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믹스 & DT로 글로벌화 성공!
    디스커버리 등 2조원 돌파… MLB 중국만 1조 넘겨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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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1.18조회수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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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전년 대비 5000억원 이상 매출 규모를 키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에프엔에프(F&F, 대표 김창수)! ‘MLB’를 통해 패션 단일 브랜드 중 처음으로 글로벌 소비자 판매액 1조원을 돌파했고, 전사 매출은 작년 2조원(추정)을 넘어섰다. 연 9000억 규모의 컴퍼니가 중국 진출 이후 3년 만에 2조원대 규모로 훌쩍 뛰었다. 패션 대기업을 능가하는 유일한 패션기업이다.

    이러한 에프앤에프의 성공은 지난 30년간 △브랜드 가치관에 집중한 IP비즈니스와 IP브랜드의 가치관을 담은 △감각적인 마케팅 △동서양의 컬처를 믹스한 새로운 스타일 창출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 4가지 역량을 극대화한 것에 대한 결과다. 이 역량들이 브랜드 ‘엠엘비’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며 에프앤에프를 한 단계 다른 반열의 컴퍼니로 성장시켰다.

    근래 중국에서 900호점을 오픈한 엠엘비는 당분간 중국 내 확장을 지속해 큰 변수가 없다면 향후 5년 동안 중국에서 매년 30%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에프를 패션마켓의 리더에서 ‘패션산업의 리더’로 올려 놓은 중국에서의 성공은 에프앤에프가 그동안 쌓아 온 역량과 중국 내의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반발 운동 등의 호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국 엠엘비 매장 900개, 올해 30% 신장 예상

    이 회사는 1997년 엠엘비 상표권을 인수해 20년간 국내에서 엠엘비를 패션 브랜드로 갈고 닦았으며, 키즈 익스텐션과 면세 사업을 통해 해외 비즈니스의 초석을 다졌다. 야구의 오리진에 트렌드를 더해 시기에 맞는 패션을 제안하며 IP비즈니스의 감을 익혔다.

    김창수 대표는 “헤리티지를 그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표현하고, 브랜드에 시기마다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IP비즈니스”라고 설명한다. 이어 “패션 브랜드에서 출발하지 않았기에 소비자들이 브랜드 스타일을 편견 없이 수용하기 쉽지만, 헤리티지를 잘 표현하고 동시에 동시대적이어야 한다”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IP패션은 재미있지만 아주 어려운 비즈니스라고 전한다.

    국내에서 오랜 시간 IP비즈니스의 감을 익힌 에프앤에프는 엠엘비 성인은 연매출이 3000억원, 키즈는 1000억원을 능가하며 볼륨업되자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2019년 엠엘비 상하이를 설립했고, 2021년 엠엘비 차이나로 사명을 바꾸며 중국 비즈니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출 초반 티몬을 통해 온라인 세일즈와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고, 기대 이상의 반응이 있자 오프라인 진출까지 진행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중국 전역에 매년 수백 개의 매장을 오픈해 근래 900호점을 돌파했다.





    핵심은 마케팅 역량, 김창수 대표 직속 관리

    중국 시장의 성공을 이끈 건 마케팅 전략 덕이 컸다. 마케터의 기질이 강한 김 대표의 역량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영향력이 맞물려 그 힘이 폭발적으로 터졌다. 엠엘비크루와 왕훙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고 현아, 에스파와 같은 당대 최고의 K-팝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명품 이미지를 만들었다. 실제 중국에서는 모자 카테고리의 매출이 압도적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하나쯤 갖고 싶은 명품 이미지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에프앤에프는 국내에서도 ‘마케터들을 위한 회사’라고 소문이 날 만큼 마케팅 역량과 맨파워가 뛰어나다. 마케팅팀이 김창수 대표 직속으로, 마케팅팀 직원들은 김 대표와 직접 소통할 정도로 관계가 깊다. 마케팅팀의 의견이 디자인, 상품 기획, 브랜딩 전반에 반영될 정도로 핵심 부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에프앤에프의 마케팅적인 중요도가 더욱 부각된 건, 에프앤에프의 대표 브랜드 엠엘비와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이 브랜드 핵심 가치관을 풀어내는 IP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패션이 아닌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가치관을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 스포츠 DNA와 국내 문화 융합

    수많은 경쟁 브랜드 사이에서 심미적인 디자인으로 어필한 게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해 왔기에 강력한 마케팅은 필수였다. 이처럼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와 무의식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해 온 에프앤에프의 DNA라고 볼 수 있다.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에프앤에프가 전개한 엠엘비와 디스커버리의 공통점이다. 두 브랜드 모두 미국 브랜드이자 스포츠 DNA를 지녔다. 야구와 아웃도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레저 · 스포츠지만 운동 문화는 미국과 상이하다. 아웃도어 중에서도 등산은 서양에서는 정복한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즐긴다는 의미가 강하다.

    에프앤에프는 서양 브랜드를 도입했지만 이 브랜드가 지닌 오리지널 DNA를 디자인만 차용하고 브랜드 문화에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담았다. 동서양의 문화를 믹스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 것이다. 그 융합이 성공 포인트였다.





    “IP 패션은 동서양 결합한 브랜드 비즈니스”

    이 회사가 2012년에 론칭한 디스커버리는 국내 아웃도어 마켓의 판도를 바꿔 놓은 브랜드였다. 당시 최상의 기능성과 전문성을 내세운 브랜드가 아웃도어 마켓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 디스커버리는 일상을 접목한 캐주얼 아웃도어를 처음 선보였다.

    기존 국내 아웃도어 마켓은 아웃도어의 원조인 서구의 아웃도어 패션마켓과 닮아 ‘정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프로페셔널한 아웃도어 활동에 걸맞은 기능성과 전문성을 어필했는데, 김 대표는 국내에서 등산이 정복보다는 즐기는 것에 맞춰져 있는 점에 주목했다.

    암벽 등반 혹은 아주 높은 산을 전문적으로 오르는 사람보다 레저와 운동으로 즐겁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따라서 디스커버리는 론칭 당시 ‘아웃도어를 넘은 아웃도어’라는 브랜드 철학을 내세워 기능 못지않게 일상에서도 입기 좋은 스타일을 강조한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지속가능한 브랜드 가치, 강한 헤리티지 추구

    이러한 디스커버리의 전략은 획일적이었던 아웃도어 마켓에 적중해 캐주얼 아웃도어라는 새로운 신(Scene)을 형성했고 이후 수많은 후발주자를 만들어냈다. 김창수 대표는 과거 여러 인터뷰를 통해 서양은 과학적으로 브랜드와 장르를 분리하고 이에 맞춰 사고하는 방식이 발달된 반면 동양, 특히 우리나라는 엄격히 분리하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섞어 새롭게 창조해내는 것을 잘하는 민족이라고 말했다.

    그가 시도한 것도 서양의 브랜드를 흡수해 동양적으로 풀어내고 이를 우리나라와 아시아로 확산하는 ‘믹스를 통한 브랜드 비즈니스’였다. 그의 이러한 사고는 과거 이 회사가 ‘유나이티드 컬러스 오브 베네통’ 비즈니스로 패션에 입문한 영향이 크다.

    김 대표는 유나이티드 컬러스 오브 베네통을 국내에 들여와 베네통재팬의 지분 50%를 인수해 베네통코리아를 전개했다. 20년 동안 수입 & 라이선스 비즈니스에 열을 올렸고 ‘베네통키즈’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등으로 브랜드를 확대했다.








    인종 · 나라 뛰어넘은 베네통 철학서 영감

    베네통은 인종과 나라를 뛰어넘어 세계화의 가치를 담는다는 의미로 ‘유나이티드 컬러스’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었고, 당시 흑인 아기가 백인의 품에 안겨 있는 혁신적인 광고로 콘텐츠 열풍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베네통을 전개하면서 ‘브랜드는 가치관을 지녀야 하며, 패션 브랜드는 그 가치관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옷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정립했다. 지속가능한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후 에프앤에프는 2016년 오랜 시간 전개해 온 베네통과 시슬리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여성복 비즈니스에서 손을 뗐지만, 당시 형성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강력한 헤리티지를 지닌 IP에 주목하게 됐다. 샤넬이 ‘여성의 해방’이라는 가치관을 표현한 스타일과 오랜 히스토리로 명품이 된 것처럼,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데 제일 중요한 건 브랜드가 지닌 가치관과 히스토리, 이를 표현한 매력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번진 롱패딩 열풍, DT 미래 예감

    앞서 언급한 이 회사의 강점 세 가지 ‘가치관을 스타일로 풀어낸다는 철학’ ‘감각적인 마케팅 센스’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믹스 형태의 비즈니스를 추구한 점’에 화룡점정이 된 것은 제대로 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다. 그가 비즈니스의 핵심이 디지털이 될 것이라 예견한 계기는 ‘롱패딩 열풍’에서다. 2017년 롱패딩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전에 디스커버리 롱패딩이 하루 종일 온라인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힘을 통해 롱패딩이 빠르게 번졌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년간 롱패딩이 국민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이 열풍은 세계적으로 퍼져 이제는 모든 글로벌 브랜드에서 기획하는 아이템이 됐다.

    당시 김창수 대표는 디지털에서 먼저 시작된 특정 상품에 대한 집중도를 보면서 ‘앞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접점은 디지털로 모일 것’으로 예견했다. 2년 후인 2019년 이 회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팀을 별도 개설해 상품기획, 생산, 물류, 디자인, 마케팅 등 패션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상품 기획 ~ 물류, 전 과정 디지털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면서 상품 기획과 마케팅 방식을 온라인에 맞췄고, 이를 통해 상품 기획과 물량 조절, 마케팅 방향을 결정했다. 이러한 데이터 값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운영한 만큼 디스커버리는 청키슈즈와 롱패딩 등 범국민적인 히트 아이템을 내놓으며 아웃도어가 불황인 시기에도 리딩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글로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DT 업무 방식이 초석이 됐다. 소비자 대응부터 공장과의 소통까지 모든 데이터가 파이프라인처럼 연결돼 함께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글로벌 SCM망을 구축하며 세계 각국의 오더, 생산, 제품 딜리버리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일찍부터 준비한 덕분이다.

    앞으로 에프앤에프는 글로벌 브랜드를 꾸준히 배출하는 글로벌 패션회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엠엘비와 디스커버리로 캐주얼을 풀어냈다면, 넥스트 스텝은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골프웨어와 테니스웨어 그리고 디지털상에서의 패션이다. 한국이 세계 골프웨어 마켓의 넘버 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작년 테일러메이드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테일러메이드의 경영권 인수에 팔을 걷어붙였다.





    넥스트 글로벌 프로젝트는 골프 & 스포츠

    테일러메이드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골프 클럽으로서 대중성이 확실하고 유명한 브랜드인 만큼 이를 활용해 골프웨어 라인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엠엘비가 중국을 시작으로 홍콩과 베트남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테일러메이드는 미주와 유럽 등 대륙을 넘은 글로벌 골프웨어로 활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글로벌 테니스 브랜드인 ‘세르지오타키니’ 미국 본사를 인수해 테니스 의류시장에도 본격 진출하며, 작년 론칭한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 ‘수프라’의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수프라는 실물 아이템과 디지털상에서의 가상 패션 아이템, 보증서 역할을 하는 NFT까지 결합한 새로운 브랜드 비즈니스다. 향후 디지털상에서의 IP 비즈니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해 발 빠르게 이 마켓에 선두 주자로 진입했다.

    에프앤에프의 브랜드 비즈니스 기저에는 더 고도화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해 디지털을 통한 패션 시스템 혁신에 앞장서고자 한다. ‘시스템’과 ‘브랜드’ 두 부문에서 모두 세계화를 실현하는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신년 포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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