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K-패션 꿈 이루는 패션산업진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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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1.07조회수 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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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으로 시작된 한류는 칸과 아카데미를 휩쓴 K-무비, 넷플릭스를 강타한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으로 이어진다. 2020년대에 K-시리즈는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K-열풍이 몰아치는 새해 벽두에 우리의 패션산업을 생각해 본다.

    K-패션은 K접두사가 붙는 다른 콘텐츠만큼 경쟁력이 있을까? 할리우드와 빌보드차트를 접수한 우리 영화나 음악산업에 비해 대한민국 패션콘텐츠의 존재감은 떨어진다.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나 디자이너 등이 아직 유럽과 미국 등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게 현실이다.

    . 패션의 산업화·전문화도 더디고, 체계적 인프라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국가 차원에서도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고, 패션기업도 이전투구에 정신없었다. 영화나 음악보다 패션인의 재능이 뒤지지 않은데, 상대적으로 지원 규모도 적고 산업 생태계도 건강하지 못했다. 이제는 K-패션도 산업적으로 오래가는 빅 픽처를 그려야 한다.

    어떤 산업이 발전의 큰 전환점을 마련하려면 제도적 틀부터 수립해야 하며, 그 열쇠는 해당 산업에 대한 진흥법으로 귀결된다. 2011년 말 논의됐던 ‘패션산업진흥법’이 10년이 지난 오늘날 K-콘텐츠의 물결 속에 다시 절실하게 소환되는 것이다.

    패션은 단순히 의류나 액세서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건축, 가구, 관광 등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지녔다. 관련 산업의 후방효과는 패션 강국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충분히 목격했다. 10년 전 패션협회가 앞장서서 패션산업발전위원회까지 결성해 정병국 의원의 대표 발의로 18대 국회에서 법제화를 노렸지만, 예산 문제에 부닥뜨렸고, 국회 내에서 패션산업 발전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가운데 흐지부지됐다.

    그동안 K-패션 지원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콘텐츠진흥원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위주로 단발적 소규모 지원에 그치다 보니,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미미했다. 그만큼 패션은 찬밥 취급을 당했던 셈이다. 하지만 10년 전과 달리 영화 ‘기생충’과 BTS 덕분에 급부상한 K-콘텐츠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K-패션도 덩달아 주목받으면서 가능성도 무궁무진해졌다. 문화 콘텐츠의 최첨단을 정복하면, 그다음부터는 술술 풀린다. 우리의 패션도 파리, 밀라노, 뉴욕의 벽을 언제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 2011년에 맨땅에 헤딩하듯 시도했던 입법 노력을 더 세련되게 더 가열 차게 경주해야 한다.

    장기적인 패션 연구개발 지원을 통한 디자인 품질 향상이 최우선이다. K-패션의 세계화에 걸맞게 글로벌 브랜드와 스타 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해외 연수 지원을 비롯해 해외 제조와 판로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소재 등 관련 산업과의 연계 강화도 수반돼야 하며, 영세사업자들에 대한 경영 개선 및 패션 대기업과 백화점 등의 연계 · 상생 지원책도 절실하다. 전자상거래 관련 인프라 지원도 늘리고, 실무 현장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산학협력도 놓칠 수 없다.

    진흥법의 관건은 결국에 돈이다. 정부 예산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패션기업들의 기금 조성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당장 이 모든 얘기는 상상 속 그림이나 뜬구름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생충’과 BTS가 이뤄낸 꿈과 기적도 처음에는 ‘저 푸른 초원의 그림 같은 집’이었다. 우리 패션산업도 법과 정책의 틀을 세워 하나씩 갖춰 나간다면, 프라다와 구찌가 차지했던 런웨이와 쇼윈도는 K-패션이 거짓말처럼 정복할 것이다. K-패션의 꿈도 이뤄진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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