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4.08.14 ∙ 조회수 2,839
Copy Link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65-Image


특징1. 에브리데이 럭셔리 비전


아리찌아가 남과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포지셔닝에 있다. 몇 번 입고 버리는(트렌드가 달라지거나 몇 번 세탁한 후 옷이 낡아져서 버릴 수밖에 없는) 패스트패션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하이 퀄리티 소재로 만든 타임리스 상품을 프리미엄의 가격으로 제공한다. 아리찌아는 이를 에브리데이 럭셔리라고 부르며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대중성을 갖도록 적절한 가격(에브리데이)으로 제공하되 상품의 디자인과 퀄리티를 비교적 높은 수준(럭셔리)으로 유지한다. 방문하고 싶은 매장환경과 높은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간과 지구의 웰비잉을 염두에 두는 것까지를 모두 포용하는 것이 에브리데이 럭셔리다. 이를 두고 창립자인 힐은 ‘에브리데이 럭셔리는 우리의 세상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럭셔리 같은 상품을 제공하지만 럭셔리는 아니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만 패스트패션처럼 드러내놓고 트렌디하지 않다. 이처럼 아리찌아는 럭셔리와 패스트패션을 혼합한 새로운 리테일 포맷을 제공하면서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936-Image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1051-Image



특징2. 스타일에 대한 신뢰와 캐리오버의 파워


아리찌아는 ‘쿨걸들이 입는 옷’이라는 의식이 있다. 그만큼 고객들은 아리찌아의 디자인을 신뢰한다. 현재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인기 있게 될 상품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아리찌아가 비건레더 소재의 바지, 멜리나 팬츠(The Melina Pant)를 제공하면서 하이스트리트에서 비건레더 바지의 붐을 만들었으며 다른 브랜드에서 유사한 스타일을 제공하기 시작해. 트렌드세터로서의 파워를 인정받고 있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쇼퍼들이 이를 지불하는 것은 투자 아이템이 되기 때문이다. 스타일이 뒤떨어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6~7년간은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상품의 퀄리티가 보장된다. 특히 캐리오버(carry-over/carryover)로 운영하는 클래식 상품과 코어 상품의 인기가 높다. 캐리오버는 같은 디자인의 상품을 제공하되 시즌마다 새로운 컬러와 원단을 추가하거나 교체하면서 운영하는 것으로 럭셔리 하우스들의 주요 상품 기획 방식이며 전략이다. 생로랑은 ‘퍼머넌트컬렉션’으로 바이커 재킷과 슬림진스 등 절대로 변하지 않는 동일한 상품을 제공하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잘나가던 구찌 시절에도 브랜드 매출의 70%는 캐리오버의 레더상품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리찌아의 대표적인 캐리오버 아이템은 에포트리스 팬츠(The Effortless Pant)로 베스트셀러에서 캐리오버로 정착한 케이스다.


캐리오버의 장점은 고객 차원에서는 자신이 애용하는 아이템을 업데이트하고 대체하는 등 재구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게 되며 리테일러 입장에서는 다음 시즌에도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즌이 끝날 무렵 할인으로 마진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아리찌아의 캐리오버(코어) 아이템은 팬들이 쉽게 알아보기 때문에 이를 입는 것은 스타일리시하다는 의미가 되는 등 고객에게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제공하게 된다.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2402-Image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2583-Image



특징3.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광범위한 고객 흡수


아리찌아는 매장 한 곳에서 10여 개의 인하우스 브랜드를 제공한다. 마치 백화점이나 편집매장처럼 매장과 쇼핑백은 아리찌아지만 상품에는 각 브랜드의 레이블이 달려 있다. 이렇게 여러 브랜드를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스타일(에브리데이 에센셜부터 포멀까지), 여러 오케이전(피트니스와 스포츠웨어, 라운지웨어, 비즈니스 캐주얼, 이벤트를 위한 드레스 등)을 위한 옷을 제공할 뿐 아니라 MZ세대부터 X세대(1965~1980년 출생)까지 아우를 수 있다. 


멀티 브랜드는 기존 고객을 아리찌아의 바이어로 계속 유지하는 데도 기여한다. 고객의 나이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필요한 워드롭이 달라질 때 아리찌아는 다양한 브랜드로 니즈에 맞는 여러 가지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TNA(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캐주얼/액티브웨어)를 입던 고객이 직업을 갖게 되면서 바바톤(Babaton, 하이퀄리티 소재의 테일러링 상품 등)으로 선호하는 옷이 달라지는 등 고객들은 하나의 리테일러에서 계속 다른 브랜드의 옷을 구매하게 된다.


지난 2021년에는 남성용 프리미엄 스포츠웨어인 레이닝 챔프(Reigning Champ)를 635억원에 인수해서 남성 부문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3547-Image



특징4.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시너지 지향


아리찌아의 오프라인 매장은 쇼핑환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쇼핑을 싫어하는 사람도 아리찌아 매장에서는 쇼핑이 손쉽고 즐겁다고 얘기한다. 항상 잘 정리된 상품 디스플레이, 카테고리를 찾기 쉽게 디자인된 매장의 레이아웃, 뛰어난 고객 서비스는 물론 배경음악까지 최고의 쇼핑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매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매장은 판매 공간인 동시에 마케팅의 도구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에는 인스토어 카페(A-OK café)를 오픈해서 고객들이 매장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려서 매출을 높였으며 상품 및 브랜드와 더 깊은 연계를 만들었다.


오프라인에서의 인기를 현재 이커머스로 옮겨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테크놀로지(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툴, 퍼스널라이즈드 콘텐츠 등)를 활용해서 온라인에서 고객과 연계하는 것은 물론 고객들이 온 ·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쇼핑할 수 있는 옴니채널 능력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2013년 론칭한 아리찌아의 이커머스는 지난 4년간 연평균 62%씩 증가했으며 지난해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4427-Image



특징5. 소셜미디어에서의 성공


아리찌아는 소셜미디어상에서 엄청난 인기를 만든 브랜드 중 하나다. Z세대가 선호하는 플랫폼인 틱톡에는 약 10억개의 #aritzia 비디오가 있을 정도다. 내용은 쇼핑 하울(shopping haul)부터 스타일링 팁까지 다양하다. 아리찌아가 소셜미디어에서 떠오른 계기는 셀러브리티들이 아리찌아를 입고 등장한 이후부터다. 특히 켄달 제너가 아리찌아의 다운재킷(The Super Puff)을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순식간에 미국에서 쿨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 외에도 제니퍼 로페즈, 아리아나 그란데,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 에마 로버츠, 이리나 셰이크(Irina Shayk), 다코타 패닝 등의 스타들이 아리찌아의 옷을 입고 소셜미디어 포스팅에 등장했다. 이러한 소셜미디어에서의 인기로 브랜드의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2019년 이후 아리찌아의 구글 서치 볼륨은 3.7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 소셜미디어에서 고객들의 대화와 의견을 경청한다. 상품의 스타일에 대해서 토론하고 자신의 아리찌아 아웃핏을 포스팅하는 등 소셜미디어에서 고객들은 비평가이자 인플루언서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서 고객들과 감성적인 관계를 구축하면서 궁극적으로 장기간의 충성심을 만들고자 한다. CEO인 제니퍼 왕(Jennifer Wong)이 밝힌 대로 ‘고객이 주요 마케팅 도구’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성공을 측정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평균 연계율은 아리찌아가 0.42%로 다른 리테일러 어반아웃피터스 0.16%, 룰루레몬 0.14%에 비해서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출처 : SATOV Consultants>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5643-Image



특징6. 지속가능성 적극 포용


주요 고객인 Z세대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인 환경문제와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는 것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사회적으로 의식 있는 고객들과 연계를 구축하는 방법이 된다. 따라서 그동안 아리찌아의 톱 경영팀에 지속가능성은 주요 어젠다가 됐으며 현재 광범위한 이니셔티브가 운영되고 있다.


아리찌아는 UNGC(UN Global Compact)의 멤버로서 인권, 노동력, 환경, 부정부패 방지 등을 위한 UNGC의 원칙을 중심으로 책임감 있는 기업의 전략과 운영을 지향한다. 지난 2021년부터 자발적으로 ESG 리포트를 발행하면서 목표와 활동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쓰레기 및 탄소를 줄이는 것과 사회적인 책임감을 위한 빈곤 감소, 멘토링, 커리어 개발 등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CIO(Chief Impacting Officer)를 임명하고 회사의 조직문화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컬렉션에서는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친환경 원단 사용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2년 기준 친환경 소재 사용은 전체의 26%로 여기에는 재생 코튼, 재생 나일론, 재생 폴리에스터, 재생 울 등이 포함되며 전년대비 17% 늘어난 비중이다. <출처 : Retviews>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6697-Image



특징7. 미국시장은 성장 전략의 중심


지난 2007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미국은 아리찌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장이 됐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의 인기로 코로나19 포스트 팬데믹에 미국 고객은 3배나 증가했으며 매장도 51개로 늘어났다. 오는 2027회계연도까지 아리찌아는 미국 내 매장을 90개까지 늘려서 미국 시장 판매 면적의 60%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 시장에 신경 쓰는 것은 제니퍼왕 CEO가 “국제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유명해져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미국에서의 사업과 인지도가 발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시장은 아리찌아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관건인 동시에 지난 회계연도에 주춤했던 사업을 다시 빠른 성장세로 되돌리는 곳이 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성장이 둔화되고 이익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계속 몰리는 이유는 아리찌아의 미국 시장 내 확장과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7506-Image



아리찌아 vs 자라


자라는 세계 No.1 패션 리테일러인 인디텍스의 간판 브랜드이고 아리찌아에 비해 16배가 넘는 매출 규모(아리찌아 2조3500억원 vs 자라 39조원)를 보이고 있지만 이 두 리테일러는 계속해서 비교되고 있다. 물론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쿨한 브랜드로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세련된 스타일로 주목받는다는 점에서 비교할 만하다. 하지만 패션산업의 전문가들은 자라가 추진하는 전략과 비전이 아리찌아의 운영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라가 지향하는 패스트패션을 벗어나기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화는 마치 아리찌아의 현재형을 보는 듯하다.


자라는 최근 몇 년간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인디텍스의 2세 경영인, 마타 오테가 페레즈(Marta Ortega Perez, 비상임체어)가 주도하는 전략으로서 럭셔리의 분위기를 투영해서 패스트패션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라이벌로 떠오른 쉬인과도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자라는 2021년 이후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및 프리미엄 컬렉션을 늘리면서 좀 더 패션화된 상품을 더욱 비싼 가격대로 판매하는 것을 테스트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고(高)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올라가자 자라는 가격 인상으로 대처했는데 2022년 가격 인상(12.2~55%, Retviews)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계속 자라를 구매하자 프리미엄화에 자신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H&M도 유사한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정체성을 바꾸는 작업을 하는 동시에 프리미엄화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H&M은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 외에도 ‘프리미엄셀렉션’ 카테고리를 운영 중인데 분위기는 아리찌아의 미니멀리즘 스타일과 유사하다.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8626-Image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아리찌아의 매력은 독자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리테일러들이 디자이너 컬렉션의 유사 버전을 제공하는 데 몰두할 때 아리찌아는 에포트리스 팬츠처럼 독점 스타일을 개발하는가 하면 저렴한 소싱보다는 질 높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일본산 폴리에스터와 이탈리아산 리넨을 사용하는 등 하이스트리트에서 전혀 볼 수 없는 행보를 보인다. 또한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베스트셀러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캐리오버로 제공하면서 고객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한다. 이러한 차별화는 소비자들이 아리찌아를 새로운 옵션으로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아리찌아의 에브리데이 럭셔리 콘셉트는 고객들에게 럭셔리가 아니어도 패스트패션이 아니어도 패셔너블하고 쿨할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한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패스트패션인 듯 아닌 듯 럭셔리인 듯 아닌 듯한 아리찌아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아리찌아가 만들어 낸 두 부문의 모호한 결합에 고객들은 환호하고 있으며 패스트패션 리테일러들은 미래의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시작하는 등 아리찌아는 2020년대 패션산업의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➋] 고객중심의 미래지향적 리테일 방식 9463-Image




다음 기사

[아리찌아, 성공 비결 ➊] ‘에브리데이 럭셔리’ 적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유료회원 되서 다양한 기사를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Related News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