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킴, 가치 없는 것에 영감 받아 시작된 새로운 미학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23.12.04 ∙ 조회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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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의 김지용 디자이너가 제19회 SFDF 수상자로 선정됐다. 독창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최고점을 획득했으며 30명의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등을 거머쥔 것.

수상 소감으로 김지용 지용킴 디자이너는 "내가 패션을 공부하기 전부터 미래의 디자이너가 된다면 꼭 받고 싶었던 상이 SFDF였다. 수상하는 것을 알게 되고 굉장히 기쁘고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문화복장학원을 거쳐,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남성복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 '지용킴'은 세인트 마틴 학교를 다닐 당시 졸업작품이 해외 유명 편집숍인 'GR8'에 바잉 되면서 브랜드 론칭으로 바로 이어졌다.

특히 그는 고유의 탈색 기술인 '선블리치' 기법 적용으로 지용킴 컬렉션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이 기법은 옷을 빛에 장기간 노출시켜 색상에 변화를 주는 작업이다. 원단자체에 선블리치 기법을 적용하거나 또는 옷을 제작 후에 그 위에 적용하기도 한다. 또한 끈, 그물 등을 활용하거나 주름을 인위적으로 잡아놓는 등 의도적으로 자국을 남겨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있다.

SFDF 올해 수상자는 '지용킴'...점수 압도적

자연을 활용하는 기법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다른 선블리치들이 적용된다는 점이 옷의 '희소성'을 높이고 독특한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선블리치 기법에 대해 '가치가 없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새로운 미학'이라고 설명한다.

김 디자이너는 "선블리치라는 이때까지 없었던 텍스타일 탈색 기법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다. 이 기법은 정말 가치가 없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새로운 미학이라는 걸 말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자연광으로 인해 옷이 탈색이 되면 판매하지 못하는 상품이 된다. 나는 이것을 '가치를 상실한다'는 개념이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이렇게 가치가 없어진 것들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또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는 개념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선블리치하면 지용킴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아졌다. 실제로 일반 소비자들이 태양광에 의해 탈색된 옷을 발견하면 브랜드 DM으로 사진을 보내올 정도라고.

선블리치 기법&유니크한 디테일로 팬덤 단단

그의 기법만큼이나 그의 '디테일'을 사랑하는 팬덤도 단단하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포켓 디테일 등 독창적인 패턴을 개발하고 실험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기 때문. 물론 실용성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입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들이나 기능들을 넣어 더 호응을 얻고 있다.

그의 디자인적 영감은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는데, 그는 "진짜 '랜덤 스트리트'에서 그대로 영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을 가거나 해외 벼룩시장이나 편집숍을 방문하는 편이다. 벼룩시장은 랜덤 한 것들이 랜덤 한 사람에 의해서 정리돼 있는 곳이고 편집숍은 각 공간마다 취향이 그대로 녹아져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이런 곳에 오리지널티가 있는 물건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것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랜덤 스트리트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발표하는 컬렉션은 한 주제에 억압돼 있지 않다. 시즌을 준비하는 6개월 동안 김지용 디자이너와 팀원들이 공유한 취향과 그들이 보고 느꼈던 경험들을 취합해 그들의 시즌마다의 컬렉션 주제를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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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프로젝트 활발, 새로운 분야와 협업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울렛에서 3년 이상 된 악성 재고들을 공급받아 옷을 새롭게 디자인해 출시한다던가, 버려지는 유니폼들을 제공받아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탄생시켰다. 이러한 활동들이 좋은 호응을 얻어 앞으로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장,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최근에 버려지는 유니폼을 제공받아 가방과 팬츠를 제작했고 곧 선보일 계획이다. 유니폼은 개성을 파괴하고 통일감을 주기 위해 있는 의류라고 생각한다. 이 의류를 분해, 재결합을 거쳐 고유의 선블리치 기법을 입힘으로서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옷으로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며 "이러한 작업들을 이어 전시회 개최를 통해 '다양성'을 많이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용킴의 행보, 후세대에도 새로운 가치와 영감을

처음 지용킴 브랜드가 입접했었던 GR8 편집숍에서는 마크다운 하기 전 98% 물량이 판매되고 있고 도버스트릿마켓, 미스터포터, 브라운스 등 해외 유명 편집숍에서도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22년 총 11개의 유통망을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 23개 이상으로 확장됐으며, 국내까지 합하면 25개 이상이다. 국내외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곳에서 지용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용킴 의상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 그리고 우리들의 노력이 합쳐져 이러한 자극들이 남겨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옷을 제작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수량도 굉장히 제한돼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소비자분들도 알기 때문에 우리의 옷을 대할 때 더 소중히 생각하고 더 오래 간직하려고 하시는 것 같다. 이런 하나하나의 행동들이 모여 패션 세션에서 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누구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영감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또 지용킴의 행보를 보고 후세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영감을 받아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패션비즈=이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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