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윤, 「망고」
주최 ‘엘 보톤’ 그랑프리!

pinobonito|09.06.01 ∙ 조회수 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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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윤, 「망고」 주최 ‘엘 보톤’ 그랑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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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낮 12시에 바르셀로나에서 한국 및 세계 패션계를 뒤흔들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4월호 본지 Fashionbiz에도 소개된 제 2회 ‘엘보톤’, 일명 ‘망고 패션 어워즈’로 불리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각축장에서 한국인 디자이너 이진윤이 당당히 그랑프리를 거머쥔 것이다.
이 같이 큰 패션 어워즈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것에 더해 이번 수상의 더 큰 의미는 유학파가 아닌 순수 한국 출신 디자이너가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평가 받았다는 데 있다.
이진윤 스스로도 역시 지난 10년 동안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해 오면서 가져왔던 끊임없는 의문인 ‘과연 글로벌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07년 11월에 처음 개최된 ‘망고 패션어워즈’는 영국 런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독일 앤트워프 등 세계적인 유명 디자인스쿨 5곳의 주도로 진행된다. 이 어워드는 전 유럽 패션계의 높은 관심으로 진행됨으로써 2년 만에 전 세계 신진 디자이너들이 탐내는 꿈의 무대가 됐다.




유럽 호주 등 프로 경쟁자들 제치다

「망고」의 ‘엘보톤’ 패션 어워즈가 다른 대회와 달리 더욱 큰 관심을 끈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 망고 측에서 제시한 그랑프리 수상에 따른 상금(6억원)은 다른 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금액이다. 패션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름은 들어봤음직한 신진 디자이너 선발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에서도 우승에 대한 상금은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이다.
다른 부수적인 조건을 제외하고라도 단순히 상금만을 비교할 때 「망고」 측에서 ‘엘보톤’을 통해 자사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활용뿐 아니라 진정한 패션 디자이너를 선발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작품 평가에 참여한 쟁쟁한 심사위원 명단이다. 제2회 ‘엘보톤’이 시작하는 시점부터 홈페이지에서 이름 하나만으로 홍보 역할을 든든히 해 왔던 세계적인 디자이너 오스카 데 라 렌타가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또한 ‘프로젝트 런웨이’ 심사위원 및 미국 마리클레르 편집장으로 유명한 니나 가르시아(얼마 전까지 미국 엘르 편집장으로 있었으나 최근 자리를 옮겼다)도 참여해 자칫 유럽인에게 유리할 수 있는 심사위원 편성을 배제해 공정성을 기울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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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상금 6억원! 다른 어워즈 저리 가라!

이 밖에 셀프리지스 여성의류 구매 디자이너 로라 라발레스티어, 스페인의 모델 베로니카 블룸, 미국의 모델 겸 배우 제리 할, 이번 대회 후원사인 스페인 패션 브랜드 망고의 회장 아이작 안디크, 망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미안 산체스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세 번째는 이 어워드의 그랑프리 수상은 거액의 상금 외에도 「망고」와 함께 디자이너로서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이다. 모든 신예 디자이너가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이 바로 유통 전개이다. 그랑프리 수상자는 전 세계 92개국 126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망고」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콜래보레이션 작업으로 단시간에 전 세계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이진윤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인 동시에 실력만 있으면 단기간에 상업적 성공도 거둘 수 있다.


오스카 데 라 렌타 등 심사위원 쟁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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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결선 진출자들은 지난 5개월 동안 10가지 스타일의 각기 다른 의상을 제작해 컬렉션으로 출품했으며, 이진윤의 작품들이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종 후보자 10명의 총 80점(각 8점씩)의 작품은 지난 4월 26일부터 일주일 동안 바르셀로나의 중심 거리인 그라시아가에 전시됐다. 일주일 동안의 전시와 하룻동안의 심사를 통해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는 진행 방식이었다.

패션의 장(場)으로 거듭나고 있는 바르셀로나와 그 패션의 중심지에 자리잡은 거리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위한 전시를 한다는 것은 사실 유례없는 경우였다.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 지역에서 관광객 및 시민들의 편의를 보호하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 당국의 입장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시 전후로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의 불평 및 시민들의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디스플레이하기로 한 첫 날도 통행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 단시간 내에 마네킹에 작품을 입히고 유리 케이스를 씌우기 위해 참가자들과 주최 측은 서로 소통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완성 후 도착한 일부 참가자들은 사전에 보낸 사진과 실제에 차이가 있어 변경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해 자칫 참가자들의 집단 항의로까지 이어질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이상 소통의 불편을 초래할 수 없다는 관계자들의 강경한 입장으로 일부 참가자들은 스스로 연장을 구해 케이스를 벗겨 재차 디스플레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진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더 신중을 기울이기 위해 일찍 도착해 디스플레이 작업에 참여했지만 주최 측 잘못으로 인해 재킷 하나가 뒤바뀐 채 도착해 있었다. 또한 스타킹 장갑 등 준비해 온 소품들을 마네킹에 착용하지 못하게 해 그가 구상한 작품 컨셉을 완벽하게 재현할 기회마저 줄어들게 됐다. 타지에서 외국 언어로 부당함을 호소하기에도 한계가 있었으며, 주최 측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없음에 답답한 마음을 움켜잡은 채 작품으로 승부해 진정한 프로라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로 디스플레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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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비롯 세계인들의 지지를 한몸에

4월 26일부터 전시가 진행된 거리에는 화창한 날씨로 인해 유난히 관광객이 더 많았다. 가우디의 유명한 작품인 ‘카사밀라(Casa Mila)’앞에 전시된 이진윤의 작품은 다른 디자이너 작품들보다 단연 눈길을 끌었다.
4월 29일 수요일 오후 결전의 날에 총 12명의 최종 심사위원들이 거리에 디스플레이된 후보자들의 작품을 보고 심사를 마쳤다. 심사위원들은 제1회 수상자 및 전 세계 유명 패션 관계자 12명으로 구성됐다. 작품 관람 후 이들은 만장일치로 이진윤을 그랑프리 수상자로 선택했다. 이윤진은 개별 심사 및 단체 심사에서도 모두 최고점을 받아 실력 차이를 획실하게 인정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미국 및 유럽 패션계의 핵심 인물들로 구성돼 시사하는 바가 더욱 컸다.
심사위원장 오스카 데 라 렌타와 니나 가르시아가 참여해 일찍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니나 가르시아는 시상식 후 이진윤에게 “당신은 너무나 재능이 있다. 당신이 우승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미국에 오면 꼭 연락해라”며 지대한 애정을 표명했다. 또한 오스카 데 라 렌타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와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락하라”며 관심을 보였다. 이로써 이진윤은 유럽행 티켓뿐 아니라 미국행까지 이어지는 초고속 티켓도 거머쥐는 기회를 누리게 됐다. 「망고」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전 세계와 직접 마주하는 것뿐 아니라 유럽 및 미국 패션계 거장들과의 인맥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이다.

진정한 축하 세레모니 받으며 시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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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보톤’ 참가 기준 자체가 아마추어 기준이 아닌 탓에 이진윤의 경쟁자 또한 전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프로 디자이너들이었다. 다른 9팀의 경쟁자들은 이미 자국 및 세계적인 컬렉션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후보자들로서 이 가운데 7팀은 모두 유럽에서 활동 중이었다. 나머지 2팀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참가한 실력파들이다.
이런 쟁쟁한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이진윤은 전연 당황하지 않고 자신만의 믿음을 되새기며 시상식에 자리했다. 드디어 시상식이 진행되고, 최종 우승자로 이진윤이 호명됐을 때 처음에는 본인인 줄도 모르고 앉아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앞으로 나갔고, 이때 같이 참가한 최종 후보자들은 모두 환호의 박수와 발 구름까지 동반해 그의 우승에 진정한 축하 세레모니를 보여 줬다. 모두가 이윤진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2위는 페터 필로토와 크리스토퍼 데 보스 듀오 디자이너팀, 3위는 장 피에르 브라간차가 차지했다. 1위 외에는 다른 부상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들 최종 10명 가운데 뉴질랜드 한국계 디자이너인 제하 알렉스 김도 최종 후보에 들어 동양계 2명이 모두 한국인으로서 잠재력을 실감케 했다.
수상 후 이진윤은 열심히 한 다른 후보자들의 노력에 미안해 하며 “너무 기쁘다.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마지막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까지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을 믿었고, 내가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작품들이 나와서 스스로 끝까지 믿으려고 노력했다. 옷은 정직하니까”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디자이너 이진윤의 결실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었다. 최종 작품을 준비하는 지난 6개월 동안 다른 경쟁자들을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세계적인 트렌드 분석 및 작품 컨셉인 ‘오로라 아우라’를 위해 영국 런던 도서관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그랑프리를 선발하기 전에 「망고」로부터 최종 후보자 10명에게 수여된 상금 1만8000유로(3600만원)를 모두 작품 제작에 쏟아 붓는 등 최종 우승을 향해 쉼없이 달려왔다. 특히 작품의 질을 위해 비싼 아나콘다 소재를 이용하는 등 재료에 대한 투자에도 아낌이 없었다. 작업실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빌려 사용하면서 주변 사람들과도 한동안 연락하지 못하는 등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상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픈 바람

이진윤은 약 6억원에 해당하는 상금을 추후 컬렉션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 동안 재료비와 여타 비용 걱정으로 제대로 하지 못한 것들을 이번 상금으로 맘껏 해보고 싶다며 가슴 설레했다. 또한 뉴욕에서 액세서리 관련 공부에 투자해 망고와의 콜래보레이션 이후에는 영국을 거쳐 미국에서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브랜드로 뉴욕 컬렉션에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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