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붐 타고 MTO마켓 뜬다

    안성희 기자
    |
    13.06.28조회수 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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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포크 (bepoke) : '예약하다, 주문하다, 맞춤제작하다' 란 뜻으로 유럽에서는 주문복점을 '비스포크 테일러'라고 한다.

    프랜차이즈형 남성 비스포크 브랜드들이 불황을 딛고 성장세를 타고 있다. 기성 정장 브랜드들이 매출에 허덕이는 상황과 상반된 움직임이다. 특히 20대의 젊은 소비층이 늘어나고, 고가의 수입 소재 오더양이 확대되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남자들의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스타일이 좋은 쪽을 선택하고 대량생산된 패스트 패션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오히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원하는 디자인과 몸에 딱 맞는 핏, 소재와 봉제가 고급스러운 비스포크, ‘슬로 패션’을 선호한다. 또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컬렉션을 훑고 나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스타일과 소재 컬러 등을 갖고 와서 주문한다.

    매장마다 디자인실장을 두고 그런 고객 한 명, 한 명을 1:1 상담하고 최대한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구현해주니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 가격대는 기성 브랜드 동일 품질 대비 30~40% 싸게 나오기 때문에 소재를 아는 사람들은 따져보고 비스포크 브랜드로 몰린다.





    한 번 경험하면 재구매율 60% 이상 ‘탄탄’
    고객 연령층은 다양하다. 20대 직장 초년생부터 50~60대의 중장년층까지 아우르고 있다. 최근 2~3년간 20~30대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 게 특징인데 한 번 맞춤복을 경험한 남성의 60~70%가 재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업계의 전망 또한 밝다.

    맞춤 브랜드는 주로 목적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 고정고객이 확보되면 매장의 매출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서울을 비롯해 주로 대도시에 형성된 이 맞춤 브랜드는 서울의 경우 강남(신사동 청담동 역삼동 등)과 여의도 일대의 오피스 타운에 위치한다. 주요 매장은 월평균 1억~2억원 정도를 올리고 있다. 재고 부담이 없으면서 고정고객, 목적구매 위주로 장사를 하니 효율성이 기성복보다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리점주 입장에서도 49.5㎡ 규모부터 가능하고 50% 마진율을 주기 때문에 소자본 창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맞춤 정장이 프랜차이즈화 된 데에는 옛날 양복점의 장인이 한 제품을 완성하는 형태가 아닌 앞판, 등판, 완성 등을 따로 조립하는 분업 형태로 제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고가의 수제 정장은 100% 핸드메이드로 완성되기도 하지만 매출 볼륨을 일으키는 것은 젊은 직장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저가형 수트가 대부분이다.


    브랜드 간 경쟁 치열, 가격싸움 될까 우려
    이 같은 중저가대의 프랜차이즈 비스포크가 뜨면서 문제점도 발생한다. 2벌에 19만원짜리 상품까지 등장, 자칫 가격싸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제 브랜드별, 매장별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브랜드들은 자체 디자인 능력을 키우고, 좀 더 수준 높은 퀄리티의 프리미엄 상품군의 판매를 늘리는 등의 전략으로 대응한다. 또 수트와 연계된 액세서리류를 편집해서 선보이는가 하면 수제 구두까지 제작하는 등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속속 나오고 있다.

    비스포크 브랜드의 원조 격인 「오델로」에서부터 매출 외형이 가장 큰 「루쏘소」, 수트뿐 아니라 캐주얼 상품까지 맞춤 제작이 가능한 신규 주자 「사로옴므」까지 오더메이드 브랜드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카테고리가 세분화되는 것은 시장의 성숙도를 반영한다. 요즘 비스포크 브랜드들은 예복 고객 잡기에 여념이 없다.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데 있어 이보다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남성이 비스포크 숍을 처음 경험하면 이후 기성복보다 맞춤복에 익숙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따라서 웨딩컨설팅 업체와 조인한 마케팅 전략이 활기를 띤다.






    「루쏘소」 국내 42개점 이어 6월 中 진출
    루쏘소에프앤에프(대표 송인찬)의 「루쏘소」는 현재 42개점을 전개, 국내 최다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자체 생산라인을 갖추고 50명의 인원이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낸다. 생산은 크게 접착식과 비접착식 수트로 구분되는데 하루 평균 접착식은 10벌, 핸드메이드인 비접착식은 이틀에 1벌꼴로 만든다. 가격은 접착식 수트가 1벌에 38만~120만대, 비접착식 수트는 80만~142만원이다.

    「루쏘소」는 여타 경쟁 브랜드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수제화 「MTO」를 런칭했다. MTO는 ‘Made-To-Order’로서 주문 맞춤 공정으로 제작된다. 송아지가죽과 스웨이드 구두를 디자인, 색상과 사이즈는 고객 발 사이즈에 맞춰 만들고 있다. 맞춤 기간은 10일 정도 걸린다.

    「루쏘소」는 로컬 마켓서 볼륨화에 성공한 것을 발판 삼아 오는 6월 중국에 지사를 설립한다. 중국의 파트너사와 손잡고 공동 출범하는 것으로 한국에서처럼 프랜차이즈화 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일본(신주쿠점) 등에도 매장을 열었는데, 한국인뿐 아니라 현지인들의 호응도도 높아 앞으로 해외 마켓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사이즈를 재서 본사로 보내면 국내에서 만드는 것으로 ‘Made in Korea’에 대한 품질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델로」 20년 롱런, 이탈리안 스타일 ‘자부’
    오델로(대표 박상우)의 「오델로」는 1990년도에 런칭, 20년 이상 롱런한 브랜드다. 압구정, 목동, 명동, 교대, 분당, 일산 등 요지에 직영점을 열어 본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오델로」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스타일을 제대로 만드는 브랜드로 명성을 쌓고 있다. 허리선이 살아 있고 피트되는 클래식 맞춤 정장이 메인 오더 상품. 23년의 역사만큼 자체 생산 라인에서 축적된 기술력으로 만드는 데 자부심이 크다. 맞춤 정장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1박2일 만에 완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성복과 맞춤복의 강점을 적절히 뽑아내 스피드까지 잡았다.

    루이체(대표 최용화)의 「루이체」 역시 1999년에 설립한 정통 있는 맞춤 정장 브랜드로 성장했다. 4G(Good Design, Good Price, Good Quality, Good Fit)를 내세워 고객 개인별로 신체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옷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모든 정장을 자체 공장에서 공급하며 300여가지의 자체 원단을 포함해 모든 소재와 안감부터 단추까지 부자재도 고객 취향에 맞춰 선택하도록 했다.

    「루이체」는 시즌(S/S F/W)마다 컬렉션 세미나를 개최하고 매월 2번에 걸친 심도 있는 각종 세미나를 열어 보다 완성도 있는 비스포크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13개점을 전개 중이며 중국에 5개, 미국에 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 오더 편집숍 ‘셔츠앤슈트’ 런칭
    2004년 이 시장에 뛰어든 안드레아바냐(대표 강형주)의 「안드레아바냐」는 20만~30만원대의 실속형 정장을 내놔 신세대 직장인을 사로잡았다.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분업화된 재단사 10명이 신속하게 처리하며 세밀한 부분만 고급 기술자가 담당해 제작비용을 줄인 것이 주효했다. 또 원단을 대량으로 구매해 원가를 절감했다. 제이진옴므(대표 이정환)의 「제이진옴므」는 이번 시즌 비접착 수제 라인과 수제 구두를 새롭게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한다. 현재 20여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시즌 화보컷을 촬영해 젊은층에게 어필하는 데 주력한다.

    작년에 ‘디지털 오더 메이드’를 모토로 한 남성 편집숍 ‘셔츠앤슈트’가 런칭했다. 최첨단 로봇을 활용한 오더 시스템을 갖춘 초대형 매장(363㎡)으로 서울 강남 포스코사거리에 1호점을 열었다. ‘에스봇(S-Bot)’이라는 전자 로봇을 설치해 390여 가지의 준 맞춤 셔츠 ‘드라카(DRAKKAR)’를 소비자들이 태블릿 PC로 선택하면 진열장에서 해당 제품을 테이블로 직접 가져다 주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셔츠와 수트는 물론 콤비, 코트, 타이, 구두, 지갑, 벨트, 가방, 시계, 액세서리까지 남성을 위한 토털 코디가 가능한 오더 메이드 재품 및 완제품이 함께 구성돼 있다. ‘셔츠앤슈트’는 대형 직영점을 기본으로 하면서 올해부터는 대리점 오픈도 시작한다. 연말까지 30개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 ‘비스포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요즘 기성 브랜드들에서도 맞춤 서비스가 활발해지고 있다. 제일모직의 「갤럭시」, LG패션(대표 구본걸)의 「마에스트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대표 박동문)의 「캠브리지멤버스」 등 3대 메이저 브랜드들이 맞춤 비중은 평균 20~30% 정도다. 앞으로 이 같은 비스포크 라인이 침체된 남성 정장 업계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패션비즈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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