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스니커즈 대명사 ‘베자’ 주목
    전 세계 뒤흔든 서스테이너블 ‘V’로고

    이영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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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3.15조회수 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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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Green) 스니커즈의 대명사’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ESG브랜드 ‘베자(VEJA)’가 화제다. ‘ESG’가 패션계의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방향으로 브랜드, 기업, 경영에 거대한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베자는 친환경을 비롯해 지속가능성과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국민 스니커즈로 사랑받으며 세계를 무대로 그 가치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의식 있는 할리우드 배우 ‘엠마 왓슨 스니커즈’로도 불리는 베자는 미니멀 컬러 디테일과 강렬한 ‘V’ 로고 캐릭터의 시그니처로 강력한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알려졌다. 이제는 마르니, 릭오웬스, 르메르 등 세계적인 하이엔드 브랜드와도 협업하는 대세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세바스티앙 콥(Sébastien Kopp)과 프랑수와 지슬랭 모리옹(François-Ghislain Morillion)이 지난 2004년 론칭한 베자는 ‘바라보다’라는 뜻의 브라질어(포르투갈어)다. 브라질어로 브랜드 네이밍을 지을 만큼 브라질과 인연이 깊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모든 생산 과정은 브라질과 연결돼 있다.

    IB 사직하고 1년 반 여행… 공정 기업 아이디어

    베자의 아이디어는 인터넷과 투자은행 붐이 일던 2001년에 시작됐다. 14세 때부터 절친 사이인 그들은 같은 시기 미국의 투자은행에 근무하면서도 일에 별다른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당시 24세였던 세바스티앙은 “미래는 글로벌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며 공정과 더 나은 세상이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요소는 비즈니스이며 이를 통해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 그는 대기업의 지속가능성 개발 프로젝트에 주목해 이를 분석하고 조사하는 비영리 단체를 먼저 세웠다. “뉴욕, 파리, 워싱턴 등 여러 콘퍼런스에서 관련 주제를 논했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았다”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결국 해법은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비슷한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 프랑수와 지슬랭과 함께 1년 반 동안 여행을 떠났다.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NGO, 현지인, 로컬 기업 등 삼자의 관계를 토대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신발산업 비윤리적 환경 보고 스니커즈 선택

    젊은 혈기로 뭉친 두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에 있는 사무실에는 “당신이 옳다. 공정 경제와 오가닉 컬처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베자가 바다로 흘러가는 물 한 방울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매일 우리가 하는 일을 매우 사랑한다.(Yes, you are right. fair trade and organic culture will not save the world. We know that Veja is a drop into the ocean, but we like so much what we do everyday.)”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설립 당시부터 두 파트너는 ‘소셜 프로젝트와 공정 경제, 친환경적 소재를 믹스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03년 방문한 중국 신발산업계의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상황을 목격하면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우리는 스니커즈나 디자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일을 하면서 배워 나갔다.”

    베자의 생산 방식은 여타 스포츠 대기업의 스니커즈 생산 방식과는 다르다. 세바스티앙과 프랑수아 지슬랭 두 오너는 전통적인 스니커즈 생산 라인에 가치와 긍정적인 임팩트가 모든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관장한다. 원재료를 시작으로 생산업자나 농장의 작업 컨디션, 투명한 물류 운영, 고객 서비스까지 베자의 비즈니스 접근은 이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아우른다.

    과다한 마케팅 비용 줄이고 윤리적 생산에 투자

    베자의 결정에 수반되는 중심 사상은 ‘픽션이 아닌 현실’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베자가 스니커즈를 메인 제품으로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1990년대에 성장하면서 슈즈가 마케팅 현상으로 성행한 것을 봤고, 스니커즈는 그들 세대의 알레고리가 되는 제품으로 무엇보다도 스니커즈는 생산과 보급, 사용에 있어서 세계화라는 메이저 이슈를 부른 결정적인 제품이다.

    스니커즈는 예외적으로 높은 마케팅 비용(소매 가격의 약 70%)이 광고에 사용되며 나머지 30% 정도가 원자재와 생산비용 등으로 쓰인다. 베자는 이 같은 일반적인 가격 산정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오히려 광고 비용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그렇다고 제품의 판매가(150유로대)가 저렴한 것은 아니다. 베자 스니커즈는 여전히 가장 모던한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와 유사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광고 캠페인이나 홍보에 그들의 자원을 투입하는 대신 완성 제품 전에 훨씬 더 많은 끈기가 요구되는 윤리적이고 친환경적 생산 과정에 투자를 집중한다.



    지속가능 생산 지향 & 소비자 집단지성 신뢰

    “담배 연기 같은 허상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것에 시간을 더 쏟는 것이다”라며 이것이 베자가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베자는 고객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신뢰하며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지속가능성 강화’라는 선택을 하게 해 변화를 만들어 나간다. 베자의 웹사이트는 “현실을 제대로 묘사하는 것이 제품에 대해 억지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보다 더 인상적이다”라고 설명한다.

    베자의 모든 생산 과정은 브라질 중심으로 진행된다. 스니커즈의 중요한 부분인 밑창은 아마존 밀림의 천연고무로 만들어졌으며 신발 끈과 캔버스 소재는 브라질 북부와 페루에서 재배한 유기농 면 소재를 사용한다. 또한 공정무역 조항을 지키는 조합에 가입된 농장과 함께 작업한다. 1년 단위로 시장 가격과 연계되지 않는(market-decorrelated) 가격을 농장의 추수를 위해 사전 예약(pre-finances)으로 계약한다. 일반적인 시장 가격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중간업자를 없애 함께 작업하는 농장이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고무 소싱도 마찬가지로 유사한 방법을 사용한다. 고무나무를 자연적인 사이클로 재생산하는 전통적 기술을 유지하는 아마존 레인포레스트의 영세한 가족 단위 고무 생산자들에게 직구매를 통해 시장 가격보다 더 지불하고 이를 독려한다. 가죽은 가죽산업계의 가장 까다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레더 워킹 그룹의 골드 인증을 받은 우루과이 테너리에서 작업한다.

    바이오 - 베이스 & 리사이클 등 대체 소재 개발

    2019년에는 바이오-베이스로 만든 비건(vegan) 대체 소재를 개발했고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대체 소재를 개발 중이다. 베자의 물류 중 일부는 장애인과 약자, 사회적 소외계층에 기회를 주는 인클루션(inclusion)에 힘쓰는 기업 ‘로그인스(Log’ins)’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베자의 미션은 생산 과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0년부터 브랜드는 포스트-컨슈머(post-consumer) 단계를 위한 해결책을 테스팅하기 시작했다. 이 솔루션은 고객이 구매한 스니커즈의 수명을 늘려 사용할 수 있도록 직영 매장에 수선 코너를 시범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승승장구하는 상황에서도 베자는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강조하며 생산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것이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실패나 한계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회사들이 그린을 표방하며 각종 거창한 정책과 어젠다를 들고 나오는 것에 비해 베자는 ‘그린워싱’의 반대편에서 개선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는 것으로 비교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패션업계에 부족한 가치인 ‘정직’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투명성을 높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투명경영 강조, 정직 & 신뢰 가치 드높이다

    예를 들면 고객에게 스니커즈의 메탈 아일렛이 자신들의 소싱 제품이 아니며 이커머스 사이트는 조세도피지(tax havens)에도 지점이 있는 은행들과 파트너로 일한다는 것을 공지한다. 또한 내추럴 다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하며 가죽 스타일이 50%를 차지하지만 아직 일반적인 염색을 대체하는 의식 있는 베지터블 염색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일부 바이오 소재가 아직 완벽하게 추적 가능하거나 리사이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공개한다.
    베자는 이처럼 향후 개선할 부분을 고객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함께 신뢰를 쌓아간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속가능성 논쟁에서 모든 것이 블랙앤화이트는 아니며 회색지대에서 브랜드가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에 있음을 강조하고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다.

    또한 미래의 계획을 거창하게 홍보하지 않으며 주어진 현실에서 굳건히 자리 잡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우리는 절대 앞으로 무엇을 할지 미리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린워싱처럼 느껴진다. 우리 회사는 허황된 약속이나 공수표를 날리지 않는다. 우리는 까다로운 룰을 가지며 우리가 지난 시간 동안 이룬 것과 우리가 다음 스텝으로 미래에 할 일에 대해 얘기한다”라며 이것이 고객에게 회사의 정신(ethos)을 알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한 발은 디자인에, 다른 발은 사회적 책임”

    이처럼 스니커즈 시장의 책임 의식을 강변하고 이커머스와 디지털화의 급부상으로 점차적으로 소외된 밸류 체인(value chain)을 대변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제 그린 스니커즈 브랜드의 개척자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지난 20여 년간 베자는 강력한 포스로 성장해 스니커즈 시장을 지배해 온 메이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게 될 정도로 체급이 커졌다.

    베자의 미션은 확실하다. 흔들림 없이 ‘한 발은 디자인에 그리고 다른 발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땅에 단단히 뿌리 내리는 스니커즈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모토로 패션을 사랑하고 미적 감각을 중요시하는 고객을 사로잡으면서 에코 프렌들리 소비자에게도 인정받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시그니처 라인 ‘V-10’이나 ‘캄포(CAMPO)’를 비롯해 2019년 가을 론칭한 테크니컬 러닝화 ‘콘도르(CONDOR)’까지 지난 20여 년간 탄생한 31개의 스타일은 합리적인 가격과 스테디셀러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 그 덕분에 베자는 외부 투자 없이 독립 기업으로 흔들림 없이 기업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0년 마지막으로 공개된 연간 매출은 9733만유로(약 1306억원)로 전년(2019년 6562만유로) 대비 58% 성장했고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000여 개 유통망에서 판매 중이며 온라인숍을 제외하고 파리, 보르도, 뉴욕, 베를린 등지에 7개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2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롭게 공사 중인 4200㎡의 5층짜리 건물의 파리 헤드쿼터 사진을 공개해 향후 매장 겸 베지테리안 레스토랑으로 오픈할 예정임을 알렸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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