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패션기업 위기 어디까지?

    조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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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2.06조회수 6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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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 TSI 등 브랜드 중단 · 매장 폐점 · 정리 해고…



    본을 대표하는 대형 어패럴 회사들의 브랜드 중단과 매장 철수, 구조 조정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말까지 2년만에 어패럴 기업 4개사만 1600개 매장을 폐점한 것이다. 그중 월드사, TSI홀딩스가 실시한 대규모 구조 조정은 수백개 매장에 이르며 패션업계에 파급되는 영향도 아주 커 놀라움을 금치 못할 충격적인 사건으로 대표된다.

    실적 부진으로 온워드홀딩스, 산요상회도 정리해고와 브랜드를 접고 폐점하는 매장이 속출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패션업계는 아베노믹스* 흐름을 타고 주식 상승이나 인바운드의 소비 급증과 함께 한편으로는 호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단순히 일시적이며 단편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소비세가 5%에서 8%로 증가한 후 패션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중간층 소비자들의 소비가 현저히 줄었다.

    월드사는 지난 2015년 이미 10~15개의 브랜드를 불채산 사업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철수할 매장 수는 약 400~500개. 이후 2018년 3월 결산까지 대대적인 구조 개혁을 실시하며 그 일환으로 최대 규모의 정리 해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아베노믹스
    민주당 아베 신조가 제2차 아베 내각에서 내세운 일련의 경제 정책에 대한 통칭. 아베 총리의 ‘아베’와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단어다.


    월드, 최대 500개 매장 폐쇄, 15개 브랜드 정리
    오사카에서 열린 월드사의 이 결산 설명회에서 우에야마 겐지 사장은 “출점 수가 곧 기업 성장 규모의 기준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실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철수하는 매장은 타깃이나 입지, 채널로 구분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대상 브랜드나 매장에 대해서는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고정비 삭감을 위해 절대 성지(아주 좋은 입지)에는 매장을 오픈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월드의 이러한 사상 최대 구조 조정은 코스트를 철저하게 삭감해 이익 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불채산 사업이나 저이익 사업을 재검토하고 비용을 철저하게 절감하는 것으로 수익 구조 개선을 도모한다.

    이를 위해 근접 상업형 쇼핑센터 브랜드 「슈라루에」, 백화점형 뉴 미세스 브랜드 「리플렉트」 같은 브랜드를 리브랜딩하고 매출이 현저한 「인덱스」 같은 업태에 경영 자원을 집중한다. 월드 매장은 총 3000개 정도인데 이 중 500개 매장을 철수한다는 것은 약 1/6의 매장을 폐점한다는 것이다.

    매장 1/6 철수, 희망퇴직자 수 453명으로 발표
    기자회견 당시 사원 대상 조기 퇴직자 모집에 대한 언급은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다. 창업자 기업으로 알려진 월드사에서 18년 만에 처음으로 창업자 이외의 관계자인 우에야마 겐지가 기업의 톱으로 취임했다.

    은행 출신 인물인 우에야마 겐지는 2013년 말 월드에 상무 집행위원 보좌로 입사해 2014년 6월 상무 집행위원으로 승진, 2015년 3월 대표임원으로 승격한 인물로 기업 재건의 경험이 있는 실력자라고 한다.

    지난 2015년 8월 40~60세의 사원 또는 계약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했는데 45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로 인해 퇴직 일시금과 특별 가산금을 지급하기 위해 3월 결산(2015년 결과) 중간 시점 손익계산서에서 약 28억엔의 특별 손실금이 발생했다. 당시 월드사 기업 전체의 사원 수는 1786명으로 약 1/4이 조기퇴직하는 셈이 됐다고 한다.

    도쿄스타일 + 산에이 합병한 회사 TSI홀딩스도
    지난 2011년 6월 도쿄스타일과 산에이인터내셔널이 통합해 탄생한 TSI홀딩스도 사이토 다다시 사장이 정리 해고를 계속 진행해 왔다. TSI홀딩스는 「플래닛블루월드」 「레베카밍코프」 「보디드레싱」 등 11개 브랜드를 이미 모두 폐지했다. 이 브랜드들의 매장은 전부 260개로 한 매장당 매출은 약 100억엔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연매출 약 3000만엔 이상을 포기한 셈이다.

    관련 부문을 포함하면 800명의 종업원이 재직하고 있는 TSI홀딩스는 그룹 전체의 재배치는 물론 정리 해고, 전직 및 조기 희망 퇴직자도 많아 인사 이동이 많았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영업적자가 계속됐고 2014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그 후에도 상황은 어려웠다. 좋은 입지에 오픈하기 위해 구조 개혁을 끊임없이 실시해 왔다.

    총 61개 브랜드 2468개 매장을 전개하던 TSI홀딩스가 2015년 상반기 결산 시즌에 42개 브랜드로 축소하고(19개 브랜드 정리) 유통망은 1570개 매장만 남겨 두고(898개 매장 폐점) 총 매장 수의 약 1/3을 축소했다. 그럼에도 수익 구조가 좋지 않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결국 올 하반기 영업이익률 7% 달성을 위해 정리 해고를 실시했다.

    2468개 매장 중 1/3 축소, 초강력 정리 해고 강행
    TSI홀딩스의 경우 몇 년 동안 계속 정리 해고를 강행하면서도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는 계속 지켰다. 이는 잘되는 브랜드에 집중해 이익률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1년 하반기 결산 결과 상위 10개 브랜드의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하는 약 608억엔을 달성했다. 2014년 하반기에는 이 주력 10개 브랜드의 매출이 2011년 대비 약 6배인 982억엔으로 증가해 전체 매출 중 52%를 차지했다.

    선택과 집중의 갈림길에서 주요 브랜드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더 이상의 손실은 막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스트 억제가 필요한 지금 시장의 폭넓은 베리에이션을 갖춘 포트폴리오를 자랑하던 브랜드 정책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산요상회, 이토킨 등 대형 어패럴들도 부진 계속
    산요상회의 경우 「버버리」의 라이선스 계약 종료 이후 「매킨토시필로소피」를 중심 브랜드로 키우려 노력 중이다. 「폴스튜어트」도 체제를 정비하면서 힘쓰고 있지만 이 브랜드들이 정착하려면 아직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또 앞부분에 「버버리」라는 이름을 빼고 새로운 브랜드로 전개를 시작한 「블랙라벨크리스트브리지」 「블루라벨크리스트브리지」도 아직 어려운 상황이기는 마찬가지다(박스 기사 ‘대형 어패럴 기업 부진 원인’ 참조).

    이토킨 또한 비상장 주식회사로 매출은 공개하지 않는데 지난 2014년 1월 결산 시점 매출이 2005년 1월 결산 시점과 비교해 약 1400억엔에서 약 1056억엔으로 감소했다. 추정해 보면 약 9년 만에 매출이 약 400억엔 감소해 급속도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상장 회사이자 한때 한국 패션 기업들에 가장 주목받는 롤모델 기업으로 대표되던 파이브폭스도 예외가 아니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2011년 매출은 약 1054억엔이라고 발표했으며 2012년 8월 결산 매출은 993억엔이라고 밝혔다. 1년 사이에 약 60억엔이 감소한 꼴이다.

    온워드카시야마도 매출 약 1000억원 이상 감소
    온워드홀딩스도 2019년까지의 중기 경영전략 기획 발표에 따르면 옴니채널과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구조 개혁과 성장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발표했다.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존점에 대해서는 220억엔 매출이 감소할 것을 예상하고 리얼 점포의 경우 매장이 넘쳐나고 있어서 선택과 집중의 시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2015년 매출은 2635억엔(전년비 93.6%)으로, 영업이익은 38억엔(전년비 65.9%)으로 전년 3월 소비세 인상과 함께 소비 감소의 반동과 의류 부진으로 매출 부진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며 매출이 약 100억엔 감소했다.

    지난 2015년말부터 작년 2월까지 스기우라 산요상회 사장은 「알레그리」 「프랑코프린지밸리」 「폴스튜어트스포츠」 등 총 5개 브랜드를 정리했다.

    「버버리」 잃어버린 산요상회도 심각한 상황 처해
    산요상회는 이미 2015년에 80개 이상의 매장을 정리했고 작년 2월까지 이 5개 브랜드 140개 매장을 추가로 정리한 것. 본격적인 정리 해고와 함께 불채산, 저이익 브랜드 폐지는 물론 희망 퇴직자 모집을 실시한 결과 249명이 회사를 떠났다.

    폐지 브랜드를 포함해 불채산 매장을 합하면 정리한 매장이 170개에 다다르고 보유 주식도 약 반을 줄였다. 보유품, 미술품, 골프 회원권 등도 매각했다. 대형 어패럴 매장이 급속히 줄고 있고 소비자의 취향 변화, 절약 지향, 경쟁 격화에 대응이 늦어진 어패럴 기업들은 실적이 악화한 백화점에 더해 쇼핑센터에서까지 고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SPA 시스템을 선두로 기세를 보이던 이 대형 어패럴 회사들은 2020년을 앞두고 큰 위기에 부딪혔으며 새로운 이노베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보다 앞서 나가던 이 기업들이 개혁과 SPA 시스템 도입을 위해 전전긍긍하던 세월이 지나고 지금 초래된 결과들을 보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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