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가로수길 부활 신호탄? 세로수길 ‘북적북적’
세로수길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가로수길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이 옛 명성만큼 패션 스트리트로 부활할 수 있을까. 새롭게 조성된 ‘향수로드’부터 최근 오픈한 제너럴아이디어 · 마르지엘라 · 칼하트 · 폴렌느 등 브랜드들의 플래그십스토어까지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세로수길과 가로수길에 대해 살펴봤다.
썰렁할 정도로 텅 비어 있는 가로수길과 달리 한 블록 옆 세로수길에는 인파가 모이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대표 김한국)의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 플래그십스토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거리를 채우고 있는 것. 메인 모델 ‘제니’의 간판 아래에서 사진 촬영 대기 줄이 길게 늘어졌고 카페나 음식점, 포토부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방문객들로 세로수길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10여 년 전 명동, 강남역, 홍대와 함께 국내 4대 상권의 위상을 갖고 있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 상권이 최근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며 타 상권에 비해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코리아에서 발표한 ‘2024년 1분기 리테일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로수길 상권의 공실률은 41.2%로 지난해 4분기보다 4.9%p 증가했다. 가로수길을 포함한 6대 상권인 명동, 강남, 홍대, 한남 · 이태원, 청담 중에서 공실률이 가장 높다.
그러나 가로수길과 달리 바로 옆 세로수길에는 신규 브랜드의 유입이 이어지며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탬버린즈를 비롯해 ‘코스(COS)’ ‘젠틀몬스터’ ‘아더에러’ 등의 브랜드부터 지난 5월에 오픈한 ‘제너럴아이디어’까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브랜드들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잇달아 자리를 잡은 것. 유동인구의 대부분은 해외 관광객들로, 쇼핑을 하거나 K-콘텐츠를 즐기러 방문한 경우가 많았다.
‘향수로드’ 세로수길, 신규 패션 입점 늘어
새롭게 형성된 향수 매장들도 눈길을 끈다. ‘르라보’ ‘바이레도’ ‘논픽션’ ‘SW19’ 등 니치향수 브랜드들의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면서 ‘향수로드’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향수 플래그십스토어도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세로수길 향수 매장의 한 관계자는 “세로수길 골목 자체가 향수 거리로 인식되면서 향수 구매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라며 “외국인들도 세로수길을 향수로 유명한 거리로 알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매장 방문객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내국인보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수요가 높은 편이다. 특히 중국, 일본, 대만 방문객들이 주로 방문하고 있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는 “가로수길보다 신사역과 더 가까워 패션뿐만 아니라 음식점과 카페 등 먹거리들도 가득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며 “주말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으로 거리가 많이 붐비고, 평일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단체 관광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향수 브랜드에 이어 패션 브랜드들도 조금씩 세로수길에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지아이홀딩스(대표 최범석)가 지난 5월 오픈한 제너럴아이디어의 첫 번째 플래그십스토어에 이어 7월에는 웍스아웃(대표 강승혁․박선영)의 워크웨어 브랜드 ‘칼하트’도 합류했다. 인근에는 축구선수 손흥민의 브랜드로 유명한 ‘NOS7’의 오프라인 매장도 자리 잡고 있다.
명동 · 한남 · 홍대와 다른 가로수길 매력은?
첫 번째 플래그십스토어로 가로수길 상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준규 지아이홀딩스 이사는 “가로수길 상권의 깔끔한 무드와 K-컬처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장소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라며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의 확장과 글로벌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제너럴아이디어 가로수길 매장의 외국인 방문객 비중은 전체 고객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론칭 후 첫 한 달 동안의 매출도 해외 소비자가 전체 비중의 60% 이상을 기록했다. 이 이사는 “지금처럼 외국인 방문객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상권이라면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상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내국인과 외국인 소비자를 모두 공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폴렌느’가 국내 첫 번째 매장으로 가로수길 메인 거리 초입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렇듯 자본이 충분한 대기업 소재의 브랜드들이나,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를 제외하면 메인 거리 내 새로운 패션 브랜드의 매장 오픈은 저조한 실정이며 세로수길에 오히려 입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캐리마켓 이전, 랄프스커피 새로 오픈 주목
이에 더해 가로수길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 ‘캐리마켓’도 옛 에잇세컨즈의 매장이 있던 대로변으로 장소를 이동해 8월 재오픈한다. 폴로랄프로렌의 커피 브랜드 ‘랄프스커피’도 국내 첫 번째 플래그십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오픈할 예정이다.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세로수길을 중심으로 가로수길 상권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최근 다시 활기를 되찾은 명동 상권의 경우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 글로벌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의 매장이 외국인 방문객의 유입을 늘리고 높은 매출을 올리며 상권을 회복했다. 늘어난 유동인구로 새로운 매장이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다시 상권이 회복된 것.
세로수길도 최근 향수로드의 형성과 다양한 브랜드들의 입점으로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 것을 보면, 이를 통한 가로수길 상권의 회복도 기대해 볼 만하다. 글로벌 스타 제니를 필두로 한 포토존 성지와 다양한 먹거리, 서울 중심의 좋은 입지와 교통환경, 깔끔하게 정돈된 길 등 가로수길 상권이 가진 장점은 분명하다. 성수와 한남 등에 비해 저렴한 임차료도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해외 고객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품목은 향수 및 화장품으로 전체 비중의 67.7%를 차지했다. K-뷰티를 통해 상권을 부활시킨 명동처럼 K-패션과 K-푸드, 최근 형성된 향수로드까지 글로벌적 흥행 요소가 집약된 세로수길의 낙수효과로 가로수길 상권까지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신구 l 쿠시먼웨이크필드코리아 이사
“성수동과 다른 정돈되고 간결함 특색”
2030세대에게 주목받는 상권으로 대표되는 곳으로는 한남, 성수, 도산공원, 가로수길 등이 있다. 각각의 상권이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이다 보니, 브랜드들은 해당 상권들 중 본인 브랜드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상권으로 출점을 검토한다. 최근 한남과 성수는 힙한 이미지와 함께 급격하게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상권의 매출도 증가하며 임차료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반면 가로수길은 최근 타 상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상권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권이라는 좋은 입지와 이면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주요 브랜드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과거 피크 대비 낮아진 임차료 등의 메리트가 있다. 또 성수 등에서 팝업으로 소모되는 이미지에 지친 브랜드들이 가로수길 자체가 갖고 있는 정돈되고 간결한 느낌을 선호하기도 한다.
현재 이면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기를 찾아가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된다. 가로수길 콘셉트에 맞는 특색 있는 패션 브랜드들이 다시 모이고, 매출 대비 임차료 부분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수익화가 될 수 있을 때 가로수길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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