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값나가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자

    dhlrh
    |
    21.05.20조회수 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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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햇볕 좋은 주말에 오랜만에 운전을 하고 양재동 꽃상가에 들러 요즘 반려식물의 트렌드인 구아바 나무와 황칠나무를 사러 갔다. 수형이 마음에 쏙 드는 나무를 구매한 뒤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를 가지러 갔다. 주차장에는 랜지로버 운전자가 꽃나무를 사 들고 뒷자리 문을 열고 나무를 싣고 있었다.

    그때 문콕을 의심하면서도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집에 도착해 뒷문을 살펴 보니, 그 차의 하얀 자동차 페인트가 내 차에 깊게 파여 묻어 있었다. 그 정도 문콕이면 운전자가 충분히 알았을 텐데,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꽃나무를 싣는 척하며 뒷자리에 머리를 집어 넣고 연기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연기하고 도망간 그 운전자가 지금 행복해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아마도 그 분은 위기의 순간을 자신의 연기와 재치로 모면했다고 생각하면서 너무 행복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일을 마주할 때 늘 끝에 가 닿는 생각은 “값나게 살진 못해도 최소한 후지게 살진 말자”라는 생각이 앞선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 내가 하는 모든 일, 내가 맺고 있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늘 그런 생각이 마지막에 다다른다.

    최근에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LH부동산 투기 문제를 바라보면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특히 그 불법투기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든 가족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살아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혼자서 잘 먹고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폄하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최소의 경제 주체인 가정을 건사하고 생계에서 만큼은 가족을 잘 부양하는 일은 가장 소중하고 숭고한 일이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가장 기초적인 문제, 스스로와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떠한 사회적인 선한 영향력 행위일지라도 어쩌면 위선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숭고한 가족의 생계를 위할지라도 가질 만큼 가졌으면 어느 순간 스스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모든 문제는 그 멈출 줄 모르는 끝없는 탐욕에서 발생한다. 잘 먹고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일이 스스로 목숨을 버릴 만큼 불법하거나 불의한 일인 줄 알면서도 왜 그렇게 내몰릴 수 밖에 없었는지… 못내 아쉬울 뿐이다.

    우리가 치열하게 생활하도록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돈 권력 명예 등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하나에서 이룩한 훌륭한 성과에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욕심을 부리는 순간 그 욕망을 떠바치고 있는 세 가지 축이 뒤엉켜, 존재 자체가 불안정해 지고. 외부의 위협에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삶의 이치이다.

    도대체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일까. 지나친 탐욕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은 우리 자신을 세상에서 소멸하게 만들 것이다. 무엇이든 가질 만큼 가졌으면 스스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문득 노자께서 말씀하신 “하늘의 그물이 아무리 엉성해도 악인은 결코 그 그물을 빠져 나갈 수 없다. 하늘이 그에게 벌주는 일 만큼은 절대 빠트리지 않는다”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 profile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2020년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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