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시장, 팬덤 노린다 “남성 모델로 女心 공략”

서유미 기자 (tjdbal@fashionbiz.co.kr)
25.12.26 ∙ 조회수 1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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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시장에서 남성 모델 기용은 더 이상 ‘한 시즌 이슈’가 아니라 브랜드의 성장 공식을 다시 쓰는 구조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들이 연 남성 모델 기용 흐름을 국내 중소 브랜드가 팬덤 · 유통 · 리포지셔닝 전략으로 정교하게 이어 붙이며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남성 모델 기용은 이제 ‘선택적 옵션’이 아니다.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 K-팝 팬덤의 글로벌 확장, 젠더리스 이미지를 선호하는 MZ세대의 미적 코드가 맞물리며 남성 모델이 K-뷰티의 ‘브랜드 엔진’으로 기능하는 시대가 열렸다. 남성 모델은 K-뷰티의 글로벌 표준이자 브랜드 무드·커뮤니케이션·유통 전략까지 재편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FMI(Future Market Insights)는 한국 남성 스킨케어 시장이 2025년 12억달러(약 1조7626억원) 규모에 달하고, 2035년까지 연평균 11%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시점에서 남성 모델 기용의 1차 수혜층은 남성 소비자보다 ‘여성 팬덤’으로 확인됐다. 실제 구매층의 80% 이상이 여전히 여성이라는 점이 이번 취재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는 이미 남성 모델을 ‘글로벌 비주얼 언어’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활용 중이다. 아모레퍼시픽(대표 서경배·김승환)의 ‘헤라’는 스트레이키즈의 필릭스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해 공식 보도자료와 영상에서 ‘볼드 앤 엘레강스 뷰티(Bold and Elegant Beauty)’라는 표현으로 그와 브랜드의 공통 미감을 설명했다. 필릭스가 등장한 게시물은 인스타그램에서 수십만 건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기존 수백 단위에 머물던 계정 반응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최근 샤넬 뷰티가 BTS 정국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한 뒤, 발표 게시물은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약 55만개를 기록하며 전 세계 팬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국을 전면에 내세운 비주얼이 단기간에 다국어 해시태그, 2차 생성 콘텐츠로 증폭되면서, 남성 K-POP 아티스트가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소셜 도달률과 브랜드 관심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포맷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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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릭스 · 변우석 · 뷔 등 여성 소비층에 어필 


프라다코리아(대표 최문영)의 ‘프라다뷰티’는 변우석을 로컬 앰배서더로 선정해 립케어 카테고리를 시작으로 색조 · 베이스까지 확장하며 아시아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2025년 10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프라다뷰티 스토어에서 열린 ‘바나나 립밤’ 론칭 기념행사에서 변우석이 첫 공식 활동을 펼쳤다. 바나나 립밤은 고보습 성분과 감각적 패키지로 ‘변우석 립밤’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후 ‘변우석처럼 촉촉하고 생기 있는 입술’ 키워드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프라다뷰티의 제품군 인지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립·색조 라인업의 관심도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티르티르(대표 안병준)의 ‘티르티르’는 방탄소년단 뷔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기용하며 즉각적인 효과를 거뒀다. 발탁 2주 만에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약 250만명 증가했고, 트위터에서는 #TIRTIRxV 해시태그가 전 세계 트렌드 1위를 기록하며 팬덤 기반 소셜 파급력을 입증했다.


이들 메가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구축한 흐름은 ‘도달률(SNS) → 팬덤 반응(바이럴) → 글로벌 매출(뷰티 전문 플랫폼) → 브랜드 자산(무드 · 서사)’의 순으로 요약된다. 과거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국내 매출 · 점유율’에 집중했으나, 이제는 소셜 도달과 팬덤 지표를 앞단에 두고 이를 유통 협상·글로벌 론칭의 근거로 활용하는 데 집중한다. 



K-POP 글로벌 영향력=K-뷰티 관심도 


흥미로운 점은 남성모델 기용이 매출로 직결되는 효과가 국내 브랜드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올리브인터내셔널(대표 이진호)의 ‘성분에디터’와 와이어트(대표 권규석)의 ‘어노브’는 각각 세븐틴의 버논과 민규를 기용해 남성 모델이 ‘인지도 도구’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두 브랜드 모두 리브랜딩 혹은 카테고리 확장 국면에서 남성 모델을 투입하며, 브랜드 메시지 재정렬, 글로벌 유통 확장, 팬덤 기반 참여 구조 설계 등 전반적 전략을 모델 기용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전개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성분에디터는 버논을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가 지향해 온 ‘좋은 성분, 확실한 효과’ 메시지를 글로벌 소비자에게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브랜드는 버논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미지가 제품 철학·브랜드 무드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고 설명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재도약을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로 선택했다.


어노브는 헤어케어를 넘어 퍼스널케어 · 향 영역으로 확장하는 시점에 세븐틴의 민규를 기용했다. 브랜드가 내세운 캠페인 ‘언리시 유어 볼드 엘레강스(Unleash Your Bold Elegance)’는 민규 특유의 강렬함과 우아함을 바탕으로 한 슬로건으로, 어노브가 지향해 온 ‘부드러움 · 향 · 감각성’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장치로 활용됐다. 더불어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와의 시너지를 통해 해외 유통 채널 확장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적 목적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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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버논과 손잡은 성분에디터, 매출 시너지↑


성분에디터는 “우리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도약하는 과정에 있었다. K-POP을 넘어 세계적 트렌드를 주도하는 인물인 버논과의 시너지가 브랜드 방향성과 정확히 맞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버논을 모델로 발탁한 것은 단순 협찬이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 재정렬’의 키로 설정됐다는 것을 이 코멘트에서 알 수 있다. 버논의 솔직 · 담백한 이미지는 ‘좋은 성분’이라는 기능적 메시지를 서사로 확장하는 핵심 축이 됐고, 캠페인 전반의 비주얼·카피·영상 톤에 일관되게 반영됐다.


캠페인 공개 직후 실적은 빠르게 올랐다. 올리브영 프로모션에서 매출이 상승했고, 일본 메가와리에서는 성분에디터 전체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2배 확대됐으며, 브랜드 공식 SNS 팔로워 수는 단기간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실크펩타이드 앰플은 버논 비주얼과 함께 대표 제품으로 부상하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판매량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올리브영과 일본 · 동남아 채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매출이 올랐다. 브랜드는 이번 캠페인의 내부 KPI를 ‘호감도 개선 · 글로벌 매출 확대 · 팔로워 성장’ 3대 축으로 설정했다. 팬덤이 ‘모델 → 제품 → 브랜드’로 이어지는 검색과 구매 루트를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다.


성분에디터가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검색 연결성’이다. 버논과 성분에디터가 SNS와 커뮤니티에서 상호 언급되며 ‘버논 검색 → 성분에디터 노출’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 과정에서 브랜드 탐색 · 후기 → 소비 · 장바구니 담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폴라로이드 포토카드를 활용한 GWP(Gift with Purchase)로, 오픈 후 단기간에 전량 소진됐고 팬덤이 자발적으로 인증샷을 올리며 캠페인 콘텐츠 확산을 주도했다.


유통 측면에서도 남성 모델 효과는 ‘K-팝 신뢰도’라는 형태로 작동했다. 버논 캠페인 이후 성분에디터는 미국 울타 뷰티(Ulta beauty), 인도네시아 소시올라(Sociolla), 일본 주요 오프라인 채널 등으로 판로를 넓히며, 동남아·일본 매출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현재 글로벌 리테일 입점 수가 늘고 해외 파트너사 문의가 활발하다. 성분에디터 측은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K-뷰티에 대한 신뢰로까지 확장된 것이 가장 큰 인사이트였다”라고 말했다. 성분에디터는 현재 버논과의 2차 글로벌 디지털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이 캠페인에서는 기존 스토리텔링을 확장하면서 팬덤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 젠더리스 뷰티와의 접점을 중장기 전략으로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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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브, 세븐틴 민규 발탁 후 해외 매출 340% 성장


어노브는 민규를 통해 브랜드 성장의 ‘두 번째 챕터’를 열었다. 구체적인 성과도 바로 나타났다. 민규 캠페인 이후 어노브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2024년 10월 기준) 340% 성장했고, 일본 론칭 후 2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전년대비 3배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새롭게 선보인 헤어퍼퓸 미스트 중에서 민규가 선택한 ‘로지 아우라’ 향은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 유입까지 확대하며 올리브영 출시 한 달 만에 매출이 307% 증가했다. 대표 제품인 ‘딥 데미지 트리트먼트EX’도 기존 1위 제품임에도 높은 성장률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캠페인 효과는 브랜드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헤어 판타지(Hair Fantasy)’의 핵심 KPI(인지도 · 신규 유입 · 호감도)를 모두 달성했고, 브랜드 계정에서 민규 관련 콘텐츠는 전체 인게이지먼트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첫 프래그런스 라인 공개와 함께 선보인 ‘아임 뮤즈(I’m Muse)’ 필름은 기존 대비 11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팬덤 유입을 극대화했다.


어노브의 강점은 팬덤 경험을 하나의 콘텐츠 루프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민규 포토굿즈는 공개 직후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을 차지했고, 강남 · 성수 · 홍대 등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에 위치한 대규모 옥외광고 앞에는 팬덤의 인증 문화가 형성됐다. 더불어 자사몰과 SNS에서 운영한 배경화면 다운로드 이벤트도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동시에 민규가 가장 좋아하는 향이라고 밝힌 ‘로지 아우라’ 인터뷰 숏폼이 SNS에서 확산되며 일본 · 동남아 지역에서 어노브 브랜드 검색량이 뒤따라 상승했다. 단순히 굿즈를 증정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 → 제품 경험 → SNS 확산’으로 이어지는 완결형 루프를 설계한 셈이다.


글로벌 수상 · 유통 지표도 뚜렷하다. 어노브는 일본 LIPS 트리트먼트 1위, LDK 헤어 마스크 1위, 로프트 2024 넥스트 코스메 선정 등 현지 주요 플랫폼 · 리테일러에서 연달아 상을 거머쥐었고, 큐텐 재팬 내에서도 헤어케어 카테고리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올리브영의 글로벌몰 내 일본인 구매 비중도 20% 가까이 늘어 국내 편집숍 플랫폼이 글로벌 팬덤과 연결되는 관문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어노브 측은 “참여형 경험이 소비자의 브랜드 애착도를 극대화한다”라는 인사이트를 얻었으며, 2026년에는 문화코드 분석+다양한 컬래버 강화를 통해 향후에도 특정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젠더리스와 문화 콘텐츠가 결합한 형태로 확장할 계획이다. 단일 캠페인을 넘어 브랜드 세계관 자체를 확장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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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팬덤이 만든 ‘콘텐츠 엔진’ KPI의 재정의


2025년 뷰티 시장 구조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남성 모델 기용이 남성 소비자를 직접 겨냥한 전략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다수 브랜드의 실제 구매층은 여전히 여성이 80% 이상이며, 여성 팬덤의 구매력 · 인증샷 문화 · 빠른 콘텐츠 소비 속도가 남성 모델 기용을 폭발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헤라의 필릭스 사례처럼 여성 팬덤이 특정 제품군의 화제성과 판매력을 직접 끌어올리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유통 확대 또한 브랜드 자체 영향력보다, 팬덤이 만들어내는 검색 데이터와 SNS 트래픽이 설득력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이때 남성 모델은 도달률과 검색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가속 장치 역할을 한다.

유통 전략도 이미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일본·동남아를 중심으로 플래그십 이벤트, 옥외광고, 팬덤 굿즈 기반의 팝업이 확대되며, 유통사도 ‘어떤 모델과 어떤 서사를 구축했는가’를 입점 판단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 K-POP 남성 아이돌·배우와의 협업이 단순 화제성뿐 아니라 바이어 협상 과정에서 활용되는 브랜드의 ‘스토리 자산’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셈이다.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K-뷰티, 이미지 전략도 통해


흥미로운 점은 남성 모델 기용과 남성 그루밍 시장의 관계성이다. 남성 모델 캠페인이 곧바로 남성 화장품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젠더리스 뷰티 인식을 확산시키며 스킨케어 · 향 카테고리 전체 수요를 넓히는 보완재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성분에디터처럼 여성 팬덤 구매가 매출을 견인하는 사례에서도 남성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비주얼은 남성의 스킨케어 · 향 사용에 대한 사회적 허들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진다.


성분에디터의 버논 2차 글로벌 캠페인, 어노브의 젠더리스 · 문화 컬래버 확장 계획은 남성 모델 기용이 더 이상 일회성 시도가 아닌 지속가능한 장기 전략 포맷으로 고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가 먼저 구축한 ‘남성 비주얼 언어’는 국내 소형 · 중형 브랜드까지 흡수하며 산업 전반의 전략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국내 브랜드는 남녀 듀오 구조, 커플 내러티브, 커뮤니티 기반 디지털 챌린지 등 멀티 페르소나 전략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유미 기자  tjdbal@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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