유한공사 수석디자이너
    •2016년 ‘디애소미’ 론칭 •2015년 디엘 컴퍼니 설립
    •2009~2015년 한 · 중 모피디자이너로 활동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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