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캡 열풍! 90년대 컴백~

    백주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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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0.19조회수 4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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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lcome back ! 1990’s!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요즘 1990년대 열풍이 가히 전 세계적이다. 뉴욕에서는 지금 ‘놈코어’라는 키워드로 스포츠 샌들이나 「버켄스탁」에 양말을 신는 것이 멋이 되고, 「타미힐피거」나 「캘빈클라인」 등 추억의 브랜드들의 로고가 대문짝만 하게 박힌 티셔츠들이 길거리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촌스러워 보이려고 기를 쓴다고 생각될 정도다. 참으로 유행은 돌고 돈다.

    「리바이스」의 엔지니어드 진과 「나이키」의 맥스 95 같은 운동화를 매치하는 것이 대세였다. 허나 이 또한 어느 순간 끝이 났다. 사람들이 「뉴에라」와 스냅백을 쓰면서 자취를 감췄다. 「베이프」나 「슈프림」 같은 스트리트웨어가 지배하게 됐다.
    같은 시기 「폴로」는 1990년대 아이콘이던 폴로 베어와 성조기 스웨터를 재발매하고 「나이키」도 맥스 95 인기 컬러들을 재발매하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사람들이 덩달아 「폴로」의 말 로고 모자를 다시금 쓰기 시작했다. 「폴로」의 스포츠캡 스타일은 각도 덜 잡히고 흐물거리는 것이 생산이 다소 쉬운 아이템이라 많은 브랜드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폴로」 성조기 스웨터, 「나이키」 맥스 95 재발매
    요즘 한국의 홍대 앞 길거리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볼 수 있다. 패션에 민감한 친구들은 「폴로」 모자와 1990년대를 연상케 하는 룩을 유행처럼 입는다. 흡사 뉴욕과 비슷하다. 이 유행을 주도해 나가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인디밴드, 힙합 뮤지션들의 활동이 SNS상에서도 활발해졌다.
    그중 유독 두드러져 보인 혁오밴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했다. 가요제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방송 분에서, 참여 아티스트들은 첫 만남에 가면을 쓰고 가운을 입고 나오고 창법과 목소리도 변조해 자신들을 숨겼다.
    보컬 오혁의 긴 가운 사이로 다리가 살짝 공개되었을 때 멤버 하하가 이렇게 말했다. “바지가 왜 저래? 전영록 선배님이야?” 모든 출연진이 그의 바지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았다. 그때 오혁이 입은 바지는 통이 나팔바지처럼 크고 기장은 살짝만 접힌다. 신발은 꽉 조여 맨 컨버스의 척 테일러. 오혁은 지금 젊은 세대에서 옷 잘 입는 패션 피플 1위로 손꼽힌다.

    뉴욕도 서울도 인디밴드, 힙합 뮤지션 90년대 룩
    너무 앞서 간다는 평도 많이 받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거라며 패션에 민감한 친구들은 오혁의 룩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빡빡머리의 그는 주로 통이 아주 넓은 팬츠에 하얀 양말과 「반스」나 「컨버스」 등을 매치한다. 불량해 보이는 듯한 패턴이 들어간 셔츠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의 그래픽 티셔츠를 주로 입는다.
    그는 모자도 애용한다. 「뉴에라」나 스냅백보다는 스포츠캡을 주로 쓴다. 핑크색 바지도 입는다. 생각만 해도 어려운 아이템이다. 요즘 길거리에는 그를 모방하는, 머리를 바짝 밀어 버린 젊은이가 많이 보인다.
    지금 유행의 주제는 1990년대다. 2014년 이후 뉴욕 매거진에서는 ‘놈코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독자들에게 알리는데, 간결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놈코어’라니 아이러니하다.

    통 넓은 팬츠, 하얀 양말, 「반스」나 「컨버스」
    스타일을 역행하는 듯한 패션이다. 「챠코」와 같은 스포츠 샌들이라든가, 터틀넥과 물 빠진 청바지, 「뉴발란스」 스니커즈, 휴가지 등에서나 팔 법한 기념품 스타일의 야구모자. 정말 편안한 미국인 아저씨 스타일이다. 이들을 멋으로 입는다.
    사실 누가 처음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거의 동시다발적이다. 요즘은 텀블러와 인스타그램을 통한 유행의 전파가 무척이나 빠르다. 유행을 브랜드가 선도하지 않고, 브랜드들이 앞서 가는 유행에 맞춰 상품을 생산한다고도 한다.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가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1990년대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고 옷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에 대해 격하게 반응했다. 다소 과격하기도 하고 유치해 보이기도 하는 큼지막한 그래픽들, 알록달록한 컬러, 위아래를 스웨트셔츠와 팬츠로 믹스한 매칭은 상당히 1990년대를 연상케 한다. 「폴로」 「DKNY」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리복」과 「휠라」 등의 클래식화들이 연상된다.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루브친스키」 뜨거운 관심
    이 아이템들은 곧 트렌드세터들에 의해 인터넷을 덮어 버린다. 「나이키」에서는 맥스 95 형광 컬러를 올해 재발매했다. 당시 40만~5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추억 속으로 묻혀 가던 그 물건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지금 다시 나왔다. 신발 박스마저 요즘의 것이 아닌 당시에 사용하던 디자인의 박스다.
    그래픽이 주가 되는 패션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라 하면 스케이트보드 데크 및 장비들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또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한 의류와 보드화도 생산, 판매한다. 이 브랜드들의 의류는 대부분 그래픽 위주다. 최근에 「슈프림」과 스케이트보드 매거진 ‘Thrasher’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쓰래셔(Thrasher)」는 모자와 티셔츠, 코치 재킷 정도에 자신들의 로고를 찍어서 판매한다.
    이번 콜래보레이션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는 이들에게도 「쓰래셔」를 알리게 됐고 「쓰래셔」의 본래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로고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로고가 사라져 가던 게 언제냐는 듯 각종 브랜드의 로고와 그래픽 티셔츠들이 다시금 등장했고 새로운 흐름에 맞게 새로운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들이 생겨났다.

    ‘도버스트리트마켓’ 등 하이엔드 숍 중심 유통
    「팔라스스케이트보드(Palace Skateboards)」 「비앙카샹동(Bianca Chandon)」 「콜미917(Call Me 917)」 「다임(Dime)」 등을 꼽을 수 있다. 역시 로고나 그래픽을 입힌 티셔츠 위주로 생산하고 스케이트보드 데크도 판매하는 것이 완연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다.
    「팔라스스케이트보드」는 페니 로퍼도 생산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 허나 이 브랜드들의 특이점은 바로 ‘도버스트리트마켓’, 「슈프림」, ‘트레비앙’ 등 하이엔드 셀렉트숍에서 팔린다는 것이다. 품절이 돼 버린 상품들은 프리미엄도 붙어서 이베이에서 몇 배 뛴 가격에 팔린다. 「슈프림」도 아닌 이들에게 무슨 메리트가 있는지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지금 무엇이 가장 핫한지를 말해 준다.
    이같은 유행 속에 나타난 히트 아이템이 바로 스포츠모자다. 「폴로」에서 나오는 그 야구모자를 생각하면 된다. 챙이 빳빳한 일자 형태에 사이즈가 따로 나와서 사이즈 조절 탭이 없는 fitted 스타일의 「뉴에라」를 지나 모자 후면의 사이즈 조절 탭(snap)에서 유래된 스냅백이 유행하더니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스포츠캡이다. 챙이 일자이기보다는 구부러져 있고 「뉴에라」나 스냅백보다는 다소 흐물거리고 깊이가 얕은 unconstructed 스타일이다.



    「폴로」 클래식 스포츠캡,
    스트리트웨어 붐
    클래식 스포츠캡의 역사는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노티카」 「휠라」 「타미힐피거」 등이 한창 인기를 얻을 때다. 이 브랜드들은 스포츠 캐주얼의 대명사다. 럭비셔츠, 치노팬츠, 던가리(청 멜빵바지), 스포츠캡 등의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후에 이들은 스트리트웨어, 디자이너 브랜드 등 다방면에서 재해석됐다. 당시 「폴로」에서 출시한 스포츠캡은 단연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간결하고 절제된 구조, 후면에 위치한 사이즈 조절 버클, 정말 깔끔한 스타일의 이 모자는 기본 중 기본으로 지금까지 클래식한 모자로 남아 있다.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 미국에서 힙합이 대중화할 때 「폴로」는 힙합 커뮤니티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래퍼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졌고, 당시 래퍼들은 고가의 브랜드들을 과시하듯 입었다. 「폴로」 또한 그중 하나였다.
    심지어 1988년에는 「폴로」를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일종의 조직이 결성됐다. 이름은 ‘Lo-Life’. 「폴로」만을 입고 세상의 모든 「폴로」를 수집하자는 팀이다. 일본에서도 폴로만을 입자는 폴로성애자 그룹 ‘어퍼어퍼크루’가 이어서 생겨났다. 동부의 전설적인 힙합 그룹 우탱클랜의 ‘can it all be so simple’ 뮤직비디오에는 멤버 Raekwon과 Ghostface Killah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폴로」를 입고 등장한다.

    「라코스테」 「스톤아일랜드」 「노티카」에서도
    그들은 「라코스테」 「스톤아일랜드」 등의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들을 입었고 그것이 하나의 스타일이 됐다. 2000년대에 영국에서 그라임 신(영국에서 힙합, 개러지, 댄스홀 등의 장르가 믹스돼 등장한 음악 장르)이 성행할 때 당시의 아티스트들은 유행처럼 트랙팬츠에 「나이키」의 에어 맥스 같은 운동화와 「폴로」나 「나이키」 같은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의 모자를 매치했다.
    이 모든 역사를 거친 스포츠캡은 현재까지 내려와 지금 말 그대로 유행 중이다. 텀블러 스트리트 패션 등 인터넷에서는 쉽게 볼 수 있고 많은 셀러브리티 또한 애용 중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등에서 나오는 나일론 제품으로 정말 애슬레틱한 멋을 내기도 하고, 「폴로」와 비슷한 「노티카」나 「타미힐피거」의 제품들로 대체하기도 한다.
    쉽게 생산 가능한 제품인 만큼 여러 작은 브랜드에서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알려진 「스투시」나 「더헌드레드즈」 같은 브랜드는 물론 「Anti Social Social Club」 같은 브랜드도 생겨났고 「OVO」 「JJJJOUND」 등이 한창 인기다. 가격도 저렴해 구매가 더욱 쉬운 편이며 기능성과 품질도 좋다. 스타일을 부각시켜 주어 1990년대의 스포츠 캐주얼 룩을 완성해 주는 용이한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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