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석·정학재·최운식 등 패션계 빅맨들 이동… ‘새바람’ 일으키나?
올해 패션기업들의 임원 인사는 굉장히 소극적이다. 경기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의 변화만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인재를 영입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 기업들이 있는데, 올해 패션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킬 빅맨들은 누가 있을까.
패션 마켓에서 보통 매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임원 교체가 활발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혁신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최소한의 임원 인사로 조용히 한 해를 보내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대세의 흐름 속에 새로운 임원 인사를 통해 리프레시하고 있는 기업들이 몇 곳 포착됐다.
여성복 기업에서는 동업계의 톱(TOP)을 다투는 바바패션(회장 문인식)과 인동에프엔(회장 장기권)의 총괄이 바뀌었다. 먼저 바바패션에는 지난해 11월 1일 자로 유통 부문 영업파트에 배재석 부사장이 합류했다. 신세계백화점 출신인 배 부사장을 통해 주요 유통망의 볼륨화와 안정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배 부사장의 바바패션행(行)은 잠시 주춤했던 유통계 인사가 패션기업에 영입된 케이스로 동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통가 출신 패션인의 계보를 이어가는 배 부사장은 바바패션에서 조직 안정화와 미래 비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랜 백화점 경력과 자신만의 다양한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바패션의 새로운 도약을 주도할 계획이다. 배 부사장은 “효율적으로 유통 볼륨화를 추진하면서 신규 카테고리를 확장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바바패션行 배재석 부사장, 신세계 경험 밑거름
배 부사장은 1992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한 후 여성복 바이어와 여성복 매입 팀장을 거쳐 신세계 의정부점·경기점·센텀시티점·대구점장을 역임한 백화점 업계의 손꼽히는 패션 전문가다. 신세계 재직 시절 발 빠르게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PB 개발 및 매스 파워 브랜드 메가숍 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등의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는 현재 바바패션에서 전개하는 국내 브랜드 ‘아이잗바바’ ‘아이잗컬렉션’ ‘지고트’를 비롯해 수입 브랜드 ‘파비아나필리피’ ‘블루마린’ ‘르몽생미셸’의 영업을 맡고 있다.
인동에프엔 총괄 본부장 자리에는 정학재 전무가 조인했다. 정 전무는 이 회사의 여성복 ‘쉬즈미스’ ‘리스트’ ‘시스티나’를 총괄하는 본부장으로서 지난해 12월부터 근무했다. 정 전무는 “인동에프엔이 갖고 있는 소싱 경쟁력이 앞으로 여성복 마켓을 장악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여성복 전문기업의 특수성을 잘 이해해 상품기획팀, 영업팀, 마케팅팀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팀워크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출신 정학재 전무, 인동에프엔 새둥지
베트남 하이동에 선제적인 설비투자로 직영공장 인동비나 1공장을 완공해 본격적인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인동에프엔은 직소싱과 직생산 시스템을 안정화해 급변하는 패션시장 상황에서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전무는 “쉬즈미스, 리스트, 시스티나 3개 여성복 브랜드 모두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이라고 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 또한 높은 회사에서 일하게 돼 영광”이라며 “그동안 삼성물산패션이라는 대기업에서 오래 일하면서 느꼈던 시스템적으로 좋았던 점을 인동에프엔에 접목해 더 나은 인프라와 조직 운영 등으로 회사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정 전무는 경희대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1994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2023년까지 30여 년간 몸담았다. 자재 생산구매 및 영업지원팀, 남성 영업팀을 거쳐 2003년부터 해외상품 영업팀을 이끌었으며 2016년에는 해외상품 및 여성상품을 총괄하는 영업본부 영업2담당으로 활약했다.
무신사, 최운식 부문장 통해 브랜드BIZ 본격 확대
무신사(대표 조만호 · 박준모)는 브랜드 사업 성장을 위해 전담 조직을 꾸리고, 최운식 전 이랜드월드 대표를 수장으로 낙점했다. 최 부문장 영입과 함께 신설된 브랜드 부문은 패션잡화와 뷰티 등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 사업을 통합하고 양적·질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무신사스탠다드’ 등 자체 브랜드는 물론 ‘노아’ ‘디키즈’ ‘잔스포츠’ ‘챔피온’ 등 글로벌 브랜드도 브랜드 부문에서 맡으면서 전반적인 운영 역량을 높이는 취지로 변화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이랜드월드 대표직을 맡으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촉망받았던 최 부문장의 무신사 합류는 동업계를 뛰어넘어 이슈가 됐다. 1978년생인 그는 이랜드그룹 공채 출신으로서 2003년 입사 후 한국과 중국 등에서 이랜드의 브랜드 사업을 이끈 주역이다.
특히 ‘스파오’ 등 SPA 브랜드를 키우는 데 성과를 냈고, 최 부문장이 이랜드 대표를 맡은 시절 ‘뉴발란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1조 매출에 이르는 등으로 한 차례 더 주목받기도 했다. 최 부문장은 중국 진출 및 운영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무신사스탠다드의 해외 영업에 최 부문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어패럴, ‘현대맨’ 이채식 부사장 합류해 점프업
아동복 ‘빈’과 주니어 의류 ‘블루테일’에 이어 올 S/S 시즌 성인 캐주얼 브랜드 ‘에데닉’을 론칭한 이현어패럴(대표 이춘호)에는 이채식 부사장이 합류했다. 이 회사의 COO로서 비즈니스 부문을 관장하고 있는 그는 1997년 현대백화점에 경력직으로 입사해 2019년까지 22년간 현장에서 활동한 유통맨이다. 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의 패션의류팀장을 거쳐 부산점장, 목동점장, 본점장 등을 지냈다.
이채식 부사장은 “백화점 업계와 패션 업계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라며 “패션업계에 들어와서인지 의류 한 점 한 점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앞으로도 유통맨의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패션맨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어패럴은 줄곧 유아동 브랜드만 전개해 오다 지난 2020년 ‘스위치123’을 론칭하면서 캐주얼 마켓으로 영역을 확장해 성인복으로 진출했다. 올 초 스위치123의 브랜드명을 ‘에데닉(EDENIK)’으로 리론칭해 고객층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에데닉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 당일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과 상품본부 김필성 상무 등이 참석해 이 부사장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도 했다.
‘필드형’ 정승욱 대표, 인스턴트펑크 포텐셜 자신
정승욱 전 제너시스BBQ 대표는 인스턴트펑크인터내셔널 대표로 지난해부터 활동하고 있다. 패션 마케팅 출신이자 최고의 실행력을 가진 정 대표는 ‘인스턴트펑크’가 가진 포텐셜을 터뜨리고 글로벌 브랜드로의 화려한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정승욱 대표는 1996년 코오롱상사 ‘헤드’ 상품기획팀에서 시작해 코오롱그룹 경영전략본부 전략기획팀 매니저를 거쳐 2010년 제일기획 수석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휠라코리아 부사장으로 활동한 그는 ‘휠라’의 대대적 변신을 이끌었던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주요 소비자층이 3040세대로 다소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던 휠라를 1020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로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려놓았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글로벌 협업을 추진하며 브랜드 밸류를 끌어올렸는데 당시 ‘휠라버레이션(휠라+컬래버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패션이 아닌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 대표로 활약하며 K-치킨의 글로벌화에 이바지했다.
휠라 ~ BBQ 브랜드 리노베이션 전문가로 정평
정 대표가 합류한 인스턴트펑크는 본격적으로 사세 확장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3년 내 매출 600억원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디자인실과 이커머스팀에 대한 인력 투자를 단행했다. 마켓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반을 단단히 다지기 위한 일환으로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영입해 인력을 확대했다.
글로벌 유통망 확장도 본격화한다. 오는 6월 일본 도쿄 내 편집숍 입점을 시작으로 일본 진출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매장 입점뿐 아니라 향후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에 해외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는 도산 플래그십스토어에 이어 성수동에 매장을 추가로 확보했다.
정 대표는 “비즈니즈란 1~2년 잘한다고 끝이 아니라 서스테이너블 하게 가느냐가 문제다. 우리는 단순히 일시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면서, 해외 영토를 확장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통’ 정승기 - 유닛 · 박재한 - 패션플랫폼行
패션잡화 업계에 소문난 마당발 정승기 전무는 유닛(대표 류정하)의 니트 특화 여성복 ‘유닛’과 손잡았다. 유닛은 정 전무를 통해 유통 확장 및 브랜드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는 영업통답게 유닛의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짚고 주요 백화점 유통들과 협의해 나가며 매장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전무는 띠어리코리아의 ‘띠어리’ 영업팀장, 인터웨이브 ‘바네사브루노’ ‘질스튜어트’ ‘A.P.C’ 등의 영업본부장을 거쳐 성주그룹 ‘MCM’ ‘막스앤스펜서’ 사업본부장, LF 액세서리사업부 총괄, 엠티콜렉션 ‘메트로시티’ 전무 등을 지냈다.
한편 유닛은 지난해 류정하 대표가 수장을 맡은 이후 브랜드 리빌딩을 통해 한층 고급스럽고 세련된 여성복 브랜드로 거듭났으며, 최근 2025 F/W 품평회를 마친 결과 백화점 유통의 러브콜을 받으며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데코’ ‘레노마레이디’ ‘보니스팍스’ ‘르샵’ 등을 전개하는 여성복 전문기업 패션플랫폼(회장 이원희)에는 인동에프엔 출신의 박재한 부사장이 조인했다. 여성복 영업에 뛰어난 박 부사장은 이 회사의 영업총괄을 맡아 유통망을 확장하고 재정비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보끄레머천다이징부터 시작해 여성복, 특히 여성 영캐주얼 부문에서 성장해 왔으며 유연한 사고와 특유의 친화력으로 발이 넓다.
그는 단국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후 보끄레머천다이징, F&F, 세정 등을 거쳐 아비스타에서 ‘BNX’와 ‘탱커스’ 상무로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린컴퍼니에 이어 인동에프엔에 조인해서 부사장직까지 지내며 전성기를 보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