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홀하우스 사장

    김숙경 발행인
    |
    12.12.17조회수 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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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홀하우스 본사 3층 사무실 모습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입구에 있는 상담 테이블에는 원부자재 상담 또는 QC(Quality Confirm)를 받기 위해 방문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사무실 중앙에 자리잡은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곳 홀하우스를 이끄는 김성민 사장은 삼면이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나근영 이사 방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낸다. 4층에는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는 김 사장의 집무실이 별도 마련돼 있지만 김 사장은 아침에 출근해서 중요 결재를 끝내고 나면 내부 계단을 통해 곧바로 3층으로 내려온다. 김 사장의 오른팔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하고 있는 나 이사 자리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실시간으로 판매 결과를 체크하고, 디자인 상품기획 영업관리 VMD 홍보 등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그 자리에서 바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보통 패션기업에서 최소 1주일씩 걸리는 결재도 이곳에서는 즉각 처리된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각 팀장이 안건을 갖고 들어와 상호 의견을 나누고 곧바로 피드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초스피드다. 패션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위적인 결재라인이란 이곳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는 소모적인 모습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지프」 「홀하우스」 ‘연중 노세일 판매’ 고수

    “우리는 오직 날씨에 영향 받을 뿐이다.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지프」와 「홀하우스」는 전년 대비 신장하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아우터 판매가 가파르게 올라오고 있다. 올해 1500억원 달성은 거뜬할 것 같다.” 최근 불황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성민 홀하우스 사장의 답변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지프」와 「홀하우스」가 각각의 브랜드 컬러를 지키면서 노세일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캐주얼브랜드들이 세일을 통해 매출을 근근이 맞춰가고 있는 현실과 확실하게 비교된다. 특히 「지프」의 경우 판매금액 대비 회수율이 무려 99%를 상회하며, 생산금액기준 판매율은 70%대를 웃도는 초우량 성적표를 보유하고 있다. 「홀하우스」는 여기에 못 미치지만 노세일 정책을 꿋꿋하게 지켜가며 브랜드파워를 키워 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겠다. 지난해 런칭 초반 유통망 문제로 힘들었던 「홀하우스」가 올해 안정을 찾은 것이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새해에는 두 브랜드로 1750억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남성 편집숍 ‘존화이트’는 청담동 직매장 한 곳에서 월매출 1억~1억2000만원을 기록하며 마니아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男 편집숍 ‘존화이트’ 탄탄한 마니아층 확보

    김 사장은 서두르지 않고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가 보여준 경영 성적표는 놀랍다. 20년간 디자이너와 디렉터로 활동해 온 그가 창업의 길에 나서 홀하우스를 설립하고 2009년 「지프」 런칭, 이어 2011년 자체 브랜드인 「홀하우스」 런칭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작년에는 남성 편집숍 ‘존화이트’를 추가하며 현재 그는 3개 브랜드를 소유한 패션경영인으로 변신했다.

    더군다나 패션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회사 설립 4년 만에 1500억원 매출을 거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글로벌 SPA 영향으로 제도권 캐주얼시장이 반 토막 난 상황에 후발주자로 진출한 「지프」의 상승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하다. 스트리트캐주얼의 지존으로 불릴 정도로 톱의 위치에 올라섰으며 아웃도어가 유일한 경쟁상대라고 말할 정도로 가두상권에서 탄탄한 매출파워를 자랑한다.

    자체 브랜드로 선보인 「홀하우스」는 런칭 초반 유통망 전개가 순조롭지 않아 고생을 했지만 올해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새해에는 회사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보한 유통망도 「지프」 130개, 「홀하우스」 69개 등 총 200개 매장이 가동되고 있다.

    작년 이 회사는 영업이익률 18%를 실현해 매출규모 1000억원 이상 패션기업들의 평균영업이익률 8%와 비교할 때 무려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렸다. 신규 투자가 계속 이뤄지던 시기에도 고공비행을 거듭한 만큼 올해 실적이 마감되면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신규 브랜드 런칭 작업은 물론이고, 산소호흡기 떼기 직전의 브랜드를 맡아 이를 성공으로 리뉴얼했던 그가 이번에는 멋진 패션 경영인이라는 결과물을 추가했다.

    “공산품 CEO 싫어! 혼이 담긴 상품만 출하”

    그에게 한국 패션시장의 현주소를 물었다. “패션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지난 30년 동안 최근 1~2년 동안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패션시장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론도 팽배하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준비된 패션기업엔 오히려 큰 기회가 열릴 것이다.

    여성복 남성복 캐주얼 등 조닝을 불문하고 올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패션 브랜드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은 분명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더 이상 브랜드 인지도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브랜드 가치가 더 중요하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김 사장은 힘주어 강조한다.

    ‘매력적인 상품, 혼이 담긴 상품에 고객은 반드시 응답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그에게 패션은 인생의 전부다. 패션사업을 하는 데 있어 공산품 CEO가 되고 싶지 않다. 1500억원이 넘는 매출 볼륨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상품을 매장에 내보내지 않는다. 자부심과 프라이드가 있는 상품만 출하하겠다”는 그의 답변에서 진정한 패션 경영인의 포스가 느껴진다.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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