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하이브 vs 민희진, 멀티레이블과 멀티브랜드'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4.06.20 ∙ 조회수 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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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하이브 vs 민희진, 멀티레이블과 멀티브랜드' 27-Image


욕설과 울분, 비웃음과 눈물이 난무했던 민희진의 막장 기자회견에는 찬사와 비난이 엇갈렸다. 아직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대표이사 해임의 수순과 업무상 배임의 칼날을 단지 모자와 티셔츠 완판이라는 인기만으로 막기 쉬워 보이지는 않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이의 공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쟁점은 ‘멀티 레이블’ 전략이다. K-팝이 전 세계를 호령하게 된 까닭은 멀티 레이블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브는 ‘SM’․‘YG’․‘JYP’에 비해 한참 늦은 후발주자였지만, 멀티 레이블로 대약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BTS 이후 그들에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업계 정상에 등극한 것이다. 하이브는 산하에 K-팝의 인기 레이블들을 인수·설립해 빌리프랩(2018년), 쏘스뮤직(2019년), 플레디스·KOZ(2020년), 어도어·이타카홀딩스(2021년), QC홀딩스·엑자일뮤직(2023년) 등 국내외 11개 레이블을 끌어들여 하이브 군단을 형성했다. 각 레이블의 독립적 운영 및 성장 덕분에 하이브는 BTS 멤버가 군입대를 한 공백기에도 지난해 2조원을 넘는 매출액과 5조원 자산 규모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하이브 사태는 멀티 레이블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해외의 멀티 레이블 성공 방정식 중심에는 다양한 음악적 색깔과 시장별 포트폴리오 전략으로서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하는 선순환 그림이 자리 잡고 있다. 하이브 또는 K-팝의 멀티 레이블은 다양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거의 똑같은 장르에 주요 팬층도 유사하고, 팬과 소통하는 방식도 동일하다. 이번에 표절 시비가 불거졌던 ‘아일릿’의 경우에도 실험정신으로 도전하기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뉴진스’ 패턴에만 의존했고, 결국 민희진 측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레이블들 사이에서도 색깔과 의견울 존중하지 않은 탓이다.


산하 레이블들 사이에서 파이 뺏어 먹기 식의 경쟁은 피해야 한다. 모회사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출시 시기와 지원역량 배분 등을 조정해야 한다. 각 레이블도 산하의 다른 레이블들과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낼 이유는 없다. 각 레이블은 모회사의 우산 아래에서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산하 레이블들과의 컬래버까지 맘껏 꿈꿀 수 있어야 한다. 


패션으로 눈을 돌리면 패션에서도 K-팝 멀티 레이블만큼이나 멀티 브랜드의 고도화 필요성이 절실하다. 모회사 산하 브랜드들 사이의 내부적인 경쟁 구도가 과열화돼 결속력이 떨어지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패션 지주사는 브랜드들마다 마케팅과 재무의 업무를 통합 관리하되, 디자인과 상품의 관여를 최소화해 각 브랜드의 고유성을 유지해야 한다. 패션 멀티 브랜드의 큰 장점은 패션뿐 아니라 다른 분야 브랜드와의 결합이 다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나 뷰티 브랜드 등과의 컬래버가 패션 지주사의 코디네이션하에 지속적․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1회성 컬래버와는 다른 시너지를 낳을 수 있다. 물론 민희진의 업무상 배임 시비에서 볼 수 있듯이, 지주사는 주주 간 계약과 IP 계약 등을 통해 각 브랜드에 대한 지배력과 상호 간 조정 가능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멀티룩, 멀티모드, 멀티테스킹 등등 ‘멀티’는 원래 생동감과 효율성이 넘치는 용어다. 반목과 경쟁의 의미는 없다. 따라서 ‘트렌드’라는 전쟁 속에 ‘브랜드’들은 멀티 군단으로 뭉쳐야 산다.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산업협회법률자문

· 무신사 지식재산권보호위원회위원

·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위원 / 케이옥션 감사

· 국립극단 이사 / T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이사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자문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위원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법대학사 · 석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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