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손수근 정준호 손영식 이재옥…
    실행력 & 전문성 빅맨들 大이동

    안성희 기자
    |
    22.01.17조회수 1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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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규 손수근 정준호 손영식 이재옥…
    ‘실행력 & 전문성’ 빅맨들 大이동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패션업계에서 인사철이 되면 누가 어디로 가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마켓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뀐 상태에서 기업의 미래먹거리와 체질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대두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투입 즉시 발 빠른 실행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이끌 리더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2022년 주요 임원 인사를 통해 본 업계의 흐름은 순혈주의나 밀어주기식 승진이 아닌 철저하게 ‘성과’ 위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직 자체가 나이를 뛰어넘어 실제로 사업을 이끌어갈 적임자에게 팀장직이나 책임제로 일을 맡기기 때문에 이를 총체적으로 이끌 리더 역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성과 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CEO가 부상하고 있다.

    30년간 ‘삼성맨’으로 불린 박철규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대표 김민덕) 해외패션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백화점그룹 특성상 외부인사를 사장단에 선임하는 사례가 거의 없던 터라 박철규 사장 영입은 업계를 놀라게 했다.

    박철규 한섬 사장, 해외패션 볼륨화 시동

    2018년부터 2020년 말까지 삼성물산 패션부문 대표를 맡았던 박 사장은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지사 주재원을 거쳐 제일모직에 합류하는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삼성물산 재직 당시 ‘꼼데가르송’과 ‘아미’ 등 최근 인기 높은 신명품을 들여온 실력가다. 따라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나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비교해 해외 브랜드 매출 비중이 적은 한섬은 박 사장을 새로운 매출 창출을 위한 적임자로 봤다.

    박 사장도 자신의 주요 강점인 해외 브랜드 사업을 펼칠 회사로 한섬만큼 기회가 있는 곳이 없으므로 상호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한섬으로 출근한 박 사장은 현재 패션마켓의 트렌드를 리딩하는 새로운 명품과 컨템퍼러리 브랜드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2030 MZ세대가 선호하는 해외 라이징 브랜드를 다양하게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손수근 인디에프 대표, 2년 만에 컴백

    인디에프 신임 CEO에는 손수근 대표가 선임됐다. 2019년 10월 말 인디에프를 떠난 지 2년 2개월 만이다. 손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5년간 인디에프 대표를 지내다가 사임을 표하면서 ‘앞으로 인디에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인디에프의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한 손 대표는 특유의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다. 조이너스 · 꼼빠니아 · 트루젠 등 기존 브랜드의 매출 회복과 이미지 개선, 상품력 강화 등 초심으로 돌아가 하나씩 다시 빌드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전한다.

    더불어 편집숍 바인드도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콘텐츠를 정비하고 유통망을 다지는 등의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인디에프의 사업구조와 조직을 잘 알기 때문에 부진했던 부분은 빠르게 수습하고 혁신하면서 수익률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미래 책임질 구원투수로 등판

    이번에 인디에프는 컴젠, 존스, T컬렉션 3개 브랜드는 계열사인 에스앤에이에 양도했다. 에스앤에이는 골프웨어 톨비스트를 전개해온 회사다. 손 대표는 인디에프 대표를 맡아 기존 사업의 효율화에 힘쓸 계획이며, 에스앤에이는 김기명 글로벌세아 대표가 이끌기로 했다.

    한편 손 대표는 논노, 동일레나운, 유림 등을 거쳐 1991년부터 25년간 신원에 몸담으면서 여성복 사업부장에서 내수 부문 총괄 사장까지 지냈다. 이후 패션그룹형지 사장에 이어 2015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인디에프 대표를 맡아 브랜드별 리프레시와 효율 중심 경영으로 성과를 냈다.

    롯데백화점은 정준호 대표에게 미래를 맡겼다. 빅3 유통 가운데 가장 실적이 부진했던 롯데는 과거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넘버원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하다. 이번에 롯데그룹 인사에서는 그야말로 ‘파격인사’로서 처음으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사를 적극적으로 수혈하는 등의 변화를 줬다.

    정준호 대표, 롯데백화점 부활 이끌겠다

    정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신세계 계열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한 ‘신세계맨’인 그는 지난 2019년 롯데지에프알 대표로 합류해 주목받은 바 있다. 신세계 출신이 롯데 계열사 대표를 맡은 것만도 이례적이었는데, 이번에 유통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대표 자리를 맡게 돼 더욱 눈길을 끈다.

    롯데로서는 외부인사가 백화점 대표에 자리하는 첫 케이스라고 말한다. 1987년 삼성그룹 공채 28기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한 정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 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롯데지에프알 대표를 맡은 후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ABC 전략’을 통해 패션사업을 전면 재편하는 데 주력했다. ‘A(애슬레저) B(뷰티) C(컨템퍼러리)’를 핵심 키워드로 해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 윈드브레이커로 유명한 프랑스의 ‘까웨’, 영국 화장품 ‘샬롯틸버리’ 등을 새롭게 론칭했다.

    롯데 출신, 유통 출신 아닌 이례적인 케이스

    롯데백화점 대표로 이동한 다음에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버리고 쇄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표이사 교체 시 당연하게 진행됐던 업무보고를 미루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예열 중이라고 전해진다. 패션회사에서의 오랜 경험과 수입 브랜드 전문가로서 롯데백화점에서 놓치고 있던 이미지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준호 대표와 신세계 입사 동기로 알려진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에게도 이목이 쏠린다. 두 대표의 라이벌전도 관전 포인트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과 패션본부장, 신세계디에프 사업총괄 겸 영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2016년 신세계디에프 대표를 맡았다.

    2020년 퇴임했던 그는 지난해 10월 신세계백화점 대표로 복귀해 이 역시 이례적이다. 손 대표는 명품 전문가답게 신세계백화점의 고급화를 한층 더 탄탄하게 이끌 전망이다. 신세계디에프 시절 면세점 최초로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을 모두 입점시켜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명품 전문가답게

    백화점 상품본부장도 겸직하게 된 손 대표는 전반적인 경영과 영업 현장을 두루 살피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가 구축해 놓은 고급화 전략은 더욱 공고히 하면서 지역별 ‘지역1번점’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과제를 수행 중이다.

    정준호 롯데지에프알 대표가 롯데백화점으로 이동하면서 롯데지에프알은 이재옥 대표에게 맡겨졌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에서 패션기업 대표로 이동한 이 대표는 백화점에서 성과를 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지에프알도 성공적으로 이끌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와 바람막이 점퍼로 유명한 프랑스의 ‘까웨’ 등 2개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한다.

    이재옥 대표는 1995년부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 청량리점 · 잠실점 등을 거쳐 2009년 롯데백화점 마케팅전략팀을 맡았다. 이후 2013년부터 롯데백화점 중동점장 · 부산본점장, 여성패션부문장 등을 지내며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롯데맨’ 이재옥 대표, 롯데지에프알 내 손에

    2019년부터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을 지내면서 고급화 · MZ세대 · 차별화 등을 시도해 롯데백화점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모험적인 MD도 펼치며 혁신에 일조했다. 이 대표는 신규 브랜드 카파와 까웨 등을 앞세워 5년 내 매출 5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옥 대표는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에 있을 때도 롯데지에프알 주요 전략 회의에 참석하는 등 진행 상황을 공유해왔기 때문에 큰 무리없이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유통기업과 달리 패션기업은 각 브랜드의 A부터 Z까지 챙겨야할 것도 많고 새로운 업무분야라 배워야할 부분도 많다고 본다. 2022년은 카파와 까웨를 필두로 한 신규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표를 보좌하며 실질적인 사업을 이끌어갈 부사장직에도 업계 베테랑들의 움직임이 있다. 대표적으로 남성복 업계 베테랑 김용찬 씨는 두리콜렉션(대표 이용식)의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디즈니골프’를 운영하던 두리콜렉션은 이번 S/S 시즌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23구골프’를 새롭게 론칭하면서 김 부사장에게 총괄을 맡겼다.

    김용찬 두리콜렉션 부사장, 23구골프 론칭

    김 부사장은 LF의 마에스트로 · 헤지스 · 닥스신사를 거쳐 코오롱FnC로 이동해 헨리코튼 · 시리즈 · 존바바토스 · 크리스찬라크로와 등 다양한 남성복 브랜드를 관장했다. 이후 우성I&C에서 본과 본지플로어, 신원에서 지이크와 지이크파렌하이트 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김용찬 부사장은 “취미로만 즐기던 골프를 업무로 접목하려니 어려운 점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새롭고 흥미롭다”라며 “요즘 가장 핫한 조닝이 골프웨어인데, 30년간 패션업계에서 일하며 터득했던 노하우를 쏟아부어 23구골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두리콜렉션은 서울지사를 김 부사장이 관장하도록 하고, 여러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익힌 시스템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더 체계적인 조직과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인 상품 기획과 영업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성복 베테랑 윤세한 부사장, 러브앤쇼 맡아

    여성복 업계 베테랑인 윤세한 씨는 더주하(대표 이정훈)의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더주하는 ‘러브앤쇼’ 단일 브랜드를 전개하는 강소기업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회사의 이정훈 대표가 상품기획을 총괄한다면, 윤 부사장은 영업과 관리를 맡아 촘촘하게 회사를 성장시킬 계획이다.

    최근 서울 한남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린 더주하는 윤 부사장의 조인으로 시스템적으로 한층 안정화됐으며, 주요 백화점과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윤 부사장은 나산(꼼빠니아), F&F(엘르), 제시앤코(제시뉴욕) 등에서 사업부장과 총괄 본부장으로서 탄탄한 경험을 강점으로 한다. 직전까지는 미도컴퍼니에서 미센스, 반에이크, 에꼴 등을 관장했다.

    윤 부사장이 떠난 미도컴퍼니(대표 천경훈)는 우먼 파워의 대표 인물 이경희 부사장이 맡았다. 일본 유학파인 그는 일본 패션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월드패션에서 15년간 근무하며 부사장까지 올랐다. 2017년 패션플랫폼에 합류해 레노마레이디와 보니스팍스를 메이저 백화점으로 입성시키며 고급화를 이끈 주역이다.

    우먼 파워 이경희 부사장, 미도컴퍼니 리빌딩

    상품기획은 물론 영업력도 뛰어나 안살림과 바깥 살림을 동시에 이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이 부사장은 미센스, 반에이크, 에꼴 등 3개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매출을 온라인까지 확대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경희 부사장은 “미도컴퍼니는 그동안 여성복 밸류 마켓에서 소싱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운 업체”라며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3개 여성복 모두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상품 디자인과 매장 인테리어 등 감도를 키운다면 현 위치에서 한 걸음 더 점프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부사장은 일본 유학 후 산에이인터내셔널 여성복 디자이너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1997년부터 신원 에벤에셀과 카라통상 등을 거쳐 15년 동안 한국월드패션 부사장으로 활동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패션플랫폼에서 여성복 본부장으로 활동하다 이번 미도컴퍼니 합류로 상품기획까지 총괄하게 됐다.

    강태수 부사장, 까스텔바작 프리미엄 골프로

    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의 계열사인 까스텔바작(대표 최준호)에는 강태수 부사장이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곳에 새 둥지를 튼 강 부사장은 형지의 2세 경영인 최준호 대표와 호흡을 맞춰가며 까스텔바작을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한다.

    프랑스 오리진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높여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패션업계에서 30년 경력을 갖고 있는 강 부사장은 톰보이에 입사해 SK네트웍스(DKNY), LF, 네파, 블랙야크 등을 거쳐 최근에는 비와이엔블랙야크에서 전개하는 골프 브랜드 ‘힐크릭’의 총괄 본부장을 지냈다.

    남성복 · 여성복 · 아동복 · 캐주얼 등과 수입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 영업을 경험했으며, 근래 아웃도어와 골프 브랜드 유통 부문에서도 총괄 책임자로 활약했다. 패션전문기업과 대기업을 넘나들며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강태수 부사장은 “까스텔바작은 프랑스 오리진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높여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라면서 “특히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트렌드에 발맞춰 모바일 커머스와 패션 VR · AR 기술을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디지털 캠페인을 전개, 영골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 체혐 기회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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