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젠더 프리' 패션 시대!

    gihyangk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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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9.20조회수 7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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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패션계 新 트렌드로 급부상 ..「더플루이드프로젝트」에서 BTS까지




    ■ 사진설명 :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 <사진 출처 :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밀레니얼 세대와 새로운 제너레이션 Z들은 소수 인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개념’ ‘콘셉트’ ‘성향’이 중요한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 뉴욕을 비롯한 세계 패션업계에도 젠더 프리 바람이 불고 있다.

    * 젠더 프리(Gender free) : 성이 정하는 스타일, 패션, 액세서리, 성향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 사진설명 :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 <사진 출처 :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인권, 성차별, 인종차별과 같은 문제가 연일 뉴스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물론 SNS의 인기 키워드로 급부상하며 다양한 콘텐츠들이 매일 업데이트된다. 긍정적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키워드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대중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수십 년 만의 엄청난 변화다.

    미국 뉴욕 퀸즈에서는 지난 6월3일 ‘제26회 프라이드 퍼레이드(성소수자 축제)’를 개최하며 약 30년 동안 꾸준히 변화해 온 사회적 시선과 앞으로 나아질 제도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1990년 7월 당시 29세이던 훌리오 리베라가 뉴욕 맨해튼에서 인종차별 • 동성애 혐오주의자 3명에게 폭행 당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1993년 처음 시작됐다. 이는 성소수자를 알리고 그들이 당한 인권 탄압과 차별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다.

    이후 6월은 ‘뉴욕 프라이드 기간’으로 퀸즈뿐만 아니라 브루클린 등 뉴욕의 5개 자치구에서 성소수자 축제가 열리며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는 많은 뉴욕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며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바꿔 달라고 외친다. 여기에 많은 참여자들이 이민자와 여성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소수’이자 사회에서 억압받아 온 이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진설명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 제품 <사진 출처 :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뉴욕 퀸즈서 시작된 성소수자 축제 전 세계로

    이 운동은 세계로 퍼져 나가며 각국의 대표 도시에서는 매년 자신들만의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연다. 여전히 보수적인 국가에서는 유혈사태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대들이 이끌어 나가고 지지하는 이 운동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사회적 억압과 변화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인터넷에 익숙하며, SNS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표현하며 살아온 밀레니얼 세대*와 새로운 제너레이션 Z*들은 이러한 소수 인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몰고 왔다. 더 이상 부모의 의견, 권위 있는 이의 충고를 따르기보다 이들은 정치적 • 사회적 • 윤리적 성향이 맞는 회사와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쇼핑이 더 편리한 이 세대들은 새로운 스타트업의 제품 구매에도 거침이 없다. 이처럼 ‘개념’ ‘콘셉트’ ‘성향’이 중요한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 뉴욕을 비롯한 세계 패션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젠더 프리(Gender Free)*, 젠더 중립(Gender Neutral)*, 젠더리스(Genderless)*. 이는 패션업계에도 기존 유니섹스(Unisex)*라는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하나의 트렌드로 성장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반영한다.




    ■ 사진설명 :「더블렛」 컬렉션 <사진 출처 : 더블렛 공식홈페이지>

    美 최초 젠더 프리숍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

    지난 3월28일 오픈한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는 미국 최초의 젠더 프리 패션 브랜드이자 리테일숍으로 화제가 됐다. 많은 뉴욕 소호의 패션 리테일숍 중에서도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들을 성별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으며,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들도 쉽게 들러 구매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물론 양성애자 • 장애인 • 노인 • 아이와 같은 다양한 이들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 있으며 궁극적인 편견을 없애고 인류의 평등을 추구하는 브랜드임을 강조한다. 우선 매장 내 마네킹을 특수 제작해 성별을 구분할 수 없게 했다. 성차별 또는 성소수자 차별과 같이 기존 패션 브랜드들이 무의식중에 강요하는 성 선입견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제거한 디자인만 판매한다.

    그만큼 자아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청소년을 비롯해 남녀노소가 불쾌함 없이 쇼핑할 수 있는 패션 리테일숍인 것이다. 화장실 역시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콘셉트인 남녀 공용으로 트랜스젠더 손님 또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게 했다. 남녀 공용 화장실은 관련 법 제정을 요청하는 LGBTQ* 단체들이 있을 정도로 문제의 소지가 되는 사안이다. 매달 ‘지구와 우리와의 관계(Our Relationship to Earth)’, 환경, 평등 등 사회적 이슈로 뉴욕 시민들과 토론의 장도 마련한다.

    성별 구분 없는 마네킹 특수 제작, 공용화장실로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는 패션 제품 판매는 물론 카페와 커뮤니티의 총합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자체 제작 디자인 제품을 비롯해 「챔피언」 「집시스포츠」 「닥터마틴」과 같은 브랜드 또한 직접 셀렉트해 25~200달러 사이에 판매한다. 의류뿐만 아니라 신발, 액세서리, 뷰티 제품 및 책과 같이 여러 카테고리를 구성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리테일러를 지향한다.




    ■ 사진설명 :「쟈딕앤볼테르」의 애슐리심슨 컬렉션 <사진 출처 : 쟈딕앤볼테르>

    미국 대표 리테일러 메이시스(Macy’s)와 「빅토리아시크릿」의 임원으로 활약한 롭 스미스가 이 회사의 설립자다. 패션 업계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업계의 흐름을 읽는 동시에 ‘젠더 프리’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빠르게 현실화했다. 그는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는 젠더 브랜드를 재정의한다”고 강조한다.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사과하지 않고 당당히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패션을 추구한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변화가 거세어지고 있다는 것을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는 인식한다. 우리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혁명적인 패션 리테일 운동 중 하나다”라고 그는 밝혔다.

    「빅토리아시크릿」 메이시스 출신 베테랑 설립

    회사의 설립 배경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나의 전문 지식을 개인적인 열정과 융합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들이 정해 놓은 전통적인 역할과 구조를 깨고 있다… 나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내가 젊었을 때 원했던 패션 리테일 공간과 커뮤니티를 꿈꾸며 만들어냈다. 30여년간 전문적인 경험을 쌓은 나는 ‘젠더 프리’라는 개념이 진정 패션 리테일 업계의 미래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롭 스미스의 말처럼 젠더 중심 콘셉트는 패션의 미래일까? 더 이상 소수들의 문화이자 마이너한 코드가 아닌 기존 기득권층도 소수들의 인권과 차별 반대에 직접 나서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젠더 이슈는 새로운 세대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만은 확실하다. 향후 이 이슈는 플러스 사이즈 패션처럼 하나의 급성장하는 패션산업으로 성장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가수 애슐리 심슨과 그녀의 남편이자 배우 에반 로스는 프랑스 브랜드 「쟈딕앤볼테르」와 협업해 유니섹스 캡슐 컬렉션 ‘재거 스노(Jagger Snow)’를 출시했다. 이번 캡슐 라인의 이름은 이들 부부의 두 살배기 딸의 이름에서 따왔다. 애슐리 심슨은 5월 말 자신의 SNS를 통해 “아주 흥미로운 우리의 패션 라인이 오늘 나왔다”라고 브랜드 출시를 알렸다.

    「쟈딕앤볼테르」 + 애슐리심슨 부부 캡슐 컬렉션

    이 협업은 「쟈딕앤볼테르」 공식 웹사이트에서 전체 컬렉션이 공개됐다. 이번 컬렉션은 애슐리 심슨과 에반 로스의 ‘자유로운 예술적 사랑’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사랑 • 평등 • 자유라는 가치를 패션을 통해 표현해 냈다. 에반 로스는 “유니섹스 컬렉션은 패션 진화를 위한 현재 진행형 트렌드다. 유니섹스 컬렉션은 남성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준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부부가 서로의 옷으로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번 캡슐 컬렉션의 후드 및 티셔츠 로고로 사용된 글귀는 부부의 앨범 <우리의 사랑을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We Do Not Need Permission to Love)>의 가사에서 발췌해 동성애, 다른 인종 간의 사랑 등 다양한 소수 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강조했다.

    재거 스노 캡슐 컬렉션은 티셔츠, 캐시미어 스웻셔츠, 셔츠, 데님 등 19가지 스타일의 젠더 중립 아이템들로 구성됐다. 가격대는 100달러(약 11만원)짜리 셔츠부터 600달러(약 66만원)가 넘는 스모킹 재킷까지 다양하다. 남성 •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닌 디자인 그 자체로 취향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콘셉트인 만큼 인기가 높다.

    티셔츠, 스웻셔츠, 데님 등 19가지 스타일

    기존 유니섹스 컬렉션이 다소 소극적인 홍보에 그쳤다면 현재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다는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부부와 협업하며 이를 적극 알린다. 젠더 중립, 유니섹스 컬렉션은 오히려 소수 인권자들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애슐리 심슨 부부는 자신들의 유니섹스 캡슐 컬렉션을 앞으로 정규 컬렉션 라인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희망 사항을 언급했다.




    ■ 사진설명 :1 남녀 모델이 섞여 나오는 「구찌」의 런웨이 / 2, 3 남성복 여성복 경계가 모호한 「구찌」 컬렉션 <사진 출처 : 구찌 공식홈페이지>

    신인 디자이너 발굴을 위한 ‘2018 LVMH 프라이즈’의 올해 주인공은 브랜드 「더블렛(Doublet)」을 전개하는 일본 디자이너 마사유키 이노(Masayuki Ino)로, 그는 최고상인 황금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계 디자이너가 수상한 것이 처음인 만큼 더욱 큰 이목을 끌었다.

    마사유키 이노가 선택된 것은 혁신적인 텍스타일은 물론 ‘젠더리스’라는 콘셉트로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블렛」은 2012년에 론칭해 도쿄 패션위크를 통해 선보였다. 현재 뉴욕 도버 스트리트 마켓을 비롯한 세계 25개국 편집숍에 입점 판매된다. 마사유키 이노는 1979년 일본 군마현에서 태어나 도쿄 모드 아카데미 스쿨을 졸업했으며 신발 및 액세서리 디자인 책임자로 미하라 야스히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LVMH 황금상 마사유키 이노, 유니섹스 컬렉션

    젠더리스 스트리트웨어를 지향해 언뜻 보면 현재 유행하는 콘셉트를 모두 가져다가 섞어 놓은 것 같다. 하지만 마사유키 이노는 일본 특유의 기술력 높은 텍스타일과 만화적인 요소를 적절히 믹스매치하며 젠더리스의 궁극적인 미학을 보여준다. 자칫 유니섹스, 젠더리스, 젠더 프리와 같은 꼬리말을 붙이고 선보이는 컬렉션은 단순히 사이즈만 모호한 패션업계의 눈속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마사유키 이노는 색, 그래픽, 디자인, 실루엣 어느 하나에 구속되지 않고 스트리트 웨어를 남 • 여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고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옷을 통해 드러낸다. 이러한 그의 컬렉션은 젠더리스라는 새로운 트렌드와 사회변화를 디자인 속에 녹여내는 디자이너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LVMH 측의 속내를 보여준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마사유키 이노의 작품은 모던한 이세이 미야케처럼 느껴진다. 그는 텍스타일과 옷의 경계를 이미 넘어섰으며 언어적인 장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컬렉션을 잘 설명한다”라고 극찬한 만큼 향후 「더블렛」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뉴욕 패션업계에 조용히, 뜨겁게 부는 유니섹스 바람을 유행에 민감한 일본 디자이너들은 벌써부터 감지하고 준비 태세를 보이는 것이다.

    믹스 - 젠더 패션쇼, 「구찌」 등 하이엔드 변화

    이러한 젠더리스 트렌드는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찌」 패션쇼에는 화려한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남자 모델, 삭발 헤어스타일과 남성스러운 슈트를 착용한 여성 모델들이 런웨이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남녀 모델들이 순서대로 분별돼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차적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컬렉션을 선보이며 패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시도를 보여준다.

    「베트멍」 뎀나 바잘리아 역시 이런 트렌드에 올라탔으며 이어 「발렌시아가」 「JW앤더슨」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며 눈길을 끈다. 「루이비통」은 모호한 성별을 추구하는 윌 스미스의 아들이자 제너레이션 Z를 대표하는 배우 제이든 스미스를 광고에 출연시켰다. 검은 가죽 치마를 입은 제이든 스미스가 여성 모델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신선함은 물론 새로운 고객들을 겨냥한 러브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영국 백화점 셀프리지는 젠더 프리 팝업스토어를 오픈했고, 2015년 미국의 대형 할인매장 타깃과 디즈니 스토어는 매장 진열대에 성별을 표시하는 안내문구나 색상 사용을 줄여 나갈 것을 공표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던 런웨이 위의 남녀 컬렉션과 슈트, 넥타이, 치마, 드레스와 같은 아이템 구분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재의 패션업계 흐름상 나눌 필요가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라」 「H&M」 등 패스트패션도 젠더 프리 동참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도 이러한 젠더 프리, 젠더 중립과 같은 트렌드에 두 팔을 벌려 환영한다. 「자라」는 지난 2016년 남녀 공용 컬렉션 ‘언젠더드(Ungendered)’를 발표, 패스트패션 공룡 기업으로는 처음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해 SNS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H&M」은 최근 평등과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컬렉션을 발표했다. 남녀 디자인이 구분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10%의 수익은 프라이드 성소수자 캠페인, UN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 평등협회에 기부한다고 밝히며 LGBTQ 커뮤니티의 눈길을 끌었다. 그뿐 아니라 영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ASOS」는 크레욜라(Crayola)와 손잡고 ‘젠더 중립’ 뷰티 컬렉션을 론칭했다. 독특한 색감과 디자인은 물론 동물실험 금지 제품이라는 것을 내세워 타깃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윤리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처럼 환경오염, 제3의 세계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처우, 인종차별적 광고로 세계의 뭇매를 맞아온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최근 젠더를 비롯한 새로운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를 통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유니섹스라는 이름으로 이미 패스트패션 업계가 여러 번 컬렉션을 진행한 적이 있지만 굳이 젠더 프리, 젠더 중립, LGBTQ와 같은 키워드를 넣어 홍보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유니섹스 브랜드 컬렉션 ‘간편함’ 업계 환영

    유니섹스가 단순히 남녀 공용 옷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젠더 중립, 젠더 프리와 같은 키워드는 남녀가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색과 디자인을 넘어 차별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컬러 • 사이즈 • 실루엣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성’에 구애받지 않고 제작•판매한다는 이미지를 준다.

    여기에 덤으로 여성 • 남성 패턴을 나누지 않고 다양한 사이즈로만 제작하는 간편함에 업계는 젠더 프리라는 트렌드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소비자와 업계 둘 다 만족시키는 트렌드로 이러한 움직임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보수적인 기성세대들이다. 하지만 현재 가장 큰 소비세대인 밀레니얼과 제너레이션 Z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변화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 사진설명 :「커버걸」 최초의 ‘커버 보이’ 제임스 찰스 <사진 출처 : 커버걸 공식홈페이지>

    패션업계 못지않게 상품에 성별을 철저하게 구분하던 뷰티업계 또한 판도를 바꿨다. 남녀 모두 사용해도 좋은 화장품과 향수가 등장하고 여성의 전유물이던 화려한 색조화장 모델로 남성을 채용하는 등 ‘젠더리스’ 바람이 불고 있다.

    뷰티업계도 젠더리스 강조, 남녀 구분 NO!

    미국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은 2016년 10월 뉴욕 출신 17세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임스 찰스를 최초의 ‘커버 보이’로 임명하며 큰 홍보효과를 얻었다. 53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는 제임스 찰스의 팬들이 「커버걸」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물론 많은 미국 메이크업 업계가 덩달아 젠더리스 콘셉트에 뛰어들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영국 메이크업 브랜드 「제카(Jecca)」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 독특하고 중립적 뷰티 콘셉트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컬러 팔레트로 남녀를 나누는 디자인을 배제하고 모호한 매력을 가진 모델들만 채용, 이들은 일약 SNS의 스타로 떠올랐다. 향수업계 역시 젠더리스 트렌드를 따라간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디크」는 최근 기존 남성 향수로 인기가 높은 ‘베티베리오 오드 투알렛’을 7년 만에 리뉴얼해 남녀 공용 향수로 출시했다. 좋은 향기에는 성별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앞으로 「딥디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혹자는 이런 흐름에 대해 브랜드들이 단순한 ‘유행’을 좇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밀레니얼 • 제너레이션 Z들은 생활과 가깝고 파급력이 큰 뷰티 • 패션업계의 젠더리스 추구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과 박수를 보낸다. 이런 파급력은 기존에 할리우드 스타들을 채용해 TV 광고로 수십억달러를 사용하던 과거에 비해 비용은 줄고 홍보효과는 높아진다. 이런 장점에 브랜드들의 향후 젠더 콘셉트를 중심으로 한 컬렉션 발표가 이어질 전망이다.

    ■ BTS 뜨거운 美 인기, 알고 보면 ‘젠더 프리’ 효과?




    방탄소년단 <사진 출처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하 BTS)은 지난해 AMAs(American Music Awards)에서 한류 스타로는 최초로 참석해 공연을 펼치며 미국인을 비롯한 세계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다. 이어 정규 3집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를 통해 지난 5월27일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로 인해 할리우드 스타들의 축사는 물론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5월29일에는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로 빌보드 핫 100차트에 10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한국 가수가 그간 기록하지 못한 신기록을 줄줄이 세우고 있다. 이런 BTS의 뜨거운 인기는 음악 자체로 인정받았다기보다는 북미 지역에서 다양한 트렌드와 사회적 변화에 잘 맞물렸다고 보는 해석이 대세다.

    현재 밀레니얼 세대와 제너레이션 Z는 젠더 이슈를 비롯한 마이너 문화에 관심이 높다. 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며 자국 문화 우월주의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려는 ‘오픈 마인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유튜브, 페이스북,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국 외의 문화와 아티스트를 쉽게 접한다.

    원더걸스, 비와 같은 1세대 한류 스타들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시기가 있었지만 이후 꾸준한 한류 사업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한국 패션모델들의 뉴욕 패션위크 진출, 한류 뷰티 브랜드의 급부상은 BTS가 설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나아가 BTS는 기존 미국 보이밴드들이 가지던 남성미가 아닌 유니섹스한 패션, 독특한 화장, 각기 다른 성격과 매력을 어필하며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근육질에 남성미 넘치는 성 편견에 맞춘 보이밴드가 아닌 소년미는 물론 때때로 여성스럽기까지 한 BTS는 북미 밀레니얼 • 제너레이션 Z들에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한 기존에 ‘게이같다’ ‘여자같다’라는 냉소를 받던 한류 스타들의 패션과 스타일은 젠더 프리, 젠더 중립과 같은 개념이 급부상하며 오히려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록 BTS는 국내 아이돌 스타일 유행에 반응해 코디하더라도 미국 기준에서 봤을 땐 ‘여성스러움’에 가까운 알록달록한 염색 머리, 화장, 스타일이 젠더 프리라는 개념에 잘 맞아떨어지며 그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콧대 높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도 BTS의 패션을 공식 SNS에 게재하는 등 패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젠더리스 패션으로 성의 경계가 모호하고 남녀 모델들이 런웨이에 같이 등장하는 「구찌」는 최근 BTS의 사진을 업로드하며 관심을 보였다.


    [TIP ] ==================================================================================
    * 젠더 프리(Gender free) : 성이 정하는 스타일, 패션, 액세서리, 성향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 밀레니얼 세대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 제너레이션 Z :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다음 세대를 의미한다. 정확한 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없으나 인구통계학자들은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부터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Z세대로 분류한다.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라는 것이다. Z세대들은 IT 기술에 익숙함을 느끼고, 사교 생활에 있어서 SNS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 젠더 프리(Gender Free) : 성에 의한 제약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는 사회시스템을 젠더 프리 사회라고 한다. 패션•문화에 있어서도 성이 정하는 스타일, 패션, 액세서리, 성향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 젠더 중립(Gender Neutral) : 젠더 중립은 여성 • 남성이라는 성별을 판단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성이 정하는 의무나 편견을 없애려는 노력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젠더리스, 젠더 프리와 비슷한 말로 사용된다.

    * 젠더리스(Genderless) : 성과 나이의 파괴를 주특성으로 하는 패션의 새로운 경향을 말한다. 젠더리스 패션은 1970년대에 유행해 여성들이 무조건 남성복 스타일의 옷을 입었던 유니섹스 패션과는 성격이 다르다. X세대에 의해 태어난 젠더리스 패션의 두드러진 특징은 ‘보이시’인데, 이들은 성인 남성의 패션을 공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리고 순수해 보이는 소년풍의 옷을 선호한다.

    * 유니섹스(Unisex) : 남녀 겸용.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남성 • 여성의 구별이 없어진 것을 이르는 말. 원래는 1956년 미국의 성(性) 과학자 솔로킹의 저서 <미국의 성혁명>에서 언급된 것으로 이후 사회문화현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패션계까지 파급돼 다양한 캐주얼 아이템과 브랜드에 활용됐다.

    * LGBTQ : LGBT는 성소수자 중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다. 퀴어(Queer)나 레즈비게이(lesbigay)에 비해선 논쟁이 덜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위키피디아>


    ■ 패션비즈 2018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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