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민경준 이터널그룹 대표 "패션계 넷플릭스 꿈꿔"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
26.01.28 ∙ 조회수 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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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끄레머천다이징과 이터널그룹의 합산 매출이 17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여성복 시장의 지형을 바꿔온 민경준 대표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 선점을 넘어 이제는 오프라인과 독창적인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진 그는 기존 사업의 내실과 신규 사업의 외연 확장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 ‘패션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민 대표를 만났다. 


[클로즈업] 민경준 이터널그룹 대표

사진설명=민경준 이터널그룹 대표


“저는 패션을 제조업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이라고 봅니다. 브랜드 간 가격의 차이는 결국 브랜드가 가진 힘, 즉 콘텐츠의 가치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크리에이티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 회사 안에서 모든 브랜드가 동일한 조직문화를 공유하는 방식은 오히려 각 콘텐츠의 개성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각 브랜드가 독립적으로 자율성과 정체성을 유지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고 봅니다. 이터널그룹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도 여기에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넷플릭스식 조직문화가 우리의 모델입니다.”


민경준 이터널그룹 대표의 말이다. 그는 패션계의 넷플릭스 같은 패션하우스로 나아가겠다는 명확한 지향점을 밝혔다. 패션을 제조업이 아닌 ‘콘텐츠업’으로 바라보는 그는 브랜드마다 유니크한 색채를 담은 제품과 콘텐츠로 쉽게 이탈하지 않는 ‘팬덤’을 구축했고, 이는 매출로 연결됐다. 현재 보끄레머천다이징과 이터널그룹의 합산 매출은 1700억원을 돌파하며 정체된 여성복 시장 속에서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쓰고 있다. 


민 대표의 패션 커리어는 2009년 보끄레머천다이징 입사로 시작된다. ‘라빠레뜨’ 론칭 시기에 기획마케팅팀으로 합류해 기획MD팀장과 미래전략사업부 총괄이사를 거쳐 입사 10년 뒤인 2019년 대표이사를 맡아 보끄레머천다이징의 제2막과 이터널그룹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대 전기공학 출신, 공학 대신 ‘예술’ 선택


다만 출발점부터 패션은 아니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공학도의 길 대신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다. 연극과 뮤지컬에 매료돼 졸업 직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커리어를 틀었다.


“2000년대 초반, ‘오페라의 유령’이 정식으로 국내 공연을 하던 때였습니다. 문화의 파급력과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기사들이 쏟아졌고, 21세기는 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한창이었죠. 그때 콘텐츠야말로 글로벌을 노려볼 수 있는 핵심 무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생각에서 멈추지 않았다. 직접 극단을 만들어 전체 연출을 맡았고, 2005년에는 국악과 판소리를 현대무용과 접목한 공연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다. 예술가로서의 커리어는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이러한 성취의 순간에도 그는 멈춰 서서 시장을 바라봤다. 이 산업이 가질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뮤지컬 시장 규모가 3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그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겼다. 더 넓은 대중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를.



[클로즈업] 민경준 이터널그룹 대표


패션 = 복합 예술, 새로운 장르에 매료돼 


그 무렵, 부친인 민성기 회장의 제안으로 1년간 가업의 흐름을 들여다보게 됐다. 그는 ‘잠시’라고 생각했던 이 선택이 결국 업의 방향을 통째로 바꾸게 될 줄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드라마 PD를 준비하던 중 합류한 패션업에서 내가 해 온 예술적 경험들이 접목되는 지점을 발견했다”라고 전하는 민 대표는 “패션이라는 큰 판 안에 스토리와 공간, 조형 예술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더라. 그때 패션이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복합 예술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관점의 변화는 현장에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그는 “라빠레뜨 가방을 사고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고객을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며 “공연이 주는 감동도 크지만, 가방은 일상에서 몇 달 동안 행복을 준다. 사용하면서 삶이 바뀌기도 한다. 그 순간, 패션이 과연 공연보다 가치가 없는 걸까? 예술이 아닌 것일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라고 전했다.


이후 그는 정식으로 회사에 합류해 ‘패션’이라는 장르의 연출을 맡아 ‘조이그라이슨’ ‘루에브르’ ‘레이브’ 등 또 다른 형태의 예술작품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철저한 ‘독립성’ 브랜드별 페르소나 유지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그가 더 집요하게 고민한 것은 ‘확장’이 아니라 ‘구조’였다. 이터널그룹의 주요 브랜드가 모두 2030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면서도 각기 다른 색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그는 팀 단위부터 철저한 ‘독립성’을 택했다.


이를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이브 안의 독립 레이블 구조에 비유한다. 한 회사 안의 분리된 레이블들이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의 아티스트를 키워 내듯이 브랜드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설명이다. 브랜드마다 명확한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창의성을 최대한 열어두되 회사 내 품평회를 통해 전략적 접점을 찾고 있다. 


특히 유연한 조직문화가 뒷받침돼 ‘창의성’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실제로 레이브와 루에브르는 론칭 초기부터 사내 벤처 형태로 운영됐는데, 레이브는 당시 31세였던 팀장이 주도하며 핵심 타깃과 가장 가까운 감각을 브랜드에 반영한 사례로 꼽힌다. 


[클로즈업] 민경준 이터널그룹 대표


온라인 전환 성공 기업? 오프라인도 ‘선점’


“크리에이티브 조직은 나이나 직급이 중요하지 않아요. 오로지 콘텐츠에 집중해야 합니다. 20대 막내 직원이 브랜드 타깃과 가장 가까워 실제 니즈를 가장 잘 이해하는데, 직급 때문에 의견이 묻힌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구조죠. 반면 비즈니스 조직은 경험이 많은 탄탄한 인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다른 조직들이 각자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협업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이 같은 조직 운영과 함께 민 대표는 누구보다 빠르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며 온라인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그는 이 성과에 머물지 않았다. 최근 오프라인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경험’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휴대폰을 쓰는 시간은 하루 최대 8시간이라고 봐요. 그 안에서 쇼핑 비중은 유튜브나 숏폼 같은 콘텐츠에 밀려 계속 줄고 있죠. 그래서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다시 중요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이터널그룹은 오프라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이그라이슨, 루에브르, 레이브 등 주요 브랜드는 서울 성수와 한남 등 핵심 상권은 물론 주요 백화점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클로즈업] 민경준 이터널그룹 대표


크리에이티브 인재와 ‘브랜드계 BTS’ 만들고파 


특히 플래그십스토어에는 아티스트 협업과 전시 등 각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반영한 경험형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존 브랜드는 오프라인을 탄탄히 구축해 고객이 꾸준히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균형 있는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콘텐츠의 가치는 결국 사람, 즉 좋은 인재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도전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친구들이 이터널그룹에 많이 합류했으면 좋겠다”라며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눈치 보지 않고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인재들과 함께, 브랜드 업계의 BTS 같은 존재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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