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핸드 사이트 ‘그레일드’ 히트

    백주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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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1.14조회수 4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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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프림」 한정판 등 ‘레어템* 다 있다’?




    ?레어템
    레어템 : ‘희귀한(Rare)’과 ‘아이템’의 합성어로 희귀한 아이템을 의미함


    금 제일 핫한 「슈프림」과 「언더커버」 합작 제품들의 발매 타이밍을 놓쳤다면, 카니예 웨스트와 「아디다스」의 이지(YEEZY) 추첨에 당첨되지 못했다면, 그레일드(www.grailed.com)에 들어가 볼 것을 권유한다. 그런 상품들이 여기에 다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다. 새것 같은 중고 「준야와타나베」 재킷을 2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득템할 수도 있으니 항상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13년에 론칭해 급속도로 성장한 온라인 웹사이트이자 iOS 애플리케이션인 그레일드(그레일(Grail)은 ‘성배’, 신비롭고 거룩한 물건이라는 뜻으로 절대 가질 수 없는 희귀한 것을 의미함)는 세컨드핸드(second hand,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마켓으로 지극히 ‘유저들을 위한, 유저들에 의한’이라는 모토로 운영 중이다. 뉴욕에 헤드를 둔 미국 웹사이트이며 현재는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접속되고 있다.

    그레일드의 CEO 아룬 굽타는 패션광이다. 유명하고 좋은 남성복 숍이야 이미 여럿 존재하지만, 자신이 찾는 시즌 지난 상품이나 한정 수량 생산돼 제때 구입할 수 없던 제품들을 사람들 간에 제대로 거래할 곳이 없음을 느꼈다. 새 상품, 중고품, 생활용품에 자동차까지 모든 것을 유저들끼리 거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베이를 오랜 기간 이용해 왔으나 뭔가 부족했다.



    패션광 아룬 굽타, 희귀한 패션 아이템 갈망하다
    검색 영역이 너무 광범위하며 가품의 위험성도 크다. 정확히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멋진 제품들을 서로 공유할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2013년 12월 그는 3개월에 걸쳐 웹 코드를 직접 써서 그레일드 웹사이트를 완성했다. 처음에는 본인의 물건들을 등록해 판매를 시작했다.

    모두가 원하고 기다린 것일까? 누군가는 되팔기 목적으로 구입한 「나이키」 조던 운동화를, 누군가는 몇 번 입고 질려 버린 「베이프」의 후디와 「라프시몬스」 스니커즈의 판매 글을 올리면서 커뮤니티는 점차 커져 갔다. 그레일드는 단숨에 남성복 업계에서 확실히 입지를 굳혔다. 현재 20만명의 활성화된 유저들이 있으며 한 달에 7만건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첫째로 그레일드의 물건 등록 과정은 상당히 간편하다. 브랜드의 성향과 가격대로 그레일드(Grailed), 하이프(Hype), 베이직(Basics) 세 영역이 나뉜다. 그레일드는 「마르지엘라」 「생로랑」 「릭오웬스」 「폴하든」 같은 하이엔드 제품들을 담아 놓았다.

    20만명 활성화된 유저들, 한 달 7만건 거래 성사
    하이프에는 「나이키」 「슈프림」 「팔라스」 「피어오브갓」 같은 최신 유행 스트리트웨어 등 대체로 최신 발매 제품들이 해당한다. 베이직은 「제이크루」 「폴로」 「유니클로」 등으로 광범위하다. 유저가 등록한 상품들은 한 페이지에 나란히 정렬된다. 검색해서 그 결과를 보는 형식이 아니라 제품이 등록된 순서대로 나란히 정렬된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 제품은 사진과 가격, 이름 등 정보가 첫 페이지에 간략히 나와 있으며 스크롤을 내리면서 수십수백 가지의 새로운 제품을 계속 볼 수 있다. 물론 필터와 검색 기능을 이용해 원하는 제품과 브랜드만을 검색해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지금의 그레일드는 단순히 중고물품 사고팔기 이상의 기능이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엄청난 양의 트렌디한 물건들이 등록된다는 점에서 최신 유행에 대한 지침서가 되기도 하며 상의 하의 신발 액세서리 등 모든 카테고리의 아이템이 구매 가능해 여타 리테일러들처럼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간편 인터페이스, 다양한 물건, 패션 콘텐츠 공유
    그레일드 자체의 콘텐츠도 제공한다. 에디토리얼, 인터뷰, 브랜드 리뷰, 그리고 유저들이 올린 상품 중에 희소 가치가 있는 제품들을 매주 따로 선정한다. 올해 2월에는 ‘그레일드100’이라는 이름으로 근 몇십 년간의 패션 역사 중 가장 유니크한 아이템 100가지를 선정해 유저들에게 제공했다.

    그레일드는 각 아이템이 왜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 설명까지 더한다. 패션 박물관 급의 아카이브 성향을 띠는 제품들이 많이 보이는데 2001 F/W시즌 ‘riot, riot, riot’의 「라프시몬스」 제품들, 2004 F/W시즌 「라프시몬스」와 아티스트 피터 세빌의 협업 제품들, 2009년 「릭오웬스」의 밀크 덩크 스니커즈, 「슈프림」이 「비즈빔」 「더블탭스」 「나이키」 같은 특급 브랜드들과 협업한 제품들, 빈티지 「헬무트랭」 등, 그 밖에도 아이코닉한 제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아티스트 피터 세빌은 밴드 뉴 오더(New Order)의 앨범 ‘Power, Corruption, Lies’의 아트워크를 디자인했다. 그 앨범 커버 이미지가 2004 F/W시즌 「라프시몬스」의 파카 후면에 큼지막하게 사용됐는데 이것은 현재 하이 패션+스트리트웨어를 믹스한 룩의 시초 격으로 많이 레퍼런스된다. 그레일드의 지향점을 확실히 증명했고 유저들에게는 구경하는 재미와 향수까지 일으키는 역사를 다시 보는 신선한 이벤트로 주목받았다.




    「꼼데가르송」 「요지야마모토」도 저렴한 가격에
    중고 구매의 메리트는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그레일드에는 비싼 희귀 제품만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의 사용감만 있는 제품을 훨씬 싸게 구입 가능하다. 시즌 지난 다수의 「꼼데가르송」 「요지야마모토」 「언더커버」 「비즈빔」 「엔지니어드가먼츠」 등 좋은 컨디션의 일본 디자이너 제품들이 정가와 비교하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된다. 그 밖에도 미중고 상태의 여러 상품이 있으며 베이직 카테고리의 「폴로」 「제이크루」 같은 브랜드들은 거의 80~90% 정도로 가격대가 형성돼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

    남성복 시장은 현재 계속 성장 중이다. 마켓 리서치 그룹 유로 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남성복 시장 규모는 480조원대이며 2019년에는 50조원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의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대 소비자(consumer to consumer) 마켓의 규모는 현재 1조원에 다다를 정도로 엄청나다. 그중 96%는 「나이키」와 「에어조던」이 차지한다고 한다.

    희소성 높은 운동화의 소량 발매와 넘쳐나는 수요에 의해 생겨나는 리셀링은 당연한 결과다. 그레일드는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하이프 섹션의 거래도 활발하다고 한다. 하이프 섹션에서는 대체로 발매가보다는 조금 더 높은 또는 몇 배 뛴 가격이 형성되지만, 유저들은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하고 또 광속으로 품절돼 버린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웃돈을 조금 주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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