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성공스토리 - 장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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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09조회수 1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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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과 역사 담은 남성복 대가...뉴 클래식으로, K패션을 잇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열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해요. 그것이 나의 미래를 만드는 근원이 될 테니까요.” 그의 쇼룸은 조용하지만 에너지가 넘쳤다. 행어들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입구에서는 마치 런웨이를 방불케 할 정도로 웅장하고 힘이 느껴진다.

    그는 국내 남성복 1호 디자이너로 또 국내 최초로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참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올해의 디자이너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을 만큼 남성복 글로벌 개척자로 불린다. 1980년대 중후반, 남성 패션이 전무했던 대한민국에서 ‘카루소’라는 브랜드로 남성복 시장을 처음 개척해 현재까지 그만의 스토리를 이어 가고 있다.

    그는 2020 S/S컬렉션에서 ‘그란데 삐아또(Grande Piatto)’라는 콘셉트로 패션시장을 향해 큰 울림을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컬렉션에서 그는 카루소만의 철학을 보여주며 디자이너로서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진설명 : 1980년대 중후반, 남성 패션이 전무했던 대한민국에서 ‘카루소’라는 브랜드로 남성복 시장을 처음 개척해 현재까지 그만의 스토리를 이어 가고 있다.


    100번이 넘는 패션쇼, 남성복 1호의 자부심

    그는 “패션계는 거대한 접시와 같습니다. 32년간 단 한 시즌도 쉬지 않고 커다란 접시에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맞이했죠. 이번 테마를 ‘큰 접시(이탈리아어로 그란데 삐아또)’라고 표현해 보았습니다.

    그 접시에 담긴 음식은 맛있을 때도 있었고 간혹 살짝 금이 간 접시가 나간 적도 있을 겁니다. 또 드시고 극찬을 받은 경험도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숙명이란 꾸준하게 최선을 다해 음식을 차려내는 것 그리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음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지난 1988년 ‘뉴웨이브인서울’이라는 남성복 최초 컬렉션 이후 현재까지 100번이 넘는 쇼를 성공리에 해내며, 디자이너로서의 끝없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장광효. 그 비결은 무엇일까. 급변하는 트렌드와 패션의 흐름 속에서도 장광효만의 DNA를 전파하며, 그의 행보 하나하나를 스토리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연암 박지원, 금오신화에서 한국 맥을 찾다

    “모든 것은 역사와 연결돼 있어요. 역사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짧고 굵은 그의 말에서 그만의 컬렉션 콘셉트가 명쾌해진다. 이미 그는 지난해 컬렉션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슈를 모았다. 그중 하나가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 히스토리를 패션과 연결해 패션시장에 전파한 것이다.

    지난해 2018 F/W 패션위크 당시 200년도 넘은 오랜 이야기를 그는 런웨이에 풀어냈다. 연암 박지원은 ‘진실로 인간에게 국가를 두텁게 하는 것이라면 그 법이 오랑캐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라고 열하일기에 적었다. 오랑캐라고 무시하던 청나라를 다녀와서 지은 열하일기에는 연암의 오픈 마인드 실용 애국심이 잘 드러난다.

    “북경에 못지않게 정치적 도시로 외국 사신과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이 가득했던 열하. 국제적인 나라로 발전한 청나라를 보고 얼마나 놀라고 자존심이 상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부러웠을까. 요즘 생각이 많아집니다. 연암의 이야기가 자꾸 맴돌아요. 불안한 국내외 정세 속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희망은 늘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트렌디함과 전통성을 담아 색다른 감동을

    이어 선보인 ‘금오신화 스토리’ 500년 전 김시습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재해석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초반에는 클래식하면서도 심플한 무드의 슈트룩을 메인으로 내세우며 역시 ‘장광효 표 클래식’이라는 평을 얻어냈다.

    이어 트렌디한 맨즈 패션에 전통적인 아이템들을 녹여 유니크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스타일들을 선보였다. 후반에는 색동 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컬러 패턴의 의상과 마치 옛날 왕이 입었을 법한 반짝이는 실로 수놓아진 팬츠 등 다양한 기법으로 전통과 트렌드를 표현한 의상들이 무대에 올렸다. 500년 전의 이야기가 현대판으로 새롭게 탄생되는 순간이다.










    사진설명 : 전통성과 역사를 배경으로 끊임없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장광효 컬렉션.


    그는 그간 역사를 담아온 컬렉션에 대해 “조선시대 사대부의 느낌을 좋아해요. 자연적이고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고 찾다 보니, 우리 조상들의 의상에도 관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전통미가 돋보이면서도 모던함을 아우르는 새로운 K패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포부를 드러낸다.

    크라운구스 등 라이프스타일 컬래버도

    그는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전을 시도 중이다. 눈여겨볼 제품은 크라운구스 비스포크 팀과 장광효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된 장광효 에디션 쿠션이다. 고전 예술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조화의 미감을 담은 패턴 디자인이 돋보인다.

    지난해 2019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셀러브리티 및 VIP 게스트들에게 제공된 장광효 에디션 쿠션은 SNS와 TV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다수 노출되며 셀러브리티들의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을 정도.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홈앤쇼핑의 카루소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모든 컬렉션의 옷들을 기획하면서도 놓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옷들의 단추를 손수 그가 작업한다는 점이다 장광효 컬렉션이 디테일이 강한 이유이다. “요즘은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의 접목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라이프스타일, 공간 스타일리스트까지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패션은 몸과 마음에서 나와요. 뭐든 긍정적인 눈과 편안함 마음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저의 이야기를 풀어내겠습니다.” 도전과 열정의 뉴 프론티어 장광효! 그의 화려하고 뚜렷한 패션 콘셉트가 K패션의 한 줄기 역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설명 : 매 시즌 다른 콘셉트로 남성복 시장의뉴 트렌드를 전파하고 있다.


    ■ 장광효 ㅣ디자이너

    ·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직물디자인 석사
    · 1984~1987 캠브리지 제일모직 수석 디자이너
    · 1987 카루소 설립, 대표
    · 2010 제10회 서울패션위크 헌정디자이너 10인 선정
    · 2003 한국 패션 브랜드 대상
    · 2003 대한민국 이커머스 상품 대상
    · 2007 한국 섬유 패션 대상
    · 2013 세계 예의 복식 축제 참가
    · 2017 국무총리상 수상 경찰복 디자인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19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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