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無國籍) 아이덴티티 뉴욕서 통하다

    gihyangk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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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1.16조회수 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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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 림 & 신디 림 • 유나양 • 아미송











    ■ 사진설명 : 위 부터 「선데스쿨」 대 림 & 신디 림 / 「유나양」 양유나 / 아미 송



    [ Dae Lim & Cindy Ji Won Lim 「선데스쿨」 대 림 & 신디 림 ]

    ■ 대 림 1993년 서울 출생
    2010~2014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전공 졸업
    2015~2017 FROTH 창업(뉴욕 시 바나 라운지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 개발)
    2017 1월 브랜드 「선데스쿨」 창업

    ■ 신디 림 1996년 서울 출생
    2014-2018년 펜실베니아 대학교 경제학 전공 졸업
    2016년 시티은행 애널리스트(여름 인턴 프로그램) 참여
    2017년 1월 브랜드 「선데스쿨」 창업

    ■ Yuna Yang 「유나양」 양유나
    1996~2000 이화여대 순수예술 전공
    2001~2002 이탈리아 마랑고니 패션 디자인 전공
    2004~2006 세인트 센트럴 마틴스 여성복 디자인 전공
    2009 유나 양 패션하우스 론칭

    ■ Aimee Song 아미 송
    1986년 12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출생
    2008년 패션 블로그 ‘Song of Style’ 시작
    2015년 BoF 500 리스트 선정
    2016년 11월 첫 저서 ‘Capture your style(한국에는 ‘아미 송의 인스타그램 스타일링’)’ 출판, 뉴욕타임스 패션 부문 베스트셀러 및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젊은 리더 ‘아트 앤 스타일’ 부문 30인(2016 30 Under 30 : ART & STYLE)
    2018년 10월 두 번째 저서 'World of Style’ 미국 출간



    한류라는 거대한 물결이 미국에서 일전에 없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도 빠르게 변화한다. 그런 가운데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임에도 국적 마케팅보다는 실력으로 성공하는 이들이 있다.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한류가 북미에 불어 닥친 해다. 뉴욕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한류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뉴욕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자 교통의 요충지 타임스퀘어 전광판에는 방탄소년단(이하 BTS), 몬스타엑스와 같은 한류 아이돌들의 얼굴이 연일 걸린다. 또한 BTS의 공연에 뉴욕 지하철 MTA가 스케줄을 변경하는 등 한류열풍은 단순히 아이돌의 인기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토종 제품 뉴욕 명품 백화점 입점, 한국계 디자이너의 뉴욕 패션위크 데뷔, 뉴욕 소호에 한국인 디자이너 매장 오픈과 같은 소식은 과거 입점 또는 데뷔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지금도 영광스럽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현지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많이 당당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한국계’ ‘한국인’ ‘한국 제품’과 같은 국적을 강조한 홍보기사가 쏟아진다.

    이런 홍보는 한류가 진입하기 어려웠던 서구권 문화, 그중에서도 북미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만큼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뉴욕에서는 이런 한류의 인기를 앞세워 너도나도 한국 스타일을 표방하며 심지어 중국 • 일본 • 인도 • 미국인 소상공인들도 한국산이나 한국식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붙들려 한다.

    타임스퀘어에 BTS, 몬스타엑스 등 한류 스타

    하지만 이런 국적 마케팅과는 다르게 실제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임에도 이를 내세우지 않고 성공하는 이들이 있다. 오히려 성공한 후에 ‘한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밝혀지며 현지에서 더욱 사랑받는 이들도 있다. 디자인, 스타일, 추구하는 목적에 집중하며 ‘코리아 아이덴티티’ 없이 성공한 이들이다.





    <사진출처 : 「선데 스쿨」 공식 홈페이지>

    대표적으로 「선데스쿨」은 2016년 뉴욕에서 처음 론칭한 신생 브랜드로 빠르게 유명세를 얻었다. 2017년부터 크고 작은 컬렉션을 발표해 이제는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서 대형 패션 리테일러들과 브랜드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적인 모티브를 사용해 힙합, 반항적인 스트리트 무드와 함께 미국의 ‘스모크 컬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 뉴욕의 독특한 브랜드로 주목받는다.

    한국에는 다소 생소한 ‘스모크 컬처’는 미국의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문화를 통틀어 말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청년층 투표율이 가장 크게 오르내린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한국에서는 마리화나가 마약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코리아 마케팅’ No! 실력으로 성공 K디자이너

    오히려 약으로도 사용하며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슬로건으로 젊은층 중심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문화는 주로 힙합이나 히피들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어 패션계의 주목받는 할리우드 스타, 인플루언서들도 공개적으로 파티와 함께 마리화나를 즐기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한다. 젊은층에는 하나의 마이너한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인 것이다.

    이런 문화를 즐기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선데스쿨」은 여기에 한국적인 모티브와 디자인으로 단번에 뉴욕에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힙합을 즐기는 흑인과 백인 소비자들에게 한국, 즉 아시아적 프린트와 디자인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갔다.

    론칭과 동시에 보그닷컴, Highsnobiety, 하입비스트, 포브스와 같은 뉴욕의 내로라하는 매체들이 소개했고 뉴욕 멘즈 패션위크 데뷔 무대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브랜드 이름이나 공식 홈페이지 그 어느 곳에도 한국적인 민화와 모티브를 ‘KOREA’로 설명하지 않고 자신들의 철학을 디자인 자체로 증명하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선데스쿨」 뉴욕서 탄생한 한국적 스모크 웨어

    「선데스쿨」 대 림, 신디 지원 림 남매는 20대 초반에 브랜드를 론칭했다. 브랜드 설립 배경은 항상 틀에 맞춰 살아온 것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라 밝힌다. CEO이자 공동 창업자 대 림은 하버드 출신의 컨설턴트로 성공한 아시아계 이민 2세이며, 신디 림 역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전공한 수재다.

    신디 림과 대 림은 방학을 맞아 방문한 한국에서 보수적이고 꽉 막힌 분위기가 답답하다고 느꼈고, 항상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남매는 반항적인 문화를 담은 브랜드를 구상했다. 이후 「선데스쿨」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서울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한선우와 손잡고 민화 패러디 프린트 등 독특한 감성으로 무장한 브랜드를 준비한다.

    한선우 디자이너는 챈슬러, 범키 등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한 아티스트로서 역시 ‘국적’ 없이 실력만으로 주목받는 한국인 가운데 한 명이다. 「선데스쿨」이 처음 선보인 컬렉션 ‘Chapter 1 : Genesis’는 미국의 중 • 고등학생이 많이 사용하는 노트를 룩북의 커버로 사용하며 미국 1020세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대 한국 이민 2세 남매 대 림 & 신디 림 주목

    첫 컬렉션은 성경의 창세기처럼 세상의 첫째 날 하나님은 마리화나를 밝힐 ‘빛’을 창조했고, 둘째 날에는 물 가운데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누는 ‘물파이프’, 셋째 날에는 대마초 ‘풀’을 창조했다는 형태를 따라해 큰 충격을 주었다. 첫 컬렉션의 론칭 날짜도 미국에서 ‘마리화나의 날'로 불리는 4월 20일로 정했다.




    <사진출처 : 「선데 스쿨」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 : 「선데 스쿨」 공식 홈페이지>

    세종대왕의 얼굴과 한글을 통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담아 미국 스모크 웨어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투자한 돈의 전부를 론칭 첫날 거둬들였다. 이후 꾸준히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맞추어 컬렉션을 발표했고, 「선데스쿨」 공식 홈페이지에는 종종 품절되는 인기 상품도 있을 만큼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역설적이게도 한국계 미국인 2세들이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서 느낀 답답함과 다른 문화를 ‘한국 전통’ 문화와 접목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현재 가장 유행하는 문화코드가 아닌 전통 한국 모티브를 이용해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스모크 컬처와 합치며 그들이 처음 구상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흐리지 않고 미국과 한국 시장에 입성했다.

    세종대왕, 민화 등 한국 전통 모티브 반영

    「선데스쿨」은 스모크 컬처라는 미국의 젊은 마이너 문화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답답하게 느껴왔던 편견을 깨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옐로 카운터컬처(yellow counterculture : 아시아인들의 기존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대항문화’)를 주장하며 아시아인들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들의 이미지는 주로 건전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며, 소극적이고, IT나 수학에 능한 ‘범생이’ 인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할리우드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이미지를 주로 보여주며 스모크 컬처를 비롯한 현재 밀레니얼 • XYZ 세대의 마이너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편견을 얻는다.

    이런 고정관념은 오히려 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에게 사회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며 무의식중에 차별적인 대우를 불러일으키는 만큼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인들뿐만 아니라 SNS의 일상화로 타 인종들에 대한 무지한 발언과 편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타 인종의 밀레니얼 • XYZ 세대들의 반응이 뜨겁다.

    ‘옐로 카운터컬처’ 다양한 인종 밀레니얼 환호

    이에 따라 패션 브랜드나 엔터테인먼트 사업 역시 인종적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나 홍보는 매출에 직격탄을 입는 만큼 조심하는 추세다. 윤리적 가치관이 소비와 연결되는 시대라 이런 트렌드를 잘 읽은 20대 창업자들이 구상한 「선데스쿨」이 밀레니얼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사진출처 : 「선데 스쿨」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 : 「유나양」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 : 「유나양」 공식 홈페이지>


    여타 아시아계 미국인들 중 스모크 문화를 즐기는 이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으며, 마리화나를 즐기지 않지만 ‘모범생’ 이미지를 고루하게 여기는 아시아인들도 SNS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현재 떠오르는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꾸준히 「선데스쿨」 공식 SNS에서 ‘좋아요’나 댓글로 러브콜을 보내는 등 뉴욕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선데스쿨」은 한국적 이미지를 남발하지 않는다. 간혹 한국에서 제작되고 만들어지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로고나 프린팅이 가득하고, 뉴욕 패션위크와 런던 패션위크에서 본 것 같은 디자인인데 단지 ‘한국 디자이너’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해외에 소개되는 것과 달리 「선데스쿨」은 국적 마케팅이나 국가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후디 ‘한복 데님’ 등

    하지만 한국적인 모티브,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밝히는 한국과의 연관성, 뉴욕에서 브랜드를 운영함과 동시에 서울에서 제작하는 이유 등을 알리며 이들의 국적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선데스쿨」 두 번째 컬렉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컬렉션에서는 민화에서 자주 보이던 전통적인 한국 호랑이가 곰방대로 마리화나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한복을 데님 소재로 제작했으며, 마리화나를 넣을 주머니도 달며 브랜드의 설립 의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뉴욕의 명품 백화점 바니스(Barneys)에서도 이들의 최신 컬렉션을 구매 • 판매하는 등 하이엔드 패션 마켓 역시 「선데스쿨」을 인정했다.

    「선데스쿨」은 인터뷰를 통해 “대형 브랜드가 유통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과는 너무 달라 거절했다”라고 밝힌 것처럼 인기와 동시에 브랜드의 목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두 명의 젊은 CEO들은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 상류층 잡는 하이엔드 디자이너 「유나양」

    「유나양」의 양유나 디자이너는 뉴욕 상류층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디자이너다. 단순히 유행만 좇으며 뉴욕의 명품 백화점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싫어하며, 유명 미드 <가십걸(Gossip Girl)>처럼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상류층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독보적인 디자이너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유명 명품 브랜드가 지루하고 사교계 파티에서 남들과 다르게 고급스럽고 싶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유나양」은 메이 머스크(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가 맞춤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에 등장하며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이후 미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의 가족 캐리 언더우드(그래미상 수상 가수)도 클라이언트로 사로잡으며 하이엔드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2010년 론칭해 국내에서는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로 뉴욕 현지에서 먼저 성공을 거두었다.

    메이 머스크, 킴 카다시안 패밀리 착용 후 유명

    특히 당시만 해도 한류라는 유행이 미국에 불기 전인 만큼 아시아인이라는 편견을 깬 디자이너다. 아시아계 독립 명품 디자이너가 드문 미국 부티크와 JFK 뉴욕 면세점에서도 「유나양」의 브랜드를 판매한다.

    고급 소재인 레이스와 실크를 과감하게 사용하며 드레이핑 기법을 이용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런 맨해튼 패션 장인의 전통적인 기법은 당시 명품 외에 틈새시장이 드물었던 상류층 여성들에게는 ‘신세계’와 같았다. 「유나양」이 상류층의 니치 마켓을 파고든 것이다.





    <사진출처 : 「유나양」 공식 홈페이지>

    WWD를 비롯한 패션지가 「유나양」을 앞다퉈 다뤘고 바이어와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침에도 불구하고 대량생산을 지양하며 고객 한 명의 니즈를 완벽하게 맞추어 주는 식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녀가 한국인이라는 점은 오히려 브랜드가 성공한 이후에 알려지게 된다.

    소량 제작, 고가격대, 맨해튼 장인 제작 니치 겨냥

    「유나양」의 주요 고객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매우 넓다. 메이 머스크 역시 모델 출신이자 유명 CEO를 키운 어머니로서 독립적이면서도 고급스럽고 남다른 스타일을 자랑하는 뉴요커다. 그가 「유나양」을 선택한 것은 브랜드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례다. 「유나양」은 청바지 한 벌에 40만원, 드레스는 300만~400만원, 가장 저렴한 스커트가 75만원선일 정도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한다.

    컬렉션은 방대하지 않고 쿠튀르하면서도 캐주얼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이어간다. 독립 디자이너가 1년에 두 번씩 쇼를 준비하는 것이 큰 도전임에도 데뷔 이래 뉴욕에서 매 시즌 런웨이를 진행했다. 명품 하우스처럼 뉴욕 현지 패션위크에서 「유나양」을 공개했고 이는 현지 패션 바이어, 마케터, 매체들의 주목을 끌었다.

    10여년간 퀄리티와 디자인의 신조를 지켜 나가며 조심스러운 뉴욕 상류층 고객들에게 꾸준함과 디자인으로 다가간 것. 「유나양」은 점차 할리우드 스타와 뉴욕 사교계 명사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파파라치 사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세컨드 브랜드나 확장이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뉴욕 바이어 상류층 고객에 꾸준한 뚝심 ‘어필’

    양유나 디자이너는 이화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이탈리아 마랑고니(Marangoni)에서 수학했다. 이후 이탈리아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영국 세인트 센트럴 마틴에서 여성복을 전공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유나양」 브랜드를 론칭했다.

    매년 신진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시에 패션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하는 뉴욕에서 「유나양」은 컬렉션의 90%를 맨해튼의 ‘가먼트 디스트릭트’에서 자체 생산하며 가치를 높였다. 자칫 원가를 높일 수 있어 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중국이나 베트남 공장을 이용하며 마지막 공정만 뉴욕에서 하는 것과 달리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뉴욕에서 생산해 냈다.





    <사진 출처 : 아미송 공식 블로그 ‘송 오브 스타일’> 좌측: 아미 송의 심플하지만 세련된 스타일 , 우측 : 아미 송의 저서 ‘World of Style’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명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인 데 반해 「유나양」은 ‘메이드 인 뉴욕’으로 부가가치와 희소가치를 높인 것이다. 이런 「유나양」의 성공은 UN에서도 주목했다. 뉴욕 UN 심포지엄에서 양유나 디자이너는 각국 대사들을 상대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한 창의경제의 잠재력 발현’에 대해 발표했다.

    맨해튼 ‘가먼트 디스트릭트’서 90% 물량 생산

    그녀는 이 발표에서 뉴욕 패션업계가 한국을 흔히 제조업 국가로 생각한다며 “내 조국이 고품격 패션을 만들어 내는 나라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유나양」은 백인 상류층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색깔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문화적 주체성, 윤리의식을 잘 드러내 표현한다.

    최근 뉴욕 패션위크에서 자신의 런웨이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흑인, 동양인 모델도 대거 고용하며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가 견지해 온 편견에 목소리를 냈다. 컬렉션을 통해 환경문제, 젠더 이슈에 꾸준한 관심을 표현하며 진보적인 행보를 보여 보수적인 뉴욕 상류층 고객들로부터 ‘줏대 있는 디자이너’로 인정받았다.

    일본 미쓰코시백화점그룹이 일본 장인들을 돕기 위해 개발한 자체 브랜드 「No.21」을 도쿄 이세탄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한 사례에서 착안, 윤리적 패션 사업을 지향한다. 한국의 성수동 신발 장인들과 손잡고 뉴욕에서 팝업 스토어를 개최하는 프로젝트는 ‘메이드 인 코리아’ 격을 한층 높여주며 이미지 변화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미 송, 팔로워 500만명 패션 인플루언서

    아미 송(Aimee Song)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로 꼽힌다. 특히 아시아인 인플루언서 중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500여만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 못지않은 팔로워 수와 영향력으로 패션 하우스들의 섭외 0순위인 그녀의 블로그 ‘송 오브 스타일(Song of style)’은 한 달 평균 방문자 수가 200만 명에 이른다.




    <사진 출처 : 「글로우레시피」 공식 홈페이지> 아미송은 「글로우레시피」 같은 K뷰티 홍보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대표 장난감 회사 메텔은 아미 송을 본뜬 바비인형을 제작했고 「루이비통」 「디올」 「로라메르시에」 등 세계적 하이엔드 브랜드들과 협업했다. 현재 LA에 본사를 둔 아미 송은 자신의 블로그와 프로젝트를 위해 인턴을 고용하는 등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된다. 스스로가 모델이자 홍보 간판으로 회사를 굴리는,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플루언서로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아미 송이 출판한 <아미 송 : 월드 오브 스타일(Aimee Song : World of Style)>은 출판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킴 카다시안의 셀카가 수록된 ‘셀피북’이 출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은 것처럼 패션계의 명사라는 이름 하나로 그녀의 저서는 단숨에 인기를 끌었다.

    BoF 500 • 포브스 ‘30 언더 30’ 발탁된 ‘핫 걸’

    현재 두 번째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아미 송은 패션계의 인플루언서로, 1020세대에게는 유명 트렌드지의 스타일 추천보다 더욱 영향력을 미친다. 그는 굉장히 아시아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당당히 내세운다. 유명 인플루언서들 중 유색 인종들이 백인 인플루언서의 스타일이나 화장법을 따라 하는 것에 비해 아미 송은 개성 넘치는 패션과 동양적인 미모를 감추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아미 송에게 플러스가 되며 아시아인들의 외모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미국 백인 젊은 세대와 아시아 여성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녀는 SNS와 블로그에서 자신의 배경이나 출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화보를 방불케 하는 감각적인 사진과 의외로 수수한 아이템을 세련되게 변신시키는 패션 스타일링으로 일반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소 따라 하기 힘든 셀러브리티 패션 팁에 비해 심플하지만 신발이나 가방으로 포인트를 더하는 기법으로 기하급수적인 팬층을 늘려 갔다. 팬들이 먼저 나서서 아미 송의 삶과 배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미 송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한국계 이민가정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외가가 있는 부산에 살며 외국인학교에 다녔다.

    심플 세련, 일상 아이템 변신시키는 스타일링

    고등학교 1학년부터는 고향인 LA로 다시 이주했으며, 뉴욕을 비롯한 세계의 패션 도시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아미 송은 블로거라는 단어가 생겨나던 시기, 우연한 기회로 패션 블로거의 길로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예술대학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인테리어 건축을 전공하다 인테리어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올리는 용도로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첫걸음이다.

    여기에 취미로 찍어 올리던 ‘일상 사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팔로워들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서 살았던 자신의 독특한 이야기와 문화적 배경, 한국 뿌리에 대해 밝히며 더욱 주목받았다. 귀엽고 소극적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던 한국 여성들의 이미지를 건강하고 세련되게 바꾼 것. 2015년에는 BoF 500와 포브스 ‘30 언더 30’에도 선정, 30세 이하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올렸다.

    아미 송은 유명해진 이후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꾸준히 자신의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알리고 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 아시아인 대표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미국 사회에) 잘 융화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덕분에 다른 문화나 인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 지금은 내가 아시안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라고 밝힌다.

    소극적 아시아 여성 이미지를 건강 & 세련미로

    꾸준히 자신의 블로그에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옷을 입으세요’라는 슬로건을 걸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민 2 • 3세대들이 가장 많이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아미 송은 더욱 많은 지지를 받았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방식을 선호하는 밀레니얼과 XYZ 세대에겐 아미 송을 하나의 유명인이 아닌 친구처럼 느낄 수 있게 해준 계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스토리와 함께 거대한 팬덤이 형성되며 윤리의식이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그녀가 제안하는 제품들은 ‘괜찮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홍보 그 이상의 효과를 얻으며 섭외 블로거 0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잘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아미 송은 “나는 한국인이니까 당연히 한국에서 일해 보고 싶다. 앞으로는 더 자주 와서 다양하게 일해 보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출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라고 밝히며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글로우레시피」 등 ‘K뷰티’ 제품 적극 홍보

    아미 송의 활동은 뉴욕 패션위크 런웨이 무대 데뷔 이상의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국내 패션 하우스에는 호재다. 유명해진 이후에도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와 SNS를 꼬박꼬박 업데이트하며 개설 초기처럼 변함없이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브이로그(비디오 영상)로 사랑받는다. 「글로우레시피(GLOW RECIPE)」와 같은 미국 내 한국계 미국인 CEO들이 론칭한 ‘K뷰티’ 제품도 적극 홍보해 주며 한국 사랑을 보여준다.

    한류라는 거대한 물결이 미국에서 일전에 없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유명 뷰티 브랜드들이 미국 지점을 내는 것은 물론 현지 대표 리테일러, 편집숍,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판매에서도 높은 성과를 올린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던 할리우드 스타들이 직접 ‘한국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미국인 스타들 역시 한국어를 구사하며 전 세계로부터 입지를 늘리려 노력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도 빠르게 변화한다. 단순 제조업이 아닌 중국 • 베트남과는 차별화되는 퀄리티와 한국인 특유의 일처리에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이 비교적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한국 제작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선데스쿨」 역시 한국에서 제작을 고집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다. 패션뿐만 아니라 삼성 • LG • 현대 • 기아와 같은 글로벌 한국 기업이 꾸준히 미국에서 성과를 내며 인종과 세대를 아우르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류 마케팅 + 메이드 인 코리아 밸류 기대 up

    타 문화가 미국에서 이렇게 빠른 변화와 경제적 이익을 내는 것이 흔치 않은 만큼 디자이너부터 인플루언서까지 많은 이들이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 이용한다. 하지만 프랑스 명품 화장품들이 ‘프랑스산’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이탈리아 가죽 제품들이 ‘이탈리아 출신’임을 매번 강조하지는 않는다.

    지역 수공예 전문가들이거나 특산품일 경우에는 브랜드 이미지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광고하며 브랜드가 세계적 성공을 할 수 있도록 본래 목표와 가치관을 잃지 않는다. 한류와 한국적인 것이 지금 북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유행이 끝난 후의 브랜드 가치와 지속가능함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분명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뉴욕에서 주목받는 패션 하우스와 인플루언서들의 방향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일고 있는 한류라는 파도를 순풍으로 이용하지만 브랜드의 본질과 주체성을 잃은 무분별한 한류 • 국적 마케팅은 지양해야 거대한 북미시장에서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뉴욕 상류층 평정한 매니큐어리스트 「진순」





    「진순」은 미국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뷰티 전문가로 손꼽히는 27년 경력의 한인 네일리스트 최진순이 론칭한 네일 브랜드다. 굉장히 한국적인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최진순 씨는 뉴욕 패션w • 뷰티 업계에서 대표적 한국인으로, 「진순」은 뉴욕을 비롯한 미국에서 연일 품절 대란을 겪는 브랜드기도 하다. 매니큐어와 큐티클 오일 등 손톱 전문 고급 제품으로 「샤넬」 매니큐어 못지않은 가격대를 자랑한다.

    2012년 뉴욕에서 론칭한 「진순」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보그> <코스모폴리탄> <엘르> 등 유명 잡지 커버와 화보 작업은 물론 뉴욕 패션위크의 유명 런웨이 모델들의 손끝은 전부 최진순 씨를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네일과 관련한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면 섭외 1순위로 지명되는 베테랑 네일리스트이며 자신의 이름을 건 어퍼이스트의 럭셔리 네일 살롱은 항상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진순」 네일 살롱은 이후 뉴욕에 분점을 내는 등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현지에서는 그 이름 하나로 자신의 매니큐어 제품 라인까지 론칭해 고급 백화점 납품은 물론 런웨이 백스테이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진순」은 한국 아이덴티티 없이 제품과 실력으로 인정받은 독보적인 브랜드다.

    ■ 최진순(Jinsoon Choi)




    1991 뉴욕 이주
    1999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최초로 ‘진순핸드 앤 풋 스파’ 오픈
    2012 진순 브랜드 론칭 후 매니큐어 라인 출시
    2014 진순 매니큐어 한국 론칭
    2014 미국 판매 본격화






















    ■ 패션비즈 2019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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