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지난 「제이크루」 지금은

    백주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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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3.07조회수 1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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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패션 • 럭셔리 양극화 속 중간 마켓 실종






    프레피 스타일이 다시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제이크루」에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좋은 후임 리더와 디자인팀 등 「제이크루」 앞에 놓인 산은 아직 높다.




    한때 미국 패션계에서 ‘황금손’으로 불리던 미키 드렉슬러의 신화도 끝나고 26년간 아이콘 역할을 해오던 제나 라이온스도 떠난 「제이크루」. 이후 1년간 새로운 실험이 이어졌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 브랜드의 운명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패스트패션의 파고와 밀레니얼 소비자들의 이탈, 패션의 디지털화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 속에 오프라인 매장을 속속 닫아온 미국 패션 대표선수 「제이크루」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것은 현 오프라인 주자들의 공통된 고민을 투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제 「제이크루」는 역신장의 끝단 그 정점을 찍고 데스밸리를 지나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이크루」는 15분기 연속 매출 하락을 깨고 드디어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표1 참고). 새로운 고객들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고 원래의 구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이다. 이 브랜드의 앞에 놓인 숙제는 녹록하지 않다.

    미키 드렉슬러 등 드림팀 3인방 떠난 후 공백

    물론 몇 가지 숫자는 긍정적이다. 「제이크루」의 지난해 2분기 판매액은 전년도 2분기 대비 1% 상승해 총 484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전년 대비 4% 상승해 4862억원으로 공개됐다. 2017년에는 전년 대비 13%나 하락했던 것에 비하면 청신호다.





    <사진출처 : 제이크루

    하지만 2017년 말 제나 라이언스가 떠난 후 새 CEO인 짐 브렛도 이런저런 회생 계획을 내놓았으나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1년여 만에 그도 결국 회사를 떠난다.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역할을 맡은 섬색 시크호운멍이 1년여간 일해 온 결과도 아직 별 성과가 없다.

    「제이크루」의 드림팀이었던 미키 드렉슬러, 제나 라이온스, 프랭크 뮤이젠 등 3명 모두 2017년에 「제이크루」를 떠나고 현재는 아무도 없다. 웨딩드레스 사업은 접었고, 약 25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여기에는 여성복 대표 디자이너 등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꽤 포함돼 있다.

    부채 2조원, 50개 매장 폐점, 대량해고, 파산지경

    게다가 50개가 넘는 매장이 문을 닫았다. 2조원이 넘는 데다가 더 늘고 있는 빚을 막기 위해 회사를 구조조정하는 데 급급하며 서서히 침식하다가 더욱 가라앉은 것이다. 한때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 같은 스타일링이 가능한 브랜드’이자 미국의 실용주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이 브랜드가 10년 만에 파산 지경에 이른 것은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통적인 상품기획 방식을 고수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리얼타임 반응에 따라 즉각 기획에 반영해 디자인과 생산을 하고 공급물량을 늘이거나 줄이는 방식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들과 달리 「제이크루」는 1년 전 상품을 기획해 생산하는 기존의 방식을 고집했다. 결국 이는 유행에도 뒤처질 뿐 아니라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크게 뒤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 뉴욕컬렉션 런웨이에 서는 등 컨템퍼러리 브랜드로의 전환을 꿈꾼 「제이크루」는 점점 더 디자인과 디테일에 집착(?)하는 브랜드로 변신해 갔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이크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해시태그 #ReviveJCrew로 품질 저하에 대한 불만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전통적인 기획 방식 고수, 패스트패션에 뒤져

    「제이크루」를 좋아하던 열혈팬들은 진심을 담아 미키와 제나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중 몇 개가 웹상에 공개됐다. 그들은 진심으로 「제이크루」가 망하지 않길 바랐으며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직접적으로 알렸다. 이구동성으로 언급된 것은 디자인과 가격, 품질이다.

    과연 패션위크의 데뷔는 「제이크루」를 옳지 않은 방향으로 데려갔던 것일까? 제나 라이온스를 너무 기세등등하게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고객들의 평가를 빌리자면 우선 「제이크루」의 옷은 점차 ‘화려’해져 갔다. 미국 중산층의 소비자가 사랑하던 이 브랜드가 뉴욕에 사는 사람들만 입는 옷, 모델들만 입는 옷처럼 변해 간 것이다. 「제이크루」 기존 고객들이 매장에서 빈손으로 나오는 경우가 점차 늘어났다.





    <사진출처 : 제이크루> 사진설명 :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 같은 스타일링이 가능한 브랜드’이자 미국의 실용주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브랜드라는 평가를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시기의 「제이크루」(좌측부터)1988년, 1998년 봄, 2006년 카달로그

    한 고객은 이메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제이크루」에서 회사 출근 복장을 다 사면 70만원이 나옵니다. 누구에게 옷을 팔고 있는 건가요?“ 이 지적처럼 「제이크루」의 가격은 너무 올랐다. 컬렉션 라인의 코트는 150만원대, 스커트는 50만원대이고 기본 라인의 상품들도 덩달아 가격이 상승했다.

    패션위크 참여, 고가격대, 공감대 형성 실패

    이는 미키 드렉슬러도 인정한 부분으로 훗날 인터뷰에서 「제이크루」의 하락 요인으로 그는 가격을 꼽았다.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제이크루」 아닌 옷을 만들고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이다. 미셸 오바마와 감정교류를 했고 제나 라이온스의 쿨함에 반했지만 패션쇼에서 「제이크루」는 고객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반면 품질은 떨어져 반품률이 높아졌다. 이 이유 역시 고객들의 평가에서 드러난다. “작년에 입었던 스웨터를 또 구매했는데 올해는 사이즈가 달라졌다. 80년대에 샀던 셔츠는 아직도 멀쩡한데 올해 산 셔츠는 두 번 입었더니 보풀이 나고 네 번 입었더니 구멍이 났다”는 것이다. 「제이크루」는 아마도 자신들의 멋에 취해 제일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제이크루」 외에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정통성만 주장하는 브랜드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갭」과 「바나나리퍼블릭도」 등 시대를 주름잡아온 ‘대표선수’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은 바로 온라인 세상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퀄리티 하락 반품률 상승, 사이즈 일관성 없어

    아마존이 등장했고 이후 패션을 포함한 거의 모든 형태의 비즈니스가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옷을 골라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구독 서비스, 인공지능을 통한 스타일링 서비스 등 발전되는 과학을 비즈니스 모델에 접목한 새로운 패션이 발전했고 이는 패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결과는 데이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아마존은 290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미국 내 마켓 점유율은 49%를 나타냈다. 사람들은 옷과 칫솔 같은 생필품, 영양제, 책, 운동기구 식료품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미국의 대표 대형마트와 백화점 케이마트, 제이씨 페니, 시어스, 라디오 쉑(radio shack), 페이리스(payless), 스포츠 오서리티(sports authority) 등을 포함해 수많은 업체들이 이로 인해 불황을 겪는다.

    누군가는 파산을 신청했고 대부분은 스토어 지점 수를 줄였다. 2017년 한 해 동안 무려 6400여 개, 2018년에는 약 3600개의 상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된다(표3 참고).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의류 판매 중 27.4%는 온라인에서 행해진다. 온라인으로 재빠르게 선회하지 못한 사업은 이미 소비자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갭」 「바나나리퍼블릭도」 등 대표선수도 추락

    패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산업에서도 사람들의 소비 자체가 줄었다. 경제의 위축에 의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들은 할인율이 더 강한 온라인으로 고개를 돌리고 세일만을 기다린다. 결국 소비자들이 거의 정가에 옷을 구매하지 않아서 많은 의류 브랜드들은 기본 마진이 줄어들게 됐다.

    사람들에게 옷은 더이상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30만원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사서 몇 년 동안 입기보다는 값싸게 사서 한 시즌 입고 다음해 다시 사는 식이다. 유행의 변화에도 민감해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싸게 사서 입는 게 정답이 돼 버렸다. 반대로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함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런 철학을 담고 있느냐도 브랜드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제이크루」가 시장을 이끌던 시절 남성복 시장에서의 키워드는 아메리칸 헤리티지였다. 너도나도 ‘메이드 인 USA’를 전면에 내세우고 청바지를 접어 올릴 때 보이는 빨간색 셀비지 라인과 구식 방직 형태인 체인스티치 밑단 처리를 중시했다. 레플리카(복제품) 청바지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오래된 미국 브랜드를 다시 조명하던 시기였다.

    온라인 쇼핑 선호 • 절약과 진지한 소비 형태

    ‘미국적인’ 것이 대세고 아메리칸 워크웨어나 프레피, 캐주얼이 유행이었다. 「제이크루」와 비슷한 형태의 브랜드들이 대부분 좋은 시기를 보냈다. 미국의 또 하나 오래된 프레피 브랜드 「제이프레스」는 젊은 캐주얼 「요크스트리트(york st.)」를, 「브룩스브라더스」는 「레드플리스」를 론칭하고 「톰브라운」과 블랙 플리스 라인까지 만든다.

    「폴로」는 「데님&서플라이」를, 「간트」는 「간트 러거」를 론칭해 인기를 끌었고 「폴로」의 전 디자이너 마이클 바스티앙과 전속 계약해 「간트by마이클바스티앙」을 진행하기도 한다. 2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미국의 아웃도어 울리치도 「울리치울른밀즈」라는 라인을 전개하는데 마크 맥네어리가 디자인을 맡았다.

    「브룩스브라더스」 출신의 마크 맥네어리는 스트리트웨어 + 프레피라는 콘셉트로 개인 라인을 론칭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패턴이 많이 들어간 블레이저, 슈트와 타이를 입은 룩에 뉴에라 모자를 걸치고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아웃솔의 드레스 슈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흐름은 이제 지나갔고 「제이크루」뿐만 아니라 위에 언급된 브랜드가 모두 시들시들하다.

    트렌드 ‘미국 & 워크웨어’ → 스트리트웨어로

    현재 추세는 스트리트웨어 아니면 럭셔리 브랜드다. 「구찌」는 대박을 쳐서 성장률 25%로 9조 8000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반면 중간 마켓은 아예 사라져 버린 실정이다. 「제이크루」와 같은 브랜드는 낄 곳이 없다. 어글리 슈즈, 데드(dad) 슈즈, 놈코어 같은 키워드가 몇 년째 유행이고 럭셔리 브랜드들은 특이하게도 「리복」 「나이키」 「아디다스」 「카파」 「엄브로」 같은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을 한다.

    스트리트웨어 성향을 뜬 「ALYX」 「어콜드월(ACW)」 「오프화이트」 「헤론프레스톤」 같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유행하는 것도 중요한 흐름이다. 이런 흐름 속에 「제이크루」의 옷은 유행과 거리가 멀다. 물론 미국 대표 브랜드 「폴로」는 이런 유행에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힙합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지녔던 1990년대의 「폴로」 스타일들을 재현해 그대로 재발매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전 스타일이 품절됐다.

    반면 「제이크루」는 빅세일 전략을 밀어붙이며 고객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위기를 돌파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고객들은 오히려 이를 외면했다.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가격이 중요하지만 가격이 다는 아니다. 철저하게 베이직 상품 최우선주의인 「유니클로」의 가격은 「제이크루」보다 저렴한데 더 튼튼하다고 소문나 있다. 게다가 외부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과의 꾸준한 협업 프로젝트로 디자인도 놓치지 않는다.

    하이엔드 or 로엔드 강세, 사라진 중간마켓

    패스트패션의 전 세계 시장 장악 또한 중요한 대목이다. 런웨이 쇼에서 봤던 비슷한 옷을 「자라」에서 「제이크루」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자라」는 매출이 2017년 동기대비 31% 성장해 1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H&M」은 가격이 너무 싸서 부담이 없고 언니 브랜드인 「코스(COS)」의 일반적인 상품들이 「제이크루」보다 디자인이 더 우월하다. 이에 반응하듯 「제이크루」도 더욱 저렴한 가격의 ‘머켄타일 라인’을 론칭, 많은 스타일과 사이즈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들과 대적하기에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루」가 승승장구할 때 패션위크를 택한 것도 나름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정상을 맛보고 거기서 멈추고 브랜드 색을 유지했어야 한다. 「제이크루」에는 ‘프레피’라는 분명한 시작과 DNA가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패션쇼를 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려고 하면서부터 내리막이 시작된 게 아닐까? 브랜드의 지속성은 소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쌓는 것에 달려있는데 그때 많은 고객들에게 「제이크루」는 어색했다.

    패스트패션 리더 「자라」는 매출 계속 상승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건 「폴로」는 여전히 「폴로」이고 「브룩스브라더스」는 여전히 「브룩스브라더스」다. 패스트패션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클래식과 아이덴티티가 흔들리지 않고 수십 년을 꾸준히 이어왔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트렌드의 흐름 속에 브랜드는 자신을 굳건하게 지켜 가야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미키 드렉슬러와 제나 라이온스가 떠난 「제이크루」를 이어 받은 것은 짐 브렛이다. 2017년 7월 「제이크루」의 CEO가 되기 전까지 그는 「웨스트웰름」 「어반아웃피터스」 「제이시페니」 「앤트로폴로지」 등을 거쳐 온 리테일업계의 베테랑이다. 「웨스트웰름」은 주방도구와 홈퍼니싱*을 판매하는 미국 대표 거대 체인이며 짐 브렛이 대표로 지낸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짐 브렛은 ‘「제이크루」 되살리기’라는 큰 숙제를 떠맡게 됐다. 그는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한 후 새롭게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고 1년 뒤인 2018년 9월 「제이크루」는 재론칭했다. 콘셉트는 ‘인클루시브(inclusive) 패션’, 즉 포용하는 패션이자 비차별적인 패션이다.

    짐 브렛 ‘인클루시브 패션’ 과연 실패일까?

    “미국은 다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다.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을 띠고 있으며 서로 완전히 융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분리되는 격동의 시기로 현재의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 「제이크루」는 모두를 위한 옷을 만들 것이다. 포용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힘을 합칠 때 더 멋있고 더 강해진다.” 짐 브렛은 ‘모두’를 강조했다.

    사이즈는 더 늘리고 기본 아이템을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며 홀세일을 통해 유통망도 더 늘려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새로 공개된 뉴크루 영상화보에서는 모델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등장했다. 각기 다른 나이와 인종의 사람들이 서로 신나게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담아냈다.

    ‘인클루시브 패션’은 소외받는 표준 이상의 체형에게도 사이즈를 공급한다. 「제이크루」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수많은 미국 브랜드들이 플러스 사이즈 마켓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10사이즈 이상부터 플러스 사이즈로 보는데 놀랍게도 미국 여성 68%가 14사이즈 이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를 위한 옷’ #뉴크루, 플러스사이즈 공략

    뉴욕의 잇 여성복 브랜드 「리포메이션」, 대형 체인 월마트, 슈퍼스타 리하나의 브랜드 「세비지 × 펜티」 또한 플러스 사이즈를 제공한다. 「제이크루」도 플러스 사이즈 전문 영 캐주얼 브랜드 「유니버셜스탠더드」와의 협업으로 캡슐 콜렉션을 진행한다. 코트, 티셔츠, 드레스, 스커트 등의 제품을 XXS 사이즈부터 5X까지 제공한다.

    「제이크루」 마케팅 총괄 리사 그린월드는 「유니버셜스탠더드」의 감각과 퀄리티를 신뢰하며 이 협업으로 「제이크루」가 소통하지 못했던 고객들에게 「제이크루」의 스타일리시한 옷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플러스 마켓 시장은 현재 23조원 규모에서 2020년까지 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제이크루」는 사실 패션쇼에 설 필요도 없어요. 「구찌」가 아닌걸요”라는 짐 브렛의 말처럼 미키 드렉슬러와 제나 라이온스는 자신들의 파워에 심취해 있었다. 그들은 50만원대 조거팬츠, 80만원대 스커트, 200만원대의 스웨터를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팔았다. 당연히 기존 고객들에게는 어처구니없는 행위였고 훗날 미키 드렉슬러도 자신의 잘못 중 하나로 격하게 올려 버린 가격과 고객들과의 소통 실패를 거론했다.

    유통 이원화, 「머켄타일」 라인 아마존 판매도

    “기본 아이템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그 싸움에서 다른 브랜드에 진다면 우리의 고객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기본 아이템의 가격을 낮추어 장기적으로 많이 파는 것으로 이윤을 내는 데 집중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100만 야드의 원단을 사들여 수량을 대폭 늘려 제작단가를 낮추려 노력한 결과 기존 3만원대의 기본 라운드넥 티셔츠를 1만 5000원에 팔 수 있게 됐다.




    <사진출처 : 제이크루>

    저렴한 가격에 가장 큰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이크루」 하위라인 「머켄타일」은 아마존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형 백화점 노드스트롬에는 「제이크루」 기존 라인이 입점됐다. 아마존을 통해서는 절대 「제이크루」 상품을 팔지 않겠다던 미키 드렉슬러의 정책과는 전혀 반대의 정책이다.

    홀세일을 통한 다른 유통 채널로의 판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닿지 않은 고객들, 특히 미국 외의 나라에도 「제이크루」의 존재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이크루」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던 중 짐 브렛이 「제이크루」를 떠난다고 갑작스레 밝혔다.

    짐 브렛 떠난 이유 미키 드렉슬러와의 갈등?

    그는 “「제이크루」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의 현상을 반영해 전략을 펼쳐야 하며 차차 나아져 가야 한다. ‘인클루시브(inclusive)’, 즉 특정 타깃보다 모두에게 어필해야 한다. 이미 긍정적인 결과를 숫자로 증명할 수 있지만 이사회와 나의 시각이 다르다. 「제이크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서로 다르게 주장하고 있다”고 밝혀서 이사회와의 갈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그의 자리는 이사 4명이 동시에 분담하고 새로운 인물을 물색 중이다. 아직 지분을 많이 소유한 미키 드렉슬러와의 마찰이 있었다는 루머도 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던 「머켄타일」 라인은 곧 철수하고 비즈니스를 아예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레니얼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전개하려던 「네버이븐(nevereven)」은 론칭 광고만 공개한 뒤 17일 만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출처 : Business Insider>

    「제이크루」는 어려운 상황에서 리더까지 부재 중이다. 오리지널 「제이크루」의 감성과 소비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른 디렉션을 줄 수 있는 그런 인물을 빠른 시일 내에 찾아야 한다.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제이크루」 본연의 색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프레피 감성을 공유하는 「폴로」나 「브룩스브라더스」는 수십 년간 색을 꿋꿋이 유지해 왔으며 유행이 지고 변할 때도 흔들림이 없다.

    돌아온 프레피 스타일, 레트로 열풍 희소식

    최근 트렌드는 프레피 스타일이 다시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크루」에는 희소식이다. 근래에 여러 브랜드에서 프레피 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듯한 옷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뉴욕의 남성복 브랜드 「노아」는 정통 아이비리그 프레피룩을 지향하는 「로잉블레이저」와 협업을 진행했다. 대학 크루셔츠, 스트라이프 럭비티셔츠, 블레이저, 토트백 등을 선보였고 또 보트 슈즈 전문 브랜드 「스페리」와도 협업 상품을 내놓았다. 보트슈즈는 프레피룩에서 중요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스톡홀름의 「아크네」는 스트라이프 럭비티셔츠를 오버사이즈 핏으로 디자인했다. 스트리트 브랜드 「칼하트W.I.P.」도 마드라스 체크셔츠, 남색 톱코트, 페니로퍼 등으로 스타일링한 룩북을 선보였다. 일본의 「빔즈」도 트위드 블레이저, 럭비셔츠, 코듀로이 팬츠 등의 아이템을 내놓았다. 이 분야에서 원조격은 「제이크루」다. 레트로 열풍에 「제이크루」도 아카이브 상품을 재발매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제이크루」 앞에 놓인 산은 아직 높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좋은 리더와 디자인팀이다. 이 두 가지를 다시 갖추고 프레피한 면을 앞세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행은 뜨고 지기 마련. 2019년 「제이크루」의 숙제는 예전의 컬러를 다시 찾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은 순전히 「제이크루」의 몫이다.

    *홈퍼니싱 : 홈과 퍼니싱의 합성어로 가구나 조명은 물론 벽지나 침구, 카펫,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안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 「제이크루」, 행복했던 과거 히스토리

    1947년 미첼 시나더와 사울 찰레스가 「제이크루」를 시작한다. 미국은 1980년대에 카탈로그 쇼핑이 부흥하는데 「제이크루」도 그때 그 물결에 동참한다. 「랜드스엔드」 「엘엘빈」 등과 함께 「제이크루」는 크게 성공했다. 「폴로랄프로렌」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며 가격은 훨씬 저렴한 것이 「제이크루」의 장점이었다. 미국 내에서 캐주얼과 프레피 영역에 이름을 각인시키며 계속 성장했고 1983년 뉴욕에 첫 매장을 연다.

    매장 수가 늘어나고 해외 판매도 시작하며 「제이크루」는 미국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제이크루」는 미키 드렉슬러를 CEO로 영입한다. 그는 「갭」에서 CEO를 지낸 인물로 바닥을 치던 「갭」의 매출을 끌어올린 리테일의 신화로 유명했다.

    당시 「제이크루」에는 대학 졸업 직후 입사해 이미 10여 년을 일해 온 제나 라이온스가 있었고 「폴로」에서 남성복 디자이너였던 프랭크 뮤이젠이 들어오며 「제이크루」의 역사를 쓸 드림팀이 완성된다. 미키 드렉슬러의 지휘 아래 「제이크루」는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 캐주얼웨어에서 세련됨의 대명사가 된다. 그는 패션시장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고객들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꿰뚫어봤다.

    이어 세련된 아동복 「크루컷(crewcut)」을 론칭하고, 웨딩드레스 라인 추가, 남성의 슈트라인 ‘러들로(ludlow)’ 추가, 그루밍과 헤어 프로덕트를 추가하고 여성 플랫슈즈를 히트시켰다. 특히 최고급의 품질을 요구하는 구두, 부츠, 드레스 셔츠 등은 직접 제작하는 대신 최고의 브랜드에서 사입해 왔다.

    버릴 것은 버리고 채울 것은 제대로 채워 나가는 전략. 미국 대표 브랜드 「레드윙」이나 「뉴발란스」 같은 브랜드와 협업해 「제이크루」 한정으로 판매한 신발은 인기 최고였다. 미국 ‘구두의 끝판왕’이라는 「알든」의 코도반 드레스슈즈도 매장에 구비했고 「토마스메이슨」의 드레스 셔츠, 「더힐사이드」의 넥타이와 행커치프, 「백스터오브캘리포니아」의 헤어 포마드 제품 등 「제이크루」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장소가 됐다.

    미키와 남성복 디렉터 프랭크 뮤이젠은 미국식 투박한 워크웨어에 세련된 현대 감성을 더함으로써 많은 남자들을 옷 잘 입는 남자로 바꿔 주었다.

    러들로 라인의 정장세트는 고급 이탈리안 울로 제작해 품질 좋고 잘 떨어지는 라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30만~60만 원의 가격대로 너무 저렴한 것은 싫지만 또 너무 고가를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정장의 문제를 해결했다.

    「제이크루」는 더 이상 단순 캐주얼 또는 프레피 브랜드가 아니었다. 백화점의 평균 브랜드 수준인 「제이크루」는 2012년 봄 시즌 컬렉션으로 뉴욕 패션위크에 데뷔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대표 방송사 CNBC는 「제이크루」의 CEO 미키 드렉슬러와 함께 ‘미국인의 옷을 책임지는 남자(The man who dressed America)’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다큐의 제목만으로도 그의 영향력과 위엄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경영 철학과 일하는 과정, 일상생활 등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어서 <뉴욕 타임스>는 「제이크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나 라이온스를 ‘미국인의 옷을 책임지는 여자(The woman who dressed America)’로 소개한다. 미국 여자 중에 「제이크루」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으니 이 타이틀이 단순 과장은 아니었다. 제나 라이온스는 또 스타일리시하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들만큼이나 그녀가 입은 패션과 그녀 자체가 매체에 자주 소개됐다. 티비쇼 에도 출연하고 미국 최고 위엄을 지닌 패션 갈라쇼 멧 갈라(MET Gala)에도 등장했다. 그녀는 연예인급의 셀러브리티가 됐다. 당시 「제이크루」에서 일하던 모두는 정말 행복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제이크루」로 삼은 제나 라이온스는 「제이크루」 그 자체였다. 패션스타일의 아이콘이었으며 걸 크러시로 여성팬이 많았다. 그녀는 키가 180㎝로 엄청난 장신이며, 렌즈가 큰 검정 뿔테 안경을 써 어디를 가도 눈에 띈다.

    밀리터리 재킷과 실크 스커트, 청재킷과 울코트 같이 믹스매치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녀가 디자인하고 스타일링을 제안하면 여성들은 믿고 구매했다. 쿨한 여성들의 오피스룩을 제안해 줌으로써 회사 옷 걱정을 해결하고 빈티지함과 모던함의 믹스매치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게다가 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인 미셸 오바마도 「제이크루」를 애용했다.

    미셸은 ‘슈퍼 맘’ ‘파워우먼’ ‘지식인’ ‘패셔니스타’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 전 영부인으로, 그녀는 여자들이 「제이크루」를 더 믿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제나 라이온스는 심심한 프레피룩에 밝은 컬러와 패턴을 더하고 다양한 소재의 변화를 주면서 훨씬 쿨하게 만들었다.

    회사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링을 강조하며 「제이크루」는 탄탄한 제품군으로 대학생들과 회사원들은 물론 20대부터 60대까지 전체 연령대를, 동시에 모든 TPO를 아우르게 됐다. 그렇게 2012년에는 전년 대비 20%의 성장률로 2조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제이크루」의 2013년까지의 이야기다. 「제이크루」는 이렇게 승승장구했고 견줄 수 있는 브랜드는 아무 데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전년 대비 매출액이 2014년에는 2%, 2015년에는 10%, 2016년에는 8%, 2017년에는 10%씩 하락했고 2018년에는 1조 9000억 원의 빚이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다.



    *데스밸리(Death Valley) : 죽음의 계곡.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한 뒤 사업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기로 많은 기업들이 창업 후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실패한다. 보통 벤처기업에게 주로 표현되는 단어이지만 이를 차용했다.













    ■ 패션비즈 2019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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