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대기업 e-BIZ 격돌! 승자는
패션 대기업 5개사가 반격에 나섰다. 비대면 바람을 타고 오프라인이 축소되고 온라인 마켓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공격적으로 온라인 매출 키우기에 돌입한 것이다. 자사몰을 중심으로 온라인 전용 브랜드 론칭이 잇따르면서 기업의 체질까지 바꿔 나가는 중이다. 삼성물산패션, LF, 코오롱FnC, 한섬, SI 등 5개사의 온라인 비즈니스 현황을 조명했다.
삼성물산패션(부문장 박철규), LF(대표 오규식), 코오롱FnC(COO 이규호), 한섬(대표 김민덕),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장재영) 등 패션 대기업 5개사가 빠르게 온라인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다. 이들 모두 자사몰을 플랫폼 사업으로 확대해 급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자체 기획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의 론칭이 봇물을 이뤘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출이 점차 줄어드는 데 반해 온라인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타고 있어 기업의 모든 시스템과 역량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삼성물산패션의 SSF샵은 연매출 2000억원, LF의 LF몰은 6000억원, 코오롱FnC의 코오롱몰은 1500억원대에 이르면서 기업의 신성장동력이 됐으며, 콘텐츠를 확대해 매출 볼륨을 키우고 트래픽을 높여 나가는 것에 기업이 미래를 걸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의 특성별로 온라인 브랜드들도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패션은 중고가대 컨템퍼러리를, LF는 여성복부터 골프웨어까지 전 복종을 넘나드는 전방위 공략을, 코오롱은 유니크한 디자이너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 비이커 온라인 PB ‘비언더바’ 새롭네
그렇다면 지난해와 올해 현재(9월)까지 각 사는 어떤 브랜드를 내놓았을까. 삼성물산패션은 여성복 구호플러스, 오이아우어 그리고 남성복 엠비오의 온라인 매출 성과가 좋았던 것을 기반으로 지난 9월 편집숍 ‘비이커’의 온라인 PB ‘비언더바’를 선보였다. 연매출 1000억대의 ‘비이커’는 기존에도 PB ‘비이커’를 운영해 왔다. 편집숍 특성상 기본물이나 시즌 아이템의 약점을 PB를 통해 메웠고 반응도 상당히 괜찮았다.
이번에 내놓은 ‘비언더바’는 기존 PB와 달리 MZ세대를 겨냥한 스트리트 무드의 컨템퍼러리 캐주얼로 콘셉트를 잡았다. 기존 비이커 상품 대비 40% 낮은 가격대를 제안하며 SSF샵에서 단독으로 판매한다. ‘비이커’ 서울 청담점과 한남점 플래그십스토어를 통해 오프라인도 운영하면서 브랜딩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송태근 비이커 팀장은 “MZ세대에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공하며 차별화된 브랜딩을 펼쳐 나가고 있다”며 “비언더바 출시와 함께 젊은 층에 유니섹스 콘셉트의 스타일을 동시에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구호, 첫 온라인 상품 ‘에센셜 라인’ 선봬
또 구호의 첫 온라인 상품군 ‘에센셜 라인’도 선보였다. 캐시미어 코트, 다운 점퍼, 테일러드 재킷 등 구호를 대표하는 키 아이템을 베이직하고 절제된 디자인에 에지 있는 요소를 넣어 새롭게 해석한 상품들로 구성됐다. 가격대는 구호보다 20% 낮게 책정했으며 SSF샵 단독 판매로서 가치를 높인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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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구호 팀장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더 많은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구호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구성된 ‘에센셜 라인’을 SSF샵에서 단독 론칭했다” 며, “새로운 고객들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담긴 상품들로 구호에 입문해 그 매력에 흠뻑 빠지길 기대한다” 라고 말했다.
엠비오 등 상반기 온라인 브랜드 성장 우세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온라인 전용 브랜드의 성장세가 좋았다. 2017년 가장 먼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한 빈폴키즈가 올 상반기 전년대비 27% 신장했으며, 엠비오도 온라인 리론칭 1년이 된 올 상반기에 10% 매출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구호의 세컨드 라인인 구호플러스는 SSF샵 내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빈폴액세서리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빈폴액세서리는 백화점과 아울렛을 포함해 50개점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매장은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온라인 비즈니스로 터닝하게 된다. 이에 맞춰 상품 또한 리뉴얼할 예정이다.
삼성물산패션은 오프라인 실적이 미약했던 브랜드들이 온라인으로 터닝한 이후 외형은 줄었으나 수익 면에서 개선된 사례가 많아 앞으로도 오프라인 부진 매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온라인 매출 확대에 나서겠다고 전한다.
LF, 온라인 골프 ‘더블플래그’ 기존 방식 버려
LF는 2009년 헤지스골프를 선보인 이후 11년 만에 론칭하는 골프웨어 ‘더블플래그’를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했다. 특히 무신사와 손잡고 LF몰과 무신사 중심으로 전개한다는 점이 골프웨어의 새로운 유통방식이어서 동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블플래그는 2030세대 뉴서티 타깃의 스트리트 캐주얼 감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성별 관계없이 남녀 모두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젠더리스 스타일을 기본으로 하고 유럽산 고급 소재를 활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더블플래그가 변화하는 골프웨어 트렌드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닥스골프 영 라인 ‘닥스런던’ 뉴서티 공략
이와 더불어 닥스골프의 영 라인 ‘닥스런던’도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였다. 이 브랜드는 뉴서티 골프웨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론칭한 브랜드다. 닥스골프와 골프 온라인 팀이 장기간 고민 끝에 선보이는 뉴 라인을 통해 언택트 시대 온라인을 무대로 더 많은 고객과 접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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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닥스런던은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골프웨어를 선호하는 3040세대 젊은 골퍼들을 겨냥해 전 제품에 로고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로고리스 브랜딩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서윤정 닥스골프 팀장은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신규 라인을 개발한 것”이라며 “2022년 론칭 25주년을 앞둔 닥스골프가 국내 시장에서 3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층의 골프 애호가들로부터 고르게 사랑받는 논 에이지 브랜드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영 라인을 출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LF는 대기업들 가운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온라인 사업을 키워 왔다. 현재 운영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가 30여개나 되며 패션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현재 온라인 마켓에서 가장 핫한 조닝을 공략하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1년간 반응을 보고 매출이 저조한 브랜드는 바로 중단하고 또 다른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는 등 민첩하게 대응해 나간다.
온라인 전용만 30여개, 패션부터 라이프까지 ‘다양’
LF는 올 초 질스튜어트뉴욕의 세컨드 라인 여성복 JSNY, 스트리트 무드의 유니섹스 캐주얼 프라이데이 미드나잇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감도 있는 컨템퍼러리 캐주얼 던스트가 초반부터 매출 반응이 좋자 프랑스 파리 현지 쇼룸인 ‘로미오쇼룸’을 통해 홀세일 비즈니스도 시작했다.
앳코너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터닝하면서 지속가능패션으로 방향을 잡은 이후 MZ세대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LF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LF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0% 신장했고, 평균 구매고객 수도 3배가량 늘어났다”라고 말한다.
반면 LF는 이번 F/W 시즌을 끝으로 남성복 TNGT와 블루라운지 2개 브랜드의 오프라인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두 브랜드 모두 온라인으로 터닝해 LF몰 중심으로 새롭게 전개할 계획이다. TNGT의 연매출은 500억~600억원대로 결코 적은 규모는 아니다. 블루라운지 또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중심으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직장인 타깃의 남성복으로서 매출은 기본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O4O ‘LF몰 스토어’ 내년까지 50개점 확보
그렇지만 LF 입장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쪽을 택했다. 매출 외형은 크지만 수익성이 저조한 브랜드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키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 업계에서는 두 브랜드 모두 온라인만 운영하기에는 브랜드 파워가 아깝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이들 브랜드가 온라인 전환 이후 성공 여부에 따라 이 시장의 다른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F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효율경영 체제를 한층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앞으로도 오프라인 매장은 지속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200개 매장을 줄인다는 계획으로 유통업체들과 조율 중이며, LF몰은 계속해서 플랫폼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O4O(Online for Offline) 개념의 ‘LF몰 스토어’의 유통망을 확장해 온라인과 시너지 효과를 높여 나가고 있다. LF몰 스토어는 온라인 주문 시 구매 상품을 직접 픽업할 수 있는 매장이다.
코오롱, 럭키마르쉐 등 유니크 디자이너 감성
반대로 매장 곳곳에 태블릿PC를 비치해 온라인 구매가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고객도 쉽게 LF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JSNY, 일꼬르소, 던스트 등 온라인 전용 브랜드 체험공간으로서 직접 입어보고 선택할 수 있으며 무료 반품과 수선, 프리미엄 포장 서비스의 혜택도 제공한다. LF몰 스토어는 내년 말까지 50개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코오롱FnC는 개성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감성으로 접근한다. 유행에 따라 비슷비슷한 스타일이 쏟아져 나오는 온라인 마켓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디자이너 감성을 통해 수혈하고 있다. 지난 8월 선보인 럭키마르쉐는 럭키슈에뜨의 유니섹스 캐주얼 라인으로 론칭했다.
컬러감이나 디테일 등이 하이패션 스타일링을 추구해 색다르다. ‘마켓에서 행운을 사다’라는 뜻의 럭키마르쉐는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의 대표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라비를 모델로 기용해 고객들과 소통하겠다고 전한다.
‘더카트골프’ 반응 좋자 PB ‘더카트’로 대응
첫 상품으로는 오버핏 맥코트, 아노락 점퍼, 티셔츠, 팬츠, 진, 버킷해트, 스니커즈, 백 등 패션과 잡화를 포함 총 51개 스타일을 내놓았다. 넉넉한 오버사이즈 아우터, 셋업 코디가 가능한 재킷과 조거 팬츠, 볼륨 실루엣 티셔츠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2012년 론칭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복 럭키슈에뜨를 발판으로 한 럭키마르쉐는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며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차별화된 콘텐츠와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론칭한 패션잡화 아카이브앱크는 양가죽 소재를 활용한 컴포트 슈즈 & 핸드백 브랜드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특색 있는 컬러와 고급 소재를 사용해 특징을 부각시켰다. 또 작년에 인수한 온라인 브랜드 하이드아웃과 시리즈사업부에서 온라인 전용 남성팬츠로 시작한 이사칠팬츠를 유니섹스 캐주얼로 확대하고 있는 이사칠(24/7)은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로 만들어 나간다. 코로나19 이후 인도어 라이프에 익숙해진 젊은 층을 대상으로 원마일웨어와 데일리룩을 선보이고 있다.
스킨케어 ‘라이크와이즈’도, 화장품까지 잡겠다
더불어 9월에는 MZ세대를 겨냥한 스킨케어 라이크와이즈를 론칭해 코스메틱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골프웨어 커뮤니티몰 ‘더카트골프’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코오롱은 지난달에는 지속가능 패션을 테마로 한 ‘위두(WE DO)’를 코오롱몰 내 별도의 카테고리로 제안하는 등 테마별 스토리텔링을 통해 트래픽을 높이는 점도 주목된다.
‘더카트골프’는 오픈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여세를 몰아 자체제작 브랜드 ‘더카트’도 신규로 론칭했다. 젊은 골퍼를 타깃으로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골프와 일상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을 전개한다. 코오롱FnC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워크웨어 마켓에 뛰어들며 전문 브랜드 ‘볼디스트(Boldest)’를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였다.
워크웨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능성과 편리함을 보장하기 위해 각 산업 전문가들과 협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테크니컬 워크웨어를 제안한다. 첫 협업 대상은 건축 · 건설분야의 전문가들로, 향후 기계분야(미케닉) 등 산업별 콘셉트를 정해 전문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디자인 역시 ‘일하기 편한’ 디테일에 초점을 뒀다. 워크웨어는 다양한 장비를 다루는 전문가의 옷이기 때문에, 다른 복종보다 편리한 수납이 관건. 볼디스트는 모든 아이템에 ‘E.D.C(Every Day Carry) 포켓 시스템’을 갖춰 수납 기능을 극대화하고, 작업자들이 한결 편리하게 느끼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볼디스트는 1차로 코오롱몰을 통해 선보이며, 점차적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전문가 그룹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 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1년에는 오프라인 매장도 기획 중에 있다. 한편 삼성물산, LF, 코오롱FnC 등 3사 모두 기존 캐시카우 브랜드들이 전통성은 갖고 있지만 오래된 만큼 올드해지면서 젊은 층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통해 영 제너레이션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격대 또한 거품을 빼고 온라인 시장에 맞춰 기성 브랜드 대비 30%가량 낮게 책정한다. 론칭 초반에는 각 사의 자사몰을 주축으로 판매했지만 무신사 · W컨셉 · 29CM 등 온라인 플랫폼 입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체 편집숍을 통한 쇼룸 구성, 백화점 팝업 스토어, 직영매장과 연계한 O2O 옴니채널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온 · 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비즈니스 성장 속도가 빨라진 만큼 오랫동안 패션 마켓을 리딩해 왔던 대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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