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엘앤에프, 여성복 M&A 선점 비결은?

    강지수 기자
    |
    22.01.27조회수 1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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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오션이 되버린 투자 시장. 대명화학과 손을 잡은 하고엘앤에프(대표 홍정우)는 지난 1년 간 총 24개 브랜드에 투자하면서 여성복 부분에서 압도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마뗑킴' '보카바카' '제이청' '르917' '메종마레' '마론에디션' 등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여성복 브랜드를 산하에 두게 됐으며, 투자 이후 많게는 3배 가까이 매출이 증가한 브랜드도 등장했다. 작년 투자한 브랜드의 매출을 합산해 평가했을 때는 전년대비 매출이 평균 84% 신장했다. 원래도 신장세에 있었던 브랜드들이긴 하지만, 투자 이후 그 성장 폭이 더 가파라졌다는 게 주요 브랜드의 평가다.

    캐주얼과 스트리트 브랜드에 이어 디자이너 브랜드로 M&A가 몰리고 있는 상황에, 하고엘앤에프가 여성복 디자이너씬을 꽉 잡을 수 있었던 데는 홍정우 대표의 M&A 노하우가 큰 몫을 했다.

    "디자이너에게 주도권, 신뢰가 중요"

    과거 SK네트웍스 패션본부에서 16년 동안 근무하며 패션 브랜드 인수, 국내 브랜드의 해외 홀세일을 앞서 경험했던 그는 디자이너와 패션기업이 협업하고 또 결별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봐 왔다. 그 과정에서 기업과 디자이너가 협업할 때 필요한 요소들을 터득했다. 2005년 DKNY의 단독 라이선싱을 시작으로 '클럽모나코' '루츠' '엘리타하리' '리플레이' '오브제' '오즈세컨' '하니와이' '루즈앤라운지' '아메리칸이글' '스티브제이요니피'까지 SK패션의 역사를 함께했다.

    그는 “아직 국내에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의 투자 성공 사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시장이 국내에서 얼마나 확장될 수 있을지, 그리고 해외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과거의 M&A 사례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배운 실패 요소들을 피해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과거에 기업과 디자이너가 어떤 부분에서 갈등을 겪으며, 어떤 점이 서로에게 문제가 되는지 많은 케이스를 봐왔다. 이러한 케이스를 바탕으로 서로 협업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 피해야 할 것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디자이너 브랜드에 투자할 때, 디자이너에게 전적으로 경영권과 주도권을 줘야 한다. 하고엘앤에프가 지분을 60% 내외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대표와 전개 주도권은 디자이너에게 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브랜드 속도에 맞는 확실한 확장 의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로 신뢰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영 전반 인사이트~네트워크 협업 구도

    더불어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강점을 살리면서도, 개인 브랜드로서 잘못하고 있는 재무나 재고관리 등을 가이드하면서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과거 홍 대표가 SK네트웍스에서 재무팀으로 입사했고, 또 여러 국내외 패션 브랜드의 기획과 운영을 두루 경험한 만큼 브랜드가 제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할 부분들을 함께 검토한다.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디자이너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겪는 고충들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하고 외에도 많은 패션 기업과 외부 투자 기관에서 브랜드의 가치 평가를 진행하고, 매출 규모에 맞춰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금액을 제시하지만 자본에 대한 인풋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과 차별화된다.

    하고엘앤에프로부터 투자를 받은 한 브랜드 대표는 “브랜드의 연매출이 어느 정도 점프한 이후 여러 기업에서 투자 제안을 받았다. 기업 평가로 제안 받은 투자 금액은 높았지만 큰 매출 규모의 기업을 운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혼자 브랜드를 큰 규모로 확장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반면 하고엘앤에프는 여러 부분에서 경영 규모를 어떻게 키워가야 하고, 물량과 재고 부분을 적정 수준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재무적인 도움을 많이 줘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오즈세컨 홀세일 경험 바탕 글로벌 도전

    홍정우 대표의 목표는 투자를 진행한 브랜드의 국내외 성장이다. 구체적인 방편은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에서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매출을 확장하는 것 그리고 해외 홀세일이다.

    그 첫 시도로 작년 하반기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투자 브랜드 16개를 함께 구성한 O2O 편집숍 '#16'을 오픈했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QR코드를 통해 구매하면, 상품이 집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재고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여성복 MD에서 꾸준히 매출 1위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좋아 올해도 다른 점포로 추가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오픈한 #16





    더불어 각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장려한다. 그는 SK네트웍스 재직 당시 오즈세컨의 해외 홀세일 매출로 연 100억원을 기록해 본 경험이 있다. 현재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홀세일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그 이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홍 대표는 "미국 브랜드 DKNY는 도나카나 컬렉션으로 시작한 부티크 느낌의 브랜드였다. 투자를 받으면서 대중적인 DKNY 라인을 만들었고, 2019년에는 LVMH에 매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만들어내려면 디자이너가 온전히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 디자이너와 함께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비즈=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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