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영 LF 부사장 "위기 넘어 터닝포인트 찾았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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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1.26조회수 6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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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세대 핸드백 디자이너로 출발한 조보영 부사장이 올해 LF 신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선례를 쓰고 있다. 작년까지 LF의 ACC사업부문 상품본부장으로 활약했던 조보영 전 전무가 액세서리부문에서 최초로 부사장에 자리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거듭했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진 데는 LF가 패션잡화 마켓에서 압도적인 마켓 셰어를 확보 & 유지한 점, LF의 주력 브랜드인 헤지스ACC 브랜딩에 사활을 걸어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린 점, 그리고 내부적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체계적인 상품 구성 레인지 시스템을 만든 점을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성과는 중심 브랜드인 닥스ACC와 헤지스ACC의 마켓 셰어 확장이다. 조 부사장은 2013년 LF의 액세서리 부문 상무(CD)로 입사해 2015년부터 사업부문장을 맡았으며 2018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그동안 LF의 4개 액세서리 브랜드(닥스ACC, 헤지스ACC, 질스튜어트ACC, 아떼바네사브루노ACC)의 디자인부터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을 총괄하며 LF 액세서리의 마켓 셰어를 압도적인 1위로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닥스, 헤지스 등 LF 액세서리 마켓 셰어 1위

    조보영 부사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패션마켓, 특히 잡화 마켓의 위기라는 의견이 시장에서 지배적이었다. 어려운 시기인 건 맞지만 위기는 IMF때,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수입 명품들이 국내 처음 쏟아지기 시작할 때 등 항상 존재했다. 2019년 이러한 위기 의식이 팽배할 때, 지금의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깊이 고민했다. 그 결과 역으로 이 시기가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의 시기에 도태되는 기업도 있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크게 성장하는 기업들도 있다. 우리가 그런 레벨 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녀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정확한 가설을 세워 중장기적인 플랜을 짰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접근이 힘든 팬더믹 시기에 소비자는 무엇을, 어떻게 구매할 것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상품 정보를 얻을까’ 깊이 고민했다. 그 결과 소비자는 실물을 보기보다 온라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기 때문에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에 반응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많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상품 & 메시지 집약 구성, 스타일 수 40% 줄여

    백화점 유통에서의 핸드백 MD 축소, 점당 매출 저하 등의 현상이 일어날 때 실제 LF의 닥스ACC는 시그니처 라인 강화와 온라인 매출의 활성화로 브랜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졌다. 헤지스ACC또한 이 시기를 브랜딩 기회로 삼아, 새로 개발한 헤리아토 시그니처 패턴과 'H20' 모티브를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새로운 브랜드 아카이브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조 부사장은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헤지스의 모습을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외출이 줄고, 생활이 단순해지면서 소비자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브랜드를 재편하자고 판단, 스타일 수를 40% 줄이고 시그니처를 중심으로 스타일을 집약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패션 관련 오프라인 행사가 우후죽순 취소될 무렵인 2020년 초, 헤지스ACC는 명동 플래그십스토어에서 헤리아토 시그니처 패턴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고, 이후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시그니처에 집중한 브랜드 캠페인을 펼쳤다. 여러 메시지가 아닌 하나의 중심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이에 헤리아토 패턴이 빠르게 브랜드의 베스트 상품으로 올라왔다.

    헤지스액세서리 'H20'(왼) 헤리아토 패턴(오)





    더불어 온라인 쇼퍼가 많아지는 추이에 대응하기 위한 엔트리 라인을 제안할 때, 타깃팅과 상품 포트폴리오 차별화를 확실히 해 고가의 시그니처 아이템들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데 힘썼다. 시그니처 백들의 고급화와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시그니처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강화했다.

    이러한 집약적인 상품 구성과 유통에 따른 상품 차별화를 바탕으로, 닥스ACC는 1000억 중반대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명성을 잇는데 성공했다. 재작년부터 핸드백 마켓셰어 1위를 재탈환한 후 작년에 그 입지를 확고히 했으며, 작년 다른 메이저 핸드백 브랜드의 매출이 역신장하면서 마켓 셰어 2,3위 브랜드와의 매출 볼륨 차이가 2배로 벌어졌다. 재작년부터 리뉴얼을 강도 높게 진행한 헤지스ACC 또한 핸드백 브랜드 중 백화점 평 당 효율 2위 브랜드로 올라왔다.

    닥스액세서리





    상품 레인지 시스템 정립, 효율적인 소통 강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시기를 브랜딩의 기회로 활용한 것과 더불어 조보영 부사장이 힘쓴 건 내부의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다. 디자이너의 창조적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고 효율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MD 등 여러 부서에서 공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품 레인지 시스템을 정비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근간으로 가격대, 캐리오버 아이템 등 브랜드를 구성하는 상품별 포지셔닝을 정리한 체계화된 레인지 플랜(RANGE PLAN)을 만들어 여러 부서에서 공통된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와 추진 방향이 아주 치밀하게 논의 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로스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 틀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비중이 주는 상품, 사라지는 상품, 더불어 새로 생겨야 할 아이템들을 논의하고 새로운 타계책을 고민했다. 과거와 달리 지갑의 매출 비중이 확 줄고 미니백과 핸드폰백, MLG 등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상한 것과 같은 경우다.

    영역 초월한 크리에이티브함 & 긍정 마인드 중요

    조보영 부사장은 “이제는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크리에이티브함이 필요한 시대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가 로컬이냐 해외브랜드냐, 이런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가 계속 찾는 브랜드가 되야 한다. 제품 디자인부터 인테리어 VMD, 마케팅 등이 명품 못지 않게 특징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브랜드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션비즈=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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