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지 l 변리사
    메타버스에서 상표권 침해, 현실 책임은?(1)

    dhl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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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1.11조회수 5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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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에르메스사는 자사의 시그니처 ‘버킨백’을 주제로 발행된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해 강력하게 상표권 침해를 주장했다. ‘메타 버킨스’란 이름의 이 NFT는 버킨백의 디지털 이미지 파일에 다양한 색과 그림을 입혀 만든 것으로 누가 보더라도 버킨백 형태를 그대로 차용했다. 메타 버킨스는 무려 약 10억원어치의 매출을 올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사례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잘 보여준다. 누구나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메타버스의 특성상 메타버스 유저들은 얼마든지 타인의 창작물을 베낀 ‘짝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메타 패션(meta fashion)’ 트렌드의 확산으로 구찌, 발렌시아가, 나이키 등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메타버스 공간에서만 착용할 수 있는 가상의 패션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가상 짝퉁’으로 인한 브랜드 측의 피해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구찌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내에서 아바타용 패션 아이템으로 구찌 의류나 핸드백 등을 판매한 바 있다.

    구찌와 아무 관련이 없는 유저가 가상의 구찌 패션 아이템을 자체 제작해 판매한다면, 이는 구찌가 만든 정품 아이템과 출처 혼동을 일으켜 브랜드의 무형적 가치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구찌의 아이템 판매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가상세계의 짝퉁이나 현실세계의 짝퉁이나 그 양상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상표권 침해 문제에 있어서는 어떻게 다를까? 아직 확립된 법리가 없고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메타버스에서 유통되는 가상 아이템에 타인의 상표를 사용하는 행위는 상표권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나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우선 메타버스 내 가상의 아이템은 보통 그 자체가 가상화폐를 이용해 사고팔 수 있는 독립된 상거래 목적물이므로 상표법상 상품으로 해석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쟁점은 현실상품(예 : 의류)에 대한 상표권을 이용해 가상상품(예 : 가상의류 아이템)에 대한 사용을 문제 삼을 수 있느냐인데[상표등록을 ‘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제9류)처럼 가상상품이 속하는 디지털 콘텐츠류 상품을 지정해 받은 경우는 논외로 한다]인데, 이는 상표권의 보호범위가 유사범위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현실상품과 가상상품의 유사 문제로 귀결된다.

    현실상품과 가상상품은 우리 법원의 유사 판단 기준에 따를 때, 서로 형상과 품질 등이 상이해 상표법상 비유사한 상품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적어도 넓은 의미의 출처 혼동 가능성을 인정받아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제2조 제1호 가목, 다목 또는 카목)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규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가상상품에 대한 상표 사용이 현실상품에 대한 광고 사용으로 인정되거나 가상상품과 현실상품의 유사성이 인정돼 상표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메타버스 내에서 유통되는 가상의 짝퉁 아이템이 상표권 침해로 인정될 경우 상표권 침해 책임의 소재가 문제시되는데, 짝퉁 아이템을 제작 · 판매한 자가 상표권 침해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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