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패션숍 ‘빈티로지’ 주목!

    mi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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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3.05조회수 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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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패션 호재 속 빈티지 매장...유럽 최대 규모, Z세대에 힙스터 인기




    아토차 스트리트에 위치한 빈티로지 1호점 <출처 : Vintalogy 제공>


    스페인의 Z세대와 더불어 빈티지 패션제품을 사랑하는 유럽 관광객 셀러브리티들의 입소문 덕분에 빈티로지는 화제를 몰고 있다.



    3년 후면 중고패션 시장이 럭셔리패션 시장을 압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2009년 설립된 미국의 중고패션 거래 웹사이트 드레드업(Thredup)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중고패션 시장 규모는 3600만달러(약 404조원)로 특히 온라인 중고 거래 웹사이트의 거래 규모가 오프라인 매장의 8%에 비해 35%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이 되면 이 규모는 약 4000억달러(약 449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 전 세계 럭셔리패션 시장 규모가 약 3050억달러(약 342조원)로 점쳐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때 중고패션 시장이 럭셔리패션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중고패션 시장의 호재 속에 마드리드에서는 지난해 3월에 오픈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빈티지숍이 소비자와 패션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빈티로지(Vintalog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마드리드에서 가장 ‘힙스터’스러운 동네로 손꼽히는 티르소데몰리나(Tirso de Molina) 역 부근에 위치한 약 1500㎡(약 454평) 규모의 이 빈티지숍에는 오랜 모델인 「리바이스」 501부터 「에르메스」 스카프와 「루이비통」 여행 트렁크까지 한때 시대를 풍미한 빈티지 패션 아이템은 물론 유럽 각 지역에서 가져온 유니크한 제품들이 가득하다.

    2022년 세계 중고패션 449조원, 럭셔리 압도

    패션뿐만 아니라 밀리터리 소품, 가구, 바이크부터 오래된 패션잡지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의 판매도 겸하고 있어 사진을 찍으러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또한 이곳은 무려 5세대 동안이나 가업으로 이어져 온 원단 매장이 있던 마드리드의 유서 깊은 장소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사실 빈티로지는 하루아침에 탄생한 곳이 아니다. 빈티로지 창업자인 테레사 카스타네도(Teresa Castenedo)는 빈티로지를 오픈하기 전부터 수년 동안 꾸준히 ‘빈티지 철학’을 실천해 왔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기차역을 개조해서 만든 마드리드 철도박물관에서는 매주 두 번째 주말이면 ‘모터 시장’이라는 이름의 플리마켓(flea market)이 열린다.

    안 쓰는 중고제품부터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들뿐만 아니라 스트리트 푸드와 라이브 뮤직, 각종 워크숍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화 지향적 플리마켓이다. 테레사는 바로 이 플리마켓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유서 깊은 원단 매장 최대 빈티지숍 탈바꿈

    2013년부터 개최된 이 마켓은 2017년에는 연간 방문자 수가 50만명을 넘기며 명실상부한 마드리드 대표 플리마켓으로 성장했다. 이 마켓을 기획 • 운영하며 얻은 경험으로 빈티지숍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테레사는 빈티로지 오픈 전 유럽 각국의 주요 빈티지숍을 방문하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왜 굳이 유럽 최대 규모여야 했을까? 이 질문에 테레사는 큰 규모에 집착하거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모두 쏟아 붓기 위해서는 큰 규모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대답한다. 빈티로지를 단순한 판매처로서의 장소가 아니라 보물찾기 하듯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과 빈티지 인테리어와 바이닐 음악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모와 정체성을 모두 구현해 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마드리드를 뒤진 테레사는 지금의 아토차 스트리트 10번지의 이곳을 보는 순간 바로 사랑에 빠졌다고 회상한다. 1885년부터 2017년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려온 원단 매장의 분위기와 숨결을 그대로 간직한 이 공간은 방문자들에게도 테레사가 처음 이 로컬을 봤을 때 느꼈던 그 감동을 전달해 줄 것이라고 그녀는 단언했다.




    방송기자 → 플리마켓 기획자 → ‘빈티로지’ 창업

    그는 이를 위해 인테리어 리뉴얼을 최소화하고 기존 매장의 대리석 바닥과 장식 등을 최대한 그대로 사용했다. 또한 매주 토요일이면 뮤지션이나 DJ를 초대해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한편 빈티로지의 초석이 된 플리마켓 모터마켓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테레사가 방송기자로 근무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리우드 스타를 인터뷰하기 위해 뉴욕에 있던 테레사는 브루클린의 많은 플리마켓을 보고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고 전한다. ‘왜 이런 공간이 스페인에는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그녀는 동업자 후안 프라일레와 함께 2012년 번듯한 플리마켓을 세워 보기로 의기투합한다.

    스페인에서는 당시 다소 생소했던 플리마켓이었기에 장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개최하자마자 결과는 대박이었다. 처음에는 매월 두 번째 주말에 오픈하는 모터 마켓과 매월 세 번째 주말에 오픈하는 알타비스타 마켓을 함께 운영하던 테레사는 뭔가 안정적으로 연중 내내 열린 빈티지 마켓을 갈망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빈티로지가 탄생했다.

    단순한 판매처 아닌 빈티지 문화 구현 목표

    패션 아이템은 사용자의 신체와 밀착해 쓰이는 제품이기 때문에 중고제품을 선뜻 구입하기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빈티로지는 오히려 이런 점을 중고 빈티지 패션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빈티로지에서 판매되는 레인코트는 어쩌면 베를린과 마드리드에 살고있는 다른 이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가 되며,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중고패션 아이템을 사는 것은 이전 사용자가 제품과 함께 보낸 추억과 스토리를 상상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손님들을 모두 ‘시인’이라고 칭한다. 보이지 않는 스토리를 상상하며 패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테레사는 중고패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답한다. 첫 번째는 환경에 대한 연대와 책임의식에서 비롯된다. 의류산업이 환경을 가장 심하게 오염시키는 산업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또한 의류를 생산하기 위한 수자원의 낭비와 오염도 심각하다. 소비자가 중고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류에 제작되는 자원을 아낌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공이 적지 않다.

    뉴욕 브루클린서 얻은 영감으로 신 사업 구상

    또 다른 이유는 유일성이다. 빠르게 대량생산돼 저렴하게 팔리는 패스트패션 제품과 달리 빈티지 의류는 설사 기성품이라 할지라도 세월의 흔적에 따라 독특한 나만의 멋을 추구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변신한다. 따라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기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빈티지 중고패션 아이템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빈티로지 공동 창업자 후안 프라일레(왼쪽)과 테레사 카스타네도(오른쪽)






    이것이 향후 중고패션 시장의 규모가 럭셔리 패션을 앞설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 중 하나다. 빈티로지에는 당연히 컬렉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본 마음에 드는 제품을 내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다음 주에 어떤 제품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직접 디자인한 제품들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빈티로지에서 판매되는 많은 제품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중고패션 도매업자들을 통해 구입한 단 하나뿐인 제품들이다. 「샤넬」 「루이비통」 「로에베」 등 명품 브랜드의 경우 개인에게 직접 매입해 판매하기도 하지만 모든 제품이 다 빈티지 아이템인 것은 아니다.

    환경보호와 개성 표출 원하는 Z세대에 어필

    때로는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이나 원구매자가 더 이상 착용을 원치 않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가게가 마치 거대한 보물찾기 놀이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뒤져보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득템’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고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빈티로지에서는 제품을 수선하고 세탁하는 장인들로 이루어진 팀을 운영한다. 프로페셔널한 품질관리팀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제품들은 오늘도 새로운 주인의 선택을 기다린다.

    사실 스페인은 영국이나 프랑스 등 인근 유럽 국가에 비해서 빈티지 마켓이 활성화된 편은 아니다. 기성세대의 경우 스페인 내전 등으로 인한 가난을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한번 구입한 물건은 잘 관리하며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중고로 판매할 때 가격을 거의 새 제품과 동일하게 팔고 싶어 하는 심리도 크다.

    장인이 품질관리, 인스타 핫스팟으로도 인기

    그러다 보니 스페인에서는 중고제품의 가격적인 메리트가 새 제품과 비교해 아주 크지는 않다. 또한 패션의류의 경우 저렴하면서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한 스페인 패션 자이언트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 그룹의 약진 덕분에 중고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알라사냐 지구 바르셀로 스트리트에 위치한 빈티로지 2호점 <출처 : Vintalogy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Z세대와 더불어 빈티지 패션제품을 사랑하는 유럽 관광객들의 입소문 덕분에 빈티로지는 첫 매장의 개점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벌써부터 시장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디자이너인 알레한드로 팔로모를 비롯해 많은 셀러브리티들 또한 빈티로지의 단골 고객이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오리지널한 매장 분위기 때문에 아토차 스트리트에 위치한 빈티로지 매장은 광고나 영화 촬영지로는 물론 인스타그램의 인플러언서들의 필수 포토 스폿으로 자리잡았다. 빈티로지 역시 매장을 찾는 고객을 모델로 인스타그램 등 SNS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친다.

    그래서 빈티로지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생생한 스트리트 패션을 감상할 수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빈티지 패션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더불어 이런 꼼꼼한 운영 덕분에 최근에는 온라인 매장은 물론 마드리드 2호점을 내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12월에 새로 오픈한 2호점은 마드리드의 대학생과 외국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 대학가이자 번화가인 말라사냐 지구에 위치해 있다. 단순히 매출의 성장이 아닌 ‘빈티지’ 문화의 선구자가 되기를 바라는 빈티로지의 다음 행선지가 궁금해진다.



















    ■ 패션비즈 2019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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