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랄프로렌 정세혁 대표, 서울대 모교 기고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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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8.05조회수 5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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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로랄프로렌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패션피플 정세혁 대표가 서울대 미학과 동문저널에 글을 기고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미학이 패션사업에 맞는 전공?'이라는 주제로 그가 배우고 느꼈던 그간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정 대표는 제일모직 직물해외수출, 남성복사업부의 해외 정장브랜드, 여성복사업부를 거쳐 영창실업에서 노티카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이후에는 두산의류BG에서 폴로랄프로렌 사업부를 이끌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직진출한 랄프로렌코리아지사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후 홈플러스 패션대표를 지냈으며, 이곳에서 PB개발 등 패션상품부문을 총괄하면서 매스마켓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패션비즈=이정민 기자]

    *학력 & 경력
    서울대학교 철학 학사
    2014.01~2016.04 홈플러스 패션상품부문 대표
    2011.01~2013.12 폴로랄프로렌코리아 대표
    2004 두산 의류BG 대표 부사장
    2003 두산 의류BG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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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실린 기고 원문>

    미학이 패션사업에 맞는 전공??

    저는 1974년에 서울대에 처음 도입한 계열별 입학이란 제도로 인문계열로 입학하여, 2학년 2학기에 미학과에 입과 하였습니다. 입학은 동숭동 문리대에서, 1학년 교양과정부는 상계동 공대에서, 2학년은 1975년에 지금의 관악캠퍼스로 옮겨왔고, 유신정권시절이라서 매 학기 휴교가 빈번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74학번에서 대학원 진학희망자가 없어서인지 오병남 선생님께서 진학을 권유하셔서 잠시나마 공부를 열심히 하였으나, 오히려 능력부족을 더 일찍이 느끼고 취업으로 방향을 잡고, 삼성에 입사를 하여 운명처럼 패션관련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입사했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에서 선배들로부터 업무와 전공과 적합성에 대해서 놀리는 질문도 받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금년 3월에 소천하신 어머니는 삼성에 입사해서 첫 보직이 직물해외수출이라서 전라도 사투리로 ‘천 장시(원단 장사)는 할 만하냐? 괜찮냐?’ 고 자주 물으셨습니다. 80년대에는 제가 90년대에 담당했던 보직과 같은 해외바이어들에게 양복용 모직물 원단을 파는 일이어서 이른 바 지구촌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수출의 역군이었던 시절입니다. 영어는 물론 이태리어 불어까지 사용하면서 해외여행 중간중간에 여유시간에 인도네시아 BALI, 태국 PATAYA, 멕시코 ACAPULCO,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을 다니면서 화려한 30대를 구가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90년대는본격적으로 다양한 의류브랜드 상품기획팀장을 경험하면서 의류 및 패션을 전공한 전문직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디자이너 혹은 팀장의 개개인의 선호와 고객의 선택사이의 간극에서 갈등하면서 가급적이면 너무 평범하지도 않지만, 남들(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도 되면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매력적인 상품을 매 시즌 준비하는 어렵지만 즐거운 직업을 경험했습니다.

    삼성을 떠나서 2003년에 두산그룹에 POLO, GUESS, DKNY를 총괄하는 자리로 합류한 이후에 같은 그룹사에 인사를 다니다 보니 대부분의 선배 사장들의 반응은 이제야 두산의 패션사업에 맞는 전공을 갖은 분이 오셨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에 제가 뭐라고 답을, 그냥 웃을 수밖에는요!

    제가 담당했던 브랜드를 열거해 보면 BENETTON, SISLEY, UNGARO, PAL ZILERI, NAUTICA, GUESS, DKNY, POLO RALPH LAUREN까지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많은 브랜드 창업자, 오너, 디자이너 분들을 만나서 한국내 라이선스사업을 하면서 때론 큰 성공도 때론 실패도 겪었지만, 가장 기억 남는 것은 POLO브랜드를 만들어서 성공시킨 Mr. Ralph Lauren과 함께 아시아시장의 각 나라의 사업책임자들과 뜨겁게 토론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술자리에서 오병남 선생님께 토로하였던 적이 있는 이야기지만, 제가 학부시절에 강의실에서 접하고도 잘 이해 못했던 칸트의 미적판단의 주관적보편타당성이라는 저에겐 난해한 개념을 패션 사업을 하면서 제 방식으로 해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 시즌 특정 의류브랜드 마다 수많은 스타일의 의류를 출시하지만, 잘 팔리는 특정 스타일의 옷의 공통점은 전국에 산재한 매장에서 공통적으로 좋은 반응으로 잘 팔린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이 없고, 스마트폰. SNS도 없던 시절에도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소비자 개개인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특정 스타일의 옷에 대해서 동일하게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이런 게 소비자들의 미적판단의 주관적 보편타당성이라고 해석하였다 말씀드리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는 인문대에서 강의실에서 미학이론을 배우면서 강의실 밖에서 함께 지냈고 후에 모교와 타교 교수로 임용되신 여러 선배님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함께 나눴던 그 시간을 통해서 습득한 소양이 저를 지탱해주었고, 남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보도록 하였고, 다양한 현상속에서 본질을 찾아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서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였던 이 모두가 강의실 안팎에서 배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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