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 1번지 성수 ~ 뚝섬

랜드마크 격의 건물은 없지만 나만의 여유를 즐기고 컬처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성수 ~ 뚝섬 상권을 분석했다.

딱딱한 사무촌과 낯설게만 다가오는 철물점, 긴 역사를 자랑하지만 수년간 파리만 날렸던 수제화거리까지. 서울 성수동을 생각하면 다가오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성수동은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다 성수역과 뚝섬역을 잇는 새로운 컬처로드를 통해 이제는 완전히 탈바꿈된 모습으로 1020대 고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랜드마크 격의 건물은 없지만 평일이 더 분주한 성수 ~ 뚝섬 로드의 매력은 일상 속에 섞여 나만의 여유를 즐기고 ‘컬처’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션 브랜드의 쇼룸 공간을 둘러보는 것도 즐겁고, SNS에 올리기 좋은 카페에 입성하는 일도 기분 좋다. 샤로수길, 가로수길이 하나의 ‘로드’에 밀집해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은 하나의 큰 공간 안에서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낸다.

컬처로드는 크게 삼각형 꼴로 볼 수 있다. 서울숲과 고급 부촌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미국 로스터리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 1호점이 자리한 뚝섬역 아래로 트리마제, 카페골목이 속속 위치해 있다. 성수역 쪽으로는 패션 브랜드 쇼룸과 사무실, 평범한 사무촌, 맛집 골목, 성수연방 등의 문화복합공간이 미묘한 조화를 이룬다. 변화의 ‘핵’이 된 성수동과 뚝섬 상권을 짚어봤다.

변화의 ‘핵’ 패션 + 라이프스타일의 조화

뚝섬보다 일찍 진화에 돌입한 성수동은 양날의 검을 지니고 있다. 사무촌, 주거지, 핫플레이스가 여기저기 뒤엉켜 있는 탓에 집객 유도가 쉽지 않다. 성수동에 야심차게 문을 열었던 에스팩토리 역시 패션협회 및 브랜드 행사를 이어 가긴 하지만 집객력이 크지 않다. 근처에 있는 전시공간 레이어57은 카페를 겸하며 자생력을 높였다.

성수동은 사무촌, 주거지, 핫플레이스, 디자이너 소호숍들이 어우러져 매력적인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감성이 가미된 복합 문화공간 ‘성수연방’, 카페이자 대관 행사 공간인 ‘레이어57’과 ‘에스팩토리’ ‘대림창고’ 등이 사무빌딩촌 혹은 주택단지 사이사이에 외딴 섬처럼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가로수길 • 강남역 • 연리단길처럼 테마와 인구유입이 이어지는 곳이 아니기에 성수동을 기대하고 왔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지만 여백의 미처럼 미완성의 매력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핫플 중 하나인 성수연방은 블로거로 시작했던 띵굴마님과 부동산 업계의 블루칩 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가 함께 선보인 문화복합공간이다.

2030대 외 4050고객 유입이 호재, 매출↑

이곳에는 띵굴마님에서 모티프를 얻은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띵굴’이 자리하고 있고, 유니크한 콘셉트 서점 ‘아크앤북’과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 ‘천상가옥’ 등 특별한 공간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성수연방 중심에 있는 특이한 조형물은 ‘성수동에 오면 꼭 찍어야 할 사진 스폿’으로 이름을 날리며 고객 유입을 높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성수연방’을 비롯하여 인근 성수동 인구 유입 연령층이 20~50대로 다양하다는 점이다.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기고 특별한 분위기와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자 하는 다양한 세대가 성수동에 밀집된다는 점은 강남과 맞먹을 정도의 최고의 인기 상권이라는 걸 증명케 한다. 실제로 성수동의 상가 임대료 상승률은 2017년부터 서울시 전체 상승률 0.3%보다 14배가 높은 4.18%를 달성했다.

성수동은 성수1가(1동, 2동)와 성수2가(1동, 3동)으로 크게 나눠져 있다. 성수1가는 서울숲 부근의 부촌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과거 채소밭이 대부분이었던 성수2가 지역은 1960년 이후 중소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준공업지대를 형성했다. 공장형 카페와 폐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가 유행하기 시작하며 형성된 카페거리는 성수2가 지역에 밀집돼 있다.

투자가치 높아, 성수동 인근 매물 품귀현상

김진강 우성메디피아 부동산전략 차장에 따르면 “성수동은 미래가치가 크기 때문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매물이 없을 정도로 서울 상권 최대의 노른자로 꼽히고 있다. 상가 임대료도 1층 기준 평당 10만~12만원으로 오르고 있다. 한강변 개발계획과 강북 재개발이 겹쳐 있고, 다양한 핫플레이스와 프랜차이즈가 입점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변의 땅값은 거의 3~4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임대료 때문에 가로수길, 압구정과 똑같은 공실 현상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수동은 올해부터 점점 임대료 상승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개인사업자에게는 악재인 소식이지만 규모 있는 기업체들은 계속 성수행을 선택하고 있다. 강남 특히 청담권을 선호하던 회사들이 성수동 사옥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최근 눈에 띄게 많아졌다.

패션만 해도 원더플레이스, 위비스, 에이유커머스, 유니베라 등의 제도권 기업부터 피더블유디, 오아이스튜디오, 페넥, 유어네임히얼, 스테레오바이널즈, 앤디앤뎁, 쌀롱드쥬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성수에 터를 잡은 이들이 많다. 영동대교나 성수대교를 건너면 바로 강남권에 입성하고 강남보다 물가와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강남보다 저렴한 시세, 패션기업 성수행 러시

스테레오바이널즈를 전개하는 어바웃블랭크앤코(대표 김기환)는 성수역 부근 터줏대감으로 불릴 만큼 일찍이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쇼룸 겸 사무실로 쓰고 있다. 최근 잇따른 성수, 뚝섬역 이슈에 사무실 부근에 부지를 알아보는 패션 브랜드들도 늘어났다. 오아이오아이를 전개하는 오아이스튜디오(대표 정예슬) 역시 뚝섬역 인근의 롯데 IT캐슬로 둥지를 옮겼고, 문정동에 카페 겸 사무실을 전개하는 유어네임히얼(대표 김민정)도 성수동 노란 주택집을 카페 • 쇼룸 겸 사무실로 개조했다.

특히 김기환 대표는 하우스 와인펍 ‘TBD’를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성수동 일대에 유명 카페는 물론 복합문화공간 등 다양한 공간들이 지속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TBD 또한 하우스 와인 펍이자 카페로 문을 열었는데 건대•청담•서울숲에서 거주하는 중장년층이 단골로 찾으면서 평일 저녁에는 자리가 없다. 3호점까지 오픈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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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역처럼 실거주민과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일상화돼 어울리는 상권은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성수동 핫플레이스는 가정집 옆, 학교 옆, 철강소 옆, 페인트가게 옆 등 예측할 수 없는 장소에 군데군데 배치돼 있기에 고객입장에서는 ‘찾아가는 맛이 있는’ 골목상권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블루보틀’ ‘온화’ 등 커피숍 전쟁 치열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에 위치한 두 대형 커피숍의 대결도 볼만하다. 유니베라 건물 1층에 위치한 일본식 커피전문숍 ‘온화’와 미국 로스터리 커피숍으로 6개월 만에 4개점까지 증가한 ‘블루보틀’의 이야기다. 블루보틀은 개업 이후 3달까지 줄 세우기 행렬을 끝없이 펼치다가 최근 지점이 늘어나면서 기다림이 덜해졌다.



커피보다 수플레 팬케이크로 더 유명한 온화는 송리단길에서 시작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형태의 두 커피숍의 소리 없는 경쟁 속에서 개인 카페들이 함께 공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블루보틀에서 좀 더 지나는 자리에는 최근 메가박스가 국내 첫 사옥을 짓기로 했다. 패션브랜드 아더에러와 국내 이커머스 대표 기업 그랩도 성수동에 사옥 부지를 마련했다고 알려졌다.

주거와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트렌디한 카페와 패션기업이 함께 밀집한 한국형 컬처 로드가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부조화 속에서 한 줄기 꽃을 피워낸 만큼 오랜만에 찾아온 성수동 호재가 반갑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19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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