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톱숍 모기업 아캐디아그룹, 결국 법정관리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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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3조회수 5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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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톱숍(Topshop)’을 소유한 아캐디아(Arcadia) 그룹은 코비드19 판데믹에 따른 매출 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말일(11월 30일)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안 그라비너(Ian Grabiner) 아캐디아 그룹 CEO는 “‘너무 슬픈 날’이라고 표현하면서 매장들이 장기 휴점 해야 하는 등 판데믹은 그룹 내 모든 브랜드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라고 밝혔다. 아캐디아는 올해 판데믹으로 몰락한 영국 리테일러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톱맨(Topman)’과 ‘도로시퍼킨스(Dorothy Perkins)’ ‘버튼(Burton)’ 등 8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아캐디아 그룹은 ‘막스앤스펜서’ ‘넥스트(Next)’ 등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기업으로서 영국과 해외에서 5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직원만 1만3000명에 이른다. 법정관리하에서 아캐디아 그룹 내의 브랜드들은 계속해서 온·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며 그룹 사업의 전체 또는 부분 매각을 위한 바이어를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캐디아 그룹은 지난 수년간 하향세를 기록했다. 회계연도 이익 규모가 2013년 4400억원(£300m)에서 5년 사이에 적자 2000억원(-£137.4m, 2018년)을 기록하는 등 급락하게 됐다. 이는 브랜드들이 고객들과의 연계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한때 관광 명소가 될 만큼 인기를 누리던 톱숍의 런던 플래그십 매장은 더 이상 젊고 쿨한 고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룹 내 브랜드들은 점차 별다른 매력이 없는 브랜드로 변해 갔다. 결과적으로 영국 의류 시장 내 점유율 역시 1/3이나 줄어들었다(Euromonitor).

    사업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투자 부재를 꼽는다. 오너인 필립 그린(Philip Green, 68세)은 특히 큰 투자가 필요한 이커머스를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캐디아는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했으며 ‘아소스(ASOS)’와 ‘부후(Boohoo)’ 같은 온라인 리테일러에게 젊은 고객은 물론 마켓를 뺏기게 됐다.

    이외에도 아캐디아는 오너인 필립 그린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광범위하게 제기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기도 했다.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는 등 그린은 한때 영국 패션 리테일의 제왕으로 주목받았지만 한 해에 1조 7600억원(£1.2bn)의 배당금을 챙기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직원들의 연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부도 직전의 그룹 내 리테일러를 매각하기도 했다. 또 법정관리 논의가 한창이던 시기에 1500억원짜리 요트에서 휴가를 보내는 등 사익을 우선시하는 인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연초에는 그를 풍자한 코미디 영화 그리드(Greed)가 개봉되기도 했다.

    아캐디아 그룹내 브랜드들은 지난 몇 년간 온라인에 밀리고 ‘프라이마크’와는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고 ‘H&M’과 ‘자라’와도 차별화가 어려운 어중간하고 매력 없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여기에 판데믹 여파로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심각한 매출 축소는 결국 법정관리의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아캐디아의 상황을 보면서 영국 리테일 업계에서는 과연 매각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또한 누가 인수하게 될 것인지에 관심을 두는 것은 물론 판데믹 관련 대형 리테일러의 실패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정부의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패션비즈=정해순 런던 통신원]



    <사진_ 연 매출 2조 6400억원 규모의 아캐디아 그룹이 사업 부진과 판데믹의 여파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아캐디아의 간판 스타인 ‘톱숍’의 런던 플래그십 매장은 한때 패셔니스타가 찾는 세계적인 매장이었으나 2010년대부터는 그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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