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기’ 넘을 준비된 패션 리더는?

    esmin
    |
    14.01.01조회수 7489
    Copy Link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에도 행운과 기쁨이 함께하시기를 지면을 빌려 인사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어두운 경제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도 우려 속에 한 해를 시작합니다.

    최근 몇년간 달라진 한국의 위상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K-POP 덕분에 외국인들은 한국 음악과 패션, 음식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다이내믹함에 대해 경이로워하며 찬사를 보냅니다. 외국인을 인터뷰할 때 보면 이들은 시선 속에 경외감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의 위치(경제적, 문화적, 삶의 질 등) 상승도 있지만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가 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국 옆에 붙어 있다는 입지적인 면으로 인한 ‘차이나 프리미엄’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빅 브랜드들은 아시아의 허브인 서울을 향해 몰려들고 빅플레이어들은 가장 크고 아름다운 매장을 이곳에 속속 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은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렛대’ 입지라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지는 일본, 뜨고 있지만 아직은 두려운 중국 사이에 한국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에서 보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은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위에서는 글로벌 럭셔리와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이 자태를 뽐내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밑에서는 저가격과 스피드를 내세운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무서운 기세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복종을 불문하고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빼앗아 갑니다. 내부적으로는 ‘아웃도어’가 아니면 패션을 마치 논하기 어려운 듯 전 영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국내 패션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그동안 방만했던 경영을 되돌아보며 수성적인 모드로 돌아섰고 간판 기업인 제일모직은 에버랜드로 편입됐습니다. 국내 패션기업의 대명사였던 한섬은 이미 현대의 품 안으로 들어간 지 오래입니다. 최고 기업들이 패션에서 멀어지거나 심지어 포기하는 이런 상황은 많은 패션 관계자들에게 불안감을 줍니다. 판매율과 수익률은 뚝뚝 떨어지고 1세대 오너들은 ‘과거 같지 않은’ 이 기업환경이 힘들어 과연 패션이 ‘가치있는’ 업종인가 하는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십번 되묻는 중입니다.

    이 시점에 저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해온 것일까요. 수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되뇌던 ‘글로벌’이라는 단어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해 왔나요. 이렇게 여지없이 허물어지는 것을 ‘현실’이라는 단어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깊숙히 들어와 있음에도 우리 기업들은 그저 옛날 스타일의 시스템과 기존 방식대로 날씨탓만 하고 있습니다.

    리테일의 시대에 여전히 소비자 지향의 기획이 아닌 과거와 똑같은 굴뚝기업 스타일의 시스템 안에서 아직도 해외 브랜드 카피와 심지어 옆 브랜드 카피를 일삼아 ‘패션 동질화’에 기여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비일비재합니다. 시장을 외면한 채 재고를 양산하는 상품 기획실의 모습도 과거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부당한 ‘고통분담금’으로 협력업체를 울리고 불공정한 결제시스템으로 작은 기업들의 성장을 막아 건강한 인프라를 깨트리는 것도 우리 모습입니다. 유통은 또 어떤가요? 유통은 그릇, 브랜드는 콘텐츠, 결국은 한몸인데 우리 유통은 아직도 국내 브랜드의 건강한 존재가 곧 나의 성장임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아직도 ‘상생’이라는 단어는 표구 속의 허망한 단어일 뿐입니다.

    우리는 과연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산업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의 맏형으로 등극한 G2시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세계 경제의 동반자로 변화한 지금 우리는? 과연 중국이 세계 패션의 리더로 등극할 날이 머잖은 이 시대에 이 격동기를 넘을 준비된 패션 리더는 과연 누구입니까?

    독자 여러분, 2014년은 패션 역사의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큰 고난이 있겠지만 동시에 큰 기회도 있는 원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회는 소수의 준비된 기업에게만 주어질 것입니다. 올해 패션비즈는 그 ‘준비된 기업’이 좀 더 많아질수 있도록 조력할 것입니다.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ditor-in-Chief 민은선









    **패션비즈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