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은희 l 한국오라클 컨설턴트 "디지털 여권과 LVMH의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
26.05.29 ∙ 조회수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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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은희 l 한국오라클 컨설턴트


디올 핸드백의 원가가 8만원이라는 뉴스를 기억하는가. 2024년 이탈리아 법원의 수사 결과는 디올과 아르마니 등 일부 럭셔리 제품이 노동법 위반과 불법 하청 위에서 생산됐음을 드러냈다. 한편 LVMH는 ‘LIFE 360’ 환경 전략 로드맵을 내세우며 ‘지속가능성’을 약속했으나 선언과 현실의 간극은 럭셔리 산업 전반의 신뢰에 균열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제 소비자는 그린워싱(초록빛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 특히 MZ세대는 윤리적 기준을 소비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환경과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감성적 메시지가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된 진실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Aura Blockchain Consortium)’이 등장했다. 2021년 LVMH, 프라다그룹, 리치몬트가 출범시킨 이 연합에는 OTB(질샌더, 디젤, 메종마르지엘라), 벤츠, 토즈, MCM 등 50여개사가 합류했다. 이들이 블록체인를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술의 불변성을 기반으로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기록하는 ‘DPP(디지털 제품 여권)’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재 등록된 제품 수는 6000만개를 넘어섰고 NFT · SBT 기반 디지털 인증도 병행되고 있다.  


실제로 디올의 ‘B33’ 스니커즈, 불가리의 ‘세르펜티’ 백, H.모저앤씨의 ‘제네시스’ 시계, LVMH의 ‘LV다이아몬드’는 제품의 전 과정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명하게 공개한다. 최근 합류한 MCM의 ‘Harper 러기지’도 지속가능성을 데이터로 인증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히 규제 대응을 넘어 소비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리세일(resale) 경제의 토대가 된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재판매시장은 2030년까지 3600억달러(약 54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투명한 이력을 가진 제품은 소유를 넘어 순환경제로 확장된다.  


변화의 흐름은 럭셔리를 넘어 한국 패션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7년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제품 여권을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섬유혼용률과 원산지를 상품 태그에 표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원재료, 공급망, 환경영향 정보 등을 디지털로 입증하지 못하면 유럽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한국 패션 기업에 위기인 동시에 구조 전환의 기회다. 



많은 기업들이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블록체인이나 IT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축적’이다. “이 원단은 인증받았는가?” 또는 “이 공장의 노동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원천 데이터가 없으면 그 어떤 IT 시스템도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어렵다. ERP와 PLM에 흩어진 정보를 SKU별로 통합하고 공급망 전체의 데이터를 별도로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데이터가 쌓여야 API로 연결하고 DPP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결국 미래의 패션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증명의 영역이다. 소비자는 점점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브랜드는 데이터로 답해야 한다. 데이터로 신뢰를 줄 수 없다면 브랜드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럭셔리를 상징했던 ‘아우라’의 자리에 ‘데이터 투명성’이 대체했다. 한국 패션산업이 마주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뛰어넘어 설 수 있는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에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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