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하는 패션 레전드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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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1.12조회수 1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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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무대 이끄는 패션거장 세계가 미친듯이 싸고 빠른 패션, 대량 패션의 리듬에 완전히 장악된 것일까. 이제 전세계 패션 시장, 패션 대도시는 「자라」 「H&M」 「유니클로」… 최근들어 급성장하는 「프라이마크」 등의 가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SPA 패션기업의 성장세에 압도됐다. 대량으로 찍어내는 옷들이 세계를 뒤덮고, 빠른 정보를 전지구인들이 일시에 공유하게되는 정보의 전달력과 온라인 유통을 통한 전세계 패션 브랜드의 완전경쟁화, 게다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훌륭한 대체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특별한 마케팅도 별반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판타지가 사라진 시대이니 이제 무엇이 리딩 브랜드이고 무엇이 후발 브랜드인지 판별조차 되지않는다. 크리에이티브의 원천 따위는 아무도 따지지않는다. SPA브랜드들이 명품과 런웨이를 카피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고 명품 브랜드들끼리 카피를 하다보니 누가 오리진인지 구별도 되지않는 시대다. 디자이너는 많아졌지만 감동을 주는 컬렉션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디어와 바이어들을 서프라이즈하게 하는 놀라운 컬렉션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디자이너들은 한 해에 너무 많은 컬렉션을 치른다. 속도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창의적인 프로세스가 간과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창조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니 런웨이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90년대 미니멀리즘 이후 더 이상 새로운 패션의 탄생은 없었다고 말한다. 런웨이의 룩들은 순식간에 인터넷에 뿌려지고, 며칠 사이에 카피돼 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패스트 패션 컴퍼니에게 카피할만한 소스를 제공하는 것이 레디 투 웨어 디자이너의 역할이 돼버린 것 같다. 빠른 성장과 이윤을 위해서라면,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끝내주는 컬렉션을 위한 노력도 줄어든다. 자, 이쯤 되니 사람들은 슬슬 잘 만든 진품, 감동을 주는 진정성있는 거장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이 너무 가벼워진데 대한 반작용 때문이다. 존갈리아노가 돌아온 것에 대해(그의 과실은 차치하고라도) 사람들이 이렇듯 기대감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 아닐까. 패션 본연의 판타지. 완성을 향한 치열함.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는 패션… 우리 모두는 그것을 그리워하고있는 것이다. 본지 패션비즈는 2015 신년호에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있는 의미있는 패션거장 3인을 모아보았다. 쿠튀리에로서의 길을 지켜가는 아제딘 알라이아, 판타지스트로 다시 돌아온 존 갈리아노, 자신의 창조적 세계뿐 아니라 아바타를 육성해가는 레이 가와쿠보가 바로 그들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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