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숍 ‘시바스데스칼소’ 훨훨

    mi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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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8.09조회수 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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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식스」 등 스니커즈 붐 속



    요즘 스페인에서는 쇼핑몰이나 시내 중심부에 가면 부쩍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바로 스니커즈를 취급하는 멀티숍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정판 스니커즈가 출시되는 날이면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밤을 지새는 인파를 구경하는 것도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스니커즈 시장은 가히 ‘붐’이라고 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가장 주목받는 업체가 있다. 바로 스니커즈 전문 멀티숍 시바스데스칼소(Sivasdescalzo)다. 스니커즈는커녕 패션 리테일 분야 경험도 없는 5명의 동업자가 오직 시장의 가능성만 보고 약 1억원의 초기 자본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시바스데스칼소는 신생 멀티숍으로서 대형 멀티숍 체인과 경쟁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스페인 스니커즈 시장은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스니커즈 브랜드는 보통 수입 브랜드(「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등)이기 때문에 수입 규모의 상승은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스페인의 스포츠 슈즈 수입 규모는 전년 대비 22% 성장하며 5억3000만유로(약 6800억원)를 기록했다.

    스니커즈 수입규모 6800억원으로 폭발적 상승

    2014년 대비 14% 성장한 2015년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스니커즈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렸다고는 하지만 미국 스니커즈 시장이 지난해 3% 하락한 데 비하면 이례적으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런 스페인의 ‘스니커즈 붐’은 2006년부터 불기 시작했다.

    스페인무역사무소(ICEX)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과 2016년 10년간 스페인 스포츠 슈즈 수입 규모는 2억900만유로(약 2800억원)에서 5억3000만유로(약 68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가장 많이 성장한 해는 2010년으로 당시 스페인 스포츠 슈즈 수입 규모는 전년 대비 30%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멀티숍과 스포츠 브랜드들은 스페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탈리아 멀티숍 체인인 ‘AW랩’이다. AW랩은 2013년 처음 스페인 시장에 들어온 후 지난해까지 11개의 체인점을 오픈했다. 그러나 AW랩보다 먼저 스페인 스니커즈 시장을 공략한 스페인 멀티숍이 있다.



    신생 멀티숍 시바스데스칼소, 지난해 63% 성장

    스니커즈는커녕 패션 리테일 분야 경험도 없는 5명의 동업자가 오직 시장의 가능성만 보고 설립한 스니커즈 전문 멀티숍 시바스데스칼소다. 2011년 약 1억원의 초기 자본으로 시작했다. 신생 멀티숍으로서 대형 멀티숍 체인과 경쟁하며 성장을 거듭한 시바스데스칼소는 지난해 총 800만유로(약 1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63% 성장이라는 놀라운 수치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0만유로(약 127억원)다. 회사 매출이 성장하는 만큼 직원도 늘어나 설립 초기 공동창업자 5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에는 현재 40여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현재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각각 1개씩 총 2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매장 수는 대형 멀티숍 체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사실 시바스데스칼소의 주요 매출 동력은 온라인 판매다. 실제로 매출의 약 80%가 온라인에서 발생한다. 이 온라인 매장을 통해 스페인 전역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전체에서 주문이 쏟아진다.

    발 빠른 온라인 시장 선점! 유럽 전역서 주문받아

    시바스데스칼소는 창업 당시부터 온라인 판매를 염두에 두고 회사를 설계했다. 이 회사가 설립된 2011년은 스페인 패션 시장에서 온라인 구매가 아주 보편화하지는 않았던 시기다. 이 무렵 인디텍스그룹의 「자라」가 처음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몇 년간 수많은 브랜드가 그 뒤를 따르며 스페인 온라인 패션 시장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바스데스칼소는 초기부터 온라인 매장을 오픈해 신규 시장 선점이 빨랐다. 또한 온라인 판매의 최대 장점인 ‘국경 없는 판매’를 위해 인근 국가인 포르투갈 시장의 경우 처음부터 배송 업체 MRW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초기에 쌓은 노하우로 2013년도부터는 온라인을 통해 아시아와 아메리카 시장에도 진출했다. 온라인을 통해 국경 없는 판매를 한 결과 해외 시장을 통해 얻는 매출 수익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시바스데스칼소만의 또 다른 전략은 온 · 오프라인 통합 재고 관리다. 고객은 매장 방문 전 온라인 매장을 통해 매장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원하는 사이즈나 모델을 찾지 못할 경우 매장에 전시된 아이패드를 통해 바로 온라인 구입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을 연결하는 온 · 오프라인 통합 재고 관리 덕에 가능하다.



    온 · 오프 통합 재고 관리를 통한 교차 판매 전략

    이 밖에도 시바스데스칼소의 판매직원들은 스니커즈 전문가로부터 정기적으로 전문 교육을 받는다. 상품에 대한 정기적인 트레이닝은 단순히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판매가 아니라 고객에게 최적의 제품을 추천해 줌으로써 판매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멀티숍 시바스데스칼소의 또 다른 전략 중 하나는 노세일(no-sale) 정책이다. 몇 년 전 스페인 대도시를 중심으로 세일 판매 관련 법규가 연 2회 하계, 동계 일정 기간에만 가능했던 것에서 업체 자율로 완화되면서 일명 ‘미드시즌(mid-season) 세일’ 붐이 불고 있다. 세일 기간이 아닌데도 각 브랜드 매장에서는 늘 프로모션 혹은 미드시즌 세일이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 미드시즌 세일을 과감히 생략했다. 결국 업체 간 출혈 경쟁을 일으켜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테일러, 고객 어느 쪽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철저한 고객만족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믿고 구입하고 다시 찾는 매장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전문 판매원 육성, 노세일 대신 고객서비스로~

    멀티숍 시바스데스칼소는 매장이라기보다 스니커즈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든다. 정제된 콘셉트의 매장 디자인 덕분이다. 비록 리테일과 패션 업계 종사자는 아니었지만 공동경영자 5인은 컨설팅, 광고, 그래픽 디자인, IT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멀티숍 시바스데스칼소를 일종의 ‘에이전시’로 정의한다.

    각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을 전개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진열 판매뿐만 아니라 매장 콘셉트를 고민하고 판매 직원에게 스니커즈 교육을 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시바스데스칼소는 충실히 판매 캠페인을 전개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신뢰를 얻고 관계를 돈독히 다져 나간다.

    덕분에 「나이키」 등 주요 브랜드의 한정 컬렉션 중 일부는 시바스데스칼소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컬렉터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정 컬렉션이 나오면 시바스데스칼소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2~3일씩 밤을 지새우는 풍경을 보는 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니커즈 판매 85%, 브랜드 신뢰로 독점 판매

    현재 시바스데스칼소의 주요 판매 제품은 역시 스니커즈로 전체 판매의 85%를 차지한다. 판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는 「나이키」이지만 그 뒤를 「아디다스」가 무섭게 따라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푸마」 「아식스」 같은 브랜드도 뜨고 있다.

    최근에는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스포츠 패션 제품 쪽으로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게다가 직접 제작하는 소규모 컬렉션도 얼마 전 매장에서 선보였다. 스니커즈 시장 성장의 혜택을 스포츠 패션 쪽으로 잘 안착시켜 3~4년 안에 해외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을 내는 게 목표라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스페인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스니커즈 시장의 성장과 스포츠 패션 열풍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실제로 스포츠를 하기 위한 목적에서 점점 일상적인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는 데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패션쇼, 미디어, 회사 등 어떤 곳에서든지 스니커즈와 믹스매치한 패션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아졌다. 시바스데스칼소는 스포츠 패션은 향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 성장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일 것이며 다가올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패션비즈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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